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진료시 종이에 언제 어디서 어떻게 ilbe - uisa jinlyosi jong-ie eonje eodiseo eotteohge ilbe

* 무슨과 개원의신가요? 빼고 다 받습니다.

* 봉직의란 월급의사를 얘기합니다.

* 결혼 안했습니다.

* 오르비는 12년 전 가입했습니다.

* 제가 알고, 보고, 들은것에 최대한 노력해서 답변 달겠습니다.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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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댓글이 길어져 보기 불편하여 새로 글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관심이 뜨거울 줄은 몰랐네요. 감사합니다.

몇가지 중복으로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미리 달아놓습니다.

* 나이가 20대 후반~30대 입니다. 의대 들어가도 될까요?

들어갈 수 있다면 들어가세요. 그 나이에 새로 뭔가를 시작한다면 어디서든 나이로 인한 차별을 받습니다. '나는 무조건 인기과 및 최상위권만 생각한다' 라는 생각으로 의대를 들어가는게 아니라면 얼마든지 추천합니다.

* 제 딸이 의대를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응원해주는게 맞는건지요?

 제 딸이라면 저는 약대를 보내겠습니다만, 그 뒤에 '엄마때문에 의대를 포기했다'라는 책임은 물론 부모님께서 지시는겁니다. 의지가 강력하고 성적이 뒷받침해준다면 보내는게 맞겠지만, '네가 의대를 들어가면 이런이런 성별에 따른 차별이 있고 그걸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더라'라고 말씀해주시는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부모님의 역할이 자식의 인생을 결정해주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마흔살 넘어서도 뭐 할때마다 엄마 나 이거 해도 돼? 하는것처럼 꼴불견은 없습니다.

* 의대 대신에 치대나 한의대는 어떤가요?

 저는 치대나 한의대의 미래에 대해서는 잘 모릅니다. 제가 그쪽에서 종사하지 않거니와 치대나 한의대 다니는 친구들과 만나서 '그 직종의 미래'에 대해 논하진 않습니다.

 다만 제 주변에 성적이 된다는 가정 하에 의대랑 한의대를 놓고 고민하는 친구가 있다면 의대를 권유하겠습니다. 치대랑 놓고 고민한다고 하면 "네가 선택하고 나서 반대쪽을 안간거에 대해 후회하지 않을 쪽으로 생각해라" 라고 얘기할 것 같습니다. 의사가 되고나면 한의사를 안했던 것에 대한 후회는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XX 의대 vs OO 의대 어디가 더 좋을까요? 집 가까운 의대와 인서울 의대 중 골라주세요.

 여러차례 말씀드렸듯이 지방의대끼리 순위는 의미가 없습니다. 서남의대 나온다고 하고싶은과도 못하고 무조건 굶어죽을거다도 아니고 서울의대 나오면 무조건 성공한다 이런것도 없습니다. 노력 안하는 의사는 도태되기 마련이고 요새 개인병원에 방문하는 환자들도 초록창에서 논문 찾아보고 옵니다. 서울의대랑 서남의대에서 학생때 배우는게 어마어마하게 다르지도 않습니다. 똑같은 책 가지고 공부하고, 똑같은 시험봅니다. 대학병원에서 여러 학교를 나온 사람들과 같이 일해봤지만, 그 학교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공통점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냥 사람 차이입니다.

 현역 연의 vs 삼수 설의 -> 이런 질문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건지 모르겠습니다. 성적이 된다면 서울의대, 연대의대 가시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뿐 재수, 삼수를 권하는건 아닙니다. 본인이 무조건 서울의대 가고싶으면 가는거고, 연대의대 가고싶으면 가는겁니다. 단, 제 지인이 지금 지방의대 다니는데 수능 한번 더 봐서 서울의대 노려보는건 어때요? 하고 물어보면 '너 하고싶은대로 해라'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인서울의대 노려보는건 어때요?' 하고 물어본다면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졸업이나 해라 라고 얘기해 줄 겁니다.

 전국에 삼성병원, 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성모병원, 서울대병원만 있는거 아닙니다. 각 지방 국립대병원에도 훌륭한 분들 많이 계시고 의사로서 성장하는데 하등의 부족함 없이 수련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에 대학병원을 두고있는 다른 지방의대 병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한 실력의 의사를 길러내는데 부족함 없는 병원들입니다. 확실히 입시사이트다보니 '최고'에 목숨거는 것도 이해합니다만, 이건 의사가 되고 나서 결정하는 일이며 나중에 본인 생각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는 일입니다. 저도 중고등학교 다닐때는 제가 서울의대 들어가서 서울대병원에서 수련받고 노벨의학상 탈 줄 알았습니다.

* 어느과 전망이 어떻게 될까요? 의사 페이는 어떻게 될까요?

 히포크라테스 할아버지가 와도 모릅니다. 현재의 추세만 말씀드릴 뿐입니다. 지금 여기서 물어보시는 분들이 전문의 취득하고 사회적인 활동을 할때는 20년 뒤입니다. 20년 전에는 전문의 안해도 시골에 병원차려서 잘 먹고 잘 살때였고, 지금과 인기과 순위도 달랐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의사 하다보면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폭파시켜버리고 싶을때가 많을겁니다. 정책 하나 바뀔때마다 인기과가 출렁거리고 불과 3년전만해도 서로 못들어가서 안달이었던 내과가 이제 지원률 미달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하던 이비인후과가 70명 이상 환자를 볼 경우 보험 수가를 깎아버리는 정책 하나때문에 폭락하고(이 정책은 올해 12월부터 폐지될 예정입니다), 역시 어마어마한 인기를 자랑하던 안과가 포괄수가제로 인해 폭락하고, 지방의대 1등들이 밥먹듯이 들어가던 삼성,아산병원의 내과가 신입 전공의를 모집하기가 힘들정도라고 얘기하는건 그만큼 시장이 요동치는 부분이 분명히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분들이 의대를 들어가시고, 본과4학년, 인턴생활을 하면서 충분히 정보를 얻을 수 있을 만한 부분입니다.

 신경외과에 대한 질문들이 많으시던데 드라마가 얼마나 인기 많느냐에 따라 이렇게 바뀌기도 하는군요. 허준이 한의학 붐을 일으켰던게 생각납니다. 제 입시때만해도 경희대 한의대는 서울의대랑 높이를 같이하는 과였으니까요. 저랑 같이 입시를 했던 여섯살 많은 형도 경희대 한의대 졸업하고 지금 지방 국립대학교 의전 본과 2학년입니다.

 신경외과는 로딩이 어마어마한 과입니다. 대부분의 과들이 4년차로 올라갈수록 일이 덜 힘들어지는거에 비해 신경외과는 1년차부터 4년차까지 몸도 힘들고 마음도 힘듭니다. 그만큼 난이도가 어려운 수술이고 수술 시간도 깁니다. 이것 또한 의대 졸업할때쯤 자연스레 알게되실테니 그때 가서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 제가 의사로서의 사명감이 없습니다. 의사 해도 괜찮을까요?

 왜 의사는 봉사해야 합니까? 저도 한 가정의 가장이 될 사람입니다. 강제로 시키는건 노역이지 봉사가 아닙니다. 그렇게 해야 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겠습니다. 제가 나쁜사람인가요? 저도 제가 여유있을때 시작할겁니다.

 사회복지사분들은 전부 무임금으로 노동하셔야합니까? 왜 나라에서 제가 의사 될때까지 10원 한푼 준적도 없는데 강제로 봉사하라고 하지요? 그냥 개인 성향의 차이입니다. 저도 나중에 어디서 봉사하고 이런 사명감같은거 하나도 없이 왔습니다. 다만, 내가 가족들을 먹여살리는데 부족함이 없고 '기준'으로 삼고있는 부분에 대해서 물질적으로 충분히 채웠다면, 제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기부나 봉사를 취미삼아 할 생각은 있습니다.

 '왜 의사들이 돈을 목적으로 일을 하나요?' 의사들은 돈 벌면 안됩니까? 전 이게 직업이고 그동안 배운거라곤 이거밖에 없습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저런 얘기 하시는분들은 왜 맨날 국민의례 했으면서 인터넷에 나라 까는 글 올리고 정치하는 사람들 보고 욕하시는지요? 그냥 졸업식때 시키니까 하는거지 그걸 가슴에 새기고 사는것도 아니고 별로 기억도 안납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의사로서의 사명감은 '내가 돈을 많이 버니까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자'가 아닙니다.

'환자에게 해가 되지 않는 결정을 하자'입니다. 이걸 지키지 않는 의사들은 주변 의사들에게도 개XX소리를 듣습니다.

제 기준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내 돈을 써야하는 부분은 제가 가지고 있는 '사명'이 아닙니다.

또한 그 누구도 어려운 환자를 도울 수 있는 과를 가라고 강요하지도 않습니다.

 저도 아픈분들 오면 친절하게 설명 드리면서, 제 목적은 '환자분이 일상생활이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항상 말씀드립니다. 앞으로 똑같은 위치에 똑같은 질환으로 또 아프실 수 있다는것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건 자동차처럼 '여기 문제생겼으니 아예 새걸로 바꿔버리죠'라고 할 수 있는게 아니지 않습니까.

어려운 사람들 도와야겠다는 사명감 없이 의대 입학하더라도 충분히 졸업도 가능하고 의사 생활하는데 지장 없습니다. 공대, 인문대, 사회대, 교대는 어떤 사명감으로 입학하시는지요? 본인 부모님들은 어떤 사명감과 봉사정신을 가지고 생활하시는지요?

 타 직종에 비해 충분히 벌면서 충분히 누워서 들어온 환자를 걸어나가는 모습 볼 수 있습니다. 사명감과 물질적인 소득을 양분하지 마세요. 그걸 공유할 수 있는게 의사입니다.

환자를 최선을 다해 치료하고, 그에 응당한 치료비를 받는다. 이게 제가 생각하는 의사로서의 직분입니다.

* 저는 현재 의대를 다니시는 분들에 비해 '입시'와 관련된 질문에 답변을 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현직 봉직의의 삶에 대해 궁금하신게 있다면 제가 아는 선에서 충분히 답변드리겠습니다.

제가 위에 달아놓은 질문을 하셨던 거에 대해 기분이 나쁘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직 본인이 걱정해야 할만한 일이 아닙니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신입사원이 '햐...나 사장되면 뭐하지?'라고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일단 그 집단 안에서 살아남고 오세요. 해드릴 얘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