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IT 취업 현실 - haeoe IT chwieob hyeonsil

또 섹스앤더시티 이야기가 나와서 좀 민망하긴 하지만,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나의 해외취업 / 해외생활에 대한 로망은 미드 섹스앤더시티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나에게 해외취업이란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는 장면들처럼 고층빌딩들이 멋진 스카이라인을 그려내는 도심 속에, 멋지게 수트를 차려입고 분주하게 거리를 오가는 직장인들 사이에 내가 서있는 모습이었다.

섹스앤더시티와 같은 모습을 꿈꾸면서 왜 일하고 싶은 도시는 뉴욕이 아니라 상하이였는지, 그 아이러니함은 나도 나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나는유독 상하이가 좋았다. 구태여 이유를 찾자면 아마도 내가 어렸을 때 그 옛 시절의 8-90년대의 모습과 미래도시 모습이 공존하고 있는 그 반전 매력이 좋았던 것 같다. 이제는 상하이에서 한국의 8-90년대 모습을 찾기는 힘들어졌지만...

아무튼, 그렇게 나름의 환상과 부푼 꿈을 가지고 상하이에 도착한 첫 날, 나의 핑크빛 로망은 아주 야무지게 산산조각 나버렸다. 출근 첫 날, 호텔에서 사무실까지는 걸어서 대략 10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었지만, 호텔 문을 나오자마자 중국인들의 출근 인파에 압도되어 두려움이 몰려왔기 때문이다. 종종 여행을 하고, 평소 참 좋아했던 도시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마주해서 그런지 갑자기 모든것이 납설고 무섭게 느껴졌다. 내가 상상했던 첫 출근길은, '섹스 앤더 시티'처럼 화려하고 멋진 도심 속을 하이힐을 신고 당차게 걸어가는 모습이었건만, 현실은 혹여 소매치기를 당할까봐 숄더백을 복대처럼 배 앞에 매고 몇 초에 한 번씩 지갑이 잘 있나 확인하고 있는 우스운 모양새였다.

물론 내가 해외취업으로 처음 선택한 도시가 상하이여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 취업을 하고 해외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로망과 현실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싶다.

어느덧 벌써 해외 생활 8년차가 되어, 해외 생활 초창기 겪었던 로망과 현실사이의 괴리감을 몇 개 나열해 보자면,

1. 나만의 아파트를, 나만의 스타일로, TV 속 드라마에 나오는 여주인공 집처럼 아기자기하고 감각돋게 집을 꾸민다.

일단 사회초년생의 쥐꼬리 월급으로 내가 원하는 조건에 맞는 집을 구하기가 힘들다.

어찌어찌 열심히 발품을 팔아 집을 구하고, 생전 처음 집계약이라는 큰 결정을 부모님없이 하고(이 과정에서 이미 burn out 됨), 조금 기분이 좋아져 이케아에 간다. 집을 예쁘게 꾸밀 상상으로 이것저것 물건을 담는다. 그렇게 물건을 계산하고 나면 그것을 옮겨줄 '아빠'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택시를 잡고 힘겹게 물건을 들고 집에 도착했는데 집에 '드라이버'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물건을 조립해 줄 '아빠'가 없다는 것을 또 깨닫는다.

결론 - 이케아 가구 조립, 사람 은근히 열받게 한다. 아빠가 무지 보고싶어진다.

2. 주말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는 큰 창틀(흰색이여야함)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책을 읽으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로망대로 햇살이 내리는 큰 창이 있는 아파트를 계약했는데, 그런 햇살 가득한 집에 바퀴벌레가 나오리라 상상도 하지 못했다. 바퀴벌레가 이 집 주인인지, 내가 이 집 주인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주말이 되면 멸살시키지 못한 바퀴벌레 때문에 집 밖으로 '반강제' 외출을 한다. 또 한 번은 창문을 열어놓고 있다 엄청나게 큰 매미가 집에 들어와 '냄비'안에 매미를 겨우 포섭시킨 후, 냄비를 채로 창 밖에 던졌다.

결론 - 창 밖으로 냄비 던질 때 거리에 아무도 없었기를...

3. 퇴근 후에는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칵테일 한 잔 하며, 화려한 파티 라이프를 즐긴다.

해외취업 후 한두달은(한 일년까지도...) 처음 만나는 완전한 자유와 나이트 라이프에 신이 난다. 집에 늦게 들어온다고 잔소리 할 엄마아빠도 없고, 너무 너무 좋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찾아오고 통장은 텅장이 된다. 함께 놀던 외국인 친구들이 하나 둘 씩 자기 고향으로 돌아가는 것을 보면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는다. 3개월이 멀다하고 찾아오는 향수병에 잠을 자다가 엄마아빠가 거실에서 이야기하는 환청을 듣고 깨기도 한다.

결론 - 엄마아빠 사랑해요.

4. 회사 미팅 때, 완전 멋진 커리어우먼룩을 장착하고(하이웨이스트 치마를 입어야 함) 외국인 동료들 앞에서 멋지게 프리젠테이션을 한다.

현실은 컴퓨터 키보드 자판을 보지 않고 영어를 빨리 칠 수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뿌듯해 하는 사회초년생 미생일 뿐이다. 어느정도 영어가 늘고 업무가 익숙해지면 영어가 모국어인 동료들이 별 알맹이 없는 프리젠테이션을 '말발'로 커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되는 짬밥이 생기기도 한다.

결론 - 나도 한국어로 하면 말발로 기깔나게 프리젠테이션 할 수 있을텐데, 흥!

5. 영어/외국어를 자유자제로 구사한다.

나의 뇌는 어찌된 일인지 하나 이상의 언어가 들어오지 못하는 것 같다. 남들은 외국에 살면서 5개 국어를 자유자제로 하고 그런다는데, 나는 새로운 언어가 들어옴과 동시에 다른 언어 능력을 잃어버리는 묘한 능력을 갖고 있다. 또 그렇다고 새로 들어온 언어(영어)가 폭발적으로 늘어 원어민처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결론 - 외국어 실력이 야무지고 고르게 하향 평준화 되는 기묘한 현상, 심지어 한국어도.

6. 완전 쿨하고 존경할 것 투성이인 멋진 직장 동료, 상사와 함께 일하면서 워라벨 라이프를 산다.

사람 사는 곳 다 똑같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고, 직장에도 좋은 사람도 있고 지랄맞은 사람도 있다. 외국인이라고 서양인이라고 다를 것 하나 없다. 서양인들은 '보이지 않는 선(나만 안보이는 걸 수도)'을 두고 그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사내 정치를 해서, 오히려 '부장님, 오늘 넥타이 센스넘치고 멋져요~~'라고 대놓고 입에 발린 소리 할 수 있는 한국 스타일이 나는 더 좋다.

결론 - 서양인도 외국 회사도 사람사는 곳 다 똑같다.

7. 나이가 들어도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 멋진 몸매, 깨끗한 피부를 자랑하는 최고동안 골드미스가 된다.

피부과 관리, 시술은 한국이 최고다.

한국에서 오만원이면 할 수 있는 시술을 외국에서 30만원 주고 하자니 영 사기 당한 기분이 들어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다.

결론 - 덕분에 돈을 꽤 저축할 수 있다. 땡큐...

8. 남 눈치 보지 않으며 나만의 인생을 멋지게 산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나와 같은 그룹의 사람(한국인 싱글 직장인 여성)이 주변에 없으니 '나이가 이쯤 되면 승진을 해야하고, 이쯤 되면 월급을 어느정도 받아야 되고, 이쯤 되면 돈을 얼마를 모아야 하고, 이쯤 되면 결혼을 해야하고, 이쯤 되면 차를 사야하고, 이쯤 되면 집을 사야하는', '이쯤 되면'의 기준이 모호해져 참 좋다. 어쩌면 이것 때문에 해외생활의 모든 단점들이 커버 될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그동안 알고 왔던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외지인 - 앨리스가 되어, 그 나라 사람들 문화와 상식을 이해하며 살아가는 것 역시 쉽지는 않다.

결론 - 그래도 난 다시 태어나도 지금 이 삶을 선택할 것 같다.

로망과 달라도 한 참 다르지만, 힘든 날도 많았지만, 그래도 잃은 것보다 새롭게 얻은 행복이 더 크기 때문에...

업플라이 구독자님들은 대학 (또는 대학원) 전공이 얼마나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채용 공고의 자격 요건에 있는 학위가 정말 채용의 결정적인 요소라고 생각하시나요?

물론 아카데믹 분야나 특정 직업군에서는 이러한 학위가 반드시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과반수의 화이트컬러 직업의 경우 특정 분야의 전공 학위가 필수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단지 전공 학위 때문에 채용이 무산되거나 결정된 케이스도 전체 잡 마켓을 봤을 때 미미하기 때문이죠. (참고: 해외취업하려면 대학원 정말 가야할까?)

이러한 경향은 보통 오피스 잡 뿐만이 아니라, 이제는 전문직으로 분류되는 직종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어요.

오프라인 사설기관 뿐만 아니라 다양한 MOOC 프로그램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대학에서 공부하지 않은 사람들도 다양한 소스를 통해 전문 지식을 쌓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죠.

오늘은 이런 루트를 통해 경력을 전환해서 해외로 진출하신 분의 곽민수님 (작가명 '마르코 (Marco)')의 이야기를 공유할게요.

민수님은 한국에서 역사학과를 졸업한 후 해외 영업 쪽에서 일하다가, 6개월 간의 전문 수료과정을 마치고 개발자로 경력을 전환하셨어요.

한국 - 상하이 - 발리 - 싱가포르에서 계약직, 정규직, 프리랜서 등 다양한 고용 형태를 통해 개발자 (Software Developer)로서의 경력을 다져오신 곽민수님과의 인터뷰는 꼭 IT 업계를 생각하는 분이 아니더라도 커리어 전환을 생각해보신 분들이라면 앞으로 계획을 생각하시는데 영감을 얻으실 수 있을거에요.

▶ Marco (Minsoo)'s LinkedIn | Yeonsil's Linked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