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시스 코어 전투 - keulaisiseu ko-eo jeontu

크라이시스 코어 전투 - keulaisiseu ko-eo jeontu

  10년 전 출시되었을 당시만 하더라도 기존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 팬들 사이에 큰 논란을 일으켰던 타이틀이었지만 오랜 세월이 흐르면서 가장 시리즈를 널리 알린 타이틀이 되어버린 파이널 판타지 7. 리메이크에 대한 팬들의 기대도 높은 편이며 관련 루머가 끊이지 않는 주인공답게 제작사인 스퀘어 에닉스에서도 다른 시리즈와는 달리 활발한 연계작을 내놓기에 이릅니다. 영상 매체였던 어드밴트 칠드런(AC), 모바일 게임으로 발매된 비포 크라이시스(BC), 빈센트를 주축으로 한 PS2용 더지 오브 켈베로스(DC)에 이어 지난 10월 18일 한국에도 정식으로 발매된 PSP용 크라이시스 코어(CC)는 파이널 판타지 7의 연계 타이틀 중 가장 늦게 발매된 타이틀이지만 가장 앞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게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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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용 떡밥으로 현역 못잖은 인기를 누리는 타이틀.

일본에선 밀봉이 980엔(…)에 팔리는 더지 오브 켈베로스.

  크라이시스 코어의 그래픽은 그간 수없이 매체를 통해 공개되었던 스크린샷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단순히 잘 만든 휴대용 게임 그래픽 수준을 넘어 조금 다듬고 보완해서 PS2로 내도 괜찮다 싶을 정도로 크라이시스 코어의 이벤트 연출은 PSP의 성능을 아낌없이 발휘했으며, 완벽하게 3D로 구성된 캐릭터와 스테이지는 시각적인 즐거움을 아낌없이 선사합니다.

  클리어를 한다 해도 동영상을 다시 볼 수 있는 기능을 넣지 않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흡사 어드밴트 칠드런을 보는 듯한 프리랜더링 영상도 UMD의 용량을 활용해 오프닝과 엔딩은 물론 중간 삽입 영상까지 꽤 풍부하게 수록되었습니다. 소환수 연출 또한 아예 동영상으로 만들어서 집어넣었으며, 이전 시리즈에서 지적받았던 기나긴 소환수 연출 스킵 기능 또한 새로이 추가했습니다(아쉽게도 이벤트 무비는 스킵할 수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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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 동영상도 풍부하게 사용되었다.

이벤트 장면에서는 이 정도의 퀄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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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도 은근 이것저것 신경 쓴 부분이 많다.

소환수 연출은 아예 동영상을 사용.

  이벤트 화면의 캐릭터 묘사 수준은 머리카락이나 표정까지 세밀하게 표현할 정도이며 캐릭터의 음성과 입모양을 그럴듯하게 맞춰놓은 것도 감탄할 부분입니다(풀보이스는 아님). 전투 연출도 거대 보스와의 전투가 심심찮게 나오는 등 시각적인 부분만 따진다면 이제껏 발매된 PSP용 타이틀 중 최고라 해도 무방할 정도이며 앞으로도 흔하게 나올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습니다. 로딩 역시 가끔 메뉴창을 열고 닫을 때나 전투 도중에 조금 버벅거리는 부분은 있지만 UMD라는 매체와 그래픽 수준을 감안하면 오히려 짧은 편이라 해도 괜찮을 수준입니다(신형 PSP로 플레이하면 로딩 시간이 더 짧아진다던데 신형 PSP는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한 환상의 아이템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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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표정도 세밀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수준.

소환수나 보스와 싸울 때의 연출도 무척이나 좋다.

  크라이시스 코어의 주인공은 파이널 판타지 7에서 단편적으로 등장했던 잭스입니다. 솔저가 되길 원했던 크라우드가 자신을 대입시켜 생각했던 그 캐릭터로, 활달한 성격에 주변인들로부터 인기가 좋은 녀석이지만 파이널 판타지 7을 플레이해본 게이머들은 이 게임의 마지막이 어떻게 될지를 알고 게임을 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게임의 스토리를 애절하게 만들어줍니다. 캐릭터들이 어떻게 될지 알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과정을 어떻게 재미나게 꾸밀지가 관건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 파이널 판타지 7이나 라스트 오더 때와는 상충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럭저럭 적절하게 기존 스토리에 잘 끼워 맞춰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부분을 새롭게 조명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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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구석에 기댄 캐릭터가 바로 이 게임의 주인공인 잭스.

성격은 안질의 평을 빌리자면 강아지.

  잭스 이외에 다른 캐릭터를 일절 플레이할 수 없는, 말 그대로 잭스를 원톱으로 게임이 진행되는 형식이며 잭스를 중심으로 그를 이끌어주는 성격의 안질, 같은 신라 솔저 멤버인 제네시스와 세피로스가 주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그 외에도 턱스 멤버인 청을 비롯해 레노와 루드가 등장하며 세피로스에게 멋진 풀네임(…)을 부여한 호죠 박사 역시 파이널 판타지 7에 이어 크라이시스 코어에도 꽤 중요한 캐릭터로 모습을 드러냅니다.

  파이널 판타지 7에서도 다루어졌던 니블헤임 사건도 본 작품에서 다시 한 번 더 다루기 때문에 티파 역시 잠깐 등장하며 유피처럼 특정 상황에서만 등장한다거나 절묘하게 이름만 언급되는 캐릭터도 있으며, 정황상 그 캐릭터일 것이라고 생각되는 캐릭터 역시 스치듯 나와서(말 그대로 스치듯 나온다) 파이널 판타지 7을 플레이했던 게이머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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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이시스 코어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안질.

캐릭터가 좀 느끼하게 나온 제네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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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주역 캐릭터인데 왠지 시스네에 밀리는 듯한 에어리스.

비포 크라이시스에도 등장했던 시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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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는 단역에 가까운 느낌.

클라우드와 마찬가지로 비중이 그리 큰 편은 아닌 티파.

  장르 표기는 RPG라 되어 있지만 파이널 판타지 7처럼 본격적인 RPG는 아니며 액션 게임에 가까운 형식이기 때문에 많은 부분이 간소화되었습니다. 마을의 수도 적고 집에 들어간다거나 하는 부분도 거의 없이 필드만 돌아다닌다는 느낌이며 아이템 구입 역시 메뉴창을 열어서 바로 구입하는 형식입니다. 이렇듯 보통 RPG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요소를 상당 부분 간략화했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개입하고 신경 쓸 부분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자유도가 크게 떨어지고 스케일 역시 작게 느껴지지만 이를 보충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넣고 미니 게임도 은근슬쩍 많이 끼워놓은데다 300개에 달하는 미션 모드를 집어넣어서 밸런스를 맞춘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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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스토리만 주욱 따라가도 큰 문제 없는 난이도.

맵화면도 보기 편하게 구성.

  전투 화면은 따로 존재하지 않고 필드를 돌아다니다 적과 만나면 그 장소에서 바로 전투를 하는, 예를 들면 크로노 트리거와 동일한 방식입니다. 전투에 돌입하면 스테이지의 일정 구역을 전투 공간으로 활용하며, 플레이어는 그 구역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일반 액션 게임과 동일한 감각으로 전투를 할 수 있습니다. 전투 도중에는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마법을 사용할 때에도 전투는 멈추지 않습니다. 난이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미션 모드나 보스전에서는 L/R 버튼으로 액션을 선택하는 게 무척이나 까다로워지고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합니다. 세모 버튼으로 방어, 네모 버튼으로 회피를 하며 이동과 회피를 적절히 활용해서 적의 뒤를 잡아서 크리티컬 공격을 넣는 것이 기본적인 전투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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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다니는 필드가 바로 전투 장소가 된다.

뒤로 돌아가서 크리티컬을 노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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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캐릭터 역시 리미트기를 쓰기도 한다.

반가운 캐릭터도 깜짝 등장.

  DMW(디지털 마인드 웨이브) 시스템은 전투 도중 랜덤으로 발생하며 세 개의 슬롯이 돌아가다 캐릭터나 숫자가 동일하게 나오면 각각 슬롯에 해당하는 효과가 발동됩니다. 캐릭터의 얼굴이 동일하게 나오면 리미트기가 발동되며, 숫자가 동일하게 나오면 레벨이 상승하거나 스테이터스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동됩니다. DMW 시스템은 플레이어의 의지대로 발동할 수 없으며 순전히 자동으로 발생하고 그 효과도 랜덤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게임 내내 시원시원하게 슬롯이 자주 나오고 HP나 MP가 올라가는 등 전투 중에 여러 유리한 효과가 내내 이어지기 때문에 게임을 어렵게 하거나 스트레스를 느끼는 부분은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크라이시스 코어의 엔딩을 보면 알겠지만 DMW 시스템은 전략적인 전투를 가능하게 해주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엔딩을 위한 일종의 연출에 가까운 시스템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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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 때문에 꽝.

슬롯이 3개 동일하게 나오면 리미트기 발동.

  다른 게임들과는 달리 무조건 전투를 많이 하고 적을 많이 잡는다고 레벨이 오르는 것도 아니며 그냥 진행하다 보면 같은 숫자 3개가 나와서 자동으로 레벨이 오르고 랜덤으로 소환수가 나오는 등 정해진 수순이 존재하지 않은 시스템이라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수도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또한 마테리아 합성 시스템 역시 조금은 난해한 감이 있고 직관적인 시스템이 아니기 때문에 게임을 하다 보면 어딘가 헛다리를 짚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습니다. 물론 마테리아 합성은 전혀 하지도 않고 미션 모드 10~20% 정도만 채우고 가벼운 마음으로 스토리 중심의 게임 진행을 해도 클리어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기 때문에 큰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좀 더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적극적인 게임 진행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어도 그리 나쁘진 않았을 거라 생각됩니다.

  크라이시스 코어는 다른 부부은 전혀 안 건드리고 기본 스토리만 따라간다는 생각으로 플레이를 해도 15~20시간 정도면 충분히 클리어할 수 있는 난이도와 스케일입니다. 하지만 300개의 미션이 플레이어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플레이 시간은 무한정 늘어나게 됩니다. 사실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기분도 들지만 의외로 중독성이 있어서 퍼센티지를 올리기 위해 꾸준히 플레이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개수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1회차 플레이 때는 수월하게 클리어할 수 있는 난이도의 미션만 돌아가면서 대충 쓸만한 마테리아 얻어 스토리만 즐기며 클리어한 다음에 2회차부터 본격적으로 미션 모드를 클리어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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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W는 어디까지나 랜덤에 의지하는 시스템.

파이널 판타지 12와 동일한 구역 설정 연출.

  사실 파이널 판타지 7을 플레이했던 팬들에게 가장 크게 다가오는 부분은 파이널 판타지 7을 기억나게 하는 여러 요소들일 겁니다. PS1 시절 파이널 판타지 7에서 돌아다녔던 필드가 펼쳐지고, 스쿼트를 열심히 하던 클라우드와 오버랩되는 잭스의 모습이나 미션 모드에서 감초격으로 등장하는 어린 시절의 유피, 에어리스가 왜 리본을 달고 다니고 왜 꽃순이가 되었는지, 세븐스 헤븐이라는 이름의 유래와 티파가 거기서 일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크라이시스 코어 내에서 이벤트로 나오기도 하며, 간혹 스치듯 지나가며 파이널 판타지 7과 크라이시스 코어와의 관계를 붙잡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너무 많고 때로는 대놓고 노렸다는 듯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팬들에게는 무척 재미난 경험을 제공해주며 파이널 판타지 7의 세계관에 부분부분 땜질을 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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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안 보여주지만 누군지는 다들 아실 터.

소소한 이벤트는 DMW 시스템으로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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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판타지 7에서 등장했던 부분이 크라이시스 코어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등장하는 것을 보는 것도 각별한 재미.

  스퀘어 에닉스의 개발진들도 여러 번 밝힌 바 있듯 파이널 판타지 7의 리메이크란 게 워낙 뜨거운 화두이며 섣불리 건드릴 수 없는 타이틀이라는 인상이 강하기에 이런 식으로나마 팬들의 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도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이번 크라이시스 코어와 같은 경우는 휴대용 기기로 발매되긴 했지만 게임의 완성도나 그 내용물로 따지면 팬들의 바라던 파이널 판타지 7의 이상적인 연계작에 가장 근접한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발매 전에는 모 타이틀의 후유증으로 단순히 파이널 판타지 7이라는 이름을 팔아 대충 만들어낸 타이틀이 아닐까 걱정도 되었지만 그래픽이나 시스템, 스토리 모두 좋은 점수를 줄 만하며, 파이널 판타지 7을 좋아하는 팬들에게는 다시금 파이널 판타지 7을 플레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타이틀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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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비운의 히로인 같은 클라우드.

컴필레이션 프로젝트의 대미를 장식할만한 타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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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리어한 세이브 파일을 이어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한글화만 했어도 더할 나위 없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