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학점제 반대 근거 - gogyohagjeomje bandae geungeo

역대 정부마다 새롭게 내세운 교육정책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노무현 정부(참여정부)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과 '수능등급제', 이명박 정부는 '자사고'와 '마이스터고', 박근혜 정부는 '자유학기제'와 '국정교과서' 등이 떠오르는데요. 문재인 정부가 새롭게 내놓은 대표적 교육정책은 '고교학점제'일 것입니다.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반대 현장 교사 선언 기자회견에서 교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총도, 전교조도 '고교학점제 반대' 

그런데 고교학점제에 대한 학교 교사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습니다. 보수 성향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이 지난 2일 발표한 고교 교사 2206명 대상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72.3%가 고교학점제에 반대한다고 답했습니다. 가장 큰 반대 이유는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와 여건 미흡'(38.5%)이었습니다.

진보 성향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고교학점제 시범운영의 문제점이 속출하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전교조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재검토 및 문제점 개선 필요'가 65.8%, '반대'가 26.9%로 교사 92.7%가 "이대로는 안된다"고 보고 있었습니다.

일반 시민, 학부모도 외면

고교학점제는 일반 시민이나 학부모의 지지도 별로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학부모 등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 교육정책 중 가장 중점을 둬야 할 정책을 꼽는 설문에서 고교학점제는 겨우 1.8%만 선택해 10개 교육정책 중 꼴찌였습니다.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7월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 의견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고교학점제 도입에 대한 찬반 설문에서는 39.5%가 찬성을 했지만 '보통'이 44.6%, '반대'가 15.8%로 나타나 대부분 시민의 관심이 낮았습니다. 개발원은 "보통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볼때 고교학점제 정책에 대한 인식과 이해도가 높지 않다"고 분석했습니다.

고교학점제는 고등학교도 대학처럼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이수하는 제도입니다. 획일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 개인의 진로와 흥미에 따라 수업을 선택할 수 있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 동안의 고등학교 교육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는 커다란 변화입니다.

입시 개편없는 학점제…성공할까 

문제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만한 준비가 함께 이뤄지고 있느냐는 점입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려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대학 입시 제도도 그에 맞게 바뀌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 수능에 유리한 과목, 입시에 유리한 과목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전교조가 고교학점제를 도입하려면 "수능을 폐지하거나 자격고사화해야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를 막을 수 있다"고 하는 이유입니다.

또 자유롭게 과목을 고르려면 그만큼 다양한 과목이 개설돼야 하고, 다양한 교사가 필요합니다. 교사 자격증이 존재하지 않는 다양한 과목 교사를 뽑을 방법이 없으니 교육부는 일시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무자격 교사로 채용하는 방법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제도가 안착하려면 이런 미봉책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2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교육부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꿀지, 교사 양성을 어떻게 할지는 해결하기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과제에 대한 대책없이 고교학점제 도입 시점부터 정해놨습니다. 현재 초등 6학년이 고교에 들어가는 2025년부터 학점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겁니다.

교사들의 반발이 커지자 교육부는 뒤늦게 지난 5일 교원단체들을 모아 학점제 안착 방안 협의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교원단체 달래기를 한다고 해도 이 제도가 성공할지는 의문입니다.

과거 정부의 대표적 교육정책 중에는 1~2년만에 폐기된 것이 적지 않습니다. 단 1년만에 사라진 '수능등급제', 제대로 시작도 못한 '국정교과서' 같은 것입니다. 교육계에서는 고교학점제가 이들 정책과 같은 길을 걷게 될거라는 우려가 큽니다.

고교학점제가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될 예정입니다. 지난 8월 28일 정부가 고교학점제에 대한 발표를 했는데요. 현 고등학생들 뿐만 아니라 예비 고등학생들, 학부모님들까지 관심도 많고 궁금한 것이 많을 것 같습니다. 고교학점제가 어떤 제도인지, 언제부터 어떻게 도입되는지에 대해 알아보고 고교학점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까지 정리해보았습니다.

고교학점제란?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들이 직접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이수 기준에 맞는 과목을 듣고 학점을 취득하는 제도입니다. 총 192학점을 들으면 졸업하는 방식인데요, 대학교의 학점 제도와 유사한 방식입니다. 그런데 대학의 학점제와 다른 점은, 진학을 희망하는 학과에 관한 과목만 들을 수는 없고, 공통과목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고교학점제 필수 과목과 평가 방법

• 공통과목
  • 국어, 수학, 영어, 한국사, 통합사회, 통합과학, 과학탐구실험
  • 상대평가 (1~9등급으로 평가)

• 선택과목
  • 실용 수학, 여행지리, 스포츠 생활, 영미 문학 읽기, 고전 읽기 등 매우 다양
  • 성취평가 (A~E 등급으로 절대 평가이므로 학생 수가 적어도 부담이 적음)
  • 학업 성취 40% 필수 도달해야 이수 가능(2023년부터 단계적 적용)

여기에 창의적 체험활동(진로 탐구, 동아리, 자치활동 등)도 학점에 포함이 됩니다. 공통과목, 선택과목, 창의적 체험활동을 골고루 듣고 학점을 따야 졸업이 가능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서울특별시교육청교육연구정보원 > 교육과정, 진로, 진학 > 교육과정 편성, 운영지원 게시판에서 선택과목에 대한 pdf, 한글문서와 엑셀 파일을 내려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특히 여기서 제공하는 엑셀 파일을 꼭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희망하는 계열, 학과 정보, 일반교과 정보, 전문교과 정보를 알기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파일은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 있으니 매크로 활용에 동의해야 확인할 수 있어요.

대입 수학능력 시험 평가 방법

그렇다면 고교학점제가 도입되었을 때 수능은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요? 교육부에 따르면 수시나 정시 같은 대입제도는 2028년부터 새롭게 개편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 전까지는 현재 대입 제도가 유지된다고 합니다. 개편될 대입제도는 2024년에 발표된다고 합니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달라지는 것은?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면 학생들마다 각자 시간표가 다르기 때문에, 수업을 들을 때 한 교실에 있는 것이 아니라 대학교처럼 교실을 옮겨다니면서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반의 개념은 사라지게 됩니다. 공통 수업만 같은 반 친구들과 듣고, 선택수업은 해당 수업을 신청한 학생들끼리 듣게 되는데요. 대학에도 학과가 있긴 하지만 수업은 각자 듣는 것처럼 말이죠. 담임 선생님의 역할도 현재의 학급 관리의 역할보다는 진로 상담과 수강신청, 학습관리 등을 도와주는 멘토 선생님의 느낌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그리고 원하는 수업이 본인의 학교에서 개설이 되지 않는 경우, 공동교육과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다른 학교의 학생들과 함께 온라인으로 수업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소인수 교육과정을 통해서 10명 미만의 소수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도 야간이나 온라인으로 개설을 해준다고 합니다. 

고교학점제 시작 시기

내년 2022년부터는 고교학점제를 먼저 경험해보는 시기가 될 예정입니다.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 학교가 전체의 80%가 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특히 부산, 광주, 세종, 경기, 충북, 전남, 대구, 경북, 제주에 있는 일반계 고등학교는 100%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가 됩니다. 2023년에는 전체 고등학교의 95%에서 적용되며, 2024년에는 100% 고등학교가 고교학점제 연구 선도학교로 전환됩니다.

2022년부터는 수업일수만 채우면 과목 이수를 인정해주는 단위제(204 단위)를 시행하고, 2023년 고1부터 단계적 학점제(192 학점제)가 적용됩니다. 이때부터는 최소 학업 성취 수준이 보장되도록 보충수업도 제공합니다. 2025년부터는 전 과목에 대한 학점제가 시행될 예정입니다. 

고교학점제 찬성의견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이 듣고 싶은 수업을 직접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별 수준과 능력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 선택권을 보장하고 학습에 대한 자율성과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일하게 주어진 과목을 천편일률적으로 배우는 폐쇄적인 교육 제도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학교 밖 교육과정 등을 포함하여 개개인의 적성과 흥미에 맞는 과목을 능동적으로 선택해서 들으면서 자신의 진로를 자기 주도적으로 개척해갈 수 있습니다. 

이미 미국, 캐나다, 핀란드, 싱가포르 등 주요 국가에서는 이미 학생 개인의 능력과 진로에 따라 수업을 선택해서 수강하는 '무학년 학점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를 통해 정량화된 대입 점수 기준과 주요 과목 내신 및 수능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잠재력과 역량을 정성적으로 평가할 수 있고 내신과 학생들의 활동 전반을 폭넓게 평가할 수 있어 빠른 진로 선택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고교학점제 반대의견

고교학점제로 선택과목이 늘어나면 수업 수가 늘어나서 선생님이 더 많이 필요하게 됩니다. 각 수업에 맞는 특성화된 교실도 더 많이 필요하겠지요. 그런데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농어촌, 소규모 학교에서는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기가 어려운 현실입니다. 학생들의 니즈에 맞는 적정량 이상의 질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지원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래서 현직 교사들은 고교학점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실제 추진됐을 때 그 취지를 잘 시행할 수 있을지에는 70% 이상이 의문을 가지고 있다는 설문 결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평가의 공정성 및 변별력이 확보될 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새롭게 도입되는 수업들이 교사의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지기 때문이며, 절대평가로 인해 변별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대학 수학능력 시험 및 논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고교학점제는 좋은 취지를 가지고 있지만 이 제도가 잘 정착되고 시행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학생들이 큰 혼란을 느끼지 않고,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지 않도록 보다 추가적인 제도적 보완과 지원, 관심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