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측근과 함께 '어떤 직업이 과연 좋은가?'에 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세속적인 기준에선 법대, 의대 나와서 고시 패스하고 의사 되면 좋은 거지만, 측근 왈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없을텐데, 자기도 완전무결한 인간 아니면서 맨날맨날 다른 사람 죄 있다고 주장하는 검사란 직업이 그리 좋은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파렴치한 죄를 저지르고 다른 멀쩡한 사회 구성원에게 피해 준 범죄자'를 탁월한 말빨로 포장하여 죄 없게 만들어 주는 변호사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럼 의사는?' 하고 물었더니, 그는 '맨날 아픈 사람 상대하고 피 보는 직업이 뭐 좋냐?'고
했다.(사람들이 그냥 농담처럼 하는 말로 '의사가 좋은 게 아니라, 돈 잘버는 의사 부인이나 의사 가족이 좋은 거다-'란 얘기가 있다.) 고대 그리스의 괴짜 철학자 '디오게네스'(장-레옹 제롬 작품)
디오게네스(Diogenes) 하면 '그리스, 페르시아, 인도에 이르는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더 대왕'을 소 닭 보듯 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로 유명하다. 알렉산더
대왕이 그리스 정벌 후 다른 학자들과는 달리 자신에게 따로 인사 오지 않는 괴짜 철학자 디오게네스를 직접 찾아간 일이 있는데, 그 때 디오게네스는 볕이 잘 드는 곳에서 일광욕을 즐기고 있었다. 대제국의 왕이 직접 찾아왔음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반갑게 맞이하지도 않는 디오게네스로 인해 알렉산더 대왕은 살짝 기분이 언짢아졌다. - 이하 '알렉산더 대왕'과 철학자 '디오게네스'가 나눈 대화 -
미국의 잘나가는 기업인이 남태평양 어느 섬으로 출장 갔다가, 한 어부를 만났다. 어부는 유유자적 낚시질로 물고기 몇 마리를 잡은 뒤 그걸 팔아서 하루치 양식을 구입하고, 그 뒤론 술집으로 달려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다. 그의 생활을 지켜본 기업인은 "당신이 더 열심히 노력해서 물고기를 많이 잡고, 그걸 판 돈으로 친구들과 놀지 않고 더 많이 저축한다면, 곧 큰 배를 살 수 있게 될 것이오. 그렇담 당신은 그 배로 더 많은 물고기를 잡을 수 있을 것이며, 지금보다 훨씬 큰 돈을 벌게 될 것이오~" 라고 조언했다. 그러자 어부는 시큰둥한 태도로 "그래서, 그 다음은요..?" 하고 물었고, 기업가는 "많은 돈을 벌어놓은 당신은 나이 들어서 은퇴한 뒤 멋진 해변가에서 평화롭게 낚시를 하며, 저녁엔 친구들과 모여 여유있게 술 한 잔씩 하면서 편하게 살 수 있을 것이오.."라 대답했다. 그러자, 어부는 이렇게 말했다. "이보시오. 난, 이미 그렇게 살고 있다오~" 라고 말이다.. 현재 우리 사는 세상은 그 남태평양 어부와 같은 환경이 아니고, 난 그리스 철학자 디오게네스처럼 무한 자유로운 내면을 가지지도 못했기에 그런 류의 자족스런 삶을 직접 실천하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는 게 너무 피곤하고,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들 속에서 '고대 신화'에 나오는 시지프스처럼 매일매일 반복되는 뭔가를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일상에 치일 때 '그 남태평왕 어부나 디오게네스처럼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솔직히, 그렇게 살 수 있는 그들의 삶이 너무나 부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