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오리진스 스위치 - sonig olijinseu seuwichi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세가는 Xbox 360과 PS3로 클래식 소닉 시리즈를 차례로 발매한 바 있는데, 특이한 점이라면 이 타이틀들의 리더보드는 지금까지 몇 명의 ID가 랭킹에 등록되었는지를 하단에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우리들은 한 스테이지라도 클리어한 유저가 과연 몇 명이나 되는지를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백만명에 가까운 인원이 기종별로 등록되어 있던 '소닉 더 헤지혹 2'를 필두로, 아무리 낮아도 기종별로 수십만 개의 ID가 등록된 기록을 직접 목격한 바 있으니, 여전히 레트로 소닉의 잠재고객이 수백만명 이상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된 시점에서 언젠가 클래식 소닉이 다시 등장하리라 예상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현재는 모두 판매가 종료되었지만, 이 리뷰를 적고 있는 6월 18일 기준, Xbox 360으로 출시되었던 클래식 소닉 시리즈를 이번 주에도 4천명 이상이 즐긴 것을 주간 경쟁 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최신 클래식 소닉 시리즈의 합본 타이틀인 '소닉 오리진스'의 정보를 처음 접할 당시에는 지금까지 클래식 소닉 시리즈에 관련된 모든 요소가 다 들어간 컴필레이션 타이틀인 줄 알았지만, 의외로 "넣을 것은 넣고 뺄 것은 뺀" 모습이다. 예를 들면, 클래식 소닉 시리즈들의 특징이었던 언제든지 지금 상황을 저장할 수 있는 실시간 세이브 기능은 사라졌다. 따라서 카오스 에메랄드를 모으기 위해 실패 후 빠른 재도전을 목적으로 항상 보너스 스테이지 진행 상황을 구간 단위로 세이브 했던 꼼수가 더 이상 통하지 않아 슬프기도 하지만, 이같이 게임플레이 경험을 다소 강제한 것은 이번 타이틀의 기획 의도가 새롭게 소닉의 팬이 되는 사람들에게 클래식 소닉 시리즈를 선보이는 것도 크기에, 온전한 게임 경험을 위해 다소 제한을 둘 필요가 있는 만큼 변화의 명분 자체는 확실해 보였다. 이제 카오스 에메랄드 입수는 과거처럼 스페셜 스테이지에 진입 후 한 번에 잘해야 한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소닉 오리진스는 에뮬레이터 기반으로 실행되지 않고 완전히 처음부터 새롭게 제작한 디지털 리마스터링 타이틀이기 때문에, 클래식 모드를 플레이하는 순간 과거 스마트폰으로 이식된 레트로 엔진 기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프레임 레이트가 60프레임으로 높아지고 그래픽이 다듬어졌으며, 초대 타이틀부터 스핀 대시가 가능하거나, 슈퍼 소닉 변신이 점프 중 다시 버튼을 입력해야 진행되고 숨겨진 스테이지가 존재하는 등, 원작과 일부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기본적으로 기능의 On/Off 옵션이 없고, 공식 설명에서도 클래식 모드는 오리지널과 똑같은 화면&룰로 즐길 수 있다고 말했을 뿐, 게임 플레이 경험까지 완전히 같다고 말하지 않았다는 점을 기억하면, 이 같은 결정은 원작의 경험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전달하기보다, 10년 전 스마트폰 버전의 제작 의도처럼 기본적으로 클래식 경험을 세련되게 남기고자 하는 바람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게임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었기에 구성도 원하는 대로 고칠 수 있었던 만큼, 소닉 오리진스는 원작을 그대로 수록한 클래식 모드 외에 다양한 즐길 거리를 준비했다. 그중 하나인 '애니버서리 모드'는 16:9 화면 비율로 뿌려지는 박력 넘치는 화면이 특징이며, 기본적인 구성은 클래식 모드와 동일하나 비율이 동일한 상태에서 넓어지도록 설계되었고, 소닉 매니아에 추가되었던 드롭 대시도 가능하여 전체적인 체감 난이도가 클래식 모드에 비해 전체적으로 낮아졌다. (특히 메탈 소닉과의 대결은 드롭 대시로 인해 난이도가 현저하게 떨어졌다) 심지어 타임 오버와 컨티뉴 없이 무한으로 재도전할 수 있는 구성에, 카오스 에메랄드를 획득할 수 있는 스페셜 스테이지는 실패하면 보유한 코인으로 재도전할 수 있어, 처음 클래식 시리즈를 즐기는 사람에게 강력히 추천하는 모드이다.

스토리 모드는 애니버서리 모드 사양으로 소닉을 조작해 모든 시리즈를 한 번에 연대순으로 즐기는 구조로(초대 소닉이 끝나면 바로 소닉 CD가 이어서 시작되는 식), 각 타이틀은 모두 타이틀 시작과 끝에 스토리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짧은 애니메이션을 넣어 클래식 시리즈의 전체 이야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개별 타이틀에서도 재생된다). 더해 모든 영상이 음성이 없도록 구성되어 있어, 아직 글자를 읽기 어려운 어린아이들이 게임을 이해하는 데 무리가 없도록 제작된 점도 긍정적이다.

'보스 러시' 및 좌우가 반전된 '미러링 모드(각 타이틀 클리어 후 타이틀마다 개별 해방)'도 분명 즐거웠지만, 이미 클래식 소닉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이 플레이한 나는 '미션 모드'에서 가장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타이틀별로 준비된 15개의 미션은 5단계 난이도로 분류되어 있는데, 5단계 이상은 다소 높은 수준의 컨트롤을 요구했던 만큼, 모든 미션에 S급을 획득하기 위한 과정이 본편 이상으로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소닉 오리진스 스위치 - sonig olijinseu seuwichi
클래식 모드의 화면 비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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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버서리 모드의 화면 비율. 코인은 끝 세자리만 표시되지만 실제는 모두 기록되고 있다. (화면의 실제 획득 코인은 1,019개 상태)

컴필레이션 타이틀에서 기대할 수 있는 풍부한 시청각 콘텐츠들도 만족스럽다. '뮤지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콘텐츠의 전체적인 구성은, “대략 이렇게 되었습니다."라고 소개받는 것 같이 하이라이트 위주로 정리되어 있는데, 클래식 시리즈를 다루면서도 낡은 느낌이 없도록 저화질 자료가 단 한 개도 없는 점이 인상적이다. 저화질 자료를 완전히 넣지 않겠다는 방향 때문이었는지 과거 세가의 컬렉션 소프트들에 수록된 관련자들의 인터뷰나 개발 당시 회고 내용 등은 사라졌지만, 기획 의도에 어울리도록 팬들이 꾸준히 원했던 설정 자료들과 최초로 공개되는 내부 자료가 많은 점이 타이틀의 가치를 높인다.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일본/북미/유럽 버전의 출시 당시 매뉴얼도 시리즈별로 모두 고화질로 수록되어 있는데, 그래서인지 적들의 정보 등 매뉴얼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별도로 소개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더해 소닉 오리진스는 이 과정에서 사소한 우려를 낳았는데, 이 내용은 번역을 이야기할 때 설명하겠다.

뮤지엄의 콘텐츠 중 일부는 프리미엄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게임에서 획득한 코인을 통해 하나씩 해방하는 구성이며(25개의 음악, 104개의 일러스트 및 설정자료, 19개의 동영상), 콘텐츠마다 5개의 코인이 필요하지만, 소닉 오리진스는 다양한 미션의 클리어 보상으로 코인을 지급하고, 클리어한 미션을 반복해도 꾸준히 보상으로 코인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콘텐츠 전체 해방에 필요한 740개의 코인을 획득하기 위해 초대 소닉의 '에너미에게도 다정하게' 미션을 20분간 즐겼는데, 적과 부딪치지 않고 9~10초 만에 골인하면 10코인을 얻을 수 있으면서 난이도도 어렵지 않아, 20분 뒤 모든 컬렉션을 해방에 필요한 코인을 얻을 수 있었다. 소닉 30주년을 기념하여 작년에 진행된 심포니 영상 클립 등, 해방되는 콘텐츠의 질이 높은 만큼,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해방 요소를 싫어하는 사람도 도전해볼 만한 동기부여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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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10개를 얻는 데 걸리는 시간은 9초. 15분만 코인 수집에 투자해도 코인을 사용하는 프리미엄 컬렉션을 모두 개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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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컬렉션의 악곡은 과거 발표된 어레인지 곡을 중심으로 선별되었다

나는 카오스 에메랄드 수집에 중점을 둔 스토리 모드를 7시간에 걸쳐 마친 뒤 본격적인 온라인 기록 경신에 뛰어들면서, 드디어 30년 만에 타임 어택을 기반으로 공식 랭킹 집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타임 어택 자체는 이미 리마스터 버전에서 한차례 도입된 바 있지만, 그때 보여주었던 간단한 순위 표시가 아니라 개별 기록을 소수점 둘째 자리까지 표시한다- 지금까지 클래식 시리즈의 랭킹은 항상 클리어 시간을 기반으로 링과 연속 공격 점수까지 합산된 최종 스코어 순위를 집계하고 있었는데, 이 같은 방식은 오직 속도만 경쟁하는 타임 어택 경쟁 방식이 확립된 지가 오래된 커뮤니티의 흐름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었다. 더해 지금까지의 경쟁은 시작부터 엔딩까지 질주해야 하는 꽤 하드한 구성으로 진행해야 했는데, 소닉 오리진스의 경쟁은 오직 도착 시간만 따지도록, 그것도 스테이지별로 세분화하여 경쟁할 수 있어, 부담 없이 짧고 굵게 도전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30년 만에 소닉 팀이 스스로 설계한 경쟁 방식을 버리고 커뮤니티가 즐기는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은, 소닉 시리즈에서 엔드 콘텐츠나 다름없는 이 타임 어택 경쟁이 사실상 소닉의 본질이라고 소비자들이 생각하는 것을 개발팀이 교감했다는 신호다. 이제 순위를 위해 달리다 멈춰 링을 최대한 획득하고 적을 연속으로 공격해 보너스 점수를 획득하기 위한 고민은 끝났으며,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클리어 시간을 단축하는 것뿐이다. 역시 소닉은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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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클래식 시리즈는 최종 스코어 합산으로 랭킹을 정했지만(스크린샷은 '세가 빈티지 컬렉션: 소닉 더 헤지혹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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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랭킹은 무조건 최단 시간 클리어만 노리는 구성이 되었다. 스테이지별로 경쟁을 쪼개 놓은 점도 긍정적인 부분
소닉 오리진스 스위치 - sonig olijinseu seuwichi
랭킹은 지역별로 나누지 않고 깔끔하게 세계 랭킹만 기록된다.

소닉 오리진스는 클래식 소닉 시리즈에 대한 세가의 입장을 현시점에서 다시 정리한 타이틀이며, 30년 넘게 시리즈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클래식의 정체성을 개발팀과 플레이어 모두가 다시 한번 다듬는 여정에 가깝다. 개발팀은 소닉 오리진스를 통해 굳이 공개할 필요가 없었거나 보존하지 않아도 될 요소들을 제거하면서 앞으로도 가져갈 요소들만 남기고, 이후 클래식 소닉 시리즈를 접하게 될 모든 플레이어의 경험을 통일시킴과 동시에 다시 한번 클래식을 만든다면 필요한 요소가 무엇인지를 신중하게 고민한 것처럼 보였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로서는 처음으로 모든 텍스트에 한국어 자막을 지원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도 존재했다. 이번 소닉 오리진스는 모두 일본어 버전으로 표기를 통일시키는 듯 보였는데, 예를 들면 적 중 하나인 스팅거(スティンガー)의 경우, 북미/유럽 버전은 소닉 더 헤지혹 2의 매뉴얼부터 명칭을 "Buzzer"로 표기해왔지만, 이번에는 영어/유럽 국가 대응 언어들의 표기가 모두 일본 버전과 같이 "Stinger"로 통일되었다. 하지만 한국어 자막은 "붕붕봇"이라는 완전히 고유한 명칭으로 표기했다는 점이 다소 의아하다. 모든 적이 고유 명칭으로 바뀐 것도 아니다. 리노봇(リノボット, RhinoBot) 처럼 전 세계의 명칭이 모두 같았던 적들은 한국어 자막도 "리노봇"이라고 동일하게 표기되어 있다. 틀린 번역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일관성 없는 모습은 프렌차이즈의 전체 퀄리티 컨트롤이 아직 완전하지 않다는 감상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결정은 국내보다 서양권에서 더욱 체크할만한 이슈로, 선택권 없이 지역별로 제각각 뿌리내린 요소들을 강제로 통일시키는 방향이 정답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에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90년대 어쩔 수 없이 지역마다 변경했던 요소를 통일할 필요성 자체를 납득 못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IP의 가치를 관리하기 위한 시도로서 샘플로 삼기에 적합한 결과물로 보인다.

그래도 클래식 시리즈를 에뮬레이터 가동 형식으로도 충분히 이식할 수 있던 상황에서 판매 가격 상승을 감안하면서까지 전체적인 리마스터링을 시도했다는 것은, 이 타이틀의 주요 기획 의도에 비추어 볼 때 소닉이라는 지식재산권(IP)의 퀄리티를 세가가 전체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뜻인 만큼, 프렌차이즈의 미래를 위해서 상당히 고무적인 일임은 틀림없다. 내가 애정을 쏟는 요소에 회사가 지속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또 있겠는가. 이 타이틀이 결국 90년대 게임을 다시 출시한 것뿐 아니냐고 말한다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클래식의 경험을 세련되게 하기 위한 개발팀의 정성이 가득 담겨있는 전체적인 모습은 단순 재출시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 커맨드를 입력하면 나타나는 숨겨진 옵션 역시 많은 사람이 즐거워할 요소다.

이 타이틀을 통해 클래식 소닉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 중 일부는 프렌차이즈 특유의 하이 스피드 액션을 쉽게 즐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하겠지만, 플레이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소닉이 달리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적잖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소닉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맵 구조와 적 배치를 암기하는 것이 필요하며, 지금의 소닉을 있게 한 빠른 질주감은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한 이후에야 본격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그리고 이처럼 한번 질주감을 느끼게 되면, 더욱 빠른 기록을 위한 스피드런의 세계에 뛰어들고 싶을 것이다. 지금도 스피드런을 즐기고 있는 수많은 게이머가 이 과정을 거쳤으며, 심지어 소닉 오리진스는 세계 최고의 스피드 러너가 구간별로 누구인지 천하에 알릴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두었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에 관심이 있다면 최고의 선택이자, 팬들에게는 놓치지 말아야 할 타이틀이다.

소닉 오리진스는 클래식 소닉 시리즈에 대한 세가의 입장을 현시점에서 다시 정리한 타이틀이며, 30년 넘게 시리즈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클래식의 정체성을 개발팀과 플레이어 모두가 다시 한번 다듬는 여정에 가깝다. 컴필레이션 타이틀에서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즐길 거리와 풍부한 시청각 콘텐츠들도 만족스럽지만, 드디어 30년 만에 타임 어택을 기반으로 구간별 공식 랭킹 집계가 설계되었다는 점은 커뮤니티와 개발팀이 바라보는 시각이 동일하다는 신호다. 클래식 소닉 시리즈에 관심이 있다면 최고의 선택이자, 팬들에게는 놓치지 말아야 할 타이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