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조로 - lu jolo

2015년 / 현대AU / 웹만화 / 120p

2015년 트위터에서 낙서로 시작했던...하루 4페이지를 트위터에 올리자는 목적으로 그린 웹만화 입니다.그 이유로 모든 대사가 저의 악필로 쓰여있고 퀄이 심하게 날아가는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T_T ) 88 게다가 5년전이에요!!! 꼭꼭.. 세월도 꼭 참고해주셨으면.. 5년입니다... 5년전이면 초반이 중반되고 중반이 후반되는 그런 시기..아시죠?(부끄)약 ...

섹스피스톨au

*캐붕과 의식의 흐름

1.

그르릉거리는 목 울림소리가 정말 짐승 같아서 조로는 작게 숨을 삼키다가 목덜미에 닿는 머리카락을 쓸어내렸다. 작고 좁은 사각형의 화장실 칸막이는 안타깝게도 그다지 튼튼하지 못한지 한 번 발을 크게 구를 때마다 크게 덜컹거렸다. 조로는 자신의 길게 쭉 뻗은 다리가 칸막이 문을 밀어내지 않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딱딱하게 굳은 몸은 주인의 명을 듣지 않고 계속해서 발로 문을 밀어내고 있었다. 조로는 이러다 새로 지어진이 얼마 되지 않은 화장실이 무너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조로는 그 모습을 걱정스레 바라보다가 작게 숨을 헐떡이며 변기위에 반쯤 드러누운 몸을 비틀었다. 자세가 몹시 불편하다. 좁은 변기 위에 커다란 남고생 둘이 엉켜 붙은 채 맨 살을 부비적거리는 모습이 정상은 아닐터였다. 제발 좀.. 조로는 아무도 듣지 않을 작은 투덜거림을 내뱉으며 조금이라도 편안한 자세를 잡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벌써 십분 이상 한 자세로 눌려 있었던 터라 온 몸의 근육들이 이미 더 이상은 무리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덕분에 방금 전부터 허우적거리고 있는 다리가 안타까울 정도로 칸막이를 흔들어대고 있는데도 상대방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는 듯 제 할 일에만 열중하고 있어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크릉. 평소 같지 않은 목소리가 경고음을 낸다. 자신보다 작고 가는 손가락이 제 가슴팍을 누르는데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사실에 조로는 무슨 감정을 느껴야할지 몰랐다. 익숙한 손은 평소와 같은 편안함 대신 머릿속까지 삐죽 곤두설만큼 매서운 페르몬을 내뿜고 있었다.

"루피.."

"응. 조로. 금방 끝나."

결국 조로가 운을 뗐지만 상대는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질척해진 아랫도리에서 강한 수컷의 페르몬 냄새가 난다. 짙은 액체의 비릿내가 코 속을 파고들어 머리가 아플지경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일까. 아침에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집어던져 넣어진 채 소꿉친구와 아랫도리를 부비고 있는 이 상황은. 그러나 이 모든 의문에 대답해줄 상대는 여전히 제 하반신을 문지르고 있었고 그 모든 것을 내던지기고 도망치기에는 후에 다가올 상황에 대처할 자신이 없었다.

빨갛게 달아오른 코끝에 땀이 방울져서 흘러내린다. 푹 숙여 자신과 얼굴을 마주한 루피의 눈동자는 짐승의 것과 같은 짙은 노란색 이었다. 조로, 조로. 헐떡이는 숨소리에는 그르릉 거리는 목울림이 가득하고 작게 벌어진 입술은 평소와 같이 둥글게 휘어올라가 있었다. 조로가 [ ]라 기뻐. 달아오른 얼굴이 환희에 차서 속삭인다. 기뻐, 조로.

날카로운 '발톱'이 얼굴에 닿았다.

"큿...후우아...조로..."

아. 온다.

흠칫 몸의 근육들이 긴장하며 다시 화장실 칸막이에 발길질을 내지르던 순간, 조로는 제 얼굴로 친우의 '정액'을 받아내야 했다.

최악이야. 이건. 이 상황은. 하얗게 질린 입술에서 세어나오는 숨소리가 거칠어진다. 최악. 귓가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속삭였다. 최악이야. 이건. 최악이여야 하잖아?

나른한 얼굴이 자신과 눈을 맞췄다.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평소와 같이 개구진 표정으로, 그리고 황홀한 표정으로 제 얼굴을 핥는다. 씩 벌어진 입술에서 살짝 삐져나온 혀가 제 입술을 핥으며 낮게 경고했다.

“이제 놓아주지 않을거니까.”

2.

조로는 끓어오른 감정을 억누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이라도 어깨를 추욱 늘어뜨리고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의 눈치를 살피는 친구의 머리 위로 목검을 꽂아주고 싶었으나 습관이란 무서운 법이라, 저런 표정으로 눈치를 보는 친구의 머리 위로 목검을 휘두를 수는 없었다. 대신 가벼운 응징으로 주먹을 한 대 날려주었으니 이 정도면 조로로써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분노는 모두 표현한 것이었다.

조로는 둘둘 말린 휴지로 제 머리카락을 연신 닦아냈다. 이미 한 차례 물을 끼얹어 지워냈으나 신경이 쓰여 그만 둘 수가 없었다. 다시는 야한 동영상에서 본 모습들을 보며 저런 게 기분 좋을까, 하는 생각들을 떠올리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머리에 끈적이는 액체가 주르륵 흘러내려 얼굴을 덮는 감각이 얼마나 소름 돋았는지 말 할 것도 없었다. ‘그대로 스며들 때까지 둬야하는데.’ 잔뜩 주눅이 든 루피가 그런 말들을 내뱉을 때마다 눈을 째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소독약과 수면제 하나. 양호실은 루피의 큰 형인 에이스가 관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약품이 어디에 있는지 쯤은 알고 있었다. 충격은 컸지만 마냥 정신을 놓을 만큼 약하지도 않아서 조로는 베시시 웃으며 자신에게 주절주절 말을 거는 루피를 밀어내고 제 몸에 묻은 액체를 털어낸 뒤 양호실로 왔다. 잠시 양호실 침대에 앉아 마음의 안정을 찾은 뒤 약을 꺼내가 졸졸졸 자신을 쫒아오며 주절주절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를 내뱉는 루피의 머리에 춉을 먹이고 아직도 등 뒤에서 징징 거리는 루피를 무시한 채 물 컵을 들었다.

수면제를 한 알. 그리고 소독약을 솜에 묻혀 얼굴을 닦아냈다. 이로써 지긋한 비린내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직도 정신적 충격으로 마음이 들썩였다. 사실 지금 당장이라도 루피의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깨우지 마.”

“자려고?”

그럼 나도 잘래! 이 한결 같은 눈치 없음이 루피의 매력이 아닐까. 조로는 제 옆자리로 슬금슬금 기어들어오는 루피를 발로 밀어내며 눈을 감았다.

3.

한 숨 잠을 자고 일어나자 옆자리에 루피는 없었다. 대신 침대 주위를 쳐진 커튼을 사이에 두고 조금 소란스러울 정도로 대화를 나누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엔 네가 성급했어, 루피.”

“안 그랬으면 조로가 위험했을껄!”

“그래도 이번엔 네가 잘못했어.”

조로는 루피의 목소리가 평소보다 신경질적이라는 걸 알아챘다. 이건 루피가 고집을 부릴 때 내는 목소리다. 스스로도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주장을 멈추지 않을 때 루피는 조금 신경질이 섞인 높은 목소리를 냈다. 조로는 대화를 통해 직감적으로 에이스와 루피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걸 알아챘다. 하. 조로는 자리에서 조심히 일어나 커튼을 걷었다. 떼가 탄 가운을 입은 에이스와 잔뜩 구겨진 와이셔츠 교복을 입는 루피가 보인다. 아직 입을 열지도 않았건만 커튼을 걷는 소리가 들렸는지 순식간에 두 명의 시선이 자신 쪽으로 쏠리는 것을 보며 차분한 얼굴로 조로는 입을 열었다.

“이제 그 위험이 뭔지 나한테도 설명해 봐.”

“조로..”

“루피. 나 아직 화나있거든. 네가 한 짓에 대해서. 이거면 설명을 들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보는데?”

“그건 맞는 말이지.”

에이스가 조금 매서운 눈을 하고 루피를 꾸짖듯 바라보았다. 루피의 눈가가 풀어지더니 작게 시무룩한 얼굴을 한다. 윽. 조로는 루피의 시선을 피했다. 다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보다 루피는 훨씬 영악했다. 그 천진한 얼굴에는 사랑스러운 해맑음 뿐만 아니라 평범한 사람만큼의 영악함도, 분노도, 의지도 숨어있었다. 루피는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조로가 제 뜻대로 따라줄 것이라는 걸 알고있었다. 조로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지금도 마음이 약해지려는 것을 외면했다. 이번만큼은 쉽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봐, 루피. 네가 너무 성급했던 거야. 아무런 설명도 안했지?”

“그치만.. 급했는 걸.”

“위험하긴 했지.”

에이스의 차분한 눈동자가 조로를 향한다. 조로는 에이스가 말하는 ‘위험’에 대해 위화감을 느꼈다. 도대체 이 둘을 뭘 말하고 싶은 걸까. 그 어떤 이유가 친구의 얼굴에 정..액을 뿌리는 걸 납득 할 수 있도록 정당성을 심어준단 말인가. 조로는 머릿속에 스쳐가는 수 많은 질문들과 의문들을 무시하고 에이스를 바라보았다. 에이스는 루피와 형제인 만큼 루피와 닮았지만 세월의 연륜만큼은 무시할 수 없는 법이라, 일이 생겼을 때 루피보다 더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 할 줄 알았다. 에이스조차 그 일을 ‘정당하다’고 말하는 이유에 대해서, 조로는 설명 받을 권리가 있었다.

“루피, 문 좀 잠그고 올래.”

“응.”

루피가 에이스의 말에 따라 양호실의 문을 잠그는 동안 에이스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조로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로 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주는게 더 빠르겠지.”

뭐? 조로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에이스는 자신의 가운을 벗고 상의를 벗은 뒤, 좁은 양호실 안에서 거대한 몸을 쭉 폈다.

믿기 힘든 진실은 열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더 설득력을 가지는 법이었다. 보고도 믿기지 않는 놀라운 관경에 조로는 바싹 긴장한 온 몸의 세포를 단 한 곳으로 집중하면서 마른침을 삼켰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수 없이 많은 의문들이 어떤 방식으로 터져나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턱. 긴장한 조로의 입술 위로 폭신하기도 하고 위협적이기도 한 손이, 아니, ‘앞 발’이 얹어진다. 그리고는 가볍게 톡톡.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하고 입술을 깨무는 조로를 탓하는 것 같기도 한 모양새였다. 조로는 눈앞에는 가늘게 눈꼬리를 접으며 웃고 있는 모양새를 한 거대한 짐승이 여유롭게 꼬리를 살랑거리고 있었다.

“에이스...?”

그르릉. 화답하듯 바로 대답이 들려온다. 허. 조로는 낮게 웃음을 토해내다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4.

혼란과 분노의 중간을 헤매던 조로는 제 앞에서 여유롭게 입을 여는 에이스를 물끄럼이 바라보다가 그만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렸다. 성큼성큼 자리를 벗어나는 조로의 모습에 당황한 에이스와 루피가 뭐라 말을 하려는 것이 보였지만 듣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아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에이스가 하는 말들은 이해도 가지 않고 옆에서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몸을 들썩이는 루피도 못마땅하다. 살풋 미간을 찌푸린 조로의 머릿속은 혼란이 가득했다.

어쩔 수 있나. 갑작스럽게 불쑥 제 현실이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사 너의 현실이 되었다 라고 말한들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리가 없었다. 눈으로 보고 들은게 있기에 완벽하게 부정 할 수는 없었지만 이런저런 심란한 마음과 아직까지 남아있는 약간의 분노 또한 눈앞에 들이닥친 현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아니.. 사실은, 그래, 솔직히 말하자면 도피 상태다. 머리를 지끈거리게 하는 현실에 대한 도피상태.

지금 조로에게 중요한건 원인이니 반류이니 하는 인간을 구분짓는 이분법이 아니었다. 그보다 중요한건 제 친우에게 받은 배신. 아, 진짜. 성큼성큼 걸음을 옮기던 조로가 우뚝 제자리에 선다. 손을 뻗으면 느껴지던 열기. 땀방울. 소름끼치는 눈동자. 웃음. 몽키 D 루피. 화장실. 뚝뚝 끊기듯 이어지는 장면들이 조로의 머릿속에 스며든다. 휘돈다. 감긴다. 조로는 제 머리를 헤집었다.

"시발."

이미 닦아 냈을 흔적들이 끈적하게 손끝의 촉감으로 남아 조로를 더 거칠게 만들었다. 조로로써는 이만한 욕설도 입 밖으로 내보는 것이 많지 않은 일이었다.

조로는 발을 몇 번 구르며 자신에게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씩씩거리다가 문득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들었다. 책가방도 메지 않고 밖을 돌아다니는 교복입은 학생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아니, 아니다. 조로는 길거리 한 가운데에 멈춰선 채로 자신을 지나쳐가는 시선들을 관찰했다. 자신을 힐끔힐끔 바라보는 사람들, 자신을 바라보며 일행과 귓속말을 하는 사람들. 헤 입을 벌리고 있는 얼빠진 얼굴까지. 젠장. 이로써 에이스의 말은 한치의 거짓도 없는 진실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은 명백하게 ‘호의’를 가지고 있었다!

“시발!”

이번엔 조금 힘을 주어 욕을 내뱉었다. 얼른 집으로 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한가득 이었다. 게다가 이대로 두었다간 루피의 말대로 ‘위험’할지도 몰랐다.

아니, 그건 아닌가. 조로는 마음의 평정을 찾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터벅터벅 발을 옮기는 발걸음이 빠르게 길을 찾아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