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 철거 이유 - sonyeosang cheolgeo iyu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앞두고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은 있을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인정과 명확하고 공식적인 사죄, 피해자에 대한 배상 등이 근본적인 해법임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재론 금지, 가해자가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약속할 사안 아냐
피해자들 납득할 해법 내놔야” 법원에 손배소 정식 재판 신청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26일 성명을 내어 “28일 회담은 지난 25년 동안 노력해 왔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활동과 아시아피해국 여성들 및 국제사회의 노력이 결실로 이뤄질 수 있도록 결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며 “행여 염려되는 외교수사적인 기만으로 끝나는 해결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진심으로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조속하고 올바른 해결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특히 정대협은 일본 정부가 내건 ‘소녀상 철거, 위안부 문제 재론 금지’ 등 위안부 문제 해결의 전제조건을 비판하며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을 철거하라는 것은 가해자가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피해자의 역사를 제거하려는 폭력적 시도이며, (재론 금지 요구도) 가해자가 요구하고 한국 정부가 약속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한·일 정부에 요구해 왔던 위안부 문제의 근본적 해법도 재차 강조했다. 정대협은 “일본 정부가 위안소를 설치·통제하고 각종 국내·국제법을 위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실과 그 책임을 인정하고, 번복할 수 없는 명확하고 공식적인 방식의 사죄와 그 증거로 피해자에게 배상할 것과 의무교육·추모사업 등 재발방지 조처 등이 위안부 문제 해법에 담겨야 한다”고 밝혔다.

피해자 지원을 위한 기금 확대를 두고서는 “10년 전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부정하면서 내건 ‘보상에 대신하는 조처’로서의 방식과 다를 바 없다”며 명확히 선을 그었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9) 할머니는 이날 정대협을 통해 “우리가 돈이 없어서 그러는 것 아니다. 그것은 범죄 국가로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소녀상은) 과거의 아픈 역사를 후손들에게 배우게 해서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하려고 세운 건데 왜 자꾸 없애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한국 법원에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의 진행을 촉구하는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군자(89) 할머니 등 피해자 12명은 2013년 8월 일본 정부를 상대로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내기 전 고령의 나이를 고려해 조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 법원의 주권이 일본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한국 법원이 보낸 서류를 모두 반송하는 등 무대응으로 일관했다. 그사이 배춘희·김외한 할머니는 사망했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대리하는 김강원 변호사는 “일본 정부는 2년 동안 우리가 보낸 서류조차 수령하지 않고 있다. 정식 소송으로 가면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 게시로 당사자 통보를 대신하는 ‘공시송달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여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허승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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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학교에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졌다. 국립대에서는 처음이고 전국 대학 가운데는 대구대에 이어 두 번째다. 소녀상을 세우려는 학생들과 대학 쪽이 협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광복절인 2022년 8월15일 밤 기습적으로 설치됐다. 소녀상 건립을 추진해온 학생들은 “지난 5년 동안 학교 쪽이 보인 미온적인 태도에 건립을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충남대는 학생들에게 ‘원상복구 요청’ 공문을 보내며 대응했다.

‘충남대 평화의소녀상 추진위원회’(추진위)와 충남대의 말을 종합하면, 충남대는 8월22일 총장 이름으로 추진위원장에게 ‘국유재산법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원상복구 요청’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서 대학 쪽은 “본교의 승인 없이 평화의 소녀상을 설치했다”며 “9월22일까지 원상복구해주길 바라며, 만약 해당 기일까지 조처되지 않을 경우 국유재산법 74조(불법시설물의 철거) 등 관련 법령에 따라 처리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8월15일 추진위는 대전 유성구 궁동 충남대 서문 근처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웠다. 충남대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추진이 시작된 것은 5년 전이다. 2017년 8월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교내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 위한 추진위가 만들어졌다. 일제강점기 ‘위안부’ 피해를 추모하고, 학내 구성원의 역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을 끌어내자는 취지였다. 그해 소녀상 추진위는 재학생 1168명에게 설문조사를 했고, 응답자의 96.6%가 소녀상 건립에 찬성했다. 재학생과 졸업생의 참여로 2300만원을 모금해 2018년 평화의 소녀상 원작자인 김운성·김서경 작가와 작품 계약까지 마쳤다.

그러나 대학 쪽은 소녀상 건립에 부정적이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모든 대학 구성원의 동의 없이 결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자매결연한 일본 대학과의 관계’도 반대 이유 중 하나였다. 2019년 교내 조형물을 설치하려면 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도 신설됐다. 추진위에 참여한 학생들의 졸업과 코로나19 여파 등이 겹치며 일이 진전되지 않다가, 2021년 1월 총학생회와 별도로 충남대 학생 7명이 새롭게 추진위를 꾸려 활동해왔다.

상황이 바뀐 건 2021년 10월이다. 추진위가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를 이유로 소녀상 제막을 강행하겠다고 나서자 대학 쪽이 이 문제의 공론화를 제안했다. 학교와 추진위는 학생·교수·직원 등 충남대 구성원별 대표가 참여한 협의체를 꾸려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합의했고, 2022년 4월 첫 협의회를 열기도 했다. 그러나 협의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했고, 협의회 뒤 대학본부는 추진위 쪽에 “교내 설치는 어렵고 학교 밖에 설치하는 것은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정온유 추진위원장은 “충남대 평화의 소녀상은 교내에 건립하기 위해 모금이 진행됐기 때문에 학교 밖에 설치하는 것은 기부자들의 뜻에 반하는 것이 된다”며 “지난 5년간 추진위는 합리적인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인내했다. 우리는 더는 학교 쪽과 협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윤대현 충남대 학생처장은 “(기습 설치 뒤) 열린 2차 협의회에서 구성원 대표 모두 이것은 절차를 무시한 행위라고 의견을 모았다. 건립 강행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지만, 추진위는 2차 회의에 참석하지도 않았다. 원상복구 요청 공문은 조형물이 교내에 무단으로 들어와 있는 것에 대한 행정 절차의 하나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대전=글·사진 최예린 <한겨레> 기자

일본, '민족주의 거부감' 독일에 위안부 문제 반일민족주의로 왜곡해 접근

과거사 반성해온 독일의 '궤도이탈'…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추념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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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에서 소녀상과 함께 사진을 찍는 시민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지난해 8월 14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 행사에서 '평화의 소녀상' 옆에 앉은 독일 시민. 2019.8.14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베를린이 국제적으로 자유와 인권을 위한 기억문화의 중심지가 될 좋은 기회를 역사 부정을 통해 스스로 차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베를린시(市) 미테구(區)가 심사를 통해 설치 허가를 내준 소녀상을 제막 9일 만에 철거하도록 지난 7일 행정명령을 내린 데 대해 20대 독일 시민인 킬라 쿠가 한 말이다.

독일 분단기에 동과 서로 나뉘었던 베를린은 통합의 상징이고, 이민자 사회 성장의 단면을 여실히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는 베를린이 자유와 인권을 상징하면서도 가장 '힙'(hip)한 국제도시 중 하나로 발돋움하도록 하는 원동력이 돼 왔다.

특히 과거 나치의 본거지였던 베를린은 통일 독일의 수도 자리를 되찾은 뒤 과거사 반성과 함께 극우주의, 포퓰리즘, 민족주의, 국가주의 견제의 본산이 돼 왔다.

미테구가 소녀상을 받아들인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전쟁 시 자행된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다룬다는 보편적 가치를 인정하고 동상 설치에 동의했다.

베를린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제기해온 단체와 시민은 민족주의 및 반일감정과는 거리가 꽤 있다.

동상 설치를 주도한 코리아협의회(Korea Verband)는 한국 관련 사안을 주로 다뤄왔지만, 보편적 인권을 우선으로 내세워왔다.

베를린에서 국제적인 여성에 대한 폭력 반대 시위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이 과정에서 코리아협의회는 지역사회와 호흡해왔고, 인근 고교생을 대상으로 전쟁 피해 여성 문제에 관해 교육도 했다. 이는 학교에서 수업 활동으로 인정받았다.

독일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자연스럽게 여성 인권의 보편적인 의제 속으로 조금씩 들어간 데에는 독일 시민사회의 토양 덕분이다.

독일은 민족주의, 국가주의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왔다. 민족주의, 국가주의를 파시즘이 발현되는 하나의 형태로 보는 시각을 보여왔다. 나치 시대를 반성하고, 부끄러운 과거로 회귀하려는 시도를 배격하기 위한 것이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등 독일 지도자들은 기회가 닿으면 민족주의, 국가주의, 인종주의, 전체주의의 발호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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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거리 소녀상 옆에 앉은 소녀

(베를린=연합뉴스) 이광빈 특파원 = 지난 25일(현지시간) 독일 수도 베를린에 설치된 '평화의 소녀상' 옆에 한 소녀가 앉아있다. 2020.9.27

일본은 독일의 이런 인식을 역으로 정교하게 파고들어 갔다.

우리로서는 억울한 일이지만, 일본은 독일에서 집요한 로비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한일 간의 외교적 분쟁, 민족주의 문제로 몰아왔다.

독일 당국이 한일 양국 간 분쟁으로 인식해 부담을 느끼도록 하려는 일본 측의 시도로 보인다.

일본 산케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은 베를린 소녀상 제작을 지원한 정의기억연대의 회계처리 부정 의혹 사건까지 끌어들여 독일 측을 설득하는 무기로 삼았다.

미테구의 철거명령 공문과 보도자료에는 이런 일본 측의 주장이 반영돼 있다는 현지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테구는 소녀상의 비문이 한국 측 입장에서 일본을 겨냥하고 있다면서 "미테구가 한국과 일본 사이의 갈등을 일으키고 일본에 반대하는 인상을 준다. 일방적인 공공장소의 도구화를 거부한다"고 철거명령의 이유를 들었다.

물론 독일이 외교적, 경제적 입장에서 같은 주요 7개국(G7) 국가인 일본의 집요한 요구를 들어준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유튜브로 보기

https://youtu.be/cZ3ySsf0X7s

이에 대해 독일 현지 언론에서도 미테구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독일의 진보언론 타게스차이퉁은 지난 8일 기사에서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사과가 진정한 것이 아니라 전략적이었음을, 독선적인 자기주장을 계속 반복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독일과 일본 정부가 한 방식은 이러한 동상이 얼마나 꼭 필요한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신문은 "미테구는 소녀상을 비난하고 소녀상을 설치한 관계자들을 부정직한 사람들로 내몰았다"면서 "여기엔 분명히 (일본의) 정치적 압박과 자신들의 실책을 숨기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비판했다.

베를린 시민사회에서는 베를린 지방정부가 진보계열의 사회민주당, 녹색당, 좌파당 연합 정권이라는 점에서 더욱 미테구의 결정에 비판적인 목소리가 높다.

진보세력이 보편적인 전쟁 피해 여성 문제를 민족주의 문제로 잘못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베를린 시장은 사회민주당, 미테구청장은 녹색당 소속이다.

독일 당국의 이번 움직임은 전후 독일 사회가 나아간 길과도 어긋나 있다.

독일은 전 세계적으로 인권에 대한 높은 감수성을 보여주는, 과거사에 대한 끊임없는 반성을 통해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 시민사회의 성숙을 추구해가는 대표적인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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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베를린의 한 광장에서 독일 청소년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린 작은 '평화의 소녀상' 전시

[코리아협의회 제공]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에 대한 철저한 반성은 대표적인 사례다. 아직 식민지배 시절에 관해서는 반성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받아오지만 '훔볼트 포럼'을 만들어가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훔볼트 포럼은 베를린의 옛 프로이센 왕궁을 복원한 건물을 식민지배 역사에 대한 성찰로 채우려는 시도다.

철거명령에 대해 베를린 시민이 점점 더 고개를 젓고 있는 이유도 독일의 이런 노력과는 결이 다른 판단이기 때문이다. 독일 시민사회에서는 철거명령을 반대하는 청원운동도 시작됐다.

우리로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국제적이고 보편적인 여성 인권 문제라는 점을 독일 시민사회에 더욱 강조하고 공감대를 넓혀갈 필요성이 있는 대목이다.

베를린 소녀상의 허가 기간은 애초 1년이다. 기한이 지나기 전 연장을 해야 한다. 철거명령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고 본안 소송으로 이어질 경우 한동안 소녀상을 지킬 수 있다.

그러나 대결적 구도가 전개되면 1년 후 심사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다.

민족주의와 파시즘을 초록 동색으로 볼 수밖에 없는 독일인들을 설득하고 일본의 왜곡 시도를 막기 위해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독일에서 지금까지 보여준 보편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활동을 더욱더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교민사회에서 나온다.

이진 독일 정치+문화연구소장은 "독일과 프랑스는 20세기 초 터키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사건을 추념비와 정부 공식 행사를 통해 자국의 기억 문화로 받아들였다"면서 "우호적인 현지 언론이 보여주듯, 독일 내 아시아계 시민들이 문제의 국제성과 보편성에 집중한다면 그 목소리도 주류 사회에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반도 연구는 그 성과가 일반에 전달될 수 있도록 현지 언어로 축적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0/10/12 07:0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