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아스 1권 줄거리 - illiaseu 1gwon julgeoli

‘영웅’이기에 앞서 죽을 수밖에 없는 한 ‘인간’으로,
비극의 한가운데 선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
인간 본성과 궁극의 운명을 노래하는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스』는 트로이의 별칭 ‘일리오스Ilios’에서 유래한 것으로,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일리아스』는 우리에게 트로이 전쟁을 다룬 이야기로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책은 트로이 전쟁을 그 시작부터 차근차근 다루었다기보다, 트로이 전쟁이 막을 내리는 10년째 되는 해에 일어난 약 50여 일간의 사건을 기록한 것이다. 그러나 그간 벌어지는 일들을 통해, 전쟁의 발단과 결말을 모두 알 수 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무엇보다 이 책은 그리스 최고의 영웅 아킬레우스의 지극히 인간적인 분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전장에서는 용맹을 떨치며 신처럼 떠받들어지는 장수이지만, 동료가 주는 모욕에 쉽게 흥분하고 그로 인해 스스로를 비극적인 상황으로 몰고 간다. 그의 가장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정말이지, 자네 가슴속에는 돌로 된 심장이 들어 있는 것이 분명한 모양일세”라고 말한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사납고 냉정하며 고집불통인 면모가 영웅 아킬레우스의 또 다른 모습이다. 따라서 『일리아스』를 ‘분노’의 모티프로서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일리아스』는 바로 이런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해 트로이의 가장 용맹한 장수 헥토르의 장례로 끝이 난다. 그 사이에는 아킬레우스와 헥토르 이외에도 아가멤논, 두 명의 아이아스, 디오메네스, 아이네이아스 등등 수많은 용맹한 장수들의 대결을 비롯해, 올림포스 신들이 개인적인 원한이나 호의로 전쟁에 개입하여 벌어지는 온갖 사건과 감정 들이 생생하고도 흥미진진하게 어우러져 있다. 이러한 모든 등장인물에 대한 문학적이고도 섬세한 묘사를 볼 때, 『일리아스』는 단순히 수천 년 전에 일어난 전쟁에 관한 서사시로만 볼 수는 없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여러 인간 군상들의 전형을 확인할 수 있는 보물창고라 할 만하다.

고전 중의 고전,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양대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그리스 문학을 넘어서 현존하는 최고 최대最古 最大의 서사시로 손꼽히며, 성서와 더불어 서양 문학의 2대 원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두 편의 서사시는 “각각 1만 5,000행과 1만 2,000행 정도의 방대한 분량이지만, 이른바 서사시권epikoskyklos이라는 큰 전체 중에서 ‘트로이아 서사시권’이라는 한 부분의 일부”이다. 이 트로이아 서사시권은 모두 여덟 편의 서사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중 첫번째가 일명 ‘파리스의 심판’부터 그리스군이 트로이에 도착하기까지의 내용을 다루고 있으며, 그 두번째가 바로 이 책 『일리아스』이다.
이렇듯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쓴 것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호메로스는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방 출신으로 기원전 8세기경에 활동했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이 두 서사시가 호메로스의 작품인가에 대해서는 오늘날까지도 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그가 실재한 인물인지, 서사시인 전체를 가리키는 총칭인지, 실재한 인물이라면 두 서사시는 동일한 작가의 작품인지 등 호메로스를 둘러싼 질문들은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끝없는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지은이가 누구든 간에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완전한 예술적 구성으로 보편적 인간의 위엄과 정서를 그려내며, 서구 문학사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늘날 서양 문학 전공자들은 물론이거니와, 청소년을 비롯해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 작품을 권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새로 쓴 『일리아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그리스와 트로이가 전쟁을 벌인 기간 중 10년째 되는 해를 기준으로 약 50일 동안 벌어진 일들을 그린다. 그러나 올림포스의 신들이 아이티오페스인들의 나라에서 열린 잔치에 참석하느라 자리를 비우거나 그리스 진영에 전염병이 돌았을 때, 혹은 아킬레우스가 여러 날에 걸쳐 헥토르의 시신을 모독하고 그 후 헥토르의 장례를 치르느라 전쟁이 중단되었던 날들을 제외하면, 실제로 사건이 벌어진 기간은 며칠로 줄어든다. 이렇듯 짧은 시일 동안 벌어진 일들을 전 24권, 총 1만 5,000여 행에 달하는 방대한 대서사시 형식으로 서술한 것을 보면, 이 작품에 얼마나 많은 인물들과 신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들이 얼마나 복잡하고도 상세하게 서술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반복적이고도 틀에 박힌 서사시 특유의 비유와 구조, 시간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서술 방식 등 전공자가 아닌 일반 독자들이 원전에 접근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이와 같은 특성을 지닌 호메로스의 원작을 오스트리아 작가 아우구스테 레히너가 쉽고 생생한 언어로 평역하여 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레히너는 복잡하고 긴 육각운율로 되어 있는 고대 서사시를 압축해 산문으로 옮겨놓으면서 서사시의 특성인 엄숙하고 정형화된 표현들은 간결하고 생동감 있는 언어로 되살리는 한편, 호메로스 특유의 인간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과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 앞에 서 있는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는 그대로 유지하였다. 따라서 레히너의 『일리아스』는 단순화되고 자의적으로 변형되어 쏟아져 나온 기존의 평역서와 축약본과는 근본적으로 그 성격을 달리한다.
이 외에도 20여 권에 달하는 레히너의 작품들은 원작의 진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오히려 원작보다 더 생생한 감동을 준다는 평가를 받으며 반세기 넘게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욕망과 분노, 슬픔과 고통, 두려움……
올림포스의 신과 인간이 어우러진 대서사시가 펼쳐진다!
『일리아스』는 ‘영웅’이기에 앞서 죽을 수밖에 없는 한 ‘인간’으로 비극의 한가운데 선 트로이 전쟁의 영웅들이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욕망과 분노, 질투, 슬픔과 고통 등은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는 올림포스의 신들에게서도 엿보이지만, 죽음의 운명은 오롯이 인간만의 것이다. 그리하여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음을 의식하고서 삶이라는 전장에 뛰어든다. 옛 사람들은 죽음을 통해 인간의 한계를 발견했다. 그리고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색하는 한편, 죽음을 통해 인간 삶의 본질을 비추어 살펴봤다. 이렇듯 『일리아스』는 영웅이든 아니든 누구라도 결코 피해갈 수 없는 인간의 운명인 ‘죽음’을 전제함으로써 인간 본성과 그 면모를 다각도로 흥미진진하게 파헤친다. 예를 들어 그리스의 가장 용맹한 장수로서 신과 같이 떠받들어지는 아킬레우스가 진정한 영웅이라 불리는 까닭은 그의 용맹함 때문이라기보다 죽음을 미리 알면서도 ‘명예로운 삶’을 선택한 그의 의연한 자세에 있다고 할 것이다.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의 운명과 한계와 더불어 인간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것이 바로 이 책 『일리아스』이다.
『일리아스』는 아킬레우스의 분노에서 시작해, 그가 죽인 헥토르의 아버지이자 적군의 왕 프리아모스와의 눈물겨운 화해로서 끝을 맺는다. 많은 아들들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아들 헥토르를 잃고 애통해해하는 프리아모스 왕이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장본인인 아킬레우스 앞에 무릎을 꿇고 동정심을 구하는 장면과, 그 애통함 앞에서 자신의 늙은 아버지를 떠올리며 비로소 사그라질 줄 모르던 분노를 거두고서 눈물을 쏟아내는 영웅 아킬레우스의 모습은 단연코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아우구스테 레히너는 그녀 특유의 극적인 구성과 생생한 언어로써 고전 중에 고전인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더욱 진한 감동으로 되살려낸다. 이를 통해 진정한 영웅이자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지니고 있는 아킬레우스의 모습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를 깊이 있게 보여주는 한편, ‘진정한 영웅의 면모’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다시금 떠올려보게 만든다. 이것이야말로 고전에서 맛볼 수 있는 진정한 묘미일 것이다.

▪ 『일리아스』의 줄거리
트로이가 포위된 지 10년째 되는 어느 날, 아카이아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은 아카이아를 통틀어 최고의 장수로 일컬어지는 아킬레우스에게 공개적으로 모욕을 가한다. 아킬레우스가 전리품으로 취한 아름다운 여인 브리세이스를 빼앗아간 것. 이에 분노한 아킬레우스는 그가 이끄는 미르미돈인들과 함께 전쟁에서 물러나는 한편, 바다의 요정인 어머니 테티스에게 아카이아군이 전투에서 패배하도록 하여 자신의 명예를 되찾게 해달라고 청한다. 이에 테티스는 신과 인간 모두를 아우르는 최고의 신 제우스에게 청해 아킬레우스의 부탁을 들어준다. 인간들뿐 아니라 올림포스의 많은 신들도 편을 갈라 싸우는 트로이 전쟁에서 아카이아군과 트로이군은 밀고 당기는 전투를 계속해 벌이지만, 트로이에서 가장 용맹한 장수 헥토르의 활약과 제우스의 계획에 따라 아카이아의 함선이 불타는 엄청난 위기에 처하는데…… 그를 보다 못한 아킬레우스의 절친한 친구 파트로클로스는 아킬레우스의 말과 전차, 갑옷과 투구를 빌려 전투에 참가하지만 정해진 운명대로 헥토르에 의해 죽임을 당한다. 아가멤논을 향했던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이제 걷잡을 수 없이 헥토르를 비롯해 트로이군에게 향하고, 복수심에 불탄 아킬레우스는 다시 전장으로 나서 수많은 트로이군들을 살육한다. 마침내 친구를 죽인 헥토르와의 결투에서 승리하지만, 그의 분노는 사그라질 줄 모르고 헥토르의 시신을 모욕하기에 이른다. 결국 신들의 중재로 헥토르의 아버지이자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아킬레우스를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거두게 해달라고 간청하며 무릎을 꿇게 되고, 아킬레우스는 분노를 거두며 적군의 왕과 눈물겨운 화해를 하게 된다. 이윽고 헥토르의 장례가 치러지면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레히너의 『일리아스』에서는 아주 짧게 헥토르의 장례 장면 다음에 아킬레우스가 파리스의 화살에 죽음을 맞는 내용까지를 삽입하였다.

호메로스 지음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를 쓴 호메로스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소아시아의 이오니아 지방 출신으로 기원전 8세기 무렵 활동한 시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그가 실재한 인물인지, 서사시인 전체를 가리키는 총칭인지, 실재한 인물이라면 두 서사시는 동일한 작가의 작품인지 등 호메로스를 둘러싼 질문들은 아직 정확한 답을 찾지 못하고 끝없는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다. 어느 쪽이든 분명한 것은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현존하는 인류 최고 최대의 서사시로, 보편적 인간의 위엄과 정서를 그려내며 서구 문학사 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