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잠자리 만족 - namjaga jamjali manjog

남자가 잠자리 만족 - namjaga jamjali manjog

둘이서 뭔가를 한다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각자의 사정이 있으니까, 이해하고 배려해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 둘이서 하는 일인 섹스도 예외가 아니다. 좋은 섹스를 하기 쉽지 않은 이유, 한 사람과 끝내주는 섹스를 했다고 해서 그 다음에도 똑같이 만족하긴 어려운 게 섹스인지라, 욕망하는 것만큼 쾌감을 얻는 것이 어렵고 그래서 더 애가 타고 다음, 또 그 다음에 기대를 걸게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험이 부족한 남자들은 자극에 너무 약해. 아직 스커트도 다 걷어 올리지 않았는데 본인 혼자 흥분해서 사정해버리고 말야.”

남자가 자신의 흔적을 쏟아낸 새틴 스커트를 세탁소에 맡기고 온 류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새로 사서 기분 좋게 처음 입고 나간 날에 생긴 헤프닝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직은 어려서 그런지 또 금새 충전이 되더라구.”

생각지도 못한 빠른 사정에 남자들도 당황하곤 한다. 분명 자기 몸이지만 뜻대로는 되지 않는 녀석을 달고 있어 곤욕스러울 것이다. 민망해서 ‘평소에는 이러지 않는데’ 같은 말을 하곤 하는데 그런 변명은 안 하는 게 낫다. 차라리 류의 말대로 만회할 두 번째 기회에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하는 게 ‘아, 저 사람이 평소에는 그러지 않는데 오늘 유독 긴장한 거였구나’ 하고 이해를 하게 만들어준다.

안타깝게도 그날 만회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 섹스란 의외로 단지 충동과 욕망만 가지고 해낼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도 혈기가 왕성할 때나 가능한 일이지 이십 대 중후 반만 되어도 남자들 역시 섹스가 ‘교류’라는 걸 인지하기 시작한다. 여자의 몸을 남자가 만족시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라는 걸 깨닫는다. 그걸 알게 된 남자들은 새롭고 낯선 몸 앞에서 거대한 두려움을 느낀다. 뭣 모르는 어린 시절엔 섹스를 하며 여자의 몸을 탐하는 일이라 생각했겠지만 여자 역시 섹스를 통해 남자의 능력을 간파하고 판단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연인 사이도 아니고 섹스 한 번 해보고 이 관계를 어떻게 진척시켜 나갈 것인지 생각해보려는 여자 앞에서는 긴장해서 제대로 서지도 못하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물론 여자는 문명인답게 예의를 지키며 오늘만 날도 아니고 괜찮다고 말하겠지만, 못 견뎌서 빨리 사정해버린 것도 아니고 아예 시도조차 불가능했던 상대에게 다음 기회를 주고 싶어질지는 의문이다.

이럴 때 나는 여자들에게는 그렇게 섣불리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을 한다. 여자들도 섹스를 하기 전에 긴장되고 걱정을 하듯이 남자들도 마찬가지다. 낯선 몸이 부딪히는 순간에 얼어붙어 제대로 발기가 되지 않는 남자는 오히려 귀엽게 봐주라고 말한다. 보통은 두 번째 할 때 본 실력이 나온다. 그때도 똑같고, 겨우겨우 해봤는데 별로였다면 그때 내쳐도 늦지 않는다. 처음부터 잘하는 남자들은 오히려 그 처음이 그의 베스트일 때가 많다. 나라는 존재에 흥분되는 게 아니라 낯선 여자에 반응하는 몸뚱어리라고 해야 할까? 관계성이 쌓이지 않아야 발정이 날 수 있는 그런 것. 그래서 처음에 뜻대로 안 돼서 곤란해하는 남자에게 짜증은 날 순 있지만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남자의 성욕은 여러모로 과장되어 있기 때문에 남자에게도 자승자박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자라고 상황만 갖춰지면 언제나 섹스할 수 있는 동물이 아니라 감정적 교류도 필요로 하다. 오히려 여자보다 더 섬세한 케어를 원하는 예민한 생물체라 피곤하기까지하다. 남자다움을 인정해주고 동시에 오구오구 우쭈쭈해 주는 상황이 아니라, 자신보다 경험 많고 카리스마 있는 여성이 ‘어디 한 번 실력 발휘 해봐’라고 한다면 오히려 쪼그라들어버리기 쉬운 게 남자라서, 마음의 준비를 할 기회를 줘야 한다. 

그런 남자들의 사정을 여자들이 너무나도 잘 이해하고 있기에 내 남자의 자존심을 세워주려고 그렇게도 자신을 낮추고 자신의 성욕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한다. 문제는 그렇게 한쪽의 사정만 봐줘서는 절대 좋은 섹스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자를 만족시켜주는 게 나의 만족이라고 그럴 듯하게 말은 하지만 정작 여자를 즐겁게 만들어주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는 모른 채 여자들의 정성스러운 페이크 오르가슴에 얄팍한 위안을 받고 뿌듯한 자의식만 형성한다. 남자들이 낮에는 요조숙녀, 밤에는 요부를 원한다고 말하는 것 자체가 정신적 허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표현이다.

이제 남자들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남자의 사정을 위해서 여자들이 얼마나 희생하는 섹스를 해온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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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기고=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남자들은 성행위 중 끊임없이 여자의 반응을 살핀다. ‘여자를 충분히 흥분시키고 만족시켰을까’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하지만 성은 이해득실을 따지는 장사가 아니다. 결속력과 친밀감을 높이는 소통의 도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섹스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 누가 더 셀까?’ 우문처럼 보이지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답을 드리자면, 대체로 섹스를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자주 제안하는 남자가 섹스의 장면에서 여자보다 훨씬 불리하다.

남자의 섹스는 여자를 만족시키는 데 중요한 의미를 둔다. 그러려면 성욕도 왕성하고, 발기도 잘 돼야 하며, 사정도 원하는 시간에 잘 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파트너가 있어도 성욕이 안 생기고, 성욕은 있으되 발기가 잘 안 되고, 발기는 되는데 강직도가 떨어지고, 강직도는 있는데, 사정의 문제가 마음대로 안 되는 등 남자들의 고민은 여러 가지다.

남자의 섹스는 물론 자신의 즐거움을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그러려면 자신의 쾌감과 함께 파트너가 충분히 흥분하고 만족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남자들이 흔히 말하는 ‘여자를 정복했다’는 말은 여자를 이겼다는 말처럼 들리지만 기실은 ‘자신의 행동으로 여자를 충분히 흥분시키고 만족시켰다’는 의미다. 그래서 남자들은 성행위 중 끊임없이 여자의 반응을 살핀다.

◆남자들의 ‘대물 판타지’는 정답일까

남자들이 ‘성을 대할 때 갖는 세 가지 근심과 두려움’은 무엇일까? 남자들의 세 가지 근심거리는 첫째, 자기 성기와 성 능력에 대한 것, 둘째, 섹스가 자기 건강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것, 셋째, 여자들의 성 능력에 대한 두려움이다.

여자들이 가슴에 대해 갖는 기대감만큼이나 남자들은 자기의 성기 크기, 두께, 기능에 대한 기대가 크다. 남자들이 포르노를 보며 가장 충격을 받는 부분이 포르노 배우들의 ‘커다랗고 웅장하기까지 한 성기’라고 한다.

이것은 동서양이 다르지 않아 신라의 지증왕(1척 5촌=48cm), 경덕왕(8촌=24cm)뿐 아니라 러시아의 라스푸틴(12인치=30cm)에 이르기까지 거대 음경에 대한 남자들의 판타지는 ‘크기가 크면 기능도 좋다=여자를 만족시킬 수 있다’로 이어진다. 그래서 크고 단단한 성기로 만들기 위해 남자들은 음경에 구슬을 박고, 양의 속눈썹을 달기도 하며, 성기를 약에 담그거나 두드리고 단련(?)을 시킨다. 이런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기도 한다.

그러나 성기가 크면 여자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확하게 말해 오해다. 여자의 질은 입구와 그 근처가 더 예민하다. 여자의 오르가슴을 위해서라면 성기가 아니어도 되지만(머리카락을 포함해 온몸이 성감대다) 성기 오르가슴이라도 클리토리스 자극이나 질 입구 근처를 잘 자극하면 오르가슴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이 성학자들의 정설이다. 또 여자에게 극대의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것은 성기뿐 아니라 손가락, 입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 일이다.

남자의 성 능력이라면 발기가 잘되고, 단단하고, 사정까지 어떻게 여자를 계속 흥분시키고 만족시킬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그래서 발기 문제가 해결되면 갖가지 다양한 체위를 수련(?)하고 만족스런 성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별별 정력제를 먹는다.

◆섹스는 건강에 이롭다

하지만 여자의 만족은 성기의 단단함과 사정까지의 오랜 시간과 기기묘묘한 체위에만 있지 않다. 그러한 능력의 과시보다 오히려 살뜰히 파트너를 살피고 다정하게 안아주고, 부드럽게 애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려는 행동에서 여자는 더없는 만족과 행복을 느낀다.

둘째는 남자들은 섹스를 좋아하는 만큼이나 잦은 섹스가 자신의 건강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다. 그래서 ‘접이 불루’ 즉 ‘길게 성행위를 하지만 사정하지는 않는다’는 원칙을 신봉한다. 혹은 ‘잦은 사정이 뼈를 삭게 하고, 늙게 하며 심지어 죽을 수도 있다’는 신념조차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대의 성학에서는 ‘용불용설’을 주장하고, 서양에서는 ‘use it or lose it’이라며 규칙적으로 자주 하는 섹스가 건강에 훨씬 이롭다고 말한다. 남자의 정액은 죽을 때까지 만들어지며, 물론 나이가 들면 좀 줄긴 하지만, 사실 나이보다는 현재의 건강 여부가 정자의 상태를 결정한다.

만족스런 섹스를 자주 하는 사람이 피부에 윤기도 나고, 심장병이나 암의 발생 확률이 적다. 또 자존감도 높으며, 하지 않는 사람보다 젊어 보이며, 훨씬 더 행복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정의 양을 조절하려는 노력보다 규칙적으로 멋진 섹스를 자주 해보려는 노력이 더욱 건강에 이로울 것이다.

셋째는 여자가 가진 성 능력에 대한 두려움이다. 남자가 ‘사회적인 강자’라 하더라도 ‘생식학적으로는 약자’이며, 남자의 성에 대한 잠재력은 여자만 못하다는 이론적 근거가 있기는 하다. 남자들이 발기부전이나 조루, 지루 같은 성적 어려움을 여자들보다 많이 고민하는 것도 사실이다. 또 여자가 낳은 아이가 자기의 자식인지 알 수 없다는 두려움도 한 몫 한다.

실제로 미국의 성학자 마스터스 앤 존슨 박사 부부는 남자들의 일회적 오르가슴에 비해 여자들은 멀티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밝혀내어 남자들에게 ‘부담감’과 ‘부러움’을 안겨주었다.

서양에서는 ‘여자의 질 속에 단단한 이빨이 있어서 남근을 물어뜯거나 목을 졸라 죽인다’는 괴담이 있고, 중국에는 ‘음축증(陰縮症)’이라 해서 남근이 날마다 점점 움츠러들어 종국에는 뱃속으로 오그라드는 섬뜩한 질환이 있다고 남자들을 겁주었다.

특히 부권사회로 가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렇게 무서운 여자들의 성적 욕구를 어떻게 억제할 것인가는 중요한 작업이 됐다. 이러한 작업들 중 하나가 중국의 유교에서 여자에게 요구하는 ‘칠거지악(七去之惡)’으로 특히 여자에게는 엄격하고 남자에게는 너그러웠으니 그조차 결국은 여자의 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의 성은 생식의 차원에서 더욱 강하고 잠재력을 가지며, 그것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 더욱 아기를 자기의 몸 안에서 기르고, 낳고, 기르는 포유류의 엄마는 더욱 그렇다. 무거운 책임에는 그만한 보상이 따라야 할 것이고, 성도 그런 것이다.

무엇보다 성은 경쟁도 아니고, 이해득실을 따지는 장사도 아니다. 그것은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고 즐거움을 나누려는, 그리고 그것을 통해 하나가 되는 결속력과 친밀감을 높이는 좋은 소통의 도구인 것이다. 이기려고 하지 말고 즐기길.

배정원 행복한성문화센터 대표·성 전문가·보건학 박사/ 일러스트 전희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