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는 고체인가 액체인가 - yulineun gocheinga aegcheinga

오늘 하고싶은 이야기는

'유리는 액체일까? 고체일까?' 야.

유리는 고체인가 액체인가 - yulineun gocheinga aegcheinga

나름 과학관련 잡지식이 풍부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당연히 액체아니냐?'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거고,

보통은

'딱딱하니 고체아니냐?'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꺼야.

과연 정답은 어느쪽일까??

이에 대해, 영국시간으로 올해의 1월22일, 과학학술지 'Nature Communications'에

유리의 상태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는 연구가 발표되었어.

지금까지의 연구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었는데, 오늘은 이 연구내용을 중심으로 알아볼까 해

일단 '고체와 액체란 무엇인가?'에 관해 묻고싶어.

이 둘은 모두 확실한 정의가 있는 과학용어로, 이 두개의 의미만 알아도 오늘 내용을 이해하기엔 충분하다고 생각해.

이과와는 거리가 먼 사람들도 많을거라 생각해서, 최대한 직관적인 의미만 짚어보고 넘어갈께.

1. 고체란, 분자가 규칙적인 배열(결정)을 이루고있어 외부에서 힘을 가해도 모양이 변하지않는상태이다

2. 액체란, 부피는 일정하지만 규칙적인 배열을 이루고있지않아(비결정) 모양이 쉽게 바뀌는 상태이다

부가적으로 설명을 덧붙이자면, 물질마다 구성하고있는 분자가 다르고, 결정이 만들어지는 온도는 일정해.

즉, 액체에서 고체가 되는 온도(어는점)와 고체에서 액체가 되는온도(녹는점)는일정하다는 소리야,

자, 그럼 지금까지의 연구들로 발견된 유리의 특징을 보면서, 유리의 상태에 대해 생각해보자.

1.유리는 녹는점이 일정하지 않다.

 우리가 눈으로 보는 딱딱한 상태의 유리는 열을 가할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액체와 그 모습이 닮아져.

 하지만, 위에서 보았던, '어는점과 녹는점은 일정하다' 라는 법칙에 어긋나지.

 그러므로 이 특징으로는 유리의 상태를 특정지을 수 없어.

2.유리는 충격을 가하면 깨진다. 

 유리가 깨진다는건 누구나 경험해봐서 알거야.

 깨진다는것은 분자의 연결이 끊어졌다는것이고, 이는 고체의 성질에 가깝다고 볼 수 있어.

 흔히, 분자의 규칙적인 배열이 없어 유동성을 가지고있는 액체에선 깨진다는일이 있을 수 없지.

☆3.유리는 결정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이 유리가 액체라고 주장했던 주된 이유라고 볼 수 있어.

 고체와 액체의 차이는 결정과 비결정의 차이라고 봐도 무방하기때문에유리는 액체라고 알려져왔던거야.

그.러.나.

교토대학 연구팀에서 유리가 결정을 이루고있다는것을 발견해냈어.

지금까지, 유리의 결정이 발견되지 못했던것은, 이 결정이 복잡한 형태를 띄고있었기 때문이라는것이 이들의 주장이야.

이들은 유리의 분자가 특정한 기하학적 구조를 띄고있다며, 그 예로 정이십면체를 들었어.

유리의 분자가 이와같은 결정으로 이루어져있다는거야.

참고로, 이 실험은 가상적으로 분자에 위와같은 결정구조를 가지고있다 가정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규명하는것이 가능했어.

유리를 이루는 결정의 발견은, 지금까지의 상식 (유리는 액체이다) 을 뒤집어 엎는 발견이라 볼 수 있어.

하지만 과학에 100%는 없는법,

앞으로의 과제는, 실제 유리를통한 컴퓨터시뮬레이션의 구현, 그리고 이를통한 유리의 특징을 설명하는것이라고 하네.

이제 '친구 : 유리는 결정을 가지고있지 않으므로 액체야'라고 잘난척하는 친구가 있으면

'일게이 : 2015년 1월 22일에 유리가 정이십면체모양같은 복잡한 결정구조를 가지고있다는 연구가 발표되었어. 그러므로 유리는 고체란다.'

라고 말해주면 된단다.

유리, 액체상태서 식히면 고체로
양쪽 성질 다 지녀 구별 어려워
최근 AI로 입자 운동성 예측해
물리학 난제 해결 새 길 열어

얼음은 고체고 물은 액체다. 물이 끓으면 기체인 수증기가 된다. 온도가 아주 낮아지면 모든 입자들이 제자리에 꽁꽁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고체가 된다. 이때, 입자들의 배열은 규칙적으로 반복되며,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예쁜 단결정을 이룰 수도 있다. 이런 모습일 때가 에너지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물이나 소금, 그리고 금속은 액체 상태에서 시작해 온도를 천천히 낮추면 결국 결정을 이뤄 고체가 된다. 반대로, 온도가 아주 높아지면, 에너지가 아니라 엔트로피가 중요해진다. 입자들이 여기저기 아무 곳에서나 마구잡이로 활발히 움직이는 기체가 된다. 물리학에서는 기체가 가장 쉽고, 고체도 그럭저럭 이해할 만하지만, 그 중간인 액체가 가장 어렵다. 액체 상태에 있는 물질의 내부에서 입자들은 결정을 이루지 않아 불규칙적으로 배열되고, 기체 상태일 때처럼 활발히 움직이지는 못하지만, 위치를 그때그때 바꿀 수 있다.

유리는 고체인가 액체인가 - yulineun gocheinga aegcheinga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물리학

손으로 눌러보면 딱딱해 고체 같고, 입자들의 배열은 불규칙해 액체 같은 물질이 있다. 바로, 우리가 매일 보는 유리다. 유리는 과연 고체일까, 액체일까? 위치가 불규칙한 입자들이 옴짝달싹 못 해 흐르지 못하는, 고체 같은 액체, 액체 같은 고체가 바로 유리다. 유리 상태에 대한 연구는 어려운 액체보다도 더 어려워, 많은 물리학자들이 오랜 기간 골머리를 썩이고 있다. 유리컵을 만드는 과정을 보자. 높은 온도에서 구성 물질을 모두 녹여 액체 상태로 만들고는, 온도를 낮추면서 원하는 모습으로 변형시켜 유리를 굳히게 된다. 굳히기 전 처음의 액체 상태일 때 모든 입자의 위치가 담긴 사진을 찍는다고 상상하고, 유리컵으로 굳은 다음에 마찬가지의 사진을 찍어서 둘을 비교한다고 가정해보자. 액체 상태에서 찍은 사진과 유리 상태에서 찍은 사진을 구별할 수 있을까? 입자의 운동에 대한 정보 없이, 스냅사진 속 입자들의 위치만을 본다면, 둘을 구별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입자들이 불규칙하게 놓여있다는 면에서는 액체 상태와 유리 상태가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물리학 학술지인 ‘네이처 피직스’에 구글 딥마인드의 연구원들이 올해 출판한 논문이 바로 이 문제를 다뤘다. 논문의 저자들은 먼저, 유리 상태가 존재한다는 것이 잘 알려진 이론 모형을 이용해 모두 4096개 입자에 대한 표준적인 분자 동역학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온도와 압력을 바꿔가며 여러 번 진행했다.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입자들의 위치 정보를 여러 스냅사진으로 저장하고, 이와 함께 각 입자의 시간에 따른 운동성도 측정했다. 액체 상태에서 어느 정도 활발히 움직이던 입자는 온도가 낮아져 유리 상태에 들어서면 운동성이 극도로 줄어들게 된다는 것을 이용하고자 했다. 입자들의 위치 정보를 그래프 형태로 바꾸어 입력 정보로 넣어주는 그래프신경망(Graph Neural Network)을 이용했는데, 입자들의 운동성이 신경망에서 옳게 출력되는 방향으로 학습이 이뤄지게 된다. 학습을 마친 다음에는, 학습에 사용하지 않은 위치정보 스냅사진을 신경망에 입력하고, 신경망이 출력해내는 입자들의 운동성을 살펴보면, 학습시킨 인공지능 신경망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지 평가할 수 있다.

논문의 결과는 무척 놀라웠다. 우리 눈으로는 거의 달라 보이지 않는 액체 상태와 유리 상태에서의 입자들의 위치정보만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지난 후 입자들의 운동성을 성공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결과다. 즉, 스냅사진만으로도 액체인지 유리인지를 알아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정적인 정보만으로도 동역학적 특성을 추출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습시킨 인공신경망이 온도에 따른 상관거리의 변화를 중요한 특성으로 추출했다는 내용도 논문에 담겼다. 점점 더 멀리 떨어진 입자들이 서로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 유리상전이의 주된 특성이라는 이야기다. 이 논문처럼 인공지능을 활용해 과학의 난제에 도전하는 연구가 최근 늘고 있다. 과학의 정해진 방법을 배우고 이를 그대로 적용하는 딱딱한 과학자가 아니라, 어느 문제에나 적응해 변모할 수 있는, 흐르는 물 같은 과학자가 미래에 더 필요하다.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 물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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