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끝자락을 걷고있는 여자구요~ 이렇다할 연애도 없이 그냥 나이만 먹은것 같네요 .. 근데 나이가 나이고 서른전에 결혼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은연중에 갖고는 있는데.. 정말 사랑이고 나발이고 결혼할 남자는 다른가요? 연애만 할 남자와? 정말 열렬히 사랑하는 남자와 나를 많이 아껴줄것같은 결혼하기 좋은남자와.. 저는 어떤사람과 연애와 결혼을 해야할까요.. 요즘따라 생각이 많아집니다 무슨 것을 중점으로 두고 남자를 만나야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나를 아껴주고 그냥 결혼생활 무난할것같은 남자냐.. 아니면.. 내가 정말 너무나도 열렬히 사랑하고 .. 자꾸 보고싶고.. 해주고싶고 하고싶은게 많은 남자냐... 30대 들어 연애 상담 주제가 달라졌다. 주로 최근에 소개팅을 했는데 이 남자랑 잘해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가 고민이란다. 외모, 직업 다 나쁘지 않고 계속 만나고는 있는데 확 땡기는 게 없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이럴 때면 나는 이 때다 싶어 달려든다. 연애한다고 어디 닳는 거 아니니까 일단 만나보라고, 너 연애 쉰 지 너어무 오래됐다고, 우리 나이에 시간 빼고 돈 써가며 사람 만나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고, 맨날 천날 외롭다 나는 결혼할 수 있을까 해쌓지 말고 남자를 만나라고 호들갑을 피운다.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싶으면 나는 사계절은 만나고 결혼해야 하니까 식은 내년 가을쯤이 좋겠다고, 너는 여의도고 그쪽 직장은 판교니까 신혼집은 사당이 좋겠다고 진도를 국수 뽑듯 뺀다. 그러면 친구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홍대 상상마당에서 뛰노는 중인 것이다. 그래도 일 년은 만나봐야 되겠지? 근데 그게 안 맞으면 어쩌지? 하고 이것저것 질문하면 나는 ‘넌 is 뭔들’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여지없이 ‘으아아, 연애고 뭐고 다 귀찮다’하면서 산통을 깨버린다. ‘어디 이익준(<슬기로운 의사생활> 중 조정석 극 중 역할) 같은 남자 어디 없나. 진짜 거미라도 될 걸 그랬나 봐’하며 개나발을 분다. 서로 진짜 질린다는 표정을 짓는다. 이거 마저 먹고 가자하면서 끝나는 고민 상담. 그게 요새 트렌드였다. 어느 날은 친구가 너는 결혼하니까 좋으냐고 물었다. 6년 연애하고 2년 결혼 생활하는 걸 빠짐없이 지켜봐 온 입장에서 오랜 시간 사이좋은 우리 커플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고 했다. 자기는 충분히 이기적이고 길게 연애를 해본 경험도 없어서 누군가와 맞춰가며 평생 살아야 하는 게 배로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요새 어떤 남자를 만나야 할지도 모르겠고 썸이라도 탈라치면 이 남자랑 안 되는 이유부터 찾는 증상도 털어놨다. 나는 얘가 얼마나 괜찮은 여자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지난 8년간 깨달은 노하우를 전해주기로 했다. 그렇게 준비한 이번 특집은 이런 남자 만나서 결혼해라다.
남편은 나한테 항상 ‘예쁘다, 쨔란다(잘한다)’한다. 처음에는 그냥 습관처럼 하는 소리겠거니 했는데, 이게 쌓이다 보니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이 됐다. 그리고 나도 이 사람한테 이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계기가 됐다. 그런데 연인 간에 서로 어여삐 여기고 어여쁘다 말해주는 게 얼마나 중한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자기 애인한테 못생겼다고 놀리고 네가 제대로 하는 게 뭐가 있냐고 질책하고 힐난하는 분이 생각보다 꽤 있어서 놀란 적이 있었다. 제 사람 귀한 줄 모르고 자존감 깎아 먹는 사람은 가차 없이 쳐내야 한다. 나도 구 남친(들)한테 ‘못생겼다’는 말도 들었고 ‘화장 다시 해라’는 말도 들어봤다. (부들부들) 남편 옆에 있으면 부족하긴 해도 내가 썩 괜찮은 사람 같게 느껴진다. 연애 칼럼니스트 곽정은도 말하지 않았나. 제대로 된 사람을 만났다는 분명한 증거는 함께 있을 때 변해가는 내 모습이 자신의 마음에 드는 것이라고. 그런데 한 가지 주의가 필요하다. 맨날 예쁘다 귀엽다 해줬더니 자기가 진짜 귀여운 줄 아는 것 같다. 아재요. 다른 사람 앞에서 행여 그러지 마이소.
넷째, 잘 싸울 수 있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다섯째, 교감이 잘 되는 사람을 만나야 한다. 사람은 정신적인 교감도 하고 손도 잡고 어깨동무도 하면서 육체적인 교감도 나눈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친구가 다섯 가지를 유심히 듣더니 어렵다 했다. 맞다. 그래도 어떻게든 되겠지 하지 않고 앞으로 공들여 찾아보겠노라 했다. 내 친구는 좋은 사람이니까 좋은 사람을 만날 테니 사실 걱정 없다. 얼른 투투도 치르고 100일도 기념하면서 예쁘게 만나기를 고대할 뿐이다. 그런데 쓰다 보니 우리 커플이, 특히 남편이 대단히 이상적으로 그려진 것 같아 마음에 걸린다. 아닌가? 여하튼 개뿔 다 똑같다. 우리 역시 뻗대고 어긋나기 일쑤다. 그래서 우리도 관계를 잘 가꾸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 부단히 서로 웃겨주고 칭찬해주고 잘 싸우며 교감하려고 노력한다. 둘이서 행복하자고 맺은 인연임을 잊지 않으려 애쓴다. 머리 빠져도 잘생겼다 해줘야지. 크, 취한다. 나의 트루 러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