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잘 사주 는 예쁜 여자 결말 - babjal saju neun yeppeun yeoja gyeolmal

밥잘 사주 는 예쁜 여자 결말 - babjal saju neun yeppeun yeoja gyeolmal

2018년 jtbc제작, 연출 : 안판석, 극본 : 김은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이하 '예쁜 누나'라고 약칭),이 드라마가 시작되었을 때 본방으로 4회까지 보다가 중단했었다. 윤진아(손예진)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었고 그러다보니 몰입도가 떨어졌다. 그 후 드라마 자체, 특별히 민폐여주 윤진아에 대한 성토 성 기사나 글들을 보게 되면서 오히려 흥미가 생겼다. 예쁜 누나 종영 이후 몰아보기를 하면서 특별히 연출가와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 것인지에 초점을 맞추어 감상했다.

나의 결론은 예쁜 누나는 남녀 사이의 로맨틱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손예진과 정해인이라는 배우들의 비주얼을 보면 '누나'와의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를 기대하기 쉽지만, 그럴 경우 실망스러울 수 있다. 윤진아는 드라마의 마지막회인 16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끝까지 우유부단하며 어정쩡한 그러면서도 (특별히 서준희에 대해서는) 먼가 옳은 행동을 한다는 듯한 자의식의 캐릭터인데, 그와 같은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낭만적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홧병을 유발할 뿐 ㅎㅎ.

드라마 공식 홈피 프로그램 정보를 보면, '진짜 연애'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말하는 '진짜 연애'는 무엇일까.

예쁜 누나의 스토리는 윤진아를 중심으로 두 개의 축으로 전개된다. 하나는 윤진아의 연애(드라마에서 설정된 윤진아의 나이, 직업, 가족관계 상 윤진아의 연애는 결혼을 전제로 한다.)이고, 다른 하나는 윤진아의 직장이다. 일단 이야기 축을 구성하는 인물관계도를 살펴보자. 아래 도표 및 사진들은 드라마 홈피에서 가져왔다. 아래 도표 상단부가 윤진아의 연애에 관한 주요 인물들이고, 하단부 회사 직원들은 윤진아의 직장에 관한 주요 인물들이다. 안판석 연출가의 작품 답게 등장인물들 한 명 한 명이 사건을 구성하는 요소로서 극의 구성과 완성도를 더한다.

윤진아는 본인의 욕망보다는 자신이 속한 집단 내지 공동체, 또는 타자의 욕구에 부응하는 사람이었다. 가능하면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질서를 깨지 않으면서 그들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희생을 감수하고자 한다. 때로 이타적인 동기에 의한 선택이라고 스스로 믿고 행동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니거나 의도와는 달리 타인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해가 되는 선택을 한다. 이런 점으로 민폐여주로서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된다.

윤진아의 가족을 보면,

대기업 임원으로 얼마 전 퇴직한 아버지는 성실한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했지만 임원기간이 짧아서 그 혜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면박당하기 일쑤다. 집안의 문제들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보다 관망하면서 소극적으로 처신한다. 가족 간의 갈등에 있어 어느 한 편을 들지 않고 중립적이려고 하다보니 해결의 주체가 되지 못한다. 

전업주부로 평생을 살아온 어머니는 남편과 자녀들의 성공과 실패가 곧 자신의 인생의 성패이고, 겉으로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처럼 행동하지만 사람들에 대한 평가기준은 오직 학력, 재력 등 외적 성과에 달려 있다고 믿는 가장 속물적 인물로 등장한다. 카이스트 박사과정에 있는 아들에 대한 자부심이 크며, 딸의 결혼을 통하여 신분을 상승 내지 고착시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하다. 드라마 상으로는 윤진아의 결혼이 인생 최대의 과제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규민이 양다리를 걸친 사실로 딸 윤진아와 헤어졌다는 사실을 알고도 그 정도 조건을 갖춘 사람이 있겠느냐며 이규민과 다시 만나기를 바라는 치졸함을 보인다. 윤진아와 서준희의 관계를 알게 된 후에는 자신의 기준에 결코 부합할 수 없는 서준희에게 노골적으로 욕망을 드러내며 경멸과 멸시를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표면상으로는 전적으로 딸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극의 마지막에 이르러 비로소 윤진아가 자신의 뜻대로 선택하지 않을 것임을 깨닫고 딸에게 사과하고 화해한다.

남동생 윤승호는 어머니의 속물적 근성을 알면서 스스로도 어느 정도 어머니의 기준에 맞추면서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는 인물이다. 이교민이 누나를 괴롭히자 적극적으로 나서서 누나를 돕는다. 자신의 친구인 서준희와 누나 사이를 알게 된 후 충격을 받지만 서준희를 친구로서 지켜보면서 판단한 바에 따라 서준희를 믿고 두 사람의 관계를 지지한다.

연애에 관하여, 윤진아는 부모님의 전적인 지지를 받는 집안 좋은 변호사 이규민 '규민씨'에게 매달렸다. 그가 젊은 여친을 두고 양다리를 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 윤진아는 규민씨가 헤어지자고 할까봐 전전긍긍한다. 이규민은 그런 윤진아에게 일방적으로 이별을 통보하고도 젊은 여친과 헤어진 후(윤진아의 복수극으로 젊은 여친까지도 양다리를 알게 된다.) 언제 그랬냐는 듯 윤진아에 대하여 이전의 관계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고 하면서 그녀에 대한 소유권(너는 내 거라는 그런 식의 사고방식)을 주장한다. 이규민은 자신은 언제든 윤진아를 버릴 수 있지만 윤진아는 자신을 버릴 수 없다는 그런 우월적 자의식을 맘껏 드러내며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진상짓(법률적으로는 강간미수, 감금, 상해, 리벤지 포르노 동영상 유포 협박 등으로 처벌될 수 있는 수위에 이른다.)을 다한다.

직장에서, 윤진아는 상사들의 부당한 언행에도 밝은 모습으로 씩씩하게 호응해주었고 여직원들 상당수가 회피하는 회식자리에서도 '조직(회사)을 위하여' 기쁨조를 기꺼이 마다하지 않는다. 남성 상사들(남이사와 공차장)은 그녀에게 성적으로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을 서슴지 않았다. 심지어 윤진아의 친절(?)을 이용하여 식사자리에서 거래처 관계자들의 환심을 사서 영업적으로 유용한 거래조건을 협상하려고 한다. 남이사는 가맹점 개점 행사를 위한 사은품 출고 결제를 누락하고도 이를 숨긴채 윤진아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치졸함까지 보인다.

윤진아는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의 대리로서 자신이 관리하는 가맹점들을 성실히 관리하여 고객만족도나 매출실적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낸다. 가맹점주에 대하여 충분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본사와 사이에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노력한다. 문제적 가맹점주의 집까지 찾아가 그를 설득하고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적인 면까지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남성 상사들에게 그녀의 업무적 책임감이나 성과는 평가의 대상이 아니다. 그저 그녀가 자신들의 지시에 순응하는가, 조직을 위하여 복종하는가에 주된 관심이 있을 뿐이다. 조경식 대표는 다소 객관적으로 윤진아를 평가하고 그녀의 업무적 능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만, 자신의 하급 직원인 남이사와 공차장이 그녀에 대하여 행하는 부당한 행위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이를 개선하려는 의지는 없다. 조대표 역시 그저 회사가 조용하기만을 바라며 윤진아가 자기 희생을 계속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사내 성추행문제가 공론화되자, 표면상으로는 적극적인 개선조치를 할 듯이 하지만 그 해결방법에 있어서는 주체적 역할을 하려하지 않는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종이라는 특성 상 여직원들이 다수인 회사에서 윤진아의 동료들은 어떠한가. 그녀들은 부당한 상사의 태도를 그저 조용히 감수하다가 결혼으로 인한 사직으로 탈출구를 찾거나 회식자리에서 조용히 도망치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저항할 뿐 누구하나 적극적으로 부당함을 지적하는 경우는 없다. 사내 성추행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는 혹여 인사상 불이익을 입거나 회사 생활에 피해가 있을까봐 당사자로 전면에 나서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다만 윤진아를 바라보면서 어떤 이는 동경을(윤진아의 직속 후배 이예은 주임은 윤진아의 일에 대한 열정과 조직에 대한 충성적인 태도를 롤모델로 생각하기도 한다.), 어떤 이는 질투를(강세영 대리는 업무 실적에서 자신을 앞서는 윤진아를 알게 모르게 질투한다. 서준희를 좋아했으나 윤진아와의 관계를 알게 되면서 사내 성추행문제에 대한 태도에서 윤진아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어떤 이는 냉소를(금보라 대리는 부당함에 대하여 나름 목소리를 내지만 회사 내에서 허용된 선을 넘지는 않는다. 그녀는 회식자리에서의 윤진아의 태도에 대하여 매우 큰 반감이 있었지만, 후에 성추행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 누구보다 적극적인 윤진아의 지지자가 된다.) 보낼 뿐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회사 내 성차별 내지 성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은 정영인부장이다. 그녀는 자신이 거쳐온 기업의 현실을 통하여 기업 내에서 성평등적 문화를 만들어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잘 알고 있다. 특별히 남이사의 성차별적 의식에 대하여는 강한 반감이 있으며 근본적인 해결을 위하여는 남이사를 퇴출시켜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한 현실적 조치들을 조용히 진행해나간다. 그런 정부장에게 윤진아는 정말이지 아까운 후배이자 동료이다. 업무적 능력이 탁월함에도 남성 상사들의 성차별적 인식에 갇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윤진아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본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윤진아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려 한다. 남이사가 사은품 출고 책임을 윤진아에게 전가했을 때에도 아주 조용한 방법으로 남이사를 압박하여 윤진아를 돕는다.


윤진아를 둘러싼 환경들은 사회고발프로에서 나오는 성차별적 상황들의 백화점같다. 여성이 일과 사랑에서 겪어내야 하는 부당한 현실의 종합판이다. 여성이라면 누구나 드라마 속 현실의 일부일 수 있으며 그에 대한 대응 역시 드라마 속 여러 인물들과 교차될 것이다. 이상한 것은 나름 최선을 다하여 적응하고자 애쓰는 윤진아의 모습을 보고 그가 처한 현실에 대하여 분노하기보다는 윤진아의 바보스러운 모습에 화를 내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이 지점에서 작가와 연출가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생각된다. 예쁜 누나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그녀가 처한 현실이나 사회구조가 아닌 그녀 자신 즉 개인의 선택과 행동에 초점을 맞추도록 비틀기를 한다. 즉 문제적 상황은 정작 인물이 아닌 환경임에도 철저히 초점을 개인에게 맞춤으로써 지금 똑같은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를 묻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는 안판석 연출가의 또 다른 작품 [밀회] 역시 그런 점에서 유사한 구조를 띤다.

예쁜 누나의 비틀기에 있어 주요한 도구는 바로 서준희다. 예쁜 누나는 서준희를 통하여 윤진아 개인의 러브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주목하게 하면서 윤진아 개인에게 집중하게 한다. 서준희를 연기한 정해인은 맑고 깨끗한 이미지에 열정적이면서도 사랑스러운 로맨틱함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치기에 충분하다. 더구나 윤진아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려고 하는 순수남 그 자체이니 여성 시청자들의 환타지를 자극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누가 보아도 매력적인 남자 서준희는 안타깝게도 윤진아의 가장 가까운 친구 서경선의 동생이다. 윤진아와 서준희는 직장이 같은 건물에 있다. 서준희는 미국 지사에서 근무하고 돌아온지 얼마되지 않아 회사 앞 도로에서 우연히 예쁜 누나 윤진아를 마주친다. 윤진아는 서준희를 알아보았지만 서준희는 자신의 누나 친구임을 모른 체 너무나도 예쁜 여성을 보았다며 다시 보고싶어 타고 가던 자전거를 돌린다. 그렇게 어쩌면 한 명의 이성으로서 처음으로 윤진아를 만난 것이다. 이제 서준희는 친구의 남동생이 아닌 윤진아의 남자이고 싶다. 그래서 윤진아에게 찌질하게 매달리는 이규민 앞에서 당당하게 남자친구라고 말한다. 아직 윤진아와 사이에 아무런 일도 없었음에도 말이다. 서준희의 구애는 시작되었고 너무나 매력적인 남자로 등장한 서준희에게 윤진아도 쉽게 마음이 열린다. 두 사람은 그렇게 연애를 시작한다. 제목이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인 만큼 종종 서준희는 윤진아에게 밥을 사 달라고 하고 두 사람이 함께 밥을 먹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그런데 서준희는 그동안 윤진아가 만났던 사람들과 다르다. 윤진아가 속한 세계에서는 서준희와 같은 사람은 없었다. 서준희는 독립적이다. 자유분방한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일찍 다른 여성과 떠났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또 다른 여성과 살면서 가정을 이루고 있다. 이복동생까지 있다. 어머니는 홀로 서준희와 누나 서경선을 키우다 돌아가셨고 그 후 남매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 서준희는 그림을 그리는 데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지만(서준희가 윤진아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리는 장면이 있는데 드라마의 로맨틱한 요소로 작동한다.) 자신의 여건을 생각하여 좋아하는 미술공부를 그만두고 온라인게임업체에 취직하여 나름 실력을 인정받는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주체적으로 살아왔으며 이성에 대하여도 자신감이 넘친다. 그런 서준희가 예쁜 누나 윤진아를 사랑한다. 드라마는 종종 서준희가 윤진아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의 표정에 모든 것을 담을 때가 있다. 서준희는 그가 세상에서 가지고 있는 유일하고도 전부인 듯이 윤진아를 사랑한다.

윤진아는 서준희와의 만남과 사랑으로 비로소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깨닫는다. 지금까지 연애에서 윤진아는 부모님의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이성을 만나고 그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객체였다. 이교민과의 연애에서 휴대폰조차 이교민 명의로 하여 헤어지는 과정에서 애를 먹는다. 객체로서 의존적인 관계설정의 한 단면이다. 그런데 서준희와의 연애에서는 독립적인 주체로서 사랑하고 사랑받는다. 자신이 연상이라는 자의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윤진아는 가능한 서준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 그 때문에 두 사람은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서준희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드라마 끝까지 유지된다. 서준희가 아버지에 대한 증오로 아버지를 만나려고 하지 않을 때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부자관계를 풀기 위한 단초를 열어준다. 

서준희를 만나기 전 윤진아는 바보스러울 만큼 체제 순응적 사람이었지만 서준희를 만난 이후 윤진아는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사람으로 바뀐다. 또한 서준희의 사랑을 받으면서 누군가 자신을 함부로 하는 태도를 용인할 수 없게 된다. 직장 내에서 성추행문제가 공론화되었을 때 윤진아는 스스로 피해당사자로 나서 남이사와 공차장의 부당한 처사를 공표한다. 

윤진아가 서준희를 사랑한다는 것은 20년지기 소중한 친구 서경선에게 환영받지 못할 일이었고, 결혼으로 신분상승 내지 신분의 고착을 꿈꾸는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는 것이었다. 서경선은 어릴 때부터 자신과 남동생 남매를 돌봐주었던 윤진아의 가족들이 윤진아의 결혼 상대자로서 서준희를 인정하지 않고 특별히 믿고 따랐던 윤진아의 어머니가 서준희에 대하여 함부로 말하거나 멸시하는 모습을 보게 되자, 크게 실망하고 결국 윤진아와 결별을 선언한다. 서경선은 도움을 청하고자 고민 끝에 주저하면서 아버지에게 연락하지만 아버지의 냉담함 앞에 좌절한다. 서준희의 아버지(역시 김창환이다.)는 서경선과의 짧은 통화에 남매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을 직감하고 귀국하여 서준희와 윤진아의 관계를 알게 된다. 윤진아의 집에서 서준희를 반대하는 사실을 알고는 윤진아의 집에서 난동을 부린다. 윤진아의 남동생과 아버지는 두사람의 관계를 알고 실망하지만 윤진아의 결정을 존중한다. 다만 끝까지 윤진아의 어머니는 서준희를 용납하지 않는다. 서준희의 아버지가 집까지 찾아와 난동을 부린 후에는 윤진아에게 집을 나가라고 하는 등 갈등은 극에 달한다.

윤진아는 서준희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고 반면 서준희는 윤진아에게 무엇이든 주려고 하면서 서로 충돌한다. 어머니가 던져준 통장(그때까지 윤진아의 월 급여를 모아둔 통장)에 남아 있는 잔고로는 제대로 된 집을 구할 수 없다. 서준희는 자신의 집으로 들어와서 함께 살자고 제안하지만 윤진아는 부모님을 생각할 때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거절한다. 서준희는 집을 팔아서라도 윤진아를 돕고 싶지만 윤진아는 이 또한 거절한다.

그 사이 회사에서는 성추행사건에 대하여 공개사과와 징계를 요구하는 윤진아를 두고 직장 동료들 사이에 갈등이 번지면서 그 사이에서 윤진아는 고립된다. 남이사와 공차장의 반박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회사 법조팀 변호사는 남이사가 오히려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재판까지 갔을 때 유리할 수만은 없을 거라며 조용히 사건을 마무리하라며 윤진아를 압박한다. 회사는 윤진아를 본사가 아닌 물류창고 과장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문제를 조용히 마무리짓고자 한다.

서준희는 윤진아를 이 모든 상황에서 구하고자 스스로 미국지사 발령을 신청하고 윤진아에게 생각해보라고 한 후 중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그 사이 윤진아는 서준희 몰래 집을 구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의 무게에 절망한다. 서준희가 출장에서 돌아와서 윤진아가 집을 구해버린 사실을 알고 화를 내면서 미국으로 함께 가자고 하지만 윤진아는 이를 수용할 수가 없다. 이전의 윤진아였다면 아마도 미국행을 선택했을지도 모른다고, 그러나 서준희로 인하여 자각한 윤진아는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지금 떠나는 것은 가족이나 회사 내에서 처한 문제들로부터 회피하는 것인데, 회피하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가장 할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한다. 이미 지쳐버린 두 사람은 그렇게 결별한다. 서준희는 미국으로 떠나고 윤진아는 독립하여 물류창고 발령지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각자의 선택을 한다.

드라마는 15회까지 윤진아와 서준희의 연애의 시작과 확장, 그리고 가족들과의 갈등을 하나의 큰 축으로 전개하면서 회사 내에서의 각종 반목과 갈등을 숨가쁘게 이어나가고, 결국 두 사람의 결별로 모든 상황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16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아마도 꽤 시간이 흐른 것으로 보인다. 윤진아의 남동생 승호의 결혼식이 있다(부모님들의 표정으로 보아 상당히 만족스러운 결혼인 것으로 보인다.). 그 사이 윤진아는 이규민과 매우 흡사해보이는 일중독자 애인이 있다. 그의 태도로 보아 이규민과의 연애구조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윤진아는 이제는 직장동료에서 친구가 된 남보라(그녀는 과장으로 승진했다가 사직하고 제주도에서 카페를 운영 중이다.)에게 현재의 애인에 대하여 부모님이 맘에 들어하고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좋아한다가 아니라)고 말한다.

서준희는 결혼식에 왔다가 애인과 함께 있는 윤진아를 본다. 윤진아 역시 서준희가 결혼식에 온 것을 알지만 서로 아는 척 하지 않는다. 그렇게 헤어진 두 사람은 각자의 친구들에게 아직도 서로에 대한 마음이 정리되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 날 이후 윤진아는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 결국 그냥 모든 것을 털어내고 제주도로 오라는 남보라의 제안을 수락하고 사직한다. 그 사이 남이사는 재판을 통하여 성추행 사실이 확정되었고 공차장은 징계를 통하여 책임추궁을 마친 것으로 보인다. 정영인부장은 이사로 승진하였는데 사직서를 제출한 윤진아에게 휴직하고 쉬었다가 본사로 복귀할 것을 제안하지만 윤진아는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명확히 한다.

윤진아는 친구 서경선(윤진아 회사의 프랜차이즈 카페를 했었는데 그 사이 북카페를 개업하였다.)을 찾아가 사과하면서 이전의 친구관계로 돌아가고 싶다고 한다. 그 자리에 우연히 서준희가 누나를 찾아오고 서경선이 자리를 비운 사이 두 사람은 마주한다. 윤진아는 서준희에게 친구의 남동생이었던 그 시절로 돌아가자고 제안하지만 서준희는 그럴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윤진아는 도망치듯 자리를 떠나고 서준희는 윤진아의 집을 찾아가 어떻게 쉽게 정리될 수 있는 것이냐며 따지다가 돌아가고 윤진아가 다시 서준희를 찾아가(서준희가 살던 집, 두 사람의 추억이 가득하다. 지금은 서준희의 동료이자 친구가 살고 있다.) 그동안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미국으로 가자고 한다고 쉽게 응할 수 없었던 자신의 입장에 대하여 항변하지만 서준희는 냉담하다. 윤진아가 돌아 나오는데 비가 내린다. 서준희의 직장동료이자 친구가 예전 두 사람이 함께 썼던 빨간우산을 주면서 쓰고 가라고 한다. 윤진아는 집으로 돌아와 서준희와의 추억이 있는 우산을 버린다.

윤진아는 부모님에게 자신의 선택에 대하여 털어놓고 애인과도 헤어졌다고 말한다. 아버지는 윤진아의 선택을 존중한다고 하지만(그는 부모로서 서준희와의 교제를 반대한 것에 대하여 후회한다.), 어머니는 여전히 윤진아를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이제는 윤진아가 부모의 뜻이 아닌 스스로 선택할 수밖에 없음을 깨닫고 진심으로 사과한다.

제주도로 떠난 윤진아, 남보라와 함께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을 보낸다. 그 사이 서준희는 짐을 정리하다가 과거 윤진아가 녹음하여 둔 사랑고백을 듣는다. 서준희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윤진아를 찾아 제주로도 간다. 윤진아의 카페를 찾은 서준희, 문을 닫을 시간 어둑어둑한 하늘에 비가 내린다. 문을 닫으러 나온 윤진아에게 서준희는 말한다. 내 우산을 돌려달라고. 두 사람은 힘껏 껴안으면서 재회의 기쁨을 느낀다.

파랗게 개인 하늘 윤진아와 서준희가 손을 잡고 제주도의 해변에 서 있다. 두 사람은 행복하게 웃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사랑하면서 행복할 것 같다.

예쁜 누나는 그렇게 '진짜 연애'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연애가 사람을 바꾸고 그 사람이 맺고 있는 가족관계와 직장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윤진아가 서준희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그들이 서로 연애하지 않았다면 윤진아의 삶은 틀에 박힌 그런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죽을 때까지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면서 순응하기 위해서 애쓰면서 살았을지 모른다. 서준희를 만난 윤진아는 더이상 객체가 아니었고 어떤 불이익이 있더라도 그 현실을 너머서는 주체성을 획득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드라마가 윤진아의 성장스토리로 해석되고, 윤진아를 결코 민폐 캐릭터가 아니라고 변론해주고 싶다.

역시 안판석 연출가의 작품은 명불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