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 팝콘 취식 - losdesinema pabkon chwisig

거리두기 해제, 영화관 취식 가능해지자
영화관 직원들 "인력 부족하다" 아우성
"12시간 동안 밥은커녕 화장실도 못 가
본사는 팝콘 등 기본 물품도 보충 안 해줘"

롯데시네마 팝콘 취식 - losdesinema pabkon chwisig

지난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에서 시민들이 영화 상영 시간표 앞을 지나고 있다. 뉴시스

영화관 직원이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휴식시간 없이 하루 12시간 일하고 있다"며 인력난을 호소하는 글을 게재했다. 지난달 18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고,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2' 개봉과 어린이날이 맞물려 특수가 예상됐지만 경영진이 이에 대비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6일 블라인드에는 한 CGV 직원(t********)이 '지금 시키는 그 팝콘, 직원들 수명 갉아 내드린 겁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코로나19 이전엔 영화관당 직원이 6, 7명 있었고 아르바이트생들도 20~50명씩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직원 3명이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는 휴무를 보장받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화재, 안전문제, 그 어떤 사건사고가 터져도 해결 못 해드린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25일부터 영화관 취식이 가능해졌고 모두가 잘될 거라 예상했던 '닥터 스트레인지2'가 개봉했는데 본사는 옥수수, 오일, 팝콘컵, 콜라컵 등 기본 물품들을 보충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발주를 안 한 게 아니라 3주 전부터 본사가 물량을 통제하고 지정된 수량만 넣어 줬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열악한 상황이 맞물려 "매점엔 대기 고객만 300명을 넘어가고 아르바이트생 2명이서 모든 주문을 다 해결하고 있고, 현금결제 대기줄, 티켓 재결재, 환불 대기줄을 쳐내느라 정직원도 12시간씩 밥은커녕 물도,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블라인드 이용자들에게 "내가 간 지점은 팝콘이 잘 나와서 저희가 배부른 푸념하는 것 같나. 그거 팝콘 아니다. 뒤에서 어떻게든 재고 요리조리 옮겨서 고생하는 영업팀 사람들과 12시간씩 배고픔 참고 클레임(항의) 참고 참고 참으며 일하는 현장 직원들, 아르바이트생, 미화직원들 수명 갉아서 드린 거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직원들도 "우리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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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시설 내 매점의 모습. 뉴시스

6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어린이날(5일) 전국 극장을 찾은 관객 수는 지난해(32만6,744명)보다 무려 100만 명 증가(130만6,980명)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전 4월 주말 평균 관객 수는 약 14만2,447명이었다. 관객 수는 거리두기 해제 직전 주말인 지난달 16, 17일 각각 21만6,276명, 17만9,428명으로 증가해 지난 1일까지 주말 평균 약 20만,4487명이 극장을 찾았다.

CGV의 다른 직원(d*******)도 "휴무 없고 월화수목금토일 일한다. 현장에만 붙박이라 사무 업무는 넘쳐 흐른다. 책상에 언제 앉겠나"라며 "2, 3명이서 9시간 내리 쉴 새 없이 주문받다 보면 '다 돌아가세요. 오지마세요' 소리지르고 싶은 감정이 주체가 안 된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연차는 사치이고 휴일에도 집에서 일한다. 맞다. 우리가 이렇게 길들여졌다"고 자조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등 타 영화관 직원들도 "우리도 마찬가지"라며 이 글에 공감했다. 메가박스의 한 직원(호***)은 "규제는 빠르게 풀리는데 영화관은 정상화될 준비가 안 돼있다. 현장은 인력이 없어서 티켓 확인을 안 하는 등 포기할 부분은 다 포기했는데 본사는 이벤트를 기획하는 등 매출 욕심만 부린다. 이 과정에서 퇴사하지 않은 정직원들만 등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역시 안전 문제를 우려했다. "본문 글의 내용은 팩트"라며 "영화관에서 사고가 나면 대응이 미온적이거나 대응 불가일 확률이 높다. 갑자기 영화가 안 나오는 사고가 발생하면 대응 가능할 인력이 없으니 상영 재개 못 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롯데시네마의 한 직원(S*****)은 "당장 오징어, 나쵸, 핫도그 재료 전량 소진이고 다음 날 오전 중으로 옥수수, 오일, 음료·팝콘컵 다 나가면 뭐라고 응대해야 할 지 착잡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는 타 직종 이용자들에게 "저희도 최대한 응대하고 있으니 너무 대기 시간이 길거나 상영관 바닥에 아주 약간의 팝콘 부스러기가 보여도 너그러이 양해 부탁드린다"고 양해를 구했다.

"한 명이 팝콘 조리, 티겟 검수, 청소까지 다 하더라" 관객도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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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이용시설 내 음식물 섭취 제한이 해제된 지난달 25일 오후 대구 중구 한 대형 영화관을 찾은 한 관객이 팝콘과 음료를 들고 있다. 뉴시스

타 직종의 블라인드 이용자들은 코로나19 전후로 영화관에 갔던 경험을 떠올리며 영화관 직원들의 고충에 공감하고 있다. 한 이용자(L********)는 "메가박스에서 '닥터스트레인지2' 개봉날 보고 왔는데 표 검사하는 직원도 없어서 사람들이 양심껏 입구 앞에서 기다리다가 결국 상영시간 다 돼서 그냥 들어갔다"고 댓글을 달았다.

그는 "한적할 때도 직원 한 명이서 팝콘 조리, 티켓 검수, 청소까지 다 하더라"며 "콜라 준비하다가 헐레벌떡 티켓 확인하러 뛰어오는 거 보는데 진짜 인력 보충이 시급하다고 생각했다. 코로나19 탓으로 티켓값도 올렸으면서 인력은 왜 그대로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이용자도(w*******) "어린이날 '닥터스트레인지2' 보고 왔는데 직원들 진짜 바쁘더라. 윗 세대들은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하나도 안 보이나 보다"고 우려했다.

해당 글은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공유돼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사람들이 많이 본 인기 게시 글에 올랐다. 축구·스포츠 커뮤니티 이용자들도 대부분 "어제 영화관 화재 사이렌 울려서 나갔었는데 안내가 제대로 안 되더라. 필수 인력도 없는 느낌이었다"(백****), "이제 다시 사람 뽑아야 한다. 정상화되기까지 고생하겠다"(케*)며 공감했다.

블라인드와 온라인 커뮤니티의 일부 이용자들은 그러나 "왜 경영진 문제를 손님이 이해해야 하나", "상황이 열악한 건 알겠는데 직원들 태도에서 불친절이 언급되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한다"거나 사측 입장에서 "어떤 산업이든 인력난이나 급변하는 상황이면 고충이 있는 것 아닌가. 왜 무조건적인 응원과 공감을 바라나"하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윤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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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5천만명 추가감염 전무" vs "비말전파·낮은 백신 접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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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 매점

[롯데시네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영화관에서 팝콘과 콜라를 먹으면서 영화를 볼 수 있게 해달라는 업계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속한 한국상영관협회는 현재 상영관 내 취식이 전면 제한된 방역지침을 단계별로 완화해달라는 성명을 27일 발표했다.

극장가는 앞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매출 70%가 줄어든 상황을 호소하며 영화관 내 음식물 섭취 금지를 금지한 방역수칙을 재검토해달라고 요구해왔다.

상영관협회는 "상영업계의 특성을 반영해 음식물 취식 정책이 거리두기 단계별로 완화돼야 한다"며 "7월부터 적용되는 2차 방역조치 내용과는 별도로 과감하고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상영관에서는 모두가 한 방향을 향해 영화를 관람하며 타인과의 대화가 일어나지 않는 그동안 극장 안에서 추가 감염된 사례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영관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코로나19 확진자가 영화관을 처음 방문한 1월 28일부터 올해 3월까지 영화관을 방문한 5천200만명 가운데 추가 감염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같은 기간 영화관을 방문한 확진자는 244명으로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114명은 상영관 내 취식이 가능한 시기에 방문했던 관객이었다.

상영관협회는 "매점 음식물 섭취는 영화관의 일부이자 영화관람을 더 재미있고 가치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며 "취식 제한으로 영화관이 기피시설로 인식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앞두고 백신 접종자에만 상영관 내 취식을 허용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전날 "영화관 등에서 예방접종 완료자로만 구성된 별도 구역에서 음식 섭취, 함성 등을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만 상영관 내 취식 허용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비말(침방울)로 감염되는 코로나19 특성상 음식물 섭취는 전파 위험을 높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영화관 내 추가 감염 사례가 없었던 데는 취식 금지 방역 조치가 효과를 보인 덕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도 이런 코로나19 특성을 반영해 그간 음식물 섭취 제한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영화관뿐 아니라 공연장, 목욕장업, 오락실, PC방(ㄷ자 칸막이가 있는 경우 음식 섭취 가능), 스포츠경기장 등을 사회적 거리두기와 관계없이 음식 섭취를 금지하는 일반관리시설로 관리해왔다.

전문가들은 영화관이 감염 위험이 높은 시설은 아니지만, 취식 허용은 코로나19의 전파 특성과 젊은 층의 낮은 접종률 등을 고려할 때 시기상조라는 데 무게를 뒀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라면 (감염) 위험도가 낮기 때문에 몇 가지 안전장치를 두고 음식물 섭취를 허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백신 접종이 특정 직종이나 고령에 주로 이뤄졌고, 영화관을 이용하는 젊은 층의 접종률은 높지 않다는 점을 볼 때 영화관 취식을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역시 "그동안 영화관에서 확진자가 많이 나오진 않은 것은 사실이다. 좌석 간격 조정 등을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영화를 보면서 웃다가 비말이 튈 수도 있는데 마스크를 내리고 음식을 먹으면서 관람을 한다는 것은 아직 이르다"며 "또 백신 접종자가 흩어져 앉아야 전파 위험을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다른 별도 구역에 앉히는 방안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1/05/27 11:27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