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썰 디시 - haebyeongdae sseol d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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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포항 1사단에서 군생활을 2011년 ~ 2013년 정도 했음.

병과는 보병

당시 연평도 사건으로 해병대 이미지는 지금처럼 나쁘진 않았었고

대신 총기난사사건이 일어나서 부대내 구타/가혹행위를 뿌리뽑기위해 사령부가 철저하게 지시를 내린 상황에서 입대했음

난 솔직히 그때나 지금이나 그냥 평범한 축에 속하는 놈이고

마초 기질을 숭상한다던가,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뭐 이런거 신경도 쓰지도 않고 동의도 하지도 않음

근데 왜 개병대 지원했냐고?

그때 연평도에서 근무하던 친한 형이 해병대였는데 그땐 그게 멋있어보였고, 어차피 해병이나 육군이나 끌려가는건 팩트이지만

해병대는 '지원'해서 간다는 느낌이더 쎄서 해병대를 가게 됬음. 끌려가는 느낌을 받고싶지않았거든

(근데 어차피 육군이나 해병이나 공군이나 다 끌려가는거다)

그때 나도 부조리나 해병대 특유의 악습에 대해 관심이 많아서, 여기저기서 물어보고 부모님도 뜯어말렸던 기억이 있다.

진짜로 근무중인 형들에게도 물어보고, 전역하고 난뒤에 형들에게도 물어보고

뭐 근데 그냥 다들 원론적인 얘기 뿐이였음.

해병대도 사람사는곳이다~ 다른곳도 비슷하다 ~ 뭐 딱히 쌍팔년도처럼 그러진 않는다~

그래서 해병대를 지원해서 가게 됬음.

다음 경험담은 철저히 내 경험에서 비롯된거임. 내 경험이 이랬다고 다른 애들에게 모두 일반화 될수는 없고, 나도 사람이다보니 한계가 있으니

그점 주의해서 읽을것

- 실제 부조리가 있었고, 경험 해봤는가

일단 난 솔직히 구타는 경험해보진 못했음. 주변에서는 일어나긴 했는데 하도 간부들이 구타같은거 예민한 사항이라 멍하나 생겨도

행보관 (행정관)하고 하루종일 면담해야 해서

뭐 뺨이나 어깨 정도는 맞긴 했다만... 상습적인 구타나 가혹행위는 난 운이좋아서 받아본적은 없음

해병대에서 가장 크게 구조적으로 와닿던 부조리는 '인계사항' 이라는 부조리가 있었음. 지금도 있다고 하던데 암튼, 난 그리고 타군이 이거있는지 없는지 몰라

'인계 사항'이란 계급 및 계급 호병별로 각 계급인원들이 하면안될거 해야할것들을 쭉 나열해놓은 거라고 보면됨

기억나는거 적자면

이병

막내 이병은 소속 소대무조건 빨래 담당 (세탁기에 넣고 가져오는거) 하고, 다하고나서 자기 분대 선임들 전부 빨래에 널어놔야함 .

이병은 정수기물 함부로 마셔서는 안됨. 마실 때는 선임에게 꼭 보고

이병은 "싸제 운동화" 신어서는 안됨 무조건 보급용 (싸제 운동화는 말그대로 보급용운동화가 아니라 바깥에서 사오거나 소포로 받은거)

혼자서 PX 가서는 안됨

작업할 때 무조건 선임 대신해서 들어가야함

선임이 누우라고 할 때 누워서는 안됨

뭐 등등... 여러가지 있었는데,

이게 내가 막 부대왔을땐 그나마 완화된거라고 하고 예전에는 무슨 고개도 못돌리고 눈도 못깜빡이고 TV도 허락맡고 볼수있고

숨쉬는거말고는 아무것도못할정도로 인계사항이 빡빡 했다더라

이게 이병~상병 4호봉까진 계급별로 다 빡빡하게 있고 상병 5호봉쯤 되면, 어지간히 군생활 못한 찐빠 아닌이상 인계사항이 거의 없어진다고 보면됨

사실 나때는 상병쯤만되도 거의다 풀려서 진짜 나사빠진짓만 하지 않는이상 다 됬던것 같다

근데 이게 솔직히 부조리라고 쓰긴 했는데, 내가 겪었던 인계 사항들은

'어라... 이정도면 타군 이병들도 해야하는거아닌가' 수준의 납득했던 인계사항들밖에 남아있지 않았었음

그마저도, 내가 있던 곳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완화가됫었고, 내가 병장쯤되면 이병이라도 보고만 하면 2~3명끼리 PX도 갈수있을정도가 되었더라

쉬불,,,, 라떼는 이병끼리 PX가는거 꿈도못꿨는데,,,,

이러한 '인계 사항' 같은것들은 부대마다 다르고, 소대마다 다를수있음.

근데 아무튼 포인트는, 이 인계사항이 부대마다 강도가 다를 수 있고, 이것도 부조리 중에 하나라서 간부들이 눈에 불키고 잡았던걸로암.

이병들만 빨래한다고 상병장들 단체로 행정관(행보관) 에게 불려가서 털리는 적도 있었고...

솔직히,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의견임을 다시 쓰지만,

내가 들어갔을 때의 '인계사항'은 크게 심하지 않았다 는게 내 경험

뭐 정수기물 못마시고 이런거는 잇었는데 나 일병때쯤 다른 병장들이 폐지시키고, 남아있는 인계 사항들은

타군 막내이병들이면 으레 할법한거아닌가? 싶은것 뿐이였음. 그정도도 싫다고 부조리라고 하는건 억지라고 느껴질정도로

이병 때 앞장서서 선임들보다 작업하고, 좀 더 힘든일 하는게 그렇게 손해...인건 아니잖아?

- 그렇다면 해병대 부조리가 심하다는건 무엇인가

뭐 인계 사항이 그렇다고 내 개인적인 경험이라고 해서 아까도 말했지만 이걸 일반화할수 없음. 이게 부대마다 천차만별이고

나같이 군생활 순탄하게 한 케이스는 상병장들도 정상이라서 인계사항이 시간이갈수록 희미해지지만,

어떤 부대들은 더 강화되는 수가 있는거지.

이런 구조적인 점은 사실 총기난사사건이후로 간부들이 눈에 불키고 조져버리기 때문에 사실상 좀 희미해졌다고 봐야하고

문제는 해병대 특유의 배타성과 폐쇄성에서 기인한 개인적인 구타 및 가혹행위가 해병대 부조리에서 핵심을 차지 한다고 본다

솔직히 타군도 구타/가혹행위는 종종 보고되지만

유독 해병대가 더심하고,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해병뽕'을 거하게 들이켜서

타인의 고통과 감정을 이해할려고 하지도 않거니와, 고통과 감정을 느낀다는걸 나약하다고 받아들이는 풍조가 있기 때문에 타군보다 더심하지 않나 싶음

사실 나도 훈련단 뿐만 아니라 자대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소리가 이거임

'해병이 ~하게 되어있나?'

추위에 떨면 해병이 춥게되어있나, 힘들어하는 기색 보이면 해병이 힘들게 되어있나, 해병이 숨헐떡 거리게 되어있나... 등등

나도 '해병뽕' 이라는게 아직도 뭐라고 딱 정의하진 못하지만 순수한 마초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병 때 힘들었던 점중 하나가 훈련이나 구보할 때 숨을 조금이라도 헐떡거리거나, 힘든 기색 보이면 바로 선임한테 불려가서 욕먹는게 힘들었음.

뭐 그렇다고 내가 징징 대는것도 아니고 잠깐 숨을 거칠게 내쉬거나, 햇볓이 따가워서 손으로 햇빛을 가리는 행동등

이런거하면 뒤에서 보고있던 선임이 매의눈으로 보고 있다가 불려가서 해병 새끼가 어디서 힘든티를 내나 하면서 혼을내고 그랬던 기억이있음

이런 문화와 풍조가 해병대 전반에 깔려있긴함

해병대는 무슨 고통과 고난도 겪어내는 무적이여야하고, 절대로 약한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는다... 뭐 이런걸 지나치게 숭상하게되면 이제 '오도해병'이 되는거지.

아무튼 이게 긍정적으로 발현되면 상관없는데, 모든 내무생활 전반에 하나하나 스며들면 이제 문제가되는거임.

훈련할때 저런 마인드로 하는거야 당연하지만, 내무생활중에도 저런 마인드를 가지면서 유독 후임들을 못살게 구는 해병들이 생기게됨

'해병이니까 이정도 가혹행위 부조리는 견뎌야지~' 하면서 후임들을 진짜 못살게 구는거 말하는거임.

물론 해병대도 사실 의외로 평범한 사람들이 오는 만큼 저렇게 인성자체가 비틀어진 사람들은 많지가 않음

실제로도 내 군생활 때 몇명있긴 했는데 많지는 않았고, 이런 애들은 근데 겉으로만 그냥 예예 해주지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타입이였음.

이렇게 약자멸시, 고통과 감정따윈 개나줘야한다 라는 마초성과 더불어, 해병대 악습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또다른 근본사상은

'선임은 신이다' 사상임.

쉽게말해 해병대 선임은 똥을싸도 작전이고, 절대로 실수따윈 하지않고 무엇이든 할수있다라는 사상이지.

해병대 특유의 기수문화를 생각해보면 알수 있음.

해병대 선임은 내 경험상 거의 대통령이나 군사령관보다 더 까다로운 존재라고 교육 받았었음.

이사람들은 실수를 해도 작전인거고, 이사람들은 너한테 무슨 말이든, 무슨 명령이든 할수있는 절대적 존재로 말이지.

그래서 선임이 시키면 진짜 바로 주저없이 해야했음. 선임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하면 "필승 창문에서 뛰어내리겠습니다" 하고 달려가는 시늉 이라도 해야함

물론, 대부분 "야 ㅋㅋㅋ 됐따~ 됐따~ 알았다~"하면서 장난치는거지만,

내가거기서 머뭇거리거나 병신같이 잘못들었습니다? 하는순간 나는 기열찐빠 고문관 해병으로 낙인찍히게된다 진짜로

물론, 선임이 신이라고해서 해병대에서 모든 상병장들이 나쁜짓 하는게 아님.

아까도 말했다시피, 저기 어차피 20대 초반에 고만고만한 평범한 또래들이 와서 군생활하는 곳임.

애초에 해병대에서 가혹행위,구타행위 하는 애들은 높은확률로 사회에서도 꼴통이거나 평판이 안좋은 놈일 확률이 높아.

요약 하면 이 두가지 사상들의 콤보와, 진짜로 인성이 비뚤어진 놈이 해병대 선임을 하게되는 경우

후임에게 가해지는 각종 악습과 가혹행위는 아마 타군을 뛰어넘을수있을거임

- 지금 해병은 부조리를 얼마나 겪었을까

이건 아직 나도 나오지 않았지만, 난 얘가 부조리를 강하게 겪든 안겪든

해병대의 특유의 구조적 문제와 사상이 근본부터 고쳐지지 않는이상 아마 해병대 부조리와 악습은 알음알음 살아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고통받을수 있는거 충분히 가능함.

해병대는 임전무퇴다, 무적이다 이런거 좋아. 훈련받을때, 또는 실제로 유사시에 전쟁을 해야하는 군인으로써 마땅히 가져야할 마음가짐이지만

근데 그렇다고 평범한 내무생활이나, 인간적으로는 잔인하게 대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평범하고 멀쩡한 인간이라면 내가 선임 되더라도 나랑 비슷한 또래 + 같은 인간으로써 모질게 대하거나 잔인하게 대하고 싶지는않음

그냥 너나나나 무사히 전역하자 라는 생각만 들지.

아무튼 후임 해병 그냥 무사히 돌아왔으면좋겠다. 딴건 몰라도 부모님은 내 부모님처럼 너가 해병대 들어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슬퍼하실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