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시골마을에어떤선비 하나가살고있었다. 글을많이 읽어삼강오륜인의예지를 다익혔으되, 살기가무척 어려웠다. 벼슬을 못하여녹을받지 못하는데다, 배운게 글읽는일뿐이라. 농사든 장사든아무것도못하니 살림이기울수밖에 없었다. 물려받은 재산이다떨어지니 얻어먹지않으면 굶어죽을지경이 되고말았다. 그때함께 글을배운친구 하나가과거에급제해서 한양에서벼슬 살이를하고있었다. 그사람이 언젠가말하기를, "살기어렵거든우리집에와서 쌀이라도갖다먹고해라." 했던참이었다. 이선비가 먹고살방도가없으니 그말만믿고서 한양으로 친구를 찾아가는판이다. 한양까지짚신을신고걸어서가려니 몇날며칠이 걸릴지모를일이었다. 쉬지않고 간다고가다보니 어느날그만 인가도없는 산골짜기 속에서 날이저물고말았다. '아이쿠이거큰일났구나!' ! ! 깜깜한가운데 길을잃고서한참을 헤매다보니멀리서 불빛이깜빡인다. 어찌나반가운지 숨을헐떡이면서찾아가고보니꽤나그럴싸한기와집이다. 문을두드려주인을부르자 뜻밖에도천하절색예쁜 여자가나온다. "웬 선비양반이이 밤중에웬일이신가요?" 그러자선비가사정얘기를 하면서 하룻밤묵어가게해달라고 청했다. "집에저 혼자뿐이니어쩔까모르겠네요. 하여간이 밤중에다른델 가시지도못할테니안으로 들어오세요." 안으로 안내해서방을정해주더니, 조금있다가 "시장하실테니좀드세요." 하면서음식을차려오는데, 근래에먹어보지 못한진수성찬이었다. '이상하군,이산속에서 어찌이런만반진수를!' 의심이갔지만워낙배가고팠던지라 앞뒤가릴 것없이맛있게 먹는것이었다. 먹고나서 궁금증이나서여인한테 묻는다. "부인 혼자계신집에서 이리 대접을 받으니송구합니다. 그런데어찌 이산속에혼자 계시는지요?" "자식도하나남기지못하고서방이돌아가시니 세상만사가다싫어져서 그냥산속으로 숨어들었답니다." 하면서 한숨을쉬는것이었다. 다음날선비가길을떠나려고하니 여인이소매를붙잡으면서, "이것도 인연이라고어렵게찾아오신터인데하루만더 쉬다가가시지요. 어째보내기가싫습니다." 그렇게간절히만류하자선비는그만 마음이동해서 갈길도잊고 그집에 주저앉고말았다. 하루종일편안히 쉬면서진수성찬을 대접받고는 밤이되어 한이불속에 들어가니모든것이 꿈만같다. 한번그렇게정을 나누고보니발걸음이 떨어지지않아서 하루이틀더 묵는다는게 어느새달포가지나고 말았다. 그제서야 선비가정신이번쩍 들어서, '이거큰일났구나. 우리집식구들이 다굶어죽게되지 않았는가. 정신을 차려야해.' 그래 여인더러이제그만 가보겠다고하니 여인이벌써 다알고있다는 듯이말을한다. "아무걱정말고더쉬다가세요. 선비님댁에 벌써먹을것 입을것을다 보내두었답니다." "그게사실이오?" "사실이고말고요." 그러자 선비는다시 또그 집에머물면서갖은 대접을받으며즐거운 날을보냈다. 그렇게달포가 지나자선비는, ! "아무래도 안되겠소. 이참에 집에다녀올 테니보내주구려. 내 꼭다시 오리다." 그러자여인은, "알았습니다. 단 돌아오는 길에 어떤 사람이 나타나 말을 건네면 절대 대꾸하지말고 뿌리치고 오셔야 합니다. 아셨지요? 다시 꼭오셔야만 합니다." 하면서노자는 물론이려니와말까지한 필내주는것이었다. 선비가집에당도하자아내와자식들이 뛰어나와서반갑게 선비를맞이한다. "수고하셨습니다. 얼마나좋은 친구를두었길래 이렇게금은보화를 많이보냈는지요. 평생을먹고살 수 있겠어요." "아그럼 내친구인데오죽할까!" 이렇게둘러댔지만, 그재물은여인이 보내준것이분명했다. '세상에덕을봐도이렇게 단단히볼수가 있나!' 선비가 집에서두어달을 묵으려니자꾸만 그여인 생각이나서참을 수가없다. '사람의도리로
보더라도가서인사를
하는게마땅하지
않은가?' 선비가부지런히 길을재촉해서여인이 사는집이 보일락말락하는 곳에 이르렀을때다. 뜻하지않게누군가가자기 이름을부르는 것이었다. "이보게, 잠깐내말을들어보게." 선비가놀라서 살펴보니백발이성성한 어떤노인네가 오동나무 밑에서 자기를부르고있다. "노인장은 뉘십니까?" "내말을 잘듣게나. 나로말하면하늘 나라에계신자네 선친의친구로세. 그분부탁으로 이렇게온거야. 어떤가, 자네 지금웬여자를 찾아가는길이아닌가?" 선비가머뭇거리면서, "그렇습니다만……" "자네아주 큰일날뻔했어. 그렇게모른단말인가? 그여자는 사람이아니라요귀야. 천년묵은 구렁이가둔갑한거란 말일세. 지금자네가 가면잡아먹으려고준비하고있는중이야." "믿기지않거든 내하라는대로 해보게. 그 집에당도해서는문으로 들어가지말고살짝 뒷담을 넘어 들어가방안을엿보란 말이야!" 그러면 사실을깨닫게될거야." "그런 다음에는어떻게해야 하지요?" "방법은한 가지뿐이야. 그여자가 밥상을차려오거든밥을 한술떠서 입에물었다가 여자를향해 확뱉어버리라구. 그렇게해야만죽음을면할수있어. 명심하게." 그말을 남기고는백발노인은온데간데없이 사라지는것이었다. 여자의집에 당도한선비는문앞에서 잠깐망설이다가 집뒤로 돌아가살짝 담을넘었다. 손가락에침을발라문구멍을뚫고서 안을들여다보니 아니나다를까커다란구렁이!! <s> </s> 굼실굼실 서려있다. 선비는 그만오금이다 저려왔지만, 마음을단단히 다잡고는다시담을 넘어대문으로와서 문을두드려 주인을찾았다. 그랬더니전날 그여인이손을 잡으면서 반갑게 맞이한다. "오셨군요. 어서 들어가세요." 선비가 방에앉아기다리자니 여인이전처럼 진수성찬을차려서 내오는것이었다. 분길같은손으로 선비의손에숟가락을 쥐어주면서, "식기전에 어서드세요." 하고아름다운 음성으로권하는것이다. 밥을한 숟가락떠서입에 집어넣은선비는순간 갈등에휩싸였다. '이걸뱉어야 하나말아야하나? 뱉으면나는살고 저여자는죽겠지. 그러나따져보면 저여인덕에 내가갖은호강을 다누려보고 굶어죽을 지경에있던우리 집이잘살수 있게되지않았는가.' 선비는 여인을한번바라보더니, 밥을꼭꼭 씹어서목구멍으로꿀떡 삼켰다. 그렇게 밥한그릇을 남김없이비웠다. 그러자여인이 선비의손을 덥석쥐면서, "선비님, 어찌그밥을 내게 뱉지않으셨단말씀입니까? 그러자선비가 그만깜짝놀라서, "아니, 그일을알고 있었단말이오?" 그러자여인이말했다. "알다뿐이겠습니까. 알아도말을할 수가없었던거지요." 그러면서그일에얽힌사연을 말해준다. "선비님이 만난백발노인은 천년묵은 지네랍니다. 이 골짜기에나와함께 살고있는데둘 중에하나만 용이되어 승천할수 있는운명이었지요. 제가이번에 선비님의마음을얻으면 용이돼서올라가게 되는지라 그 일을방해하려고그렇게 나타났던것이랍니다. "이제저는 선비님덕택에용이 되어승천하게됐습니다". 그러면서감격에 겨워서눈물까지글썽이는 것이었다. "그리 된일이군요. 나는그간에 입은은혜가과한지라 차라리나혼자 죽고말자고 작정했었다오." "죽기는왜 죽는답니까. 만약선비님이 저한테밥을뱉었다면 오히려해를당했겠지요. 천년을기다린일이한순간에물거품이 되는판이니 어찌안 그렇겠습니까. 이제 다잘되었으니 걱정마세요. 자, 저는 이제떠나갑니다. 길이 평안하세요." 그 말과함께갑자기 뇌성벽력이치면서 천지가진동하니 선비는히뜩정신을잃고말았다. 한참만에정신을차리고보니기와집은온데간데없고 바위위에누워있는참이었다 . 놀라서주변을살펴보니 큰바위밑에 구렁이가용이 되기위해도를 닦던터가눈에 띈다. "이게정녕 꿈은아니었구나." 그후선비가 집에돌아온뒤로 모든하는 일이 술술잘풀려서평생을행복하게 잘먹고잘 살았다고한다 -일간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