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나 르 베게너 - eina leu begeneo

영화 '대니쉬 걸'은 <킹스 스피치>, <레미제라블>로 유명한 톰 후퍼 감독의 작품으로,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릴리 엘베)의 전기를 담은 영화입니다. 에이나르 역의 에디 레드메인과 그의 아내로 역시 화가였던 게르다 역의 알리시아 비칸더의 연기가 압권이었으며 이 영화로 레드메인이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 비칸더가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에이나 르 베게너 - eina leu begeneo

의학사상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에이나르는 1882년 12월 태어난 덴마크의 성공한 풍경화가였으며 그의 아내 게르다는 남편보다 성공하지못한 인물화가였습니다. 어느날 게르다는 모델없이 그림을 그리다가 남편에게 여자모델 노릇을 해달라고 부탁하게됩니다. 

이에 에이나르는 스타킹에 발레 슬리퍼를 신고 비단 드레스를 입은채 아내의 모델이 됩니다. 그리고 에이나르는 자기 피부에 와닿는 비단옷의 감촉에 매료됩니다. 이렇게 에이나르는 서서히 자기 안의 여성적인 면을 찾아가게되고 게르다는 그런 남편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화가로서 성공의 길에 오르게됩니다.

에이나르가 여자가 되기를 원한다는 것을 알게된 게르다는 처음에는 다소 슬퍼하지만 남편의 뜻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아이나에게 여성 화장과 함께 가발을 쓰게 하고 드레스를 입힌 뒤 함께 사교계 무도회에 나가게되며 이후 다른사람들에게 자신을 여성으로 소개하게됩니다. 6년간 함께 지내온 남편을 잃게 된 게르다는 에이나르가 릴리로 변하는 과정에서도 변함없는 사랑으로 보듬고 보살핍니다.

하지만 게르다의 모델이 남자라는 소문은 삽시간에 퍼졌고, 에이나르는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다시 찾았다며 여성의 모습으로 '릴리 엘베'라는 이름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게르다도 남편의 선택을 존중하며 두 사람은 진정한 동반자로서 사랑을 쌓아가게됩니다.

1926년, 결국 에이나르는 진정한 ‘릴리 엘베’가 되기위해 성전환 수술을 감행하게됩니다. 당시로선 목숨을 건 위험한 선택이었습니다. 유럽사회는 충격을 받았고, 덴마크 국왕은 두 사람의 결혼을 무효라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에이나르의 바뀐 성을 법적으로 인정해 여권을 발행했습니다.

그리고 릴리 엘베가 여자로서 그녀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전에 그녀가 해야할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진정한 여자가 되기위한 마지막 수술이었습니다. 바로 자궁이식 수술이었습니다. 이 수술은 당시 기술로선 굉장히 위험한 수술이었습니다. 하지만 릴리는 아기를 낳기를 바랬습니다.

불행히도 그녀는 1931년 수술 후유증으로 사망하게됩니다. 그의, 아니 그녀의 죽음은 오늘날 트랜스젠더나 동성애자들의 존재와 권리를 위한 희생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자신안의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게 된 에이나르의 위험을 무릅쓴 진정한 자아찾기, 그것은 고통이라기보다 행복이었습니다. 그녀는 사망직전 그녀의 친구에게 편지를 씁니다. "여자로 산 삶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나는 그 어느때보다 행복했다"

에이나 르 베게너 - eina leu begeneo

영화 ‘대니쉬 걸’. UPI코리아 제공

단 한 순간이었다. 마지못해 드레스를 입고 캔버스 앞에 선 것은. 1920년대 덴마크의 풍경화가로 명성을 쌓던 에이나르 베게너(에디 레드메인)는 초상화 화가인 아내 게르다 베게너(알리시아 비칸데르)의 부탁으로 새 하얀 드레스를 품에 안는다. 에이나르와 게르다는 몰랐다. 이 순간이 두 사람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삶의 평행선이 될 줄은 말이다.

게르다는 발 부분 작업이 남은 상태에서 모델인 발레리나 울라(앰버 허드)가 자리를 비우자 남편 에이나르에게 모델 대역이 돼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었다. 서로의 예술적 재능을 존중하며 영감을 주고 받던 결혼 6년째 부부이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여장을 한 에이나르는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의 혼란을 느낀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매혹된 듯 눈을 떼지 못하고 거친 숨을 내쉰다. 성 정체성에 흔들린 그는 자신의 내면과 부딪히지만 이내 뿌리친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여성성이 에이나르를 붙잡는 사건이 발생한다. 파티에 여장을 하고 참석하면서부터다. 이 역시 사람들 많은 곳을 피하던 남편을 이해한 아내의 권유였다. 아내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릴리 엘베’라는 이름까지 짓는 에이나르.

하지만 게르다는 곧 후회했을 것이다. 파티장에서 남편 에이나르가 우연히 헨릭(벤 위쇼)을 만나 키스하는 장면을 목격하면서 말이다. 만감이 교차했을 그녀지만 더 혼란스러워 하는 에이나르를 데리고 집으로 향한다.

게르다는 그날 이후 더욱 말수가 줄어든 남편을 위해 붓을 든다. 릴리가 된 남편을 화폭에 담아 살아 숨쉬게 만들어 준다. 릴리의 눈빛 하나, 손 끝 하나 놓치지 않고 그 숨결 그대로를 캔버스에 살려내자 화랑에서는 전시회까지 열어주겠다며 릴리에 환호했다.

게르다가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열며 명성을 쌓아갈수록 에이나르는 점점 릴리가 되어 갔다. 과연 여자가 되고 싶은 남편을 받아들일 수 있는 아내가 몇이나 될까. 게르다는 달랐다. 고통 받는 에이나르를 지켜보며 여자가 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상담을 받으며 정신 병원을 전전하던 두 사람은 울라에게 추천 받은 의사에게서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성전환 수술을 받을 수 있겠느냐는 워네크로스 박사에게 게르다는 “남편을 여자라고 생각한다”며 수술에 동의한다. 그녀는 에이나르를 위해, 아니 릴리를 위해 또 한 번 자신을 버린다.

덴마크 여인이라는 뜻의 영화 ‘대니쉬 걸’은 세계 최초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덴마크 화가 에이나르 베게너(1882~1931)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는 오롯이 에이나르가 성 정체성에 흔들리는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여성 관객들이라면 시선은 게르다에게 더 머물 것이다. 에이나르를 사랑하고, 릴리를 위해 헌신한 게르다의 삶에 눈시울이 젖어든다. 여자가 된 남편을 받아들이고, 조건 없는 사랑을 실천한 게르다의 내적 고통에 더 천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찌됐건 인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그린 두 배우는 28일(현지시간) 열리는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나란히 남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누가 수상하건 상이 전혀 아깝지 않다. 17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강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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