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 이치 마피반장 - kala ichi mapibanjang

** 카라이치 전력 60분 주제 : 인형

** 마피반

** 기승전결의 기도 안 됨 주의

** 캐붕주의

1. 우려했던 유혈 사태는 벌어지지 않고, 의외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협상이 끝났다. 하지만 보금자리로 돌아갈 때까지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력으로 이만한 위치까지 올라온 카라마츠는 잘 알고 있다. 특히나 이런 거리. 도시의 번듯한 마켓이 아닌 시골 어딘가의 장터를 연상케 하는 복잡한 길을 지날 땐 사방을 경계해야한다는 것은 상식 아닌 상식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예상이 맞다면 이 거리가 저쪽에서 준비한 깜짝 선물이 터질 장소이리라.

미로처럼 엉켜있는 노점상과 각각의 물결을 이루고 있는 인파의 줄기에 잘못 휩쓸리면 일행을 놓치기 십상일 뿐더러, 직업의 특성상 아차 하는 사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거기다 범인도 특정하기 어려울 것이 빤한 장소를 반드시 지날 수 밖에 없게 협상 장소를 정하다니.

깜짝 선물이 있을 거라던 콘실리에리의 예측이 이번만은 빗나가길 바라며 한 발 앞서 시장으로 발을 내딛는 카라마츠의 팔을 돈이 가볍게 붙잡는다.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마주한다. 혀 차는 소리가 들리더니 돈이 그를 부른다.

“쿠소.”

“으흥?”

“한 눈 팔지 말고 제대로 호위 해.”

“돈은 나를 애 취급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애는 무슨.”

돈이 코웃음을 치며 그의 팔을 놓았다.

“얼빠진 쿠소지.”

카라마츠는 픽 웃으며 다시 몸을 돌렸다. 그리고 이번에야말로 시장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인파를 헤치고, 미리 외웠던 지도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앞으로 걸었다. 공간 확보가 어려워 뒤에 바짝 붙는 돈과 부하들의 인기척도 놓치지 않으며 카라마츠는 전방을 주시했다.

거리의 중간쯤, 가장 혼잡한 구역을 지날 즈음이었다. 한 번 더 인원을 체크하기 위해 가볍게 고개를 돌렸던 카라마츠의 눈에 어느 노점상이 눈에 들어왔다. 손수 만든 장신구를 파는 좌판이었다. 대부분 조잡하고 용도를 알 수 없는 물건들로 가득한 좌판 위를 카라마츠의 시선이 무심히 지났다. 그런데. 무심히 지나쳤던 물건들의 잔상 속에 그 인형이 있었음을 깨닫는 순간 그러면 안 된다는 걸 잊지 않고 있었음에도 카라마츠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2. “반장씨는 생일 선물로 뭐가 갖고 싶은가?”

섹스가 끝나고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있는 그에게 냉장고에서 꺼낸 물을 건네며 물었다. 몸을 일으켜 물 컵을 받아드는 반장의 얼굴엔 의아함이 깃든다.

“생일 선물 말입니까?”

카라마츠는 방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멍하니 카라마츠의 얼굴을 보고 있던 반장이 시선을 아래로 내리며 중얼거렸다.

“…별로. 뭐든 상관없습니다.”

반장은 거친 손끝으로 매끄러운 컵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카라마츠는 침대 위로 올라 그의 뒤에 앉아 다리 사이에 있는 그의 허리에 조심스럽게 팔을 감았다. 그리고 덥수룩한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나는 목덜미에 짧게 입을 맞추고 일부러 불만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반장씨는 내가 선물로 주는 물건들을 전혀 쓰지 않잖은가. 새 옷을 사줘도 매일 그 목 늘어난 티셔츠들만 입고, 꽃을 사줘도 시큰둥하고, 시계를 사줘도 차고 다니지 않고.”

구두도, 모자도. 카라마츠의 말에 반장이 갑자기 몸을 돌렸다.

“그건-!”

늘 반쯤 내려와 있는 눈꺼풀이 드물게도 완전히 위로 올라가 있다. 그 눈에 어린 당혹감을 모르는 척하며 카라마츠가 눈을 마주하며 물었다.

“그건?”

입술이 달싹이다 다물린다. 다시 평소처럼 반감긴 눈꺼풀 아래 갈색 눈동자가 아래로 떨어진다.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 모습이 마치 시무룩한 고양이 같았다. 속상해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것이 못내 귀여워 카라마츠는 그의 볼에 키스하며 말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너무 내 마음대로 선물을 준 것도 같아. 나야 내가 사랑하는 반장씨가 최고로 좋은 것들로 둘러 싸여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준 건데, 각자 생활 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카라마츠의 이야기를 듣는 반장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상대를 고려하지 않고 준 선물은 선물이 아니라 골칫덩어리일 수도 있다는 것을 내가 잊고 있었다. 미안해, 반장씨.”

“골칫덩어리-였던 적은 없어요.”

반장이 드물게 언성을 높였다 놀란 얼굴로 저를 보는 카라마츠의 얼굴에 급히 말끝을 내렸다. 반장의 손이 카라마츠의 볼을 매만진다.

“한 번도, 당신의 선물이 싫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금액을 알고 조금 놀라기는 했지만…, 내 생각을 하며 고르고 골라 가져왔을 당신을 생각하면 한 번도 싫었던 적이 없어요. 아, 장미 만송이는 조금 난감했지만요. 집도 아니고 사무실에 가져다놔서 떨어진 꽃잎 치우느라 업무가 지연됐으니까요. 그래도 분명히 한 송이도 빠짐없이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잘 말려서 베개 속으로도 써보고, 바닥에 떨어졌던 꽃잎들은 모아서 어울리지 않게 장미 꽃잎을 띄워서 목욕도 해봤습니다. 당신이 준 것 중 그 어떤 것도”

미칠 듯한 사랑스러움은 아마도 이런 것이리라. 카라마츠는 참지 못하고 조근조근 움직이는 입에 입을 맞췄다. 입술을 가르고 말캉한 혀를 휘감았다. 갑작스러워 놀랐을 텐데도 천천히 그의 움직임에 호응하고 따라와 주는 이 다정함이 못내 달콤했다. 세상에 어쩌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사람이 있을까. 신을 믿지 않지만, 만약 신이 있다면 이 사람을 제 앞에 보내줘서 감사하다고 경배하고 싶은 기분이었다.

한참이나 반장의 입을 탐하고 나서야 떨어진 카라마츠가 삼켜지지 못하고 턱에 흐른 침을 자상하게 닦아주며 말했다.

“알고 있다. 반장씨가 얼마나 다정한 사람인지, 얼마나 사랑스러운 사람인지.”

짓궂게 웃는 얼굴에 그제야 카라마츠가 장난을 쳤다는 걸 깨달은 이치마츠의 얼굴이 발갛게 물들었다.

“당신, 정말.”

“그래도 역시 반장씨가 내가 준 선물을 사용하는 걸 직접 보고 싶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반장씨의 의견을 참고해서 선물을 사려고 한다. 반장씨가 직접 말해준 물건이라면 반장씨도 사용해줄 수 밖에 없겠지!”

굿 아이디어가 아닌가!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처럼 눈을 반짝이는 카라마츠를 빤히 보던 그가 작게 웃으며 다시 몸을 돌린다. 제 가슴팍에 가만히 기대오는 온기가 사랑스러워 카라마츠는 팔에 힘을 줘 그를 꼭 껴안았다.

“…인형이요.”

한참 후에야 들려온 대답은 의외의 것이었다.

“응? 인형? 인형을 좋아했던가, 반장씨! 하지만 인형은 매일 들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지 않은가. 커다란 봉제 인형을 안고 공장에 출근하는 반장씨-는 당연히 귀엽겠구나. 좋아, 내가 세상에서 가장 푹신하고 커다란 인형을-”

“아니, 아니 그게 아니라!”

반장이 급히 손을 들어 그 입을 막았다. 카라마츠가 그 손을 붙잡고 떼어내니 새빨개진 얼굴의 반장이 울상을 짓고 그를 보고 있었다.

“에?”

“당신은 정말이지. 그게 아니에요. 제가 말하는 건.”

“아, 아닌가?”

“그, 핸드폰에 달 수 있는 작은 인형…같은 거면 매일 가지고 다닐 수도 있고….”

“아하!”

카라마츠는 그가 어떤 것을 원했는지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런 거라면 매일 갖고 다닐 수 있겠지.

“알겠다, 반장씨! 내가 반장씨를 위해 최고로 큐트한 인형을 구해오겠다!”

가슴을 두드리며 호언장담하는 카라마츠를 보며 그가 웃었다.

“네, 기대할게요.”

3. 그의 생일이 점점 가까워졌다. 하지만 어디를 찾아봐도 마음에 드는 인형이 없었다. 초조해하는 그에게 돈이 한숨을 쉬며 농담처럼 한마디 던졌다.

“그럼 네가 만들던가.”

그래서 카라마츠는 바늘을 들었다. 천을 사오고, 안을 채울 솜도 사오고, 대모를 찾아가 놀림을 당하면서도 꿋꿋하게 고양이 인형을 만들었다.

가까스로 생일에 맞춰 완성된 인형을 그의 손에 들려줬다. 인형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느라 포장할 상자를 구해놓는 걸 잊어 어설피 목에 리본을 매 선물이라고 내밀었다. 실망하진 않았을 까, 차라리 그냥 사는 것이 나았을 까, 고민하는 그의 손을 그가 살포시 잡아왔다. 그리고 서툰 바느질에 다친 손끝에 입을 맞추며 웃어줬다. 복사꽃같이 고운 미소는 카라마츠가 그간 봤던 반장의 미소 중 단연 최고였다.

4. 그런 인형이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그를 위한 인형. 카라마츠가 직접 만든 그 인형. 절대 알아보지 못할 수 없는 인형. 그리고 그와 함께 자취를 감춰버린 그 인형.

“이게, 왜, 여기….”

좌판을 향해 손을 뻗는 카라마츠의 등을 누군가 내리 누른다. 바닥에 쓰러지면서도 카라마츠는 그 인형을 움켜쥐고 좌판의 주인으로 예상되는 이를 쳐다봤다. 푹 눌러쓴 검은 모자, 눈을 빼고 전부 가리는 커다란 검은 마스크. 그리고 크게 떠진 갈색의 눈동자.

아아.

콰앙-!

그의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거대한 폭발음이 거리를 집어삼켰다.

지척에서 벌어진 폭발로 위잉- 귀에서 울리는 이명, 흔들리는 시야에도 매캐한 연기 속 사라지는 인영을 향해 손을 뻗는 그를 등을 누르고 있던 이가 잡아당긴다. 번거로워 고개를 돌려 저를 당기는 이를 쳐다보니 아. 그가 지켜야할 대상, 그의 분신과 같은 보스가 매섭게 그를 보고 있었다. 그가 어울리지 않게 입을 크게 벙긋거리는 것이 보였다. 무성영화처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그가 자신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훈련받은 몸은 혼란스러운 머리야 어떻든, 제 임무를 잊지 않고 즉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에 쥐고 있던 인형을 주머니에 급히 넣고 저를 잡아끌던 돈을 감싸 안고, 방금 전의 폭발로 질서가 사라진 거리를 달렸다. 카라마츠가 정신을 차려 움직이는 것을 시작으로 부하들도 대열을 갖춰 달렸고, ‘깜짝 선물’을 배달할 이들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출구를 향해 달려 나가는 카라마츠의 입술은 피가 맺힐 정도로 앙 다물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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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1. 마피반, 히라돈 입니다.

2. 마피와 돈은 돈이 형뻘로 의형제 사이입니다.

3. 뒷부분은...스토리는 있지만 추가 예정은 없습니다....중간에 포카포카한 마피반을 쓰고 싶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