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매출액 1천250억 원, 영업이익 79억 원으로 각각 14%, 132% 신장해 투자자들을 깜작 놀라게 했다. 2분기에도 매출액이 6.7% 증가하면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1976년 미국의 퍼모스트 멕킨슨사와 합작이 끝나자 당시 상표였던 '퍼모스트' 대신 새로운 상표가 필요했다"면서 "고심 끝에 우리 회사의 제품을 접한 고객에게 흐뭇한 웃음을, 특히 어린이에게 해맑은 웃음을 선사하기 위해 새 상표로 '빙그레'로 결정했었다"고 설명했다. 빙그레는 단순히 밝은 미소를 표현하는 단어가 아니라 도산 안창호 선생의 민족사상이 담겨 있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도산은 웃음의 종류를 '방그레', '빙그레', '벙그레'로 나눴는데 방그레는 갓난아이의 웃음이고 빙그레는 젊은이, 벙그레는 늙은이의 웃음이라는 것. 도산은 이런 웃음들은 우리 민족이 가져야 할 본연의 웃음이라고 역설했다. 빙그레는 도산의 이런 웃음 철학을 이어받아 기업명으로 채택됐을 뿐 아니라 창립기념일도 10월 9일로 정해 한글 사랑을 되새기고 있다. 오뚜기도 한글 기업명으로 잘 나가는 업체 중 하나다. 오뚜기는 올해 상반기 6천803억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작년 동기 대비 8%의 신장세를 보였다. 맞춤법 표기상 '오뚝이'가 맞지만, 한글 사랑에 대한 의지에 대해서는 높은 평가를 받을 만 하다. 이 회사의 '오뚜기 정신'은 흔히 짐작하듯 '칠전팔기'의 정신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무수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는 뜻이 아니라 절대 넘어지지 않겠다는 '부전상립(不顚常立)'의 정신으로 늘 우뚝 서 있겠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동종 업계에서는 유통시장에서 오뚜기가 강한 조직력을 발휘하는 것도 다분히 사명 덕이 아니겠느냐는 부러움의 시선도 있다. 또 1984년 창업한 풀무원도 가파른 성장 가도를 달리는 순 우리말 기업이다. 올해 상반기 5천378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작년 동기 대비 30.8%나 성장했다. 풀무는 대장간에서 쇠를 뜨겁게 달구기 위해 바람을 넣는 기구를 말한다. 잡철을 녹여 새 철을 만들듯이 오염된 식품에 중독된 인간에게 풀무질을 가해 새로운 사람으로 만든다는 창업자 원경선(95) 원장의 뜻이 담겨 있다. 원래 원 원장의 공동체 농장 이름이었으나 회사명으로 그대로 사용됐다. 「李浩甲기자」 「좋은 이름이 세상을 바꾼다」. 「이름은 최초의 광고다」. 「실력은 프로, 마음은 아마추어」. 이름짓기(네이밍)를 좋아하는 대학생과 같은 동아리 출신 사회초년생들이 모여 만든 네이밍회사 「이름고을」이 내건 슬로건이다. 지난 94년 10월 연세대 국어운동동아리인 「한글물결」회원 2명으로 시작한 이 회사는 지난해 3월 사업자 등록을 마쳤다. 창사 1년만에 연세대 이화여대 서강대 홍익대 등 평균 나이 24세의 대학생 14명을 직원으로 뽑았다. 직원 대부분은 유명 네이밍회사의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거나 각종 이름짓기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이 있는 이 방면의 「프로」. 이들은 이름을 지을 때 우리말을 애용한다. 직책과 부서도 으뜸빛(사장)버금빛(부사장) 엮음맡(편집부장)모람(모이는 사람·회원) 등 순우리말을 쓰고 있다. 이들의 첫 작품은 지난해 7월 15만원을 받고 지어준 「사람들 한의원」. 그후 연세대 기념품 매장 「보람샘」과 카페테리아 「고를샘」, 모출판사의 팬시브랜드 「세네라미」(세모+네모+동그라미), 예맥건축(예술의 맥을 잇는다), 꼬꼬마(실끝에 종이오리를 매어 바람에 날리는 아이들의 장난감을 뜻하는 순우리말)미술학원 등 히트작 20여개를 내놓았다. 지난 8월에는 PC통신 천리안에서 창립2주년 기념으로 회사 제품 카페 사람이름 등 4개 영역의 이름을 무료로 지어주는 행사를 가졌다. 이달에는 최신 이름짓기 기법 및 경향을 알려주는 격월간 소식지 「네이밍 리포트」를 창간할 예정이며 농협제품이나 자치단체 행사명과 지역명을 무료로 지어주는 일도 추진할 계획이다. 으뜸빛 박항기씨(27)는 『우리는 사물에 대한 사랑과 순수한 마음으로 이름짓기에 몰두한다』며 『버스정류장이 「버스나루」가 된다면 좀더 느긋하게 버스를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반문했다.구독
Copyright ⓒ 동아일보 & donga.com 모두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다. 이름만 봤을 때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알기 쉽지 않다. 영어로 된 이름 때문이다. 에스엘은 자동차 부품을 제조사다. KCTC는 도로화물 운송업, SUN&L은 목재 및 생활용품 전문업체다. HL D&I는 한라건설 등 한라그룹 내 건설 토목 기업의 새 이름이다. ◇영어 위주의 상장사 이름=국내 증시에 상장된 기업 대부분은 이렇듯 영어를 발음대로 적거나 아예 영어를 쓰고 있다. 아니면 삼성전자와 같이 한글과 한자 조립형이거나 순한자로 된 이름을 쓴다. 영어 이름 기업은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영어를 쓰면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이란 것이 주된 이유다. 그래도 코스피 상장 종목 935개 중 순 우리말로 된 기업도 있다. 빙그레(005180) 재무분석 차트영역상세보기가 주인공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유일의 순한글 이름을 쓰는 기업은 빙그레와 오뚜기, 한샘, 깨끗한나라 정도다. 그런데 오뚜기는 오뚝이를 발음 나는 대로 적은 것이다. 한샘은 마르지 않는 큰 샘이라는 뜻이라지만 국립국어원 표준어 국어대사전에 나오지 않는 단어다. 깨끗한나라 역시 한글을 조합했다. 사실상 국어 사전에 나오는 순 우리말은 빙그레뿐인 셈이다.빙그레는 부사로 입을 약간 벌리고 소리 없이 부드럽게 웃는 모양을 뜻한다. 빙그레는 지난 1978년 상장해 올해로 상장 45년 차다. 코스피 시총 순위로는 370위(6일 종가 기준)다. 빙과류 업계 1위 기업이다. 유통기업이지만 메로나, 바나나맛우유, 붕어싸만코, 빵또아, 따옴, 꽃게랑 등 제품명에도 한글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다. viewer◇빙그레 주가 52주 신저가 인근=최근 주가는 회사 이름과는 다른 모습이다. 7일 종가 기준으로는 3만9200원으로 52주 신저가(3만8450원) 인근에서 머물고 있다. 연초 5만원 중반대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하락했다. 식음료주가 경기 방어주라지만 주가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빙그레의 실적은 최근 들어 개선되고 있는 편이다. 올해 반기 보고서를 보면 매출액은 6201억 원으로 전년대비 11%, 영업익은 15.8% 증가했다. 하지만 기타영업외비용, 금융비용, 법인세 등이 급증하면서 당기순익은 153억 원으로 8.7% 감소했다. 다만 빙그레가 3월과 8월 탈지분유, 설탕, 생크림 등 전반적인 원재료 가격 인상 여파로 아이스크림 가격을 20% 가까이 올린 것을 고려했을 때는 매출이나 영업익이 크게 개선되지는 못하고 있다. 그나마 주주들은 올해는 흑자가 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 희망을 걸고 있다. 빙그레는 공정위로부터 아이스크림 가격 거래조건 담합 혐의로 부과 받은 388억 원을 지난해 재무제표에 잡손실로 반영, 193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올해는 일회성 비용 지출이 없는 만큼 현재 상황이라면 흑자 전환 가능할 것이란 분석이다. 인수 한 해태아이스크림㈜의 실적도 개선세다. 빙그레는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 지분 100%를 1325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이후 해태아이스크림의 올해 반기 매출액은 806억 원으로 전년대비 반 토막 났지만 35억 원의 이익을 기록, 흑자 전환했다. 지난해에는 21억 원의 손실을 본 바 있다. viewer빙그레의 최근 6개월 주가차트 추이◇배당성향 확대 이어갈 수 있을까=꾸준한 배당도 계속 이어갈지도 관심이다. 빙그레의 현금배당성향은 2019년 31.2%, 2020년 40.6% 달했다. 지난해에는 106억 원의 순손실에도 주당 1400원(총 123억 원)의 배당을 했다. 유동자산 3000억 원 수준으로 안정적이라고 하지만 적자에도 배당을 한 것에 대해서는 의아하다는 지적도 있다. 형제 기업인 한화가 승계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달리 아직 빙그레는 김호연 회장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지분구조 역시 김호연(36.75%), 김구재단(2.03%) 등이다. 김 회장은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로 김구재단을 설립, 추모 사업 등을 하고 있다. 김 회장 아들인 김동환 상무는 2021년 상무로 승진한 바 있다. 다만 등기임원에는 오르지 않았고 지분 보유 내역도 공개된 바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갈 수 있다면 승계를 비롯해 다양한 요소로 인해 배당을 계속 늘릴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내용순 우리말로 회사이름 하나 짓고 싶은데 실력이 딸려서요 좋은 이름 추천해주시면 감사와 함께 대접도 할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