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호랑이 쑥 마늘 - gom holang-i ssug maneul

웅녀
熊女

고조선의 추존 왕후
재위 ?
대관식 없음
전임 환웅(桓雄) 삼국유사(三國遺事)
후임 단군(檀君 壇君)
이름
?
이칭 없음
별호 ?
연호 없음
시호 ?
묘호 없음
신상정보
출생일 생년 미상(生年 未詳)
출생지 ?
사망일 몰년 미상(沒年 未詳)
사망지 ?
왕조 고조선(古朝鮮)
가문 곰?
부친 ?
모친 ?
배우자 환웅(桓雄) 삼국유사(三國遺事)
자녀 단군(檀君 壇君)
기타 친인척 부루(夫婁 扶婁) 삼국유사(三國遺事)
부여(夫餘) 부우(夫虞) 부소(夫蘇)
종교 없음
묘소 ?

웅녀(熊女)는 단군신화에 나오는 단군의 어머니이다. 신화에 따르면 웅녀는 원래 곰으로, 인간이 되고자 환웅에게 빌어 시험을 통과한 뒤에 인간이 되었다고 한다. 이후 사람으로 변신한 환웅과 혼인하여 단군을 낳았다.

신화속의 웅녀[편집]

이때 곰 한 마리와 호랑이 한 마리가 같은 굴에서 살면서 항상 신웅(환웅)에게 빌기를, “원컨대 (모습이) 변화하여 사람이 되었으면 합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신웅이 신령스러운 쑥 한 타래와 마늘 20개를 주면서 이르기를 “너희들이 이것을 먹고 백일 동안 햇빛을 보지 아니하면 곧 사람이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곰과 호랑이가 이것을 받아서 먹고 기(忌)[1] 하였는데 삼칠일(三七日, 21일) 만에 곰은 여자의 몸이 되었으나 범은 기하지 않아 사람이 되지 못하였다. 웅녀(熊女)는 그와 혼인할 사람이 없었으므로 항상 신단수 아래서 아이를 가지기를 빌었다. 이에 환웅이 이에 잠시 (사람으로) 변하고 그와 결혼하여 아들을 낳으니 이름을 단군왕검(檀君王儉)이라 하였다.[2]

단군신화는 일연의 《삼국유사》와 이승휴의 《제왕운기》에 각기 기록되어 있다. 이 가운데 《삼국유사》에 웅녀와 관련된 신화가 나타난다. 《제왕운기》에는 웅녀가 등장하지 않으며 단웅천왕(檀雄天王, 환웅)의 손녀가 약을 먹고 사람이 되어 단군을 낳는다.

해석[편집]

신화의 해석에 따르면 웅녀는 크게 두 가지 성격으로 해석된다. 한국 고대국가의 건국신화는 일반적으로 창시자의 부계 혈통을 천신(天神)으로, 모계 혈통을 지신(地神)으로 설정한다. 이에 따라서 웅녀는 단군의 모계 혈통으로 지신으로 신격화된 토템의 일종으로 본다. 곰을 토템으로 하는 토착 부족과 하늘에서 내려온(천강天降) 지배 부족의 결합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곧 곰을 토템으로하는 곰족(웅족, 熊族)과 호랑이를 토템으로 하는 호랑이족(호족, 虎族)이 경쟁하여 곰족의 승리로 부족간 결합(혹은 연합)이 이루워졌다는 해석이다.[3][4]

한편으로 토템의 대상이자 신령스러운 짐승(神獸)인 곰(熊) 자체에도 동북 시베리아 일대에서 공유되는 종교적 의미가 담긴 것으로 보기도 한다. 신수로서 숭배되는 곰은 인문적 변천에 따라 신(神)이나 무속(巫俗)을 의미하는 단어로 변용되었다. ᄀᆞᆷ, 검, 금, 개마, 고마 등의 음가는 모두 곰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되며, 동북 시베리아 일대에서 무당을 가리키는 Kam, Gam이나 고(古) 터키, 몽골, 신라, 일본, 아이누 등에서 신을 의미하는 Kam, Kamui 등도 모두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대지신(大地神)으로서의 곰이 가진 성격은 농경문화 단계에서 물산을 생산하는 자궁(子宮, 생식기)을 상징하므로 주로 여성적 성격을 띄게 된다. 웅녀 역시 이러한 지모신(地母神)의 일종으로 해석된다.[3][4]

한민족과 웅녀[편집]

요동지역 만주에는 곳곳에 웅악(熊嶽) 또는 개마산(蓋馬山), 개모산(蓋牟山) 등의 이름이 널리 퍼져 있는데 이는 바로 '곰뫼'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고 한반도에서 곰나루(熊津, 충남 공주), 곰골(熊州, 충남 공주)를 비롯하여 곰실(熊谷, 경북 선산), 곰내(熊川, 금강), 곰개(熊浦, 경남), 곰뫼(熊山, 경남), 곰섬(熊島, 함남 영흥), 곰재(熊嶺, 전북 진안), 금마저(金馬渚, 전북 익산), 곰고개(熊峴, 충북 보은), 곰바위(熊岩, 충북 음성) 등이 널리 분포되어 있다고 한다.

이것은 만주와 한반도가 하나의 문화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다는 증거중 하나라는 것, 또한 단군신화에 나타나는 웅녀(熊女)라는 말은 '곰골에서 온 여자'라는 의미라고 하는데 지금도 지역에 따라 여자의 이름을 평양댁(평양에서 온 여자), 부산댁(부산에서 온 여자), 서울댁(서울에서 온 여자) 등으로 부르고 있는데 이 말의 표현 방식이나 웅녀의 표현 방식이 같은 형태라는 것이다.[5]

연변 자치구의 만천성국가삼림공원에는 웅녀상이 건립되어 있다.

각주[편집]

  1. 기(忌)는 사전적 의미로 '꺼리다', '싫어하다'의 뜻이다.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을 먹으며, 싫지만 참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2. 일연 (1281) 古朝鮮 조(條) “時有一熊一虎同穴而居常祈于神雄願化爲人時神遺霊艾一炷蒜二十枚曰爾軰食之不見日光百日便得人形熊虎得而食之忌三七日熊得女身虎不能忌而不得人身 熊女者無與爲婚故每於壇樹下呪願有孕 雄乃假化而㛰之孕生子號曰壇君 王倹”
  3. ↑ 가 나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웅녀 항목
  4. ↑ 가 나 조현설 저, 원혜영 역 (2009년 8월 7일). 《고조선 건국신화》. 한겨레아이들. ISBN 9788984313453.
  5. 김, 운회 (2008년 11월 3일). “부여와 곰고을의 사람들”. 프레시안. 2010년 4월 8일에 확인함.

참고 문헌[편집]

  • 일연 (1281). 〈권제1〉. 《삼국유사》.

같이 보기[편집]

  • 환웅
  • 단군왕검
  • 환인

신화나 설화, 민담 속에는 다양한 음식이 나온다. 단군신화에서 곰은 마늘과 쑥을 먹고 사람이 됐고 유럽 설화를 바탕으로 한 동화 속 백설 공주는 사과를 먹고 죽을 뻔 했다가 왕자님의 입맞춤으로 잠에서 깨어난다. 민담을 소재로 한 전래동화에서 도깨비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메밀묵이나 메밀떡이다. 

여기서 이야기를 살짝 한 번 비틀어 보자. 곰이 마늘 대신 도토리를 먹고 쑥 대신 양파를 먹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백설 공주가 사과 대신 오렌지나 석류를 먹고, 도깨비가 좋아하는 음식이 메밀떡이 아니라 찹쌀떡이었다면...? 단순히 음식 하나 바뀌는 게 아니라 전혀 엉뚱한 결과, 완전히 새로운 스토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음식이 갖는 원형적 이미지 때문이다. 

곰 호랑이 쑥 마늘 - gom holang-i ssug maneul

심리학자 칼 융은 원형(archetype)을 인간의 집단 무의식 속에 공통으로 나타나는 보편적 이미지라고 정의했다. 그렇기에 문학비평가 노드롭 프라이는 『비평의 해부(Anatomy of Criticism)』에서 신화나 설화를 비롯한 모든 스토리텔링에는 인류 문화의 원형(原型)이 녹아 있다고 강조했다. 

신화나 설화, 나아가 예술작품 속에 나오는 음식 또한 단순한 소재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상징으로서 음식 자체에서도 원형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때문에 단군 신화에서 곰이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것도 여인으로 거듭 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마늘과 쑥을 먹어야만 했고 백설 공주가 죽었다 다시 깨어나는데 사과 아닌 다른 과일은 어울리지 않는다. 

곰은 왜 마늘과 쑥을 먹어야 했을까? 단군 신화에 고대 토테미즘의 원형이 내재돼 있는 것처럼 마늘과 쑥에서도 집단 무의식의 원형이 반영돼 있다. 옛 사람들의 마늘과 쑥에 대한 인식이다. 미물인 곰이 영물인 인간이 되려면 신성한 힘이 필요하다. 마늘이 그 도구인데 나쁜 기운을 쫓는 기운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귀신을 쫓고 역병을 막아주는 힘, 그래서 동물의 성질인 수성(獸性)을 몰아내고 인간의 품성을 갖게 만드는 힘이다. 한편으로 마늘은 생명의 상징, 힘의 원천이다. 그래서 마늘을 정력제로 생각했고 남성 고환을 닮았다며 다산의 상징으로 삼았다. 

곰 호랑이 쑥 마늘 - gom holang-i ssug maneul

마늘을 신비한 약초로 여긴 것은 서양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드라큘라가 싫어한 것은 십자가와 마늘이다. 드라큘라는 기독교 문명의 흡혈귀니 십자가를 싫어한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마늘은 왜 무서워할까? 드라큘라는 영국의 브람 스토커가 루마니아를 무대로 쓴 소설 속 가상인물이지만 11세기 동유럽 슬라브 민족에 퍼졌던 흡혈 뱀파이어 설화가 그 바탕이다. 동유럽에서는 전통적으로 뱀파이어를 쫓는데 마늘을 사용했다고 한다. 드라큘라의 무대로 알려진 루마니아 북부 트란실바니아 지방에서는 부활절 새벽, 마늘로 십자가를 만들어 창문에 달거나 집안 곳곳에 마늘을 놓아두는 풍습이 있다. 마늘에 나쁜 기운을 쫓아내는 힘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곰이 인간이 되는 조건으로 마늘을 먹어야 했던 배경에는 동물의 기운을 몰아내는 도구로서 마늘에 대한 동서양 공통의 원형적 이미지가 작용하고 있다. 쑥은 곰이 여자로 거듭나기 위한 조건이다. 한국은 물론 세계 곳곳의 민속에서 쑥은 여성에게 좋은 정화작용을 하는 약초다. 민속에서는 쑥을 태워 그 연기로 훈증을 한다. 또 “애쑥 국에 산촌 처자 속살 찐다”는 속담이 있는데 갓 돋아난 쑥으로 국 끓여 먹은 산골 아가씨가 새봄을 맞아 한층 성숙해진다는 뜻이다. 동물인 곰이 인간이 되려면 야성을 버리는 정화 과정이 필요하고 특히 여자가 되려면 여성화라는 의례를 거쳐야 한다. 

쑥은 이 두 가지 특성을 모두 갖췄다. 서양에도 쑥이 여자에게 좋다는 인식이 있다. 쑥은 영어로 아르테미지아(artemisia)다. 어원이 그리스 여신 아르테미스인데 달의 여신인 동시에 여성의 수태에 영향을 주고 월경 주기를 조절하며 출산부터 아이 성장까지의 일체를 돌봐주는 여신이다. 쑥은 이런 여신에게 바치는 성스러운 풀이다. 쑥에 담긴 원형적 이미지를 통해 곰이 웅녀가 되기 위해 쑥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곰이 양파를 먹었다면 어찌 됐을까? 양파는 단군 시절에는 없었던 서양 작물이지만 그래도 혹시 양파를 먹었다면 아마 웅녀가 아닌 남자로 거듭났을 것이다. 그래서 단군은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고 곰은 환웅의 아내가 아닌 부하 장수가 돼 엉뚱한 영웅 설화가 쓰였을 수 있다. 왜냐하면 양파는 남성성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고대 올림픽에서 양파는 선수들의 근육 강화제로 쓰였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 건설 노동자에게 지급한 강장 식품이었다. 

별 의미 없을 것 같은 음식이고 무심코 먹는 음식이지만 그 원형적 이미지는 스토리의 전개와 방향을 좌우한다. 백설 공주가 그런 사례다. 백설 공주가 혹시 사과가 아닌 독이 든 다른 과일을 먹고 쓰러졌다면 어찌 됐을까? 동양에서는 몰라도 서양에서는 공감도가 크게 떨어졌을 것이다. 단군 신화에서 곰이 마늘과 쑥을 먹어야 어울리는 것처럼 백설 공주 역시 반드시 사과를 먹어야 한다. 서양에서 사과의 원형은 선악과다. 천국의 과일인 동시에 아담과 이브를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게 만든 과일이다. 

곰 호랑이 쑥 마늘 - gom holang-i ssug maneul

▲ Chagall, <'Garden of Eden'> ⓒVanderbilt Library Art in the Christian Tradition

사과가 왜 선악과의 이미지를 갖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 하나로 성경의 라틴어 번역을 꼽는다. 고대 히브리어로 쓰인 성경 원본을 로마시대에 라틴어로 번역하면서 창세기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중 악에 해당하는 부분을 말루스(malus)로 번역했다. 그런데 말루스는 나쁘다(bad)는 뜻과 함께 사과(apple) 또는 열매(fruit)라는 이중적 의미를 갖고 있다. 때문에 사과가 타락을 상징하는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됐다는 것이다. 

또 다른 풀이도 있다. 영어를 포함한 옛 유럽 여러 언어에서 사과는 특정 과일을 뜻하는 고유 명사인 동시에 열매를 뜻하는 일반 명사로도 쓰였다. 때문에 달콤하고 맛있는 과일도 되고 먹지 못하는 독이 든 열매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이중적 의미가 생겼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백설 공주 이외에도 유럽의 수많은 전설과 설화, 민담에서는 사과가 부정과 긍정의 이중적 이미지를 갖는다. 그중 하나가 아들의 머리에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을 쏜 윌리엄 텔 설화다. 아무리 백발백중 명사수라고 하지만 만의 하나 실수 하면 아들이 죽을 수 있는데 왜 하필 사과를 올려놓고 화살을 쐈을까? 죽지 않는 설정이기 때문이다. 

호머의 오디세이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발단도 사과였다. 결혼잔치에 초대 받지 못한 질투의 여신 에리스가 목동인 파리스에게 사과를 주며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신에게 주라고 한 것에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된 계기다. 사과는 최고 미인이 받을 자격이 있는 과일이면서 동시에 전쟁의 발단이 된 열매다. 이렇게 사과의 원형적 이미지는 삶과 죽음, 선과 악, 행복과 불행의 이중적 이미지에 가장 어울린다.

그러면 만약 백설 공주가 사과 대신 독이 든 오렌지를 먹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오렌지에 독이 들었으니 정신을 잃었다는 설정에는 이성적으로 동의할지 몰라도 감성적으로는 전혀 공감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유럽에서 중세 아랍 세계를 통해 전해진 오렌지는 부의 상징이었고 약으로 쓰일 만큼 귀한 과일이었다. 황금의 열매, 영광과 축복의 과일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백설 공주가 오렌지를 먹었다면 왕자님이 당장 짠하고 나타나 행복하게 오래 살았다는 스토리가 되어야 어울린다. 

곰 호랑이 쑥 마늘 - gom holang-i ssug maneul

석류를 먹었으면 어떻게 될까? 깨어나지 못하고 영원히 잠드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렀을지 모른다. 서양에서 석류는 치명적인 유혹의 맛이고 그래서 죽음을 부르는 과일, 지하세계의 과일이기 때문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지하세계를 다스리는 신, 하데스가 곡식의 여신의 딸인 페르세포네의 미모에 반해 그녀를 땅 밑 세계로 납치했다. 페르세포네가 지상 세계를 그리워하자 하데스가 석류로 유혹했는데 아름다운 색깔과 먹음직스런 열매에 반해 그만 석류 세 개를 먹었다. 그 대가로 페르세포네는 일 년 중 세 달을 땅 밑 세계로 내려와 하데스와 살아야 했다. 지상에서 겨울 석 달 동안 곡식이 자라지 못하게 된 이유다. 이렇듯 신화에 투영된 서양인의 무의식속에서 석류는 아름답고 맛있지만 죽음을 부르는 치명적 열매였고 그래서 지하세계의 이미지가 반영돼 있다. 

동화 속 도깨비 이야기에서도 음식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한테 도깨비는 어떤 존재일까? 중국 일본 귀신이나 서양 뱀파이어와 달리 한국 도깨비는 무서운 존재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친근한 존재다. 도깨비 방망이를 휘둘러 금은보화가 쏟아지도록 해 부자를 만들어 주기도 하고 어수룩한 장난꾸러기로 오히려 사람들한테 이용을 당하기도 하는 것이 우리나라 도깨비다.  

그들은 복종해야 하는 무서운 귀신도, 떠받들어 모셔야할 만큼 대단한 존재도 아니다. 도깨비는 자연물이나 사람이 오래 쓰던 물건이 변하여 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밤길을 걷다 도깨비가 나타나 심술을 부리기에 칡덩굴로 묶어놓고 다음날 가보았더니 헌 빗자루 하나가 묶여 있었다는 이야기나, 나그네가 아름다운 여인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에 깨어보니 부지깽이 하나를 안고 누워 있었다는 이야기 등이 그것이다. 도깨비는 태생 자체가 민중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물건에 깃든 정령이니 크게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설화에서 사람들이 도깨비에게 오히려 친밀감을 느끼는 경우가 이 때문이다. 게다가 도깨비는 서민 편이다. 혼이 나는 대상은 대부분 못된 양반이나 욕심쟁이 부자이지 서민이 아니다. 오히려 도깨비 덕분에 부자가 되니 그만큼 서민 친화적이다. 

곰 호랑이 쑥 마늘 - gom holang-i ssug maneul

▲ 도깨비얼굴무늬 기와, 조선시대 ⓒ국립중앙박물관

이런 도깨비를 유인할 때 주로 나오는 음식이 있다. 메밀묵이나 메밀떡 혹은 수수떡과 호박범벅 등이다. 도깨비는 왜 이런 음식을 좋아할까? 출신이 서민 친화적이니 즐겨 먹는 음식도 백성들이 많이 먹고 좋아하는 음식이 될 수밖에 없다. 메밀묵이나 메밀떡, 수수떡을 좋아하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메밀은 조선시대에 서민들이 많이 먹던 양식이다. 벼농사를 끝낸 후 짧은 기간에 심어 부족한 양식을 보태는 구황작물이니 서민들에게 친숙한 곡식이었다. 그중에서도 메밀묵, 메밀떡은 농수를 끝낸 후 갓 수확한 메밀로 겨울나기를 준비하며 만들어 먹었던 별미 음식이다. 그렇기에 메밀묵을 쑤면 자신들에게 복을 가져다주는 영물인 도깨비에게 먼저 메밀묵을 대접하며 때로는 해코지를 하지 말라고 빌고, 때로는 복을 가져다 달라고 소원을 말했으니 설화에서 도깨비들이 제일 좋아하는 음식 역시 메밀묵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도깨비가 괜히 메밀묵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고, 쓸데없이 곰을 괴롭히려고 마늘과 쑥을 먹인 것이 아니다. 신화와 전설 속 음식에도 이렇게 인류문화의 원형이 반영되어 있다.

곰 호랑이 쑥 마늘 - gom holang-i ssug maneul

윤덕노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신문기자를 거쳐 음식 문화 저술가로 활동하고 있다.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매일경제신문사에 입사해 사회부장, 국제부장, 과학기술부장, 중소기업부장과 부국장을 역임했다. 매일경제신문 중국 베이징 특파원과 미국 클리블랜드주립대학교 객원 연구원을 지냈다. 25년 동안 신문기자 생활을 하면서 여러 나라의 요리에 관심이 많아 다양한 음식을 먹어 보고 공부했다. 그동안 모은 방대한 자료조사를 토대로 음식의 기원과 유래, 그리고 관련 스토리를 발굴해 대중에게 소개해왔다. 『음식잡학사전』 출간을 계기로 음식의 역사와 문화에 본격적인 관심을 갖게 되면서, 조선 시대의 각종 문헌과 중국 고전에서 원문을 확인하고 그리스 로마 고전에서 근거를 찾아 세계의 음식 문화를 연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전쟁사에서 건진 별미들』『음식이 상식이다』『하루 한입 세계사』『붕어빵에도 족보가 있다』『차이나 쇼크』 외 다수가 있으며, 옮긴 책으로 『나쁜 세계사』『장자 내려놓음』『유럽의 세계 지배』 등이 있다. 이미지_ⓒ더난출판

곰 호랑이 쑥 마늘 - gom holang-i ssug maneul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보유한 '곰은 왜 마늘과 쑥을 먹어야 했을까? ' 저작물은 "공공누리" 출처표시-상업적이용금지-변경금지 조건에 따라 이용 할 수 있습니다. 단, 디자인 작품(이미지, 사진 등)의 경우 사용에 제한이 있을 수 있사오니 문의 후 이용 부탁드립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