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선거 2022 - leosia seongeo 2022

우크라이나 전쟁: 러시아, 점령지 내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합병 찬성' 주장

  • 패트릭 잭슨
  • BBC News

2022년 9월 28일

러시아 선거 2022 - leosia seongeo 2022

사진 출처, Reuters

사진 설명,

지난 27일 도네츠크 투표장의 시민

지난 23일(현지시간)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점령한 4개 주에서 치러진 러시아 합병 찬성 여부를 묻는 소위 '주민투표'가 지난 27일 종료됐다.

이번 투표의 '러시아 합병 찬성' 결과는 이후 러시아의 점령지 확장의 근거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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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점령지에 세운 지역 행정 관료들은 주민들이 러시아 합병에 거의 전적인 지지 의사를 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정부 및 서방 세계는 이를 두고 '가짜'라고 비난했다. 실제로 이번 주민투표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지 못한 데다, 독립적인 감독 없이 치러졌다.

투표가 치러진 4개 주 중 2곳은 친러시아 분리주의자들이 선포한 자칭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이며, 나머지 2곳은 남부의 헤르손과 자포리자다.

러시아 전역의 우크라이나 전쟁 난민들을 위해서도 지난 2014년 러시아가 합병한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 등의 지역에 투표소 수십 개가 마련됐다.

중간 투표 결과 공개에 따르면 러시아 합병에 찬성하는 쪽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투표가 치러진 지역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15% 정도로, 주민 최대 400만 명이 투표했다.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과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정권이 운영하는 언론은 러시아 합병 찬성률이 최대 99.23%라고 보도했으나, 이는 이러한 종류의 투표에서는 보기 힘든 이례적으로 높은 비율이다.

한편 오는 3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상 · 하원 합동회의 연설에서 이번 주민투표를 근거로 4개 지역을 합병한다는 선언을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2014년 3월에도 유사한 종류의 주민투표를 진행한 뒤 크림반도가 러시아에 합병됐다고 선언한 전력이 있다.

러시아가 이들 4개 지역을 완전히 손에 넣지 못한 상황에서 합병을 발표하면, 이번 전쟁은 더 심각한 새로운 수준으로 악화할 수 있다. 해당 지역을 되찾으려는 우크라이나군의 시도에 대해 러시아가 영토 침해로 간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무력으로 점령한 영토를 병합하려는 러시아 측의 시도는 "야만스러운 유엔(UN) 법령 위반 행위"라며 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7일 밤 "점령지에서 벌어진 이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주민투표' 형태를 모방했다고조차 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점령지 남성 주민들을 러시아 군대로 강제로 끌어들여 이들의 조국에 맞서 싸우게 하는 건 매우 잘못된 행위"라고 덧붙였다.

러시아에 대한 추가 제재

한편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유럽연합(EU)에 러시아에 대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길 요청했다.

쿨레바 장관은 "러시아 경제를 강타할 수 있는 매우 심각하고도 강력하며 세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이번 소위 '주민투표'에 미온한 대응을 보인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영토를 더 많이 합병하려고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은 투표 집행에 관여한 러시아 측 고위 관료들을 겨냥한 새로운 제재로 맞대응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서방 세계는 러시아의 이번 합병 시도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러시아에 "추가적인 신속하며 심각한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27일 직접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기도 했던 캐서린 콜로나 프랑스 외무장관은 주민투표를 두고 "가면무도회"라며 비꼬았다.

한편 러시아의 전통적인 동맹국인 중국의 왕원빈 외교부 대변인은 이번 주민투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모든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성은 반드시 존중돼야 한다"는 대답을 내놨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주민투표는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 민족 및 러시아 화자들을 대상으로 한 박해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옹호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러한 박해 사실이 없다고 부정한다.

푸틴 대통령은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주민투표가 이뤄지고 있는 모든 지역의 주민들을 구하는 것이 우리 사회와 국가의 최대 관심사"라고 언급했다.

별로 놀랍지 않은 결과

분석: 제임스 워터하우스, BBC News 우크라이나 특파원

자칭 '주민투표'의 이번 결과에 대해 우크라이나는 물론 놀랍다고 생각할 이는 별로 없을 것이다.

러시아 합병 찬반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는 해당 지역의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해방시키겠다"는 등 우크라 침공 정당화의 연장선상이다.

우크라이나와 서방 세계는 이번 투표 과정을 전혀 신뢰하지 않고 있으며, BBC는 무장한 군인들이 집을 찾아와 주민들로부터 표를 모았다는 증거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투표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들었다.

한편 러시아는 이 4개 지역을 합병하기 위한 법률 마련을 서두를 것으로 보이며, 만약 이 지역을 노릴 경우 더 많은 살상 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어떤 주장을 하고 (또 그 결과가 어떻든 간에) 목표는 변함없다고 말하고 있다.

투표는 나흘간 군인들의 호위 아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이 직접 주민들의 집을 방문하는 형태로 진행됐으며, 27일에만 투표소에서 투표를 진행했다.

크림반도의 한 투표소에서 나타난 도네츠크 출신 주민 갈리나 코르사코바(63)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내 목소리로 이 전쟁을 멈추는 데 작게나마 기여하고 싶다"면서 "정말로 집에 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전쟁 상황이 계속 이어지는 와중에 투표가 진행되면서 자포리자의 베르디얀스크에선 미사일 공격으로 선거관리위원회 직원 최소 한 명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군인과 민간인 수만 명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했으며, 우크라이나 내 도시와 마을 대부분은 폐허로 변했다.

UN 통계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 머무는 270만 명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난민의 규모는 현재 740만 명 이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