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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수급난의 주범으로 꼽혔던 암호화폐 채굴이 2018년 이후 4년만에 다시 사양세로 접어들면서 관련 시장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금리 상승, 전기요금 인상, 암호화폐 시세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더 이상 채굴로 큰 이득을 거두기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전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암호화폐를 채굴했던 중국을 비롯해 전기요금이 비교적 저렴했던 동유럽 등 주요 국가 채굴업자들이 앞다투어 그래픽카드 처분에 나서고 있다.이러한 글로벌 정세는 7월부터 전기요금이 오르는 국내 시장도 비슷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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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채굴의 채산성이 떨어지자 주요 국가 채굴업자들이 그래픽카드 처분에 나서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그러나 암호화폐 채굴 이후 처분되는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경우 보증기간이 1년으로 줄어드는 데다 장시간 구동으로 인한 고장이나 작동오류의 우려가 커 주의가 필요하다.

■ "중국 내 중고 그래픽카드 매물 급증"

미국 IT매체 톰스하드웨어는 최근 "중국 내 중고거래 플랫폼에 암호화폐 채굴 업자와 PC방 업주, 시세 차익을 노렸던 사재기꾼 등이 내놓은 엔비디아 지포스 RTX 30 시리즈 그래픽카드가 대거 등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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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스 RTX 3080 탑재 레퍼런스 그래픽카드. (사진=엔비디아)

예를 들어 지포스 RTX 3080 그래픽카드 가격은 3천500위안(약 68만원)이다. 이는 RTX 3080 발표 당시 엔비디아가 제시했던 권장가격인 699달러(약 90만원)보다 더 저렴한 가격이다.

암호화폐 채굴에 널리 쓰였던 지포스 RTX 3060 Ti 가격은 2천370위안(약 46만원)까지 떨어졌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60~70만원에 팔리는 신제품 대비 20만원 가까이 싸다.

■ 그래픽카드 채굴 전용시 보증기간 1년으로 단축

특히 다음 달부터 전기요금이 4.5%(가정용 기준) 오르는 국내 시장에서도 중고 그래픽카드 거래 건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채굴에 동원된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경우 보증기간이 지나거나 수리를 거부당하는 등 피해를 겪을 가능성이 커 주의가 요구된다.

대부분의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보증기간동안 제품에 문제가 생긴 경우 우선 이를 신제품으로 교체한 다음 고장난 제품을 본사, 또는 생산 시설로 보내 수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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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제조사들은 채굴에 동원된 그래픽카드 수리에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현재 국내 유통되는 그래픽카드는 대부분 보증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잡는다. 그러나 암호화폐 채굴에 쓰인 것으로 의심되는 제품은 보증기간을 1년으로 줄인다. 또 방열판 교체나 펌웨어 개조 등으로 제품이 손상되면 수리가 거부될 수도 있다.

■ 냉각팬 고장, 냉납 현상 등 수리해도 재발 우려

보증기간이 지났거나 심하게 손상되어 수리가 거부된 제품은 사설 수리업체에 맡길 수 밖에 없다.

먼지 등으로 냉각팬이 고장났다면 비교적 간단하게 수리를 마칠 수 있고 재발 확률도 낮다. 그러나 그래픽칩셋이나 메모리 등이 기판에 고정되지 않아 생기는 냉납 현상은 일반 소비자가 대처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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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카드 냉납현상 수리를 위한 리볼링 작업. 솔더링을 모두 제거한 후 부품을 다시 기판에 부착한다. (사진=유튜브 Nik Telo)

냉납 현상은 부품에 열을 가해 떼어낸 뒤 기판과 부품을 연결하는 솔더 페이스트를 모두 제거하고 다시 부착하는 일명 '리볼링' 작업으로 해결할 수 있다. 비용은 문제가 생긴 부품 등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8만원에서 10만원 선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난 뒤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 "사용 이력 불분명하고 지나치게 싼 매물 피해야"

많은 소비자들은 채굴에 쓰인 그래픽카드를 새 PC 조립에 써서 차익을 챙기려는 악덕 업자를 경계해야 한다. 이 경우는 일련번호를 통한 생산 시점 조회, 냉각팬이나 방열판 등 먼지 부착 여부 등을 통해 쉽게 중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간의 중고거래에서는 이런 문제를 오히려 가려내기 어렵다. 제품 자체가 중고인데다 그래픽카드 사용 이력을 구매자가 확인할 수 있는 방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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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채굴 장비 조립을 위해 대기중인 한정판 그래픽카드. (사진=Nguyencongpc.vn 페이스북)

한 모바일 중고거래 플랫폼 관계자는 "전문 업자가 채굴에 쓴 그래픽카드를 일반 소비자로 가장해 판다고 해도 채굴 여부를 숫자나 표시 장치 등으로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 거래시 문제가 생겨도 중고거래 플랫폼이 개입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취재에 응한 국내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사 법인·유통사 관계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중고거래 플랫폼에 올라온 중고 그래픽카드, 특히 시세 대비 지나치게 싼 제품은 가급적 사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최근 국내 PC 관련 커뮤니티에서 ‘재포장 그래픽카드’로 의심되는 제품이 큰 이슈를 일으킨 바 있다. 한 소비자가 구매한 신제품이 매우 오래 사용한 듯한 모양새로 ‘채굴용으로 사용하던 제품을 재포장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들불 번지듯 확산한 것이 골자다.

해당 사건은 공식 유통사에서 신품으로 교환해주는 것으로 일단락 됐다. 하지만 암호화폐 가치가 하락세로 돌아선 만큼, 채굴에 사용하던 제품을 재포장해 신품처럼 만들거나 개인 사용자가 쓰던 중고 제품으로 둔갑 시켜 판매하는 행위는 언제든 실제로 발생할 수 있어 구매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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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포장 제품’으로 의심된 그래픽카드의 구매 당시 모습 / 커뮤니티 갈무리

채굴용으로 사용한 그래픽카드가 문제가 되는 것은 장시간 엄청난 혹사로 수명이 줄어들고, 그만큼 상태가 불안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루에 겨우 몇 시간 게임이나 일반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제품과 달리, 채굴 현장에 투입된 그래픽카드는 24시간 365일 쉬지 않고 암호화폐 채굴을 위한 연산 작업에 사용된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출고한 지 불과 수개월 밖에 안된 차가 중간 점검이나 정비도 없이 누적 주행거리가 수백만 ㎞에 도달한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정상 작동하는 것처럼 보여도 갑자기 성능이 떨어지거나 고장이 날 확률이 매우 높다. 채굴용으로 쓰던 그래픽카드가 꺼려지는 이유다. 그때문에 새로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더라도 해당 제품이 혹시 채굴에 쓰던 것이 아닌지 사용 전에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래픽카드 구매 후 가장 먼저 제품 외관부터 확인해야

일단 그래픽카드를 구매했으면, 가장 먼저 제품 외관을 확인해야 한다. 개봉 및 점검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는 것도 추천한다. 채굴에 사용하던 그래픽카드는 가혹한 상황에서 쉬지 않고 사용한 만큼, 갓 출고된 신품과 비교해 외관 상태의 차이가 크다.

손이나 청소 도구 등이 닿기 어려운 팬 날개 뿌리 부분, 기판과 방열판 틈새, 기판 위 부품들의 사이사이 등에 먼지가 쌓여있으면 신품이 아닌 것으로 의심해볼 수 있다. 정상적인 신품은 먼지 발생과 유입이 통제되는 공장에서 만들어지고, 완성과 동시에 보호 봉투에 담겨 박스에 포장한 채로 보관하기 때문에 눈에 띌 정도로 먼지가 쌓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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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굴용으로 사용한 그래픽카드의 쿨러 내부 모습. 간단한 청소로는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완전하게 제거하기가 힘들 정도다. / 맥퍼슨 안내데스크 블로그 갈무리

그래픽카드의 기판 뒷면에 약품 얼룩이 남아있는 것은 정상이다. 제조공정 중 기판 표면의 이물질 등을 제거하기 위해 약품으로 세척하는데, 이것이 말라붙어 약간의 얼룩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 약품 얼룩이 아닌 기름 성분이 기판에 번져있거나 손에 묻어나올 정도면 신품이 아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최신의 고성능 그래픽카드는 전원부나 비디오 메모리 등 열이 많이 발생하는 부위의 발열을 방열판으로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말랑말랑한 비전도성 열전달 소재인 ‘써멀패드’를 사용한다. 이러한 써멀패드는 표면 상태와 열전달 효율을 유지하기 위한 기름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장시간 고열에 노출되면 이 기름 성분이 흘러나와 기판에 스며들 수 있다. 즉 기판에서 기름기가 묻어나오는 제품이라면 신품이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 외에도 그래픽카드 제품 겉면에 붙은 보호 비닐이 이상할 정도로 낡았거나, 먼지가 많이 붙어있고 부착 상태가 좋지 못하다면 재포장 제품임을 의심해 볼 법하다.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슬롯 부위의 금박 접점(골드 핑거)에 한 줄 이상의 장착 흔적이 남은 경우, 쿨러나 방열판 등을 고정하는 나사의 머리가 손상된 경우 등도 마찬가지로 한 번쯤 의심해볼 증상이다.

박스 포장 스티커, 제품 봉인 씰 등을 100% 믿으면 안돼

일부 그래픽카드 제조사는 신품임을 보증하기 위해 박스 포장에 봉인 스티커를 붙이고, 사용자가 임의로 분해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방열판 나사 머리 등에 봉인 씰(seal) 등을 부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봉인 스티커나 씰을 100% 믿어서는 안 된다. 현지 제조공장에서 유출되거나 복제된 봉인 스티커나 씰 등을 인터넷 등지에서 대량으로 쉽게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위에 소개한 외관 확인 방법이 더 정확하다.

다만, 제품의 포장 박스와 그래픽카드 몸체에 부착된 일련번호(시리얼 번호)는 위조가 쉽지 않다. 만약 포장 박스에 붙은 일련번호와 제품의 일련번호가 다를 경우 재포장 제품임을 의심해볼 수 있다. 재포장 과정 중에 일일이 번호가 일치하는지 확인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제조사 홈페이지에서 제품 등록과 사후 지원을 위해 일련번호를 요구한다. 정상 제품이 아닐 경우 일련번호를 인증할 수 없거나, 인증이 되어도 전혀 엉뚱한 지역용 제품(예를 들어 중국 내수용으로 출고된 모델 등)이라면 의심해볼 수 있다. 국내 유통사를 통해 정상 수입된 제품은 일련번호가 이미 해당 유통사에 맞춰 구분되기 때문에 다른 지역, 다른 유통사로 표시될 수 없다.

처음부터 ‘채굴 제한’ 걸린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는 방법

극히 드물지만, 채굴업자가 작정하고 채굴에 쓰던 그래픽카드를 완전히 분해해 깨끗하게 세정하고, 방열판이나 써멀패드, 시리얼이나 봉인 스티커 등을 신품으로 싹 교체해 아예 구별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이럴 경우 전문가조차도 신품과 재포장 제품을 구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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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포스 RTX 3070 Ti, 3080 Ti 2종은 처음부터 채굴 제한이 걸려서 출고되기 때문제 ‘재포장’ 걱정을 덜 수 있다. / 엔비디아

그렇다면 처음부터 재포장 가능성이 없는 그래픽카드를 구매하면 된다. 지포스 RTX 3070 Ti, 3080 Ti처럼 반도체 단계에서 채굴 효율을 낮춰버린 제품은 채굴업자들이 사용했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제품이다. 즉 재포장 제품이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기존에 채굴용도로 사용하던 일반 3080, 3070, 3060(Ti) 등의 제품들도 머지않아 채굴 기능을 제한하는 ‘라이트 해시 레이트(LHR)’ 기능이 적용된 제품이 출시될 예정이다. 제품 이름이나 모델명, 설명 등에 ‘LHR’ 문구가 표기되어 있어 구분이 가능하다.

다만, 현재 LHR 기능 적용 모델은 극히 일부 브랜드에서만 한정적으로 판매 중이다. 다른 브랜드의 LHR 모델 출시는 좀 더 기다려야 할 전망이다. 당장 ‘LHR’ 이름만 보고 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실제로 최근 모 판매업자가 채굴 제한이 없는 기존 일반 모델을 실수로 ‘LHR’ 제품으로 등록해 판매하던 사례가 드러나 부랴부랴 제품 판매를 취소한 사례가 있었다.

반면, 3070 Ti, 3080 Ti 2종은 브랜드와 LHR 표기 여부와 상관없이 무조건 신품으로 구매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중국에서 채굴산업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면서, 현지에서 재포장한 그래픽카드의 유통과 판매가 늘었다는 소문이 횡행한다. 이런 제품이 정상 제품에 섞여 국내에도 유통될 수 있으니, 그래픽카드 구매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라며 "가급적 새 제품은 개인 판매자보다 정상적인 판매처를 통해 구매하고, 제품 개봉 과정을 사진이나 영상 등으로 기록해 남기면 혹시 모를 분쟁 발생 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