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도난방지 원리 - doseogwan donanbangji wonli

책을 빌리기 위해 도서관 입구로 들어설 때 여기가 도서관이라고 알려주는 것은 빽빽하게 꽂힌 책들이 아니라 양 옆에서 점잖게 지켜보고 서 있는 도난방지 시스템 기둥이다. 언제 부턴가 서점이나 음반가계를 필두로 이제는 대형 할인점 까지 이 녀석들의 손님맞이는 때로는 손님으로서 결백함을 갖추어야 함을 강요하는 것 같아 사뭇 씁쓸하기도 하다. 사실 이 기둥을 무심코 지나치더라도 순간 묘한 기류를 조금이나마 느끼지 않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전자기파동임을 안다면 그 사람은 초능력을 가졌음에 틀림없다!

바로 내가 그런 사람이길 바랬던 모양이다. 유독 이 기둥을 지나칠 때면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뒷골이 당겨지는 묘한 교란현상을 경험하니 말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것을 지나칠 때마나 유심히 곁눈질로 관찰을 하게 된다.

‘문지르는’것은 꽤 번거로운 작업이다. 하루에 수 천 권을 문지른다고 생각해보라. 간단히 버튼을 누르거나 접촉하는 것에 비해 엄청난 노동을 필요로 한다. 이런 엄청난 단점에도 굳이 문지르는 방법을 택한 필연적인 이유가 있을 거라는 건 충분히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알리바이다. 전자기학의 수많은 용의자중 문지르는 방법으로 물리현상이 생기는 것은 마찰전기와 자석으로 바늘을 문질러서 바늘자석을 만드는 것 두 가지다. 그 중 마찰전기는 쉽게 방전이 되기 때문에 실용성이 없으므로 수사 선상에서 제외되고 용의자는 결국 자석으로 좁혀진다. 그러면 책안에 자기정보를 담고 있는 뭔가가 있어야 한다.

도서관에 새로운 책이 들어오면 일단 수서과로 모인다. 수서과에서는 책들을 분류하고 책 정보를 입력한다. 그런 후에 분류기호를 인쇄한 종이를 책마다 테잎으로 붙인 후 잘 정리된 서가 제자리에 꽂는다. 여기까지는 도서관로비의 안내 표지판에서 얻은 정보다. 결국 이 비밀스러운 작업은 수서과에서 행해지는 것 같다. 그것이 아니라면 출판사에서 미리 책을 만들 때 뭔가를 넣어서 제작해야 하는데, 그 많은 책들이 도서관 근처에도 오지 않고 서점에서 팔려 개인 책꽂이에 꽂히기에 모든 책에 대출 정보를 기억해야할 뭔가를 삽입할 필요는 없다. 결국 수색영장을 발부받아 도서관 수서과를 뒤져 단서를 잡아야 한다. 그런데 수서과는 학생이던 내가 접근하기에는 마땅한 핑계거리가 없었다. 한때 도서관 아르바이트생으로 위장 잠입할 생각도 했으나 그들이 서가의 수많은 책과 무거운 책장들을 옮기는 고도로 집약된 노동만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여러 차례 아르바이트생들을 탐문 수사하던 중 수서과에서 일한 적이 있는 제보자를 찾았다. 새로 들어온 책은 표지나 엽서 등 부착물들을 떼어내고 고유한 바코드를 부착한다. 또 책의 제목, 저자, 출판사, 주요 검색어를 입력하고 분류기호에 따라 분류하고 얇은 테잎을 책의 중간에 제본한 부분 쪽으로 깊숙이 붙인다고 한다. 결정적 단서는 ‘얇은 테잎’인 것 같다. 무엇보다 ‘깊숙이’ 붙인다는 아르바이트생의 제보는 신빙성을 더해준다.

즉시 책 하나를 빌렸다. 오랜 끈질김으로 제보자가 테잎으로 부를만한 금속조각을 찾아냈다. 여기에 자성을 띠게 해 정보를 기억한다면 신용카드나 전화카드의 자기정보가 자석에 의해 지워지는 것처럼 이것도 대출 정보를 지울 수 있을 것 같았다. 실험실에서 강력한 자석을 빌려 여러 차례 문지르고 도서관의 두 기둥 사이를 통과해 보았다. 삑 하면서 경보음이 울리고 도서관에 모든 사람들이 나를 주목할 것이고 직원들이 나와서 책을 보자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나는 태연히 책을 건네주고 그들은 대출된 책 인지 검색을 할 것이다. 이미 대출된 책이므로 나는 직원들의 사과를 받고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걸어 나오면 되었다.

잔뜩 긴장한 채로 도난방지장치를 통과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이쯤에서 울려야 할 공간을 가르는 날카로운 경보음도 없었으며 우쭐한 내 모습을 보여줄 직원들도 모두 제자리였다. 난 책을 건네줄 준비가 되어있었지만 그들은 내가 나가는지 들어오는지 관심도 없는 듯이 보였다.

실패한 실험으로 알아낸 건 적당한 자기장을 걸어주어 자화시켜야 한다는 것과 대출할 때는 자기정보를 없애주고 반납할 때 자성을 띠게 한다는 것이다. 나중에 보니 대출할 때와 반납할 때 책을 문지르기 전 스위치를 조작함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 세상은 어설픈 아마추어가 상상하는 이상으로 치밀하고 높은 ‘벽’이 있다는 것.
혼자서 알아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이 기계를 제작하는 기업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한 후 노하우를 제외한 간단한 원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도난 방지장치는 EAS(Electronic Article Surveillance system:전자식 상품 도난방지 시스템)라고 하는데 커다란 두 기둥에는 코일이 감겨져 있다. 한 쪽 코일에서 58kHz의 진동수로 왔다갔다하는 주기적인 전류를 흘려주면 자기장이 변화하면서 반대편 기둥의 코일에도 유도 전류가 흐르게 된다. 그 유도전류의 진동수는 처음 전류의 진동수와 같다. 하지만 여기에 자성을 띤 물체가 통과하면 그 자기장의 영향으로 유도전류는 약간의 교란을 받게 되고 이것을 센서가 재빨리 감지해 잡아먹을 듯한 경보음을 울리는 것이다. 마치 그네를 1초 주기로 한번씩 왕복하도록 밀어주는데, 중간에 다른 친구가 불규칙하게 밀어서 주기가 변하면 그네를 탄 친구가 경보음처럼 소리치며 성질을 내는 경우와 같다.
핸드백이나 가방에도 자석으로 되어있는 경우가 있어 교란을 줄 수 있는데 이럴 경우를 대비해 일정한 범위 내에서만 감지하도록 해 오작동을 없앴다고 한다. 실제로 커다란 막대자석을 들고 통과해 봤지만 나 혼자서만 긴장할 뿐 기계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할인마트 같은 상점의 경우 계산을 마치면 자성이 있는 태그를 떼어내며, 책을 여러 번 빌려주고 돌려받아야 하는 도서관은 책을 문질러서 자성을 없애주고 반납하면 다시 자성을 띠게 한다.

몇 주에 걸친 도난방지장치 원리 알아내기는 결국 전문가의 도움으로 궁금증을 어느 정도 풀었다. 오랜 시간 관찰해서 여러 가지 예상을 했었고 그 예상이 옳은 것인지 직접 실험을 해보기도 했다. 그런 후에 실험결과를 바탕으로 예상을 수정하고 좀더 그럴싸한 가정을 세울 수 있었다. 과학이론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 뉴턴이라고 아인슈타인이라고 다를 건 없다. 다만 그들은 전문가의 도움이 조금 적었을 뿐이다.

(2004.08.30)

[생활TECH] 삐비빅! 도난방지시스템의 원리는?

  • 기자명 김지윤 기자
  • 입력 2019.06.24 23:45
  • 수정 2019.06.25 09:05
  • 댓글 0

[테크월드=김지윤 기자] 삐비빅! 삐비빅! 삐비빅! 실수로 계산하지 않은 물건을 가지고 지나가다 당황하게 되는 그 곳. 도단방지시스템은 어떤 원리일까?

도난방지시스템은 무엇인가?

도서관 도난방지 원리 - doseogwan donanbangji wonli

우리는 마트, 도서관, 서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도난방지시스템을 볼 수 있다. 흔히 EAS(Electronic Article Surveillance)시스템이라 불리는 도난방지시스템은 상품에 태그나 라벨을 부착해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상품의 반출을 막는다. 사이를 지나치기만 해도 경보음이 울려 마치 공항의 보안검색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EAS시스템은 태그와 라벨, 감지기 그리고 감성제거기로 구성된다. 연한 옷감종류의 경우 라벨이 붙고 딱딱한 제품은 태그가 붙는 식이며 감성제거기는 계산시 태그와 라벨을 제거해 경보음이 울리지 않게 만드는 장치다. 물건을 계산할 때 직원이 스캐닝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감지기는 입구 양쪽에 설치된 넓적한 판이다.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가?

도서관 도난방지 원리 - doseogwan donanbangji wonli

도난방지시스템의 감지기는 두 개의 납작한 판 같은 모양의 기둥을 가진다. 두 기둥 중 한쪽은 전류가 흐르고 반대쪽은 유도전류가 흐른다. 바로 전자기 유도라는 물리 현상을 이용한 시스템이다.

전자기 유도란 무엇일까? 전자기 유도는 자기장이 변하는 곳에 있는 도체에 전위차(전압)가 발생하는 현상이다. 판매중인 물건이나 도서관의 책의 바코드 뒤에 부착된 자기 테이프나 얇은 쇠막대가 자기장을 변화시킴으로써 전압이 유도돼 전류가 흐르며 경보음이 울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서관에서는 어떻게 몇 번이고 대여와 반납을 반복하며 자기 테이프의 자성을 없앴다 되살렸다 하는 것일까? 이는 자화의 원리를 이용한다. 자화는 물체가 자성을 지니게 되는 현상으로 쇠막대를 자석으로 문지르면 자성이 생겨 한 쪽은 N극, 다른 쪽은 S극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쇠막대의 자성의 세기와 같은 자석으로 N극에 S극을, S극에는 N극을 대면 쇠막대의 자성은 사라진다.

도서관에서 책을 출납하고 반납할 때 사서 가 어떤 기계에서 책을 넣었다 빼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기계가 바로 자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바로 이 작업을 통해 책의 자기 테이프에 자성을 없애고 넣을 수 있다.

이처럼 도난경보시스템은 기본적인 물리 현상을 이용한 시스템인만큼 이를 피해가는 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더욱 보안이 강화된 RFID를 이용하는 추세다.

RFID란 전파를 이용해 먼 거리의 정보를 인식하는 기술로 이 시스템은 IC칩과 안테나의 무선주파수를 이용한다. IC칩 안에 정보를 기록하고 안테나를 통해 판독기에 정보를 보내면 사용자가 태그가 부착된 대상을 식별하게 되는 셈이다.

저작권자 © 테크월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