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주도적 아이 - jagi judojeog ai

51.

※ 아래는 2021년 6월 21일자 한국일보에 게재된 오은영 박사님의 '화해' 칼럼에서 발췌한 글입니다. 

아이들을 밤새도록 공부시키는 아빠,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한 엄마의 사연

세 아이의 엄마 한 분이 다음과 같은 사연을 육아전문가 오은영 박사님에게 보냈습니다. 그 엄마에게는 남편과 세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중 첫째는 일류대학을 가진 못했지만, 나름 괜찮은 대학을 갔습니다. 엄마는 그런 아들이 대학생활에 잘 적응해 가는 모습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아빠는 첫째 아이의 대학진학을 '실패' 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곤, 둘째와세째 아이를 혹독하게 공부시키기 시작했습니다.

새벽 2시~5시가 되기까지 아이들은 아빠의 감독하에 공부를 해야했고, 때로는 아빠에게 매를 맞으며 잠이 들어야 할 때도 있었습니다. 물론, 본인도 새벽까지 잠이 안들고 죽어라 공부를 시키다가 잠이 들때도 있었습니다. 그 아빠는 자신이 어릴적에 그의 엄마가 자신을 때리면서 공부시켰기 때문에 오늘날 자신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엄마는 그런 아이들의 아빠의 교육방식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그 방식을 바꾸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은 아빠가 집에 들어올때가 되면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 아빠는 집에 들어와서 아이들을 혼내고 때리는 짓을 계속 이어갔습니다. 아이 엄마가 말리려고 했지만, 그때마다 그 아빠는 말리면 엄마까지 때리겠다며 위협했고, 그 엄마는 물러설 수 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자기 주도적 아이 - jagi judojeog ai
unspash.com

문제의 핵심은 아빠의 폭력보다 엄마의 우유부단함

이 사례에 대해 오은영 박사님은 여러가지 피드백을 주셨는데, 그 중 핵심메시지는 아빠에 대한 것보다 엄마를 향한 것이었습니다.분명 잘못은 아빠가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 엄마는 전형적인 헬리콥터 맘 아래에서 자랐다고 합니다. 그 엄마는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살았다고 합니다. 대학 전공도, 결혼 상대자도, 모든 것을 어머니가 정해준 대로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스스로 무언가를 결정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던 것이고, 오은영 박사님은 그 점을 문제의 해법으로 지적합니다.

그러면서, 당장 그 엄마가 아빠의 행동을 멈추도록 당부하였습니다. 그 아빠는 부모님으로부터 폭력을 당했던 경험이 있고, 이제 자식들에게 가정 폭력을 대물림 하고 있다면서요. 그래서 당장 엄마가 결단을 내리고 아빠를 멈춰야 한다고 합니다. 

상식이 있는 부모라면 이런 상황에서 배우자의 이와같은 행동을 당장이라도 제지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엄마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습니다. 본인이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심지어는 그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느끼는지 조차도 모르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그 엄마는 부모님이 어릴적부터 시키는대로만 해왔고, 그렇게만 하면 상황이 해결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잊어버린 것입니다. 시키는 대로 공부만 했던 것이죠. 소위 말하는 '헛똑똑이' 로 자랐고, 어쩌면 그런 성향이 아이들에게 물려줬기 때문에 아빠의 폭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을지 모릅니다. 

오은영 박사님은 이 사례의 엄마의 부모님과 같이 아이를 좌지우지 하는 양육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합니다. 그런 양육방식으로 자란 아이들은 자기신뢰감, 자기확신감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론 자신이 뭔가를 주도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게 된다고 합니다. 

자기 주도적 아이 - jagi judojeog ai
unsplash.com

자기주도적인 아이로 키우는 법

오은영 박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녀를 잘 키우고 건강하게 사랑한다는 건 무엇일까요? 그들이 독립적인 존재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리더라도 그들을 존중해 주는 것입니다. 

박사님의 말은 바꿔말하면 교육의 목적이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이 세상에서 홀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라고 봅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시행착오를 겪도록 지켜봐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이것을 실천에 옮기기란 힘들죠. 하지만, 이렇게 가만히 지켜봐 주면서 자기주도적인 사람으로 클 수 있도록 도와줘야만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주도적인 사람으로 홀로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지금부터라도 좀 더 아이들을 믿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스스로 느끼고 배워나가도록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은 엄마, 아빠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지만, 그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아이 스스로 성장하는 능력을 길러야 합니다.

아직은 엄마, 아빠의 보호와 도움이 필요한 어린아이여서 혹은 아이 혼자 하도록 두기에는 걱정이 앞서 지속적으로 도움을 주게 된다면 엄마, 아빠의 도움이 익숙해지다 보면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인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답니다.

그만큼 부모의 양육 태도는 아이 스스로 의지를 다지고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요. 부모라면 우리 아이가 자신의 삶을 즐기는 행복한 아이로 성장했으면 하는 마음은 모두 같겠지요.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우리 아이 만들기! ‘자기 주도성’을 길러주세요!

‘자기 주도성’은 어떤 의미일까요?

자기 주도성이란 자신의 삶에 대해 스스로 책임을 지고 모든 행동은 자신의 의사에 따른 결정이라는 개념입니다. 

다시 말해, 아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일(놀이나 일상의 과제)을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해나가는 의지와 자세, 그 안에서의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능력을 말합니다. 내 삶의 주체를 나 자신으로 여기는 것이지요.

아이의 자기 주도적 행동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합니다. 입에 손을 넣고 빠는 행동, 잡히는 물건을 입에 넣는 행동, 배뇨 신호가 오면 변기로 이동해 소변을 보는 행동, 마음껏 끼적이는 행동 등 아이의 주도적인 행동은 연령에 따라 보이는 모습이 다르고, 성장해감에 따라 나타나는 기술이 정교해지게 됩니다.

부모의 영향력이 크게 미치는 1세에서 7세까지의 취학 전 아이일수록 부모는 아이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행동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부모는 아이가 수행해야 하는 일을 ‘언제, 어떻게, 왜’ 하는지 아이의 눈높이에서 설명하고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자기 주도성을 기르기 위해 부모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1)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아이가 또래보다 발달이 빠르다고 해서 모든 생활 영역에서 월등함을 보이는 것은 아닙니다. 발달이 느리다고 해서 생활을 영위하는 기술이 부족한 것 또한 아닙니다. 항상 함께 있기에 우리 아이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놓치는 우리 아이의 모습이 있을 수 있답니다. 다른 또래 아이들과 비교하지 않고 온전히 우리 아이의 발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한다면, 우리 아이의 발달 수준을 이해하고 어느 선까지 도와주어야 할지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그 이후에는 아이의 행동에 책임을 실어주어 성공도 실패도 맛보는 값진 경험의 기회를 제공해주세요.

2) 실수하더라도 혼자 하려고 할 땐 ‘기다리기’

아직은 혼자 양치를 하거나 정리정돈을 하는 자조 기술이 정교하지 않을뿐더러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실수가 잦은 것은 당연합니다. 결국은 엄마, 아빠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요. 하지만 아이가 시행착오 과정에서 겪는 부족함과 불편함은 아이 성장에 건강한 밑거름이 되어준답니다.

아이 스스로 해내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지켜봐 주세요.

3) 두 개 이상의 ‘선택권과 책임감 주기’

아이에게 행동을 지시하기보다 구체적인 선택권을 제공해주세요. 광범위한 질문은 오히려 아이가 선택하지 못하고 방황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오늘은 A~와 B~중에 어떤 것을 해보고 싶니?”와 같이 2개의 제한된 선택권을 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그 행동에 책임을 지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자율성에 기반을 둔 선택권은 아이가 성장해갈수록 폭을 넓혀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발달 과정은 아이 개인의 건강한 성장과 동시에 타인과의 의사소통과 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답니다.

4) 질문에는 ‘되묻기’

사고력이 자라면서 호기심이 증폭되는 시기인 3세~4세경에 이르면 아이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엄마, 아빠에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하게 됩니다. 아이의 질문에 곧바로 답을 해주는 것은 좋지만, 단답형으로 대답이나 많은 정보를 담고 있는 대답은 오히려 상황 인지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질문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있는데요. 정말 답이 궁금해서 질문하기도 하지만 자신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부모의 태도를 엿보기 위함도 있답니다.

아이의 질문에 한 번쯤은 “OO는 어떻게 생각해?” “왜 그럴 것 같아?”라고 되물어주세요.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은 머릿속에 떠도는 많은 정보를 적절히 조합하는 논리적인 사고로 이어져 아이 주도적인 학습을 격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