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은 진지한 얘기를 해볼까합니다. 수년 전에 제가 글로 써놨던 내용이기도 한데요. 다시 재정비해서 하나로 통합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기계식 시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주제인 '오차(誤差)'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어떻게보면 진부한 주제이긴 하지만 그래도 한 번쯤은 해볼만한 이야기죠. 그리고 종국에 이것이 우리가 기계식시계를 사랑하는 이유가 되는 것이기 때문이기도 해서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기계식 시계에서 오차가 발생하는 요인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충격이나 자성 등 외부의 영향도 있지만

수 백개의 파트로 구성된 이 집합체는 동력을 전달하는데 있어 수많은 아날로그적 운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디지털로 동력을 일정하게 전달하는 쿼츠(Quartz)에 비해 많은 오차가 발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기계식 무브먼트(수동 크로노)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쿼츠(전자식 무브먼트)

기계식 시계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밸런스휠은

중력(Gravity)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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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스휠

사실, 중력 뿐만아니라 온도, 습도 등에도 영향을 박구요. 지금의 저는 오차에 민감하지 않지만 과거 기계식 시계에 입문할 당시만해도 크로노미터(Chronometer)급이네, 아니네 하면서 민감했던 적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금와서 보면 이게 다 시계생활의 과정이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Rolex Cal.3255

시계에 따라서 오차는 유형이 꽤 다양한데요. 먼저 가장 일반적인 경우는 +, -가 일정하게 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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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정시각에 따라 +2", +4", +6", +8"...

혹은-0.5", -1.0", -1.5", -2.0"......

그러나 이런 경우도 있습니다.

-0.5", -1.0", -0.5", 0, +0.5", 0, -0.5"......

전자의 경우가 이상적(특히 +)이라고들 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개의치는 않습니다.

이렇게 다양하게 오차가 발생하는 제 시계들이 제 곁에서 오랫동안 문제없이 열심히 째깍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많은 시계를 경험해봤지만 100만원대 이상의 엔트리급 기계식 시계에서 사용하는 범용 무브먼트는 년식이 좀 된 빈티지 제품을 제외하고 가격고하를 막론하고 실착용 12시간 기준 -5" ~ +5" 안에 대부분 들어옵니다.(24시간 기준 10초 내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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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A7750

역시 그래도 경험상 크로노미터급(24시간 기준, -4" ~ + 6")은 보통 실착용 12시간 기준 -2" ~ +2" 안에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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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렉스는 그동안 한 5가지(서브마리너, 데이저스트 콤비, 익스1, 빈티지 오이스터데이트 등) 정도(?)를 경험해 본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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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차 부분에서 실착용 기준은 물론이거니와 24시간 측정에서도 대부분 1초 이내로 모두 들어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놀라운 것은 그 중 하나가 60년대말 년식의 빈티지 오이스터 데이트(Precision)이었다는 점입니다.

1969년식

정확성 하나로 기계식 시계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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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오차라는 것이 사용자의 유지관리 능력에 의해 일정부분 수정/보완이 가능하지만 결국 범용 무브먼트(ETA, Selita 등)와 크로노미터급 무브먼트라는 태생적인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긴합니다. 문제는 가격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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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미들급 럭셔리 브랜드면 왠만하면 적용할 정도로 크로노미터 인증이 대중화 되고 있어서 조금 덜 하지만 몇년 전까지만 해도 '크로노미터'라는 문구가 시계에 새겨지기까지 우리는 꽤 많은 추가비용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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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몇 초에 우리는 어떤 가치를 부여해야 할까요?

시계생활을 하면 할수록 무감각해지는 오차에 대한 고민을 고려해보면 이는 상당히 마이크로한 것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하루 일과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이 '차이'에 대해 우리가 지불하려고 했던 비용은, 와치메이커가 '정확성'이라는 미명 하에

새로운 매커니즘의 개발자에

대한 연구비용일 수도,

찾아낸 새로운 소재에

대한 투자비용일 수도,

그간의 수많은 테스트와 시행착오에 대한 보상일지도 모르지만...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COSC 인증에 의한 마케팅(?)

단순한 대가일지도 모릅니다.

95%가 넘는 COSC 인증 통과율이 말해주죠.

어찌보면 꽤 부질없습니다.

정확성에 대한 집착은 기계식

시계에 대한 부정을 수반합니다.

차라리 기계식시계 보다 저렴한(?)

10만년에 1초 내 오차 수준의 GPS 전파수신이 가능한

세이코 애스트론 GPS 솔라나,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혹시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 GPS 수신율이나 배터리의 수명이 신경 쓰인다면...

1년에 5초 내 오차 수준의

A660 쿼츠무브를 탑재한 시티즌의 크로노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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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10초 내 오차 수준의

9F계열의 쿼츠무브를 탑재한 그랜드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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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틀링의 슈퍼쿼츠를 사는 것도 방법입니다.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만약 이것도 아니라면

정신병에 걸릴지도 모르는 일이거든요.

* 보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영상을 참고해주세요.

00:00 인트로

* 전반전

01:00 오차가 발생하는 이유

- 오차의 유형

- 범용 무브먼트와 크로노미터

03:20 그래도 군계일학 롤렉스

04:40 우리가 단 몇 초에 부여하는 가치

- 정확성 이라는 미명 하에 지불한 비용

05:50 오차에 대한 집착은 기계식 시계에 대한 부정이다?

- 그럴거면 차라리 이런 시계를 사?!

* 후반전

07:20 오차의 정의

- 참값은 존재하는가?

* KRISS 이터븀 원자시계

08:55 휴대폰 시계는 기준값으로 괜찮은가?

10:00 기계식 시계가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

- 우리와 닮은 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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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워치가 대중화된 마당에

최근 코로나 이슈를 제외하고는 기계식 시계 시장의 규모가 드라마틱하게 줄어들지는 않고 있습니다.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그냥 이렇게...넘어가기엔 아쉬운 기계식 시계와 오차에 대한 이야기...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네이버 기계공학용어사전에 따르면,

오차(Error, 誤差)란,

어떤 양을 측정하는 경우에 그 참값을 구하기는 불가능하며,

반드시 측정치와 참값 사이에

발생하게 되는 차이가 있는데

이를 오차라고 한다.

규격에 있는 기준값(또는 참값)으로부터 실제 제품의 측정 값과의 차이로, 일반적으로 백분율로 표기하고, 여기서의 참값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관념적인 값으로서 실제로 구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두 정의에서 볼 수 있듯이 '참값'이라는 단어가 공통적으로 등장하는데, 여기서 '참값'은 무엇일까?

사전에서 말하는 바와 같이 참값이 실제로 구해지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면 우리는 지금 뭔짓을 하고 있는 것인가?

그러나 우리가 시계 오차를 측정하는 기준은 '참값'이라기 보단 '기준값'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그 '기준값'은 요즘 우리에게 통상 휴대폰의 시계가 되고 있죠.

사실 '참값'은 존재합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하 'KRISS')이 가지고 있는 이터븀 원자시계(표준시)가 그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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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 시계는 1년이 아닌 1억년 간 0.91초의 오차율을 보이죠.

미국이 보유한 이터븀 원자시계(오차율이 더 낮음)

물론 지구의 자전주기가 일정치 않기 때문에 연 2회 정도, 초를 추가한다는 의미의 윤초(Leap Seconds)작업을 하긴 하지만 이정도 되면 거의 '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 '참값'을 시계처럼 실시간으로 알 수 없기에 우리믄 휴대폰을 믿는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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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도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은 것이

통신사나 기기특성, 통신상태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표준시 대비 보통 1초 미만의 차이이기 때문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게 전문가의 견해입니다.

각 통신사들도 초당 10조분의 1초정도 오차를 보이는 원자시계를 보유하고 있어 연 1회 KRISS로부터 교정을 받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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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보면 원자시계라는 이 또 다른(?) 세상의 이야기는 앞서 언급했던 정확도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세이코 아스트론 GPS,

시티즌 새틀라이트 웨이브 에어...

같은 시계도 아직 '발톱의 때'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워줍니다. 우리가 벌이는 시계의 오차에 대한 고민은 어찌보면 '사치'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자, 이제 다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사람들이 기계식 시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메카닉이 가져다주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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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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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에는 없고 책에는 있는...그런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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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시계는 마케팅 기법에서 나오는 보여주기식의 감성 팔이(?)가 아닌 실제로 그것들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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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쯤되면 오차도 그 감성의 일부분이 됩니다.

한 사회학사전에서는 오차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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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성과 비완벽성. 우리 인간이 가진 공통적인 성질 아닌가.

정확도도, 관리의 편의성도, 가격도

어느 하나 쿼츠시계에 비해 우월할 수 없었던 기계식 시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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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자신의 단점을 고치려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들처럼 그동안

오차를 줄이고

새로운 소재와 기술들을 개발하여 편의성을 증대시키는 등 끈임없는 투자와 노력을 아끼지 않았고,

지금도 그것들은 현재진행형입니다.

그리고 오늘 하루도 우리의 손목에서 함께 박동하며 숨쉬고 있습니다.

시계의 오차라는 것은 물론 '덧없는' 것이지만 기계식 시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겐 역설적이게도 또 한 가지 '이유'가 될 수도 있겠다 생각해 봤습니다.

기계식 시계 오차 - gigyesig sigye ocha

그 오차에 골몰하며 보낸 우리의

시간들을...이제는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애정을 부여해봅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을 시계와

함께 호흡해보는 것은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