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기생충 약 - dwaejigogi gisaengchung yag

우리나라의 기생충 감염과 치료

1960년대까지 우리나라는 인구의 절반 가까이 기생충에 감염되어 있을 정도로 기생충의 왕국이었습니다.  기생충 박멸을 위한 국가적인 노력에 의해 많이 줄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기생충 감염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유기농 채소가 인기를 얻고 생선회나 육회 등 날음식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개, 고양이 등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면서 기생충 감염의 유병률이 높아질 것이 예상됩니다.   

최근 내시경 검사 중에 몇 차례 기생충 감염 사례를 경험하면서 기생충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라진 질병이라 여겨서 의대시절부터 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기생충 감염에 대해서 공부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자주 발생하는 기생충 감염과 증상, 진단 및 치료에 대해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1.  편충증 ( Trichuriasis ) 
편충은 토양을 매개로 감염되며 장내 기생합니다.  편충증은  임상증상이 없으며 건강에 큰 문제는 일으키지는 않습니다. 대장내시경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되어 제거하였으며 종종 내시경중 발견됩니다. 구충제로 사용하는 알벤다졸 400mg을 3일 간 복용하면 치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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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에서 발견한 편충. 포셉으로 제거하였고 약물치료하였습니다.

2. 회충증 Ascariasis )
회충은  길이가 20-40cm 까지 자라날 수 있는 기생충입니다. 주로 소장에 서식하며 증상이 없을 경우가 많으나 복통과 설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드물지만 심할 경우 소장의 폐쇄나 천공을 유발했다는 보고도 있으며 유충이 폐에 침범하여 회충성 폐렴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항문이나 목구멍, 코, 귀로도 침범하는 경우가 있다고 합니다.  알벤다졸 400mg 1회 복용으로 치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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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내시경 중 발견된 약 10cm 크기의 회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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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를 통해 제거하였으며 약물치료를 시행함. ( 알벤다졸 400mg )

3. 요충증 ( Enterobiasis )
항문주위의 가려움증 또는 통증의 양상으로 나타나며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등 취학전 아동들에게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암컷이 항문주위에 알을 낳기 위해 내려가서 항문주위의 가려움증을 유발하면서 손이나 대변을 통해 충란이 타인에게 전염됩니다. 항문주위의 도말검사를 통해 확진하는데
일단 진단되면 가족 및 집단 내 동료 모두 치료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어른의 경우 알벤다졸 1일에 400mg, 1주에 1번 , 3주간 3회 치료를 하고 2-5세의 경우 1/2 용량을 투여합니다.

직장에서 관찰된 요충 및 요충의 현미경적 소견 _ 제주감염병관리지원단 홈페이지에서 발췌

4. 고래회충증 ( Anisakiasis )
바다생선을 날로 먹었을 때 고래회충 유충이 위점막이나 장점막을 파고들어가며 심한 복통,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인체에 들어와 장기간 살아남지는 못하지만 유효한 약물이 없기 때문에 심한 복통을 발생한  경우 내시경을 시행하여 직접 제거합니다.  회를 먹고 24시간 내에 심한 복통, 구역이 있을 경우 고래회충증을 고려하여 위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   

회를 먹고 다음날 심한 복통으로 내원한 환자에서 발견된 위의 고래회충. 내시경 겸자로 제거하였습니다.


5. 개회충증 Toxocariasis )
개회충증은 개나 고양이의 기생충인 개회충 ( Toxocara canis ) 또는 고양이회충 ( Toxocar cafi  )의 충란이 대변으로 배출되고  우연히 공기나 음식, 접촉을 통하여 인체로 들어와 장내에서 부화하여 간, 폐를 지나 눈, 뇌, 간 등에 침범하여 호산구성 육아종을 발생시킵니다.  드물게 개회충의 유충에 감염된 소의 간을 날로 먹었를 때에도 감염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은 증상이 없어 감염을 인지하지 못하나 눈에 감염되어 시력장애가 오거나 폐  X-ray 등 에서 발견되기도 하고 혈액검사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호산구증이 지속되어 검사를 통해 확인되기도 합니다.

주로 어린이가 많이 감염되며 우리나라 성인의 경우 개회충 항원에 5%가 양성반응을 보여 상당수가 개회충 또는 고양이회충에 노출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경우 연간 약 70명이 개회충증으로 실명을 하고 대부분이 어린이들이라는 보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로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급속하게 늘어남에 따라 이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개나 고양이에게 정기적으로 구충제를 복용케 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며  애완동물의 대변은 위생적으로 처리하고 처리 후 손을 잘 씻으며 특히 아이들이 동물의 대변과 접촉하지 못하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개회충증은 침범한 병변에서 확인하거나 혈액검사 ( ELISA )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
눈이나 다른 장기의 병변이 관찰될 경우 반드시 치료를 해야하고 알벤다졸을 1일 10mg/kg 복용하며 증상에 따라 5일에서 30일간 사용합니다.  

개회충이 눈에 침범한 사례와 뇌에 침범하여 뇌척수염을 유발한 MRI 소견. _Helsen G, Vandecasteele SJ, Vanopdenbosch LJ - Case Rep Med (2011)에서 발췌

6. 간흡충증 (Clonorchiasis), 폐흡충 (Paragonimiasis ), 장흡충증 (Intestinal trematodiasis )
간흡충 (Clonorchis sinensis )은  간디스토마, 폐흡충(Paragonimus westermani)은 폐디스토마로 알려진 기생충입니다. 간흡충은 민물 고기를 날로 먹었을 때, 폐흡충증은 민물 게나 민물 가재를 날로 먹었을 때 감염이 됩니다. 간흡충은 담도염, 담도암을 유발할 수 있으며 폐흡충은 만성기침. 객혈 등을 유발하고 뇌나 다른 장기로 침범을 할 수 있어서 진단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해야합니다.

장흡충은 우리나라에서 다양한 종류가 보고되고 있는데 역시 날 음식을 통해 감염됩니다.  우리나라에 흔한 장흡충은 요꼬가와흡충 ( 은어, 붕어 ), 유해이형성흡충 ( 민물고기 ), 호르텐스극구흡충 ( 미꾸라지. 올챙이, 우렁이 ), 참굴큰입흡충 ( 생굴 ) 등이 있으며 복통, 설사를 동반한 장염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영상검사, 혈액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간흡충증, 폐흡충증의 경우 프라지콴텔  ( paraziquantel )을  25mg/kg, 하루 3회, 3일간 복용하고 장흡충증의 경우 10mg/kg으로 1회 복용으로 치료가 가능합니다. 프라지콴텔은 의사처방이 필요한 약입니다. 

담도에 침범한 간흡충증 MRI 소견 _Hao Y, Bao W, Jin M, Li Y, Wang F - Korean J. Parasitol. (2016)

좌폐에 침범한 폐흡충증 폐CT 소견_Koh EJ, Kim SK, Wang KC, Chai JY, Chong S, Park SH, Cheon JE, Phi JH - J. Korean Med. Sci. (2012)

7. 갈고리촌충 ( Taenia solium )과 민촌충 ( Taenia saginata )
돼지고기를 덜 익혀먹으면 걸리는 기생충이 갈고리촌충, 소고기를 육회로 먹으면 걸릴 수 있는 기생충이 민촌충입니다. 각각 유구조충, 무구조충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전체적인 크기와 형태는 비슷하나 이름 그대로 머리 부위에 갈고리가 있는 것이 갈고리촌충, 갈고리가 없는 것이 민촌충입니다. 돼기고기와 연관되어 있다고 하여 갈고리촌충은 돼지고기촌충 또는 돼지촌충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갈고리촌충은 머리 부분에 왕관모양의 갈고리가 있는 반면 민촌충은 머리부위에 갈고리가 없습니다.

갈고리촌충은 우리 몸에서 2-3 m 까지 자라나지만  장내에 서식하면서 설사나 소화불량 정도의 증상만
유발하여 큰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번식을 위해 알이나 알로 가득찬 분절을 대변을 통해 내보내고 이것을 돼지가 섭취하게 되면 돼지의 근육과 여러장기에서 부화하여 유충됩니다. 돼지의 장기와 근육에서 유충으로 있다가 사람에게 섭취되기를 기다리는데 덜 익힌은 돼지고기를 섭취하면 유충이 인체로 유입되고 소화기관에서 성충으로 자라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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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고리촌충의 번식과정. 인체에 충란이 유입되었을 경우가 문제가 됩니다. _Fogang YF, Savadogo AA, Camara M, Toffa DH, Basse A, Sow AD, Ndiaye MM - Int J Gen Med (2015)

문제는 유충이 아닌 알을 먹었을 때입니다.
덜익힌 돼지고기에 남아있는 알을 먹었거나, 갈고리촌충에 감염된 사람이 변을 보고 손을 안 씻고 요리를 해서  그 알이 다른 사람의 입으로 들어갔거나 갈고리촌충 알이 있는 변을  이용해 만든 퇴비로  유기농 채소를  재배했을 경우 등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인체에 침입한 갈고리촌충의 알은 마치 돼지에서처럼 사람 몸 안에서 부화하여 유충이 되고 근육, 뇌, 간 등 장기 여기저기로 퍼져나가게 되는데 이 유충을 유구낭미충( Cysticercus cellulosae )이라고 합니다.  유구낭미충에 감염된 상태를 낭미충증( Cysticercosis )라고 하는데 뇌, 신경, 눈, 근육, 피하조직 등 여러 장기를 침범할 수 있고 사망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뇌로 침범했을 경우 뇌실질 세포가 파괴되어  정신이상, 발작 및 생명을 잃은 경우도 보고되어 있으며 이를 신경낭미충증 또는 뇌낭미충증 ( Neurocysticercosis )이라 합니다.   

유구낭미충증 ( 갈고리촌충의 유충)이 여러장기로의 침범한 사례들. 1. 신경낭미충증 ; MRI에서 뇌실질의 파괴 소견이 관찰됩니다 2. 혀에 침범한 낭미충증 3. 상반신 피하조직을 침범한 낭미충증 4. 안구주변에 침범한 낭미충증_1. Mahale RR, Mehta A, Rangasetty S - J Clin Neurol (2015) 2.Goenka P, Sarawgi A, Asopa K, Gumber P, Dutta S - Int J Clin Pediatr Dent (2016) 3. Van De N, Le TH, Lien PT, Eom KS - Korean J. Parasitol. (2014) 4. Rai PJ, Nair AG, Trivedi MG, Potdar NA, Gopinathan I, Shinde CA - J Cutan Aesthet Surg (2016 Apr-Jun)

민촌충은 소를 매개로 인간에게 전염됩니다. 민촌충에 감염된 소고기 육회를 먹었을 경우 유충의 상태로 침입하여 장에 기생하는 것은 돼지를 매개로한 갈고리촌충과 같으며 대부분 임상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갈고리촌충과 달리 충란(기생충 알)이 인체에 들어왔을 때 여러장기로 침범하지 않고 그대로 배출되어서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습니다.  따라서 소고기 육회는 먹어도 될 것 같습니다.

임상양상, 병변에서의 채취 및 혈액검사 ( ELISA ) 등을 통해서 진단합니다.
갈고리촌충, 민촌충은 약물치료를 시행합니다. 낭미충증일 경우 감염된 병변에서 제거할 수 있으면 수술로 제거합니다. 약물치료는 알벤다졸 또는 프라지콴텔 모두 사용할 수 있는데 프라지콴텔은 뇌-혈관 장벽을 통과하지 못하여 뇌낭미충증에 효과가 없을 수 있어 알벤다졸을 많이 사용합니다. 하루 알벤다졸 15mg/kg  을 8일간 투여하면 좋은 치료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으며 필요에 따라 2주에서 1달까지 투여기간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가축들에게 사료를 먹이므로 ( 제주 똥돼지도 사라졌음 ) 사람의 대변을 돼지가 접할 기회가 없어 우리나라에서는 갈고리촌충 감염, 낭미충증의 발생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가능한 고기는 충분히 익혀먹고 채소와 과일은 먹기 전 충분히 세척을 하며 음식을 먹기 전 비누로 손을 잘 씻는 것은 기생충 감염 예방을 위해 꼭 필요한 습관입니다.   

8. 아메바증 ( Amebiasis )과 편모충증 ( Giadiasis ) 
아메바증은 주로 이질아메바(Entamoeba histolytica)에 의한 감염을 말하지만 그 외에 왜소아메바, 대장아메바,잇몸아메바, 요드아메바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편모충증은  람블편모충(Giadia lambmilia)에 의하여 발생합니다. 

아메바증, 편모충증 모두 물을 매개로 전염되는 수인성 기생충 질환으로 설사 복통, 혈변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메바증의 경우 간농양 등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감염 후 1-10 주의 잠복기를 가지며 급성기 증상 뿐만이 아니라 만성으로 진행할 수도 있습니다. 

아메바증에 의한 장궤양 및 간농양_Nagata N, Shimbo T, Akiyama J, Nakashima R, Nishimura S, Yada T, Watanabe K, Oka S, Uemura N - Emerging Infect. Dis. (2012) & antimicrobe.org

수도시설이 없는 농어촌에서 우물 또는 소독되지 않은 물을 마셨거나 동남아, 러시아 등 개발도상국을 다녀온 후 중증의 장염 증상이 있을 경우 감염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병변에서의 조직검사, 대변충란검사, 면역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으며  메트로니다졸 250mg 하루 3번  7일간 복용하여 치료합니다.

9. 기타 기생충 감염
그 외에, 우리나라에서 종종 발생하는 기생충 감염은  곰, 오소리 등을 생식하여 발생하는 선모충증 ( Trichinellosis ),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말라리아 ( Malaria ), 연어나 송어 회를 통해 전염되는 광절영두조충(Diphylobothrium latum)감염, 뱀, 개구리 등의 생식으로 발생하는 스파르가눔증( sparganosis ),  집단 발병이 가능한 머릿니, 옴진드기, 성병의 일종인 질편모층 ( Trichomonas vaginalis ), 사면발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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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기생충은 숙주인 인간의 몸이 잘못되면 자기들도 죽기 때문에 숙주의 건강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살아가며 따라서 알려진 몇몇 기생충을 제외하고는 치료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편충의 경우 오히려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 장질환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어서 편충의 충란을 복용하여 편충을 통해 크론병을 치료에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보고도 있으니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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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어느 누구도 내 몸속에 기생충이 사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는 않을 것입니다.
기생충을 예방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능한 음식은 익히고  채소는 잘 세척해 먹으며 손을 잘 씻는 것입니다.  또한 의학적으로  필요하지는 않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에 흔한 기생충에 대한 면역혈액검사 ( ELISA )를 해보거나 예방적으로 구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를 찾아오는 환자들 중 이해할 수 없는 증상들이 있다면 혹 기생충 감염에 의한 것이 아닌지에 대한 고려도 한번씩은 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reference
1. Huh Sun. Chemotherapeutic drugs for common parasitic diseases in Korea. J Korean Med Assoc 2013 June; 56(6): 513-522
2. Kho WG. Pharmacotherapy for imported parasitic diseases with drugs reserved by the government. J Korean Med Assoc 2012;55:49-55.
3. Ahn MH. Changing Patterns of Human Parasitic Infection in Korea.Hanyang Medical Reviews Vol. 30 No. 3, 2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