자동차 에어컨 원리 - jadongcha eeokeon wonli

치솟는 고유가로 인해 더운 여름철엔 언제나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이 있다. 바로 에어컨을 켜고 달릴 것인지 아니면 창문을 열고 달릴 것인지 말이다. 그런데 조금만 다시 생각을 해보면 자동차를 운행하며 언제나 전기를 생성하고 있으니 전기로 구동되는 자동차의 에어컨은 공짜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데 과연 자동차의 에어컨은 공짜일까?

자동차의 에어컨은 전기로 구동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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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자동차의 에어컨은 사실 전기로 구동이 되지 않는다. 물론 요즘 도로에서 많이 보이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전기로 구동이 되겠지만 일반적인 내연기관 자동차에서는 전기가 사용되지 않는다. 앞선 포스트에서 눈치를 챈 독자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가정용 에어컨은 전기를 사용해 컴프레셔를 돌리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즉 전기를 사용해 모터를 구동하고 그 모터의 힘으로 압축을 해 냉매를 고압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다.

결국 어떤 동력원이 되었던 회전을 하기만 한다면 에어컨을 구동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기자동차가 아닌 내연기관 자동차는 어떤 힘으로 냉매를 압축할까? 바로 엔진의 힘으로 압축을 하게 된다. 에어컨이 굉장히 간단해 보이는 구조이지만 고압의 냉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굉장히 큰 힘이 필요하다. 따라서 자동차의 엔진에 붙어있는 제너레이터의 발전량으로는 구동을 할 수 없고 엔진에 컴프레셔가 따로 붙어있다. 제너레이터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자동차의 전자장치를 구동하기 위해 사용이 된다. 

어찌생각하면 에너지 측면에서도 자동차의 에어컨은 전기로 구동하지 않는 것이 효율적이다. 왜냐하면 엔진에서 연료를 태워 만든 회전력을 제너레이터에서 전기로 바꾸고 그 전기를 다시 모터의 회전력으로 바꾸어 사용을 하는 것보다는 엔진이 이미 회전력을 만들어 주었으니 바로 사용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컴프레셔는 끊임없이 탈부착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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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엔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굉장히 다양한 부품들이 달려있다. 물론 엔진을 구동시키기 위한 부품들이 대부분이지만 엔진에서 만들어낸 힘을 빼앗아가는 부품들도 꽤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장치가 바로 에어컨 컴프레셔다. 컴프레셔의 존재 자체만으로 엔진의 힘을 상당량 빼앗아가 연비에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추운 겨울이나 냉방이 필요가 없는 때에는 엔진과의 결합을 끊어낸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날 에어컨을 풀가동할때에도 컴프레셔는 클러치를 사용해 끊임없이 탈부착을 하게 된다. 전기로 구동이 되는 모터를 사용한 에어컨의 경우 흐르는 전류의 양을 조절해 컴프레셔의 구동을 조절할 수 있지만 에어컨 구동이 목적이 아닌 자동차의 경우 엔진속도를 줄이며 조절할 수 없기에 아예 떼어내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만약 컴프레셔가 탈부착이 되지 않고 끊임없이 돌아간다면 증발기 표면에 얼음이 서려 냉각 성능이 나빠질 수 있다.

여담이지만 본인의 차가 어느정도급인지를 알아보는 데에 에어컨을 구동시켜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굉장히 작은 소리지만 자동차의 A/C 버튼을 On/Off를 반복하게 되면 '척'소리가 들리는 차들이 있는데 이 방식은 요즘 출시되는 고급차량에서는 쉽게 볼 수 없고 오래되었거나 저렴한 차들에 많이 쓰이는 방식이다. 대충 10초에 한번씩 붙었다 떼어졌다를 반복하는 것 같은데 한번 들리기 시작하면 굉장히 거슬린다. 굳이 들어보려 하지 말자.

창문 열기 vs 에어컨 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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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건너뛰지 않고 읽은 독자라면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아마 창문을 여는 것이 더 연료를 적게 사용할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정말 그럴까? 상식적으로 공짜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엔진의 동력을 끌어다 쓰는 에어컨과 배터리의 남는 전기를 사용해 창문을 내리는 행위는 언뜻 보면 비교 대상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창문을 여는 것 또한 연비에 엄청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아는가?

자동차 디자인을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공기역학적 설계이다. 흔히 말하는 Cd(항력 계수, Drag Coeffecient) 값이 바로 그것인데 연구원들의 엄청난 노력을 통해 0.01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인 SUV의 경우 0.35, 세단은 0.30 이하 그리고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하다고 이야기하는 것들이 0.25 정도이다. 하지만 창문을 여는 순간 엄청난 저항이 발생된다. 고속도로를 주행하던 중 창문을 여는 때를 생각해보라 엄청난 소리와 함께 바람을 느낄 수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자동차의 연비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이다.

그럼 이제 앞선 질문을 다시 해보겠다. 과연 무더운 여름날 창문을 여는 것과 에어컨을 켜는 것 중 어떤 것의 연비가 우수할까? 이 문제 또한 여러 사람들이 의문을 가졌던 질문 중 하나이다. 일부 실험에 따르면 창문을 여는 것이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나름 자동차 관련 학회중 가장 권위가 있는 SAE(국제자동차기술자협회)와 GM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일반적인 주행 조건에서는 에어컨을 킨 경우가 더 많은 연료를 소모한 것으로 나왔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공기저항은 속도의 제곱에 비례하기때문에 좀 더 고속구간의 실험 결과가 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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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준중형 승용차 에어컨의 증발기 최대 용향은 6000kcal/h이며 에어컨 성능 계수(COP) 2~3이라 가정하고 마력으로 환산한다면 약 3~5마력의 에너지를 소모한다고 볼 수 있다. 현대자동차의 준중형 자동차인 아반떼의 최고출력이 123마력이니 5마력 정도야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주행에선 엔진의 최대출력을 내지 않는다. 사실 마력이라 이야기하면 별것 아닌 거 같지만 말 5마리가 내는 힘이니 꽤 큰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순수 사용 에너지만으로 따져보면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양이다. 에어컨을 구동시킬 때 엔진의 힘을 끌어온다고 했었는데 주행에는 영향을 미치면 안 되기 때문에 에어컨을 켜게 되면 RPM이 약 50~100 정도가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동차의 크기가 엄청나게 거대한 버스의 경우는 어떨까? 여러 방식이 있겠지만 버스 또한 엔진의 힘을 끌어다 컴프레셔를 구동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준중형 자동차의 경우도 꽤 많은 힘을 가져갔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버스의 경우는 자칫 냉방을 위해 자동차의 원래 목적을 잃게 될 수도 있다. 따라서 버스와 엔진의 힘을 끌어다 쓰기 부담이 되는 차량의 경우 에어컨 구동을 위한 다른 엔진을 추가로 장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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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나 가을 에어컨을 틀기도 끄기도 애매한 시기가 되면 낮 시간의 버스는 굉장히 더운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기사님께 에어컨을 틀어달라고 외쳐도 묵묵부답인 경우가 꽤 있다. 그때에는 기사님이 굉장히 야속했지만 기사님도 사실 어쩔 수 없었다. 에어컨 구동을 위한 다른 엔진이 추가로 달려있는 버스는 에어컨 구동이 필요 없는 선선한 날씨가 되면 그 엔진을 바로 떼어내기 때문이다. 엔진 자체도 굉장히 무겁기 때문에 운송회사 입장이라면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자동차 에어컨의 원리 - 창문을 열고 달리는 게 오히려 연비에 안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