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1A1 전차 가격 - K1A1 jeoncha gagyeog

국방부에 전차관리사업단을 신설하고 본격적인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당시 국내 기술력만으로는 신형 전차 개발이 불가능했다고 합니다. 아무런 생산기반도 없는데 갑자기 고성능 전차를 만들어야 했으니 정부도 골머리를 앓았을 겁니다.

그래서 미국의 크라이슬러 디펜스(1980년대 이후 제너럴 다이내믹스)가 설계한 ‘M1 에이브럼스 전차’를 바탕으로 한 국산 전차 개발사업이 진행됩니다. 1986년부터 실전 배치된 이 전차가 K1 전차입니다. 서울올림픽을 기념해 ‘88전차’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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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연천군 한탄강에서 열린 한미 연합 도하작전 훈련에서 미2사단 M1A2 전차가 부교를 건너고 있다. K1 계열 전차는 미 M1 전차의 기술을 바탕으로 했다.
연합뉴스

●무기 개발 박차… 한국 세계 11위 무기수출국

1978년 7월 한미 양국은 역사적인 ‘한국형 전차’ 양해각서에 서명했습니다. 사업 목표는 한국형 전차 시제품 2대를 개발하는 것이었는데, 미국은 3가지 조건을 걸었습니다. 당시엔 이 조건들이 K1 계열 전차의 수출길을 막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서둘러 전차부터 개발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컸을 겁니다.

양해각서는 ‘K1 전차 및 그 계열전차를 수출하기 위해선 미국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못 박았습니다. 미국에 대한 적성국가가 아니더라도 기술 유출 위험이 있거나, 자국 방위산업체들이 수출에 반대하면 해외 수출은 불가능해진다는 얘기입니다. 만약 어렵게 미국 동의를 얻더라도, 오랜 시간이 소요돼 협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두 번째로 미 정부는 해외에 수출할 경우 완성전차 1대당 5만 달러의 로열티를 지불하도록 했습니다. 국방연구원 연구팀은 “K1 전차와 계열전차 구매에 관심을 가질 만한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의 개발도상국 입장에서는 가격이 특히 중요한 결정요소여서 로열티로 인한 가격 상승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가격 문제로 수출에 실패한 사례도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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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1 전차 가상 교전 영상. 육군 유튜브 캡처

●동남아·중동 등 가격 중요… 막판 무산도

우수한 3세대 전차로 인정받은 K1 전차는 1997년 말레이시아가 추진한 7억 3000만 달러 규모의 전차 도입사업 입찰에 참여하게 됩니다. 현대정공(현 현대로템)의 K1과 폴란드 부마르 와벤데의 PT91, 우크라이나 KMDB의 T84가 경쟁했습니다.

현대정공은 정글이 많은 말레이시아 지형에 맞게 전차를 개량했습니다. 51.1t인 중량을 47.9t으로 크게 줄이고 적재 포탄수는 47발에서 41발로 줄이는 대신 ‘레이저 거리측정기’와 ‘양압장치’(차량 내부 압력을 높여 화생방 공격을 방어하는 장치)를 장착한 최신 ‘K1M’을 내세웠습니다.

말레이시아 측이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 계약이 성사되는 듯 했으나 막판에 폴란드의 PT91M에 밀려 수출이 좌절됐습니다. 연구팀은 “K1M의 탈락 원인은 성능보다는 가격 문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후 K1 전차 및 그 계열전차는 아직까지 수출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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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문제는 당시 양해각서의 효력이 영구적이라는 점입니다. 미국이 먼저 나서서 효력을 정지시킬 가능성은 ‘0%’일 겁니다. 결국 미국의 사전 동의와 로열티 지불이 계속 수출에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개발한 지 시간이 많이 지나 K1 전차를 구식 전차라고 여기는 분도 있지만, 실제로는 여전히 군에서 1000대 이상 운용하고 있는 주력 전차입니다. 뿐만 아니라 105㎜ 강선포를 120㎜ 활강포로 강화한 K1A1·K1A2, 전후방 감시카메라, 실시간 전차 간 정보 공유, 디지털 전장관리체계 등 각종 전장시스템을 대폭 강화한 K1E1 등으로 계속 진화하고 있습니다.

K2 전차 보급이 계속 확대되면 K1 전차는 개발도상국 등에 성능 좋은 중고전차로 수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미국과 협의해 양해각서 내용을 삭제하지 않는 한 수출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물론 이런 방식을 미국의 잘못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미국 입장에선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반드시 넣어야 할 항목이었는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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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1 전차의 105㎜ 강선포를 120㎜ 활강포로 강화한 K1A1 전차.
현대로템 제공

●K2 기술 이전 계약… 터키 강력한 경쟁자로

이런 사례는 K1 전차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연구팀은 “기존에 맺었던 무기개발·생산과 관련한 약정을 세밀하게 들여다보고 관리해야 한다”며 “조율이 불가능하다면 문제가 되는 기술이나 부품의 국산화를 통해 문제의 소지를 미리 없애두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약정 체결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약정을 체결할 때 가급적 개조·개량품은 한국이 지식재산권을 소유하도록 하고, 외국이 지식재산권을 갖게 됐다고 하더라도 유효기간을 명확히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우리가 보유한 기술을 해외에 수출할 때도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2008년 K2 전차 기술 이전 계약을 맺고 터키가 개발한 ‘알타이 전차’는 이미 우리의 경쟁 상대가 됐습니다. 연구팀은 “지식재산권을 우리나라가 아닌 수입국이 가져간다면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수출하자마자 강력한 수출 경쟁자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폴란드 군비청은 지난 16일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FA-50 경공격기 48대를 도입하는 본계약을 체결했다. 지난달 26일 K2 전차와 K9 자주포 본계약을 완료한 지 불과 3주 만이다. “샴페인부터 터뜨리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할 만큼 이례적으로 빠른 행보다. 지금까지 계약액만 해도 87억여 달러(약 12조원)에 K2와 K9은 적잖은 잔여 물량의 추가 계약도 남아 있는 상태다. 이처럼 국산 무기 체계의 폴란드 수출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K-방산’도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방산은 시대별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국내 방위산업은 미국의 닉슨 독트린과 베트남 공산화 소용돌이 속에서 자주국방의 일환으로 태동했다. 1970년대 소총·야포 등 기본 무기 제작을 발판 삼아 1980년대엔 독자적인 무기 체계 개발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K1 전차와 K200 장갑차를 자체 개발했고 해외 기술 도입을 통해 제공호와 장보고급 잠수함도 만들었다. 1990년엔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첨단 정밀무기 개발과 생산에도 힘을 쏟았다. K1A1 전차와 K9 자주포 등을 개발 생산한 게 대표적이다.

이처럼 꾸준히 기술을 축적한 K-방산은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세계적 수준의 무기 체계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는 단계까지 나아갔다. K2 전차와 K21 장갑차, T-50/FA-50 전투기, 손원일급 잠수함 등 첨단 무기가 이때 자체 개발됐다. 2010년대엔 현무-2 탄도미사일과 현무-3 순항미사일, 한국판 패트리엇 PAC-3인 천궁-Ⅱ 요격미사일, 한국판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인 천무 다연장 로켓 등도 잇따라 실전 배치됐다. 중공업 기반이 없어 자국산 소총도 생산하지 못하던 국가가 50여 년 만에 그야말로 ‘상전벽해’를 이룬 셈이다.

 

K-방산의 성장 동력

무기 체계는 오직 국가만 구매할 수 있으며 국가 간 거래도 동맹이냐, 적대국이냐 등에 따라 제한된다. 적어도 10년 이상 꾸준히 개발을 지원해야 하고 최소한의 생산 물량도 보장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이에 더해 적국이나 동시대의 다른 강대국 무기와 겨룰 수 있는 우수하고도 강력한 성능을 갖춰야 한다. 성능 못지않게 ‘숫자’도 중요하다. 충분한 수량을 적절한 가격으로 생산해 요구되는 시기 내에 일선 부대에 인도할 수 있어야 한다.

초기의 방산 수출은 피복·장구류나 탄약·소화기 등 가격 대비 성능이 우수한 저가 로테크 장비 위주였다. 이후 국내 첨단산업 역량이 발전하고 이를 무기 체계 개발에 적용하면서 K-방산은 세계 첨단 수준의 강력한 무기 체계를 갖추기에 이르렀다. 소총이나 탄환을 산다면 굳이 첨단 체계가 필요하지 않고 가성비가 주요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국방의 핵심 주력 장비인 전차·자주포·전투기 등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정상적인 국력으로 안보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라면 가성비만으로 주력 장비를 결정하진 않는다.

폴란드의 선택을 봐도 명확하다. 폴란드는 무려 230대의 전차와 110문의 자주포·다연장로켓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규격 장비로의 전환을 추진했다. 폴란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에 따라 러시아와 곧바로 대치해야만 하는 현실에 직면할 수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러시아에 대항할 수 있는 강력하고 우수한 무기 체계를 갖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더욱이 NATO에서 2조원 예산까지 지원받는 상황에서 폴란드가 가성비로만 무기 체계를 선택할 이유는 없었다. 얼마나 우수한 무기 체계인가, 그리고 얼마나 빠른 시일 내에 폴란드군을 무장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NATO 회원국인 폴란드는 유럽 내에서도 첨단무기를 구매할 수 있었다. 특히 독일은 레오파르트 2A7 전차와 PzH2000 자주포 등 세계 최강의 무기 체계를 갖추고 있었다. 문제는 가격이었다. 세계 최강으로 평가되는 2A7 전차는 대당 가격이 1500만 유로(약 208억원)에 50대를 생산하는 데 5년이나 걸린다. 반면 미국의 M1 에이브람스 전차를 제치고 세계 2위로 평가받는 K2 전차는 2A7 전차보다 훨씬 싼 가격에 180대를 36개월 만에 납품할 수 있다. 이처럼 K-방산은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에 더해 수요에 따라 납기 일정을 맞출 수 있는 생산 능력까지 갖추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입지를 급속히 넓혀가고 있다.

 

K-방산의 미래는

무기 체계는 전쟁의 위협 속에서 그 가치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특히 최근엔 시리아와 예멘 내전에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전 세계적으로 첨단 무기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전혀 다른 새로운 방산 시장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격랑의 국제 정세 속에서 누가 미래 방산 시장을 장악하게 될 것인가.

냉전 시절부터 세계 무기 시장은 미국과 러시아가 양분하는 구도였다. 이는 앞으로도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유럽 유수의 방산 업체들도 미국이 만든 NATO 표준의 무기시장에서 보완재 역할을 담당하며 일정 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냉전 종식 후 유럽 각국이 급격한 군축에 나서면서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냉전 시기 GDP 3%를 국방에 할애하던 독일도 1995년엔 1.5%로 절반을 줄였다. 유럽의 방산 업체들도 통폐합되거나 상당수가 사라졌다. 시장이 축소되면서 규모의 경제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고 이로 인해 가격 경쟁력도 갈수록 떨어졌다. 미국 무기를 대체하긴커녕 기존의 보완재 역할도 위태로워진 셈이다.

이런 유럽의 방산을 대신해 새롭게 떠오른 게 바로 K-방산이다. 대한민국 국군은 북한의 위협에 맞서는 과정에서 새로운 형태의 위협에 끊임없이 대응해야만 했고 그에 따른 다양한 무기 체계를 갖춰야만 했다. 그 결과 규모의 경제에 바탕해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도 실질적인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K-무기 체계를 마련할 수 있었다. 최근 군사력 증강에 사활을 걸고 있는 아시아·중동·동유럽 국가들이 K-방산에 주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들 국가의 ‘현실적’ 수요에 딱 맞는 무기 체계가 K-방산에 이미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K-방산은 역대급 수출 실적을 기록한 폴란드 외에 호주(레드백 장갑차)와 노르웨이(K2 전차) 등에서도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도 예멘 후티 반군의 미사일 공격을 막기 위해 천궁-Ⅱ를 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비해 미국과 유럽 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무기와 탄약을 집중 지원하다 보니 자국 수요를 채우기에도 급급한 실정이다. 이로 인해 당초 미국과 유럽에 발주하려던 국가들도 긴급한 수요를 채우기 위해 K-방산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지난 21일 개막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국제 방산 전시회인 대한민국방위산업전(DX 코리아)에 무려 30개국의 군 대표단이 방한한 게 상징적이다.

관건은 이렇게 급격히 늘어난 수요를 과연 K-방산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냐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한 국제 방산 공급망 대란에서 K-방산은 분명 매력적인 대안으로 꼽히지만 여전히 적잖은 과제를 안고 있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당장 핵심 구성품의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게 급선무다. 아직 우리 무기 체계는 적잖은 구성품과 시스템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FA-50도 미국산 엔진을 사용한다. 미국이 엔진 수출을 거부하면 전투기 자체를 팔지 못한다. 의존해야 할 핵심 구성품은 의존하되 상황에 따라 대체 가능한 시스템을 갖춰야 할 때다.

 

K-방산, 한계를 넘어라

대형 장비에 편중된 제품군도 극복 과제다. 전차·자주포·장갑차·군함·전투기 등 대당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대형 무기 체계는 자동차처럼 매년 꾸준히 팔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그런 만큼 광전자 열상 장비와 정보통신 시스템·단말기, 국방 소프트웨어 등 기술 기반의 작은 무기 체계들도 함께 수출 주력 상품화하는 게 필수다. 일반 산업에서 요구되는 내구성과는 차원이 다른 군사 규격의 베어링·너트·전선 등 기본 부품도 마찬가지다. 이를 위해 강소 방산 기업을 적극 육성할 필요가 있다.

업체 주도의 개발 환경 조성도 시급하다. 지금의 K-방산은 기본적으로 우리 군을 위해 만든 무기 체계를 해외에 판매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 문제는 해외에서 자국 상황에 맞게 무기를 개조하거나 개발하도록 요구할 경우 이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화기나 탄약류를 개별 업체 차원에서 마음대로 다룰 수 없는 현실 속에서는 한계가 뚜렷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지금처럼 정부가 지원 대상과 범위를 선별하는 방식으로는 효과적인 대처가 쉽지 않다. 오히려 방산 업체들의 자유로운 연구 개발 생태계를 보장해 주는 게 수출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큰 과제는 과거의 방산 비리 프레임을 넘어서는 것이다. 비리는 당연히 처벌받아야 하지만 이에 따른 과도한 감시와 압박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에 꼭 필요한 투자와 기술 개발마저 위축되곤 했던 게 현실이다. 어떤 제품이 해외 시장에서 성공하고 실패할지는 방산 업체의 역량에 달려 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비리 가능성은 철저히 차단하되 세계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을 최대한 조성해 주는 것이다. ‘방산 4대 강국’이란 표어만 내세우는 접근으론 필패할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이 원스톱 서비스 등 해외 고객 유치를 위해 보조를 맞춰나갈 때 K-방산의 미래도 함께 열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