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색깔 표현 - hangug-eo saegkkal pyohyeon

친근하고 쉬운 우리말 색이름

한글문화연대 대학생 기자단 6기 이강진 기자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3월 1일부터 색종이와 크레파스 등 문구류 7종에 사용하는 색이름을 우리말 표준 색이름으로 변경했다. 이름만으로 색을 유추하기 어려운 크롬노랑색, 카나리아색, 대자색을 각각 바나나색, 레몬색, 구리색으로 바꾸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문구류 외에 의류, 화장품 등에서 색깔을 자주 접한다. 그런데 ‘핑크(분홍색)’, ‘그레이(회색)’, ‘퍼플(보라색)’처럼 한국어 표기 대신 영어 표기한 단어들부터 ‘소라색’, ‘차콜 그레이’, ‘코발트 블루’처럼 색을 직접 보기전에는 색을 직접 보기 전에는 그 색을 떠올리기 힘든 단어들까지 색이름에 외국어를 남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알기 쉬운 우리말로 바꿀 수는 없을까? 또 우리가 모르는 우리말 색이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한국어 색깔 표현 - hangug-eo saegkkal pyohyeon

(▲‘소라’로 표기된 셔츠 색상, 사진=‘무신사스토어’에서 캡처)


‘소라색’은 ‘소라의 색’?
  ‘소라색’은 의류의 색을 나타낼 때 흔히 사용된다. 하지만 소라색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색을 유추할 수가 없다. 여기서 ‘소라’가 해변에서 볼 수 있는 그 ‘소라’라면 눈앞에 보이는 소라색 옷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일본어를 아는 사람이라면 ‘소라’가 ‘하늘’을 뜻하는 단어인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즉, ‘소라색’을 우리말로 바꾸면 ‘하늘색’이다. 두 색이 다르다고 느낀다면 새 이름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이다.

‘정도’를 나타내는 단어를 붙이면 우리말로도 쉽게 표현 가능
  ‘차콜 그레이’의 차콜(Charcoal)은 ‘숯’을 뜻하는 영어이다. 차콜 그레이는 숯처럼 흑색에 가까운 회색을 가리키니 ‘어두운 회색’으로 바꿀 수 있다. ‘코발트  블루’에서 코발트(cobalt)는 철과 비슷한 광택이 나는 금속으로, 과거 도자기나 유리 등에 푸른색을 내기 위해 사용한 물질이다. 이는 ‘진한 파란색’으로 바꿀 수 있다. 이처럼 외국어 색이름의 상당 부분은 기존 색이름에 ‘어두운’, ‘진한’, ‘밝은’, ‘연한’ 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식어를 붙여 표현할 수 있다. 이편이 색을 유추하는데도 훨씬 쉽다.


우리가 몰랐던 우리말 색이름
  ‘한국색채연구소’에서 출간한 『우리말 색이름 사전』은 생소한 우리말 색이름들을 소개한다. 그중 몇 가지만 뽑아보았다.

 간장색

 간장의 색, 붉은색을 약간 띠는 검정색.

 갈대색

 벼색보다 약간 더 누런기를 가진 색으로 가을의 갈대가 띠는 색.

 감자색

 감자의 껍질 색, 약간 회색을 띤 노란색.

 강낭콩색

 익은 강낭콩 열매의 알맹이 색. 붉은 자주색.

 간장색, 갈대색, 감자색, 강낭콩색. 일상적인 단어를 색이름에 사용하여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쉽게 유추할 수 있는 색이름들이다. 하지만 우리말 색이름이 외국어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차콜 그레이’라고 표기한 상품들을 여러 번 접해야만 비로소 차콜 그레이가 무슨 색인지 알 수 있다. 이는 매우 비효율적이므로 바꿀 필요가 있다. 더 익숙하고 일상적인 말로 만든 색이름을 사용하게 된다면 바로 그 색을 떠올릴 수 있다. 쉬운 길을 두고 애써 돌아갈 필요가 없다.

 

필자가 영어를 배울 때 많이 듣던 말이다. 요새도 이런 말 많이 하는지 잘 모르겠는데... 다들 어떠신가?

  이렇게 색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흔히 듣게 되는 질문이 우리말에는 노란색도 노랗다는 단어 뿐 아니라 '노리끼리하다', '노르스름하다', '누르죽죽하다', '누르스름하다', '누렇다' 등 여러 표현이 가능한데, 영어로는 Yellow 하나 밖에 없지 않느냐?라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우선 단순하게 생각해 봐도 영어에는 Yellowish라는 단어가 있다. 아마 우리말로는 노르스름하다 정도 되지 않을까? 그렇다면 위의 명제는 바로 반증되었다.

  그 뿐 아니라 사실 영어에서 노란색이 얼마나 많은 표현으로 구분되는지 알면 아마 깜짝 놀랄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에서 서로 다른 강도 혹은 톤의 노란색을 구분하는 단어들은 다음과 같다.

  Banana, Blond, Daffoldil, Lemon, Yellow, Butter, Bumblebee, Corn, Pineapple, Tuscan Sun, Dandelion, Honey, Canary, Butterscotch, Mustard, Medallion ...

  위 영어에서 노란색을 뜻하는 많은 단어들은 연노랑부터 점점 노란색이 강해지다가 마지막에 가면 갈색을 띄는 노란색으로 변해가는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우와, 얼마나 많은가?

  물론 누군가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위 나열한 색을 보면 순수한 색의 이름이라기 보다는 버터나, 옥수수, 파인애플 등 과일 이름이나 꽃이름 혹은 태양과 같은 명사를 사용하여 색을 표현하였으니, 진정 색에 대해 여러 표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오히려 색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없다보니 특정 색을 띄 물체를 가지고 와서 해당 색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필자가 볼 때 일리 있는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그렇다면 우리말의 저 다양한 노랗다는 표현에 대해서 각 표현이 어떤 색인지 명확한 합의가 있는가?

  예를 들어 노르스름하다와 누르스름하다의 색깔 차이가 어떻게 되는가? 아는 사람??

  이렇게 볼 때, 사실 영어와 우리말은 비긴다고 볼 수 있다. 즉 영어와 우리말중 진정 어느 언어가 더 색에 대해서 민감한지, 색에 대한 다양한 표현이 있는지 알 수 없지 않은가?

  결국 이 언어는 이런 특색이 있고 저 언어는 저런 특색이 있는 것이지 어떤 언어가 더 색에서 뛰어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본인이 해당 언어에 대해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위 노랗다는 단어 중 우리가 흔히 '금발'이라고 번역하는 머리카락 색을 뜻하는 Blond, 이 색이 또 얼마나 다양하게 나뉘는지 안다면 우리말과 영어가 색에 있어서 도찐개찐이라는 말에 약간 자신감이 줄어든다.

  Dirty Blond , Chocolate Blond, Mocha Blond, Ash Blond, Coconut Blond, Butter Blond, Vanilla Blond, Honey Blond, Caramel Blond, Strawberry Blond, Raspberry Blond, Cherry Blond

  위 다양한 색의 금발은 거무스레한 금발로 시작해서 은빛 금발과 전형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노란 금발을 거쳐 붉은빛이 도는 금발에 이르기까지 나열해 본 것이다.

(각 색에 대해서 알고 싶은 사람은 검색해 보면 알 수 있는데, 아마 검색엔진이 Blond를 Blonde로 고쳐서 검색해 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요새 영어에서는 이렇게 명사를 남녀 구분해서 사용하는 추세가 아니기 때문에 검색엔진이 고쳐준 것은 무시하고 위 스펠링이 더 현대적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어떤가? 금발이 이렇게 다양한지 몰랐지?!

  자, 여러 노란색 중 하나의 톤인 '금발'색이 또 이렇게 다양하게 나뉘는데, 이젠 영어의 색 표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여전히 한국어가 색 표현에 있어서는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시는가?

  하지만 역시 여러 명사들을 사용해서 다양한 톤과 색의 금발을 표현하는 데 사용했다. 그래서 도찐개찐??

  필자가 볼 때 영어는 색의 표현이 단조로운데 우리말은 색에 대한 표현이 발달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마치 우리말에서만 주어가 자주 생략되거 영어에서는 주어가 생략되지 않는 것처럼 여기는 '영알못'들이 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영알못이란 한국어 원어민들이 영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비교하며 발생하는 여러가지 오해를 믿고 퍼트리는 사람들 정도로 정의하면 되겠다.

  필자는 이러한 모국어와 외국어에 대한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빚어지는 많은 오해를 풀기 위해 노력해 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