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오사마 빈라덴 사살작전을 다룬 영화 ‘제로 다크 서티’에서 주인공 마야(제시카 채스테인·오른쪽)는 실존했던 CIA 여성요원 여럿의 캐릭터를 합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영화사 하늘] 24일(현지시간) 막 내린 제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면당하다시피 한 영화 한 편이 미국 정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중앙정보국(CIA)의 오사마 빈라덴 추적·사살 작전을 다룬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다. 제로 다크 서티란 그믐밤 0시30분, 빈라덴 체포작전 시각을 뜻한다. CIA가 알카에다 조직원을 상대로 자행한 잔인한 물고문 장면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냐는 비판부터 제작 과정에서 CIA와 유착 의혹, 고문의 정당성 논란까지 거세다. 캐스린 비글로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에 미국에서 개봉했다. 애초 10월 개봉 예정이었다가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는 이유로 연기됐다. 시작과 함께 자막이 흐른다. “이 영화는 실제 일어난 일에 관한 직접적인 설명을 토대로 만들었다.” 빈라덴 사살작전 참가자들로부터 직접 취재했다는 암시를 풍긴다. 각본을 맡은 마크 볼은 CIA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오랜 기간 취재했다고 밝혔다. 비글로 감독은 어디까지 픽션인지 명확히 하지 않았다. 영화는 작전 과정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에게 물고문을 해 결정적인 정보를 얻어낸 듯 그리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TV에 나와 “우리 정부는 고문 따위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할 때 고문에 가담했던 CIA 요원들이 서로 눈치를 살피는 장면도 있다. 이를 두고 고문을 작전의 결정적인 수단으로 묘사, 결과적으로 가혹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존 매케인(공화) 상원의원은 “고문 장면은 사실과는 다르고 고문으로 빈 라덴의 은신처를 알아낸 듯 국민을 오도할 우려가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이들은 배급사인 소니 측에 ‘영화가 허구’라는 자막을 넣어 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CIA에도 사실 여부를 문의했다. 영화가 CIA를 대변했다는 비판도 있다. 기자를 군에 동행시키는 ‘종군취재’와 같은 ‘종군영화’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CIA가 제작진에 수백 건의 기밀문서를 열람하는 특혜를 줘 논란이 됐다. 영화에 등장하는 빈라덴의 은신처는 CIA 문서 속 도면과 정확히 일치한다. 비글로 감독은 영화 논란과 관련, 자신은 어떤 종류의 고문에도 반대하는 쪽이지만 영화 내용에선 특정 입장에 서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앞서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제시카 채스테인)을 받았던 ‘제로 다크 서티’는 아카데미에선 음향편집상을 ‘007 스카이폴’과 공동 수상하는 데 그쳤다. 보수적인 아카데미가 정치권과 마찰을 피했다는 추측도 있다. 공교롭게도 매케인 의원 등 상원의 조사는 시상식이 열린 24일 별다른 설명 없이 종결됐다. ‘제로 다크 서티’는 국내에서 3월 7일 개봉된다. 강혜란 기자 국제국제일반 ‘항문 급식 고문’에 17일 동안 세워두기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