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 오브 툼레이더 후속 - swedou obeu tumleideo hus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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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섀도 오브 더 툼레이더 출시일 2018S년 9월 14일
개발사 에이도스 몬트리올 장르 3인칭 액션 어드벤처
기종 PC, PS4, XONE 등급 청소년 이용불가
언어 자막 한국어화 작성자 Eclaire

게임의 주인공은 곧 플레이어의 분신, 아바타입니다. 요즘에야 게임 속 인물들도 독자적인 성격과 개성을 지닌 경우가 많지만, 고전 게임의 주인공들은 플레이어와의 일체감을 부여하기 위해 대사가 극도로 적거나 아예 이름이 없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둠’의 주역인 둠가이나 ‘하프 라이프’ 시리즈의 고든 프리맨, ‘헤일로’의 마스터 치프 등, 과묵함을 Badass적인 매력으로 승화시킨 고전 게임 주인공들의 탄생 이면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어쨌든 게임 속 주인공을 자신과 동일시하는 경향은 동양보다는 서구권 게이머들 사이에서 더 강하게 나타납니다. 다소 피곤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MMORPG 내의 RP 플레이를 즐기는 사람들의 숫자가 적지 않은 것만 봐도, 그들에게 비디오 게임은 단순한 놀잇거리가 아닌 일종의 가상현실인 셈입니다. 게임 속 주인공의 대다수가 남성인 것도 결국 남성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비디오 게임 소비층의 특성 때문이라 볼 수 있습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의 주인공인 라라 크로프트의 존재는 그래서 매우 특별한 사례로 손꼽힙니다. 남성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대놓고 섹스어필을 노린 육감적인 몸매와 노출도 높은 복장을 입고 등장하긴 했지만, 여성 주인공의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당시로써는 꽤 파격적인 시도였습니다. 물론 ‘툼 레이더’ 이전에 비디오 게임계에 여성 주인공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이를테면 ‘메트로이드’ 시리즈의 주인공, 사무스 아란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무스 아란의 성별은 엔딩에서 반전 요소 정도로 등장했을 뿐, 투박한 디자인의 파워드 슈트와 ‘메트로이드’라는 게임의 시점적, 장르적인 특성 때문에 여성성의 의미가 다소 축소될 수밖에 없었습니다(물론 ‘메트로이드’도 후속 시리즈가 진행되면서 사무스 아란의 여성적인 특성이 점차 강화되긴 합니다). 결국 여성 주인공을 게임의 전면에 내세운 게임으로서는 ‘툼 레이더’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남게 되었습니다.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의 본질은 섹스어필보다는 타인에게 의존하지 않고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자주적인 여성상에 있습니다. 두꺼운 입술과 로켓 가슴이 남성 게이머의 지갑을 열기 위한 성 상품화 요소이자 마케팅 포인트였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게임 속 라라 크로프트는 남성을 유혹하기 위해 핫팬츠를 입는 캐릭터는 결코 아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캐릭터적인 특성은 2013년에 발매된 ‘툼 레이더’ 리부트에 와서 더욱 부각되기 시작합니다. 오늘날의 라라 크로프트는 더 이상 핫팬츠를 입지도 않고 육감적인 몸매를 지닌 남미형 미녀도 아니지만, 고대 문명에 대한 탐구심과 자주적인 여성상을 지니고 있던 과거의 캐릭터성만큼은 고스란히 계승함으로써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현세대의 트렌드에 걸맞은 인물로 재탄생했습니다. 후속작인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에 와서는 전작보다 더 많은 자유도와 탐험 요소를 도입함으로써 경쟁작으로 지목되는 ‘언차티드’ 시리즈와의 차별화를 꾀하고 전작에 비해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낸 수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본 리뷰에서 다룰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는 20대 초, 중반의 미숙함을 벗어나지 못한 라라 크로프트의 젊은 시절을 다룬 리부트 3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게임 내적으로는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에서 정립한 시스템을 거의 그대로 계승하고 있으며, 스토리적으로는 라라 크로프트라는 캐릭터의 내면적인 성숙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길게 이야기하기에 앞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캐릭터적인 성숙과는 별개로 게임성적인 측면에서는 그다지 성숙하지 못한 부분이 일부 발견됩니다. 전작에서 이룩한 모든 장점을 거의 그대로 가져다 써먹으면서도 후속작에 요구되는 새로운 면모와 발전된 게임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물론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 자체가 워낙 기본기가 탄탄한 작품인 만큼 후속작인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도 결코 못 만든 게임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이 잘 만들어졌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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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과 많이 닮은,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운 후속작,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

‘툼 레이더’ 리부트가 외길 진행의 비중이 높은 게임이었다면,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는 세미 오픈 월드 게임의 성향이 많이 가미된 작품이었습니다. 같은 시리즈이긴 해도 두 게임이 주는 느낌은 많이 달랐던 것입니다.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의 경우엔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의 계보를 잇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스크립트로 이루어진 외길 진행 구간과 컷신, 전투 사이에 많은 수집품과 모험 요소가 숨겨진 세미 오픈 월드 파트가 등장하는 구성입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특히 서브 퀘스트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고 주민들과의 대화도 가능해졌으며 상인과의 거래 요소가 좀 더 본격적으로 변화해서 전작에 비해 더 많은 자유도를 부여되었습니다.

긍정적인 부분은, 전작에서 정립한 시리즈의 본질적인 재미 요소들을 잘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에 비해 플랫포밍 판정이 관대하고 게임이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점프 직후 공중에서도 방향 제어가 용이하고 각각의 행동 사이에 딜레이가 적은데다가 은, 엄폐 상태에서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서 조작감이 상당히 경쾌한 편입니다. 모션이 완료되기도 전에 행동이 먼저 완료되는 판정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션이 가끔 어색하게 보일 때가 있기는 한데, 개인적으로는 모션의 자연스러움보다는 즉각적인 조작감을 더 선호하기에 이 부분은 크게 문제시 삼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본작의 이러한 특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게임을 빠른 템포로 즐기도록 유도하고 있으며, 화살이나 폭발탄, 수류탄, 화염병 등의 도구를 즉석에서 만들고 전투에 바로 투입 가능한 제작 시스템 역시 게임에 속도감을 부여하는 요인이 됩니다.

무덤 탐색과 수집, 서브 퀘스트 등 스토리 진행 이외의 곁다리 콘텐츠의 분량은 전작 이상으로 늘어났습니다.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무덤 내 퍼즐의 완성도인데, 게임의 난이도를 높일 경우 시각적인 직관성은 약간 떨어지지만 논리적인 측면에서는 괜찮은 퀄리티를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나 비슷한 방식의 게임을 많이 해 본 사람이라면 경험에 의거해서 차근차근 해답을 찾아 나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작인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가 그랬듯이, 여전사보다는 고고학자인 라라 크로프트의 모습을 더 원하는 팬이라면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는 분명 괜찮은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본작부터는 RPG 게임을 연상케 하는 서브 퀘스트가 추가되어 좀 더 다양한 방식으로 세계관에 관여할 수 있고, 전작에서는 스토리 진행에 따라 얻을 수 있었던 로프 등강기 등의 아이템을 상인에게 구매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는지라 반복적인 수집에도 약간의 의미가 부여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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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도 살인도 순식간에 해결해버리는 프로페셔널 고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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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즐과 플랫포밍 구간은 꽤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이 모든 장점이 결국에는 전작의 것을 그대로 베껴온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본작에 달라진 요소들은 대부분 미미한 수준이거나 별다른 재미 포인트를 부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의 확장판을 즐기는 느낌 이상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세간에는 전작과의 유사성을 지적받으면서도 게임 그 자체는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은 후속작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가 지닌 근본적인 문제는 새로움의 부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찾아봐야 할 겁니다. 지금부터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전작의 장점을 잘 가져온 만큼 단점도 그대로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는 어드벤처 게임으로서는 상당히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지만, ‘툼 레이더’ 리부트에서 보여주었던 속도감 있는 진행과 강한 액션성을 선호하는 유저들에게는 다소 호불호가 갈리는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게임 내내 생존본능 버튼을 누르게 만드는 번거로운 플레이 방식과 유비소프트식 오픈 월드 게임 이상으로 많이 널려있는 수집요소는 반복에 따른 피로감을 불러왔고 이 문제는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에서도 마찬가지로 지적됩니다. 대놓고 플레이어에게 뒤를 보여주는 멍청한 인공지능 때문에 전투가 상당히 작위적으로 진행되는데다가 어려움 난이도 수준에서도 별달리 힘든 구간이 없다는 점 역시 전작에서 이어받은 단점이자 게임의 긴장감을 떨어트리는 원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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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생존본능 켜고 폐지 주우러 다니는 게임이라는 뜻이죠.

두 번째 문제는 전투, 탐험, 스토리 진행 등 게임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완급조절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의 경우 전술했듯이 탐험 지향적인 게임성 때문에 일부 게이머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리긴 했어도, 전반적으로 전투와 탐색의 균형이 잘 맞춰져 있어서 전투는 전투대로, 탐험은 탐험대로 즐길만한 구성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반면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는 특정 구간은 너무 탐험에만 치중되어 있고, 특정 구간은 반대로 너무 전투에만 치중되어 있습니다. 특히 게임 시작 후 중반부까지는 전투의 비중이 너무 낮아 서브 퀘스트나 무덤 탐색, 수집물 모으기 등의 콘텐츠 위주로 즐길 수밖에 없는데, 이러다 보니 게임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집니다. 그나마 전투의 비중이 확 올라가는 중, 후반부부터는 이 문제가 좀 완화되긴 합니다.

세 번째 문제는 오픈 월드 게임의 특성이 강해짐에 따라 생겨난 부작용들입니다. 늘어난 서브 퀘스트와 수집물, 무덤의 개수만큼 메인 스토리의 비중은 줄어들었고 이 때문에 메인 스토리 위주의 게임플레이를 선호하는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게임의 볼륨이 상당히 적게 느껴진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늘어난 오픈 월드 요소들이 게임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닙니다. 과도하게 많이 널린 수집품은 사실상 의미 없이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 가장 질 낮은 수법이며, 서브 퀘스트 역시 지루하게 특정 포인트만 따라다니도록 구성된 것이 많은지라 별다른 재미를 느끼기가 어렵습니다. 그나마 퍼즐 및 플랫포밍 구간의 완성도만큼은 전작의 퀄리티를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 위안이 됩니다.

네 번째 문제는 수집 및 업그레이드 요소가 게임의 전반적인 구성과 다소 상충된다는 것입니다. 본작의 업그레이드는 크게 전투, 암살, 탐색의 세 가지 분류로 나뉘는데, 적과 싸울 기회 자체가 특정 구간에 치중되어 있고 그마저도 횟수가 너무 적다 보니 전투와 암살 두 분류의 업그레이드는 별다른 의미를 지니지 못하게 됩니다. 메인 스토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부품과 재료 정도만 있으면 굳이 풀 업그레이드에 매달리지 않아도 엔딩을 보는 데는 크게 지장이 없으며 이는 고난이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탐색 업그레이드 역시 마찬가지로, 엔딩을 보는데 필요한 아이템을 구비하는 데는 생존본능 능력 하나면 충분합니다. 생존본능 기능을 아예 배제하고 플레이하더라도 의약품만 넉넉하면 못 깰 구간은 거의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본작에 이르러 다양화된 난이도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졌고,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라면 100% 달성을 노릴 필요도 없어졌습니다. 한마디로 확장된 오픈 월드 세계를 탐험할 동기부여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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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이라면 밥 먹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라라 크로프트인데 죽일 사람 자체가 몇 없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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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스토리의 비중이 적은 것은 유저의 성향에 따라선 치명적인 문제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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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콘텐츠 사이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한 느낌입니다.

다섯 번째 문제는 스토리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본작 시리즈는 이전부터 스토리로는 크게 호평받지 못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 전반에 나타나는 숙명인데, 고대 문명의 힘을 악용하려는 악의 세력의 방해를 뚫고 유적을 탐사하는 뻔한 패턴이 결국엔 반복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러한 클리셰를 타파하는 것은 바로 개성적인 캐릭터성과 자연스러운 내러티브의 힘입니다. 반면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경우엔 플레이어에게 흡입력을 부여하는 디테일이 많이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그나마 첫 번째 작품에서 라라 크로프트의 처절한 생존기와 악에 받쳐 적들과 싸우는 파괴적인 모습이 큰 인상을 남긴 것이 전부입니다. 후속작이었던 ‘라이즈 오브 더 툼 레이더’에서는 라라 크로프트의 강박적인 모습만이 드러났을 뿐 등장하는 캐릭터 모두가 그야말로 진부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평범한 스토리나마 자연스럽게 이끌어간 덕분에 별달리 호평을 받진 못했어도 혹평까진 듣지 않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죠.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는 전작의 단점은 그대로 이어받으면서도 스토리의 큰 줄기와 디테일한 부분에서마저도 전작 이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목에 ‘섀도’가 들어가서인지 라라 크로프트는 시종일관 보는 사람마저 기운 빠지게 만드는 암울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정서에 문제가 있는지 의심될 정도로 강박적인 성향을 계속 유지합니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에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본작에서 라라 크로프트의 역할 자체가 플레이어로 하여금 감정이입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는 것도 한몫합니다. 그나마 게임에 생동감을 불어넣어 주어야 할 조나는 삼부작 연속 개근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푸근한 인상 이외의 별다른 개성을 느끼기 어려우며, 메인 악역은 구구절절한 사연과는 별개로 다소 없어 보이는 외모와 빈약한 상황 묘사, 밍밍한 성우 연기 등의 문제로 인해 카리스마가 느껴지질 않습니다.

부족한 캐릭터성만큼이나 스토리텔링에 결점이 많다는 점도 짚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일일이 지적하기 어려울 정도로 내러티브에서 많은 개연성의 문제가 드러나는데, 게임적인 허용을 감안하더라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 정도로 너무 편리하게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감이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부족한 연출력과 묘사력 때문에 스토리에 몰입하기 어렵고 뜬금없는 대사나 장면이 많아 가끔 실소를 머금을 때도 있습니다.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의 스토리는 세계관이 처한 상황 때문인지 상당히 어둡게 진행되는데, 비교하자면 마치 히어로 영화계의 전설인 ‘다크 나이트’를 어설프게 따라 하다가 망한 여러 히어로 영화들이 연상되는 수준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을 지나 라라 크로프트는 한층 성숙하게 되지만 그 과정이 다소 부자연스럽다 보니 캐릭터의 갑작스러운 변화가 심정적으로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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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껏 사람 목을 따지 못해서 침울해진 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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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적인 캐릭터 묘사 문제는 본작에도 여지없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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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비디오 게임이라지만, 좀 당황스럽게 만드는 장면들이 일부 있습니다.

리뷰에서 장점보다 단점을 더 많이 언급한 이유는 전술했듯이 결국 본작의 장점은 대부분 전작에서 그대로 가져온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서술 방식 때문에 본작이 심각한 망작인 것처럼 인식될까 다소 우려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굳이 변호하자면,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는 각각의 요소들을 따로 떼놓고 보면 그래도 여전히 잘 만들어진 게임에 속합니다. 퍼즐은 완성도가 높고 플랫포밍 구간은 속도감과 유연함을 동시에 갖추고 있으며, 수집 및 서브 퀘스트의 지루함은 다른 오픈 월드 게임도 마찬가지라는 말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적들의 AI가 아쉽긴 해도 즉각적인 조작감과 나쁘지 않은 슈팅감, 다양한 도구의 활용성 덕분에 전투의 재미도 괜찮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툼 레이더’ 시리즈의 명성에 걸맞은 아름다운 배경 그래픽과 유적 묘사는 본작 최고의 장점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아름다운 조각들을 하나로 봉합하는데 실패했다는 것이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의 가장 큰 실책입니다. 제아무리 예쁜 눈, 코, 입이 준비되어 있다고 해도 그것들을 하나의 얼굴 내에 자연스럽게 배열하지 않고 기워놓은 누더기마냥 억지로 이어놓는다면 그건 미인이 아니라 괴물에 불과합니다. 전투와 퍼즐, 플랫포밍, 오픈 월드 탐색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자연스럽지 못하고 게임플레이에 동기를 부여해야 할 스토리는 몰입감이 떨어지며, 업그레이드 요소에 딱히 집착할 필요가 없어서 난이도 세분화와 탐색에 의미가 없습니다. 다소 세세한 부분까지 딴죽을 걸자면 수영 파트가 너무 많이 등장한다는 점과 유적 내부 묘사가 지나치게 어둡다는 점도 게임을 다소 답답하게 만드는 요인들이었습니다.

엄밀히 말해서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의 아쉬운 점들은 본작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전작에도 있었지만 크게 드러나진 않았던 단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전작들의 비평적, 상업적인 성공에 취해 안주한 결과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툼 레이더’ 리부트 시리즈의 1편과 2편이 발매된 2013년과 2015년은 수집물 탐색 위주 오픈 월드 게임들의 전성기였지만, 그러한 시대를 주도한 유비소프트의 게임들마저 이제는 트렌드의 흐름을 인식하고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반면 ‘섀도 오브 더 툼 레이더’는 성공의 공식에 집착하여 정형화된 게임만을 찍어내는 서구권 개발사의 부정적인 기류에 편승한 작품처럼 보입니다. ‘툼 레이더’ 시리즈가 리부트라는 과감한 길을 택한 것은 두꺼운 입술과 육감적인 몸매만으로는 눈이 높아진 현세대 게이머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다는 정확한 현실 인식에 기반한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한 번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현재의 방식 자체가 틀렸다고 말하진 않겠지만, 정형화된 공식에 생명력을 불어넣으려면 디테일한 완성도와 감초 같은 요소가 필요함을 잊어선 안 될 것입니다.

편집: 김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