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17 챔스 결승 - 16 17 chaemseu gyeolseung

 현지시간으로 2017년 6월 3일, '가레스 베일의 나라' 웨일즈에서 2016-2017시즌을 마무리하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진행됐다. 챔피언스리그 62번째 결승전이자 유러피언 컵에서 챔피언스리그로 개칭 이후 25번째 결승전을 웨일즈 카디프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개최됐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시즌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16강전에서 있었던 1차전 4-0의 패배를 총합 6-5 스코어로 뒤집고 8강에 진출한 바르셀로나의 역사적인 이야기. 또 다른 이야기로는 2015-2016시즌 'EPL의 챔피언' 레스터 시티의 챔피언스리그에 첫 도전장을 내밀었고 깜짝 놀랄만한 저력으로 8강에 진출한 이야기가 있었다. 2003-2004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 진출한 이후 잠잠했던 AS모나코의 맹활약 등 재미요소가 많았던 시즌이었다. 하지만 결승전에는 레알 마드리드(레알)와 유벤투스가 진출했다.

 16-17시즌에는 챔피언스리그로 개명한 이후 최초의 챔피언스리그 2연패 달성과 12번째 빅이어를 노리고 있는 레알과 3번째 빅이어와 동시에 트레블을 노리는 유벤투스의 맞대결이었다. 역대 최다 우승팀과 역대 최다 준우승팀의 맞대결이기도 했다. 레알은 지난 시즌 11번째 빅이어를 차지하며 명실공히 레알이 최고의 팀임을 증명했다. 반대로 유벤투스는 결승무대에서 2승 6패를 기록하며 최다 준우승팀이었다. 또한 두 팀에 얽힌 이해관계들이 상당히 많은 매치이기도 했다. 레알의 감독인 지단은 선수시절 과거 유벤투스에서 활약한 바 있고 사미 케디라와 이과인은 레알에서, 모라타는 유베에서 활약했던 적이 있는 등 상당히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 팀들의 맞대결이었다.

 이번 맞대결에 앞서 창과 방패의 대결 레알의 BBC(베일-벤제마-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유벤투스의 BBC(바르잘리-보누치-키엘리니)의 맞대결이 기대를 모았으나 베일이 부상 회복이 더뎠다. 때문에 베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스코의 폼이 절정에 올랐기 때문에 공격진을 구축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공격진 구성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던 레알이지만 수비진에서는 전력누수가 있었다. 바로 페페의 부상이 문제가 됐었다. 바란과 나초 페르난데스라는 걸출한 수비수들이 있지만 페페의 공백을 메우기에는 충분한 선수들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레알의 사기와 2연패에 대한 동기부여는 충분했기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반면에 유벤투스는 세계 최고의 수비라인 'BBC라인'을  비롯해 다니 알베스와 알렉스 산드루가 공수를 지원하고 공격에서는 이과인과 만주키치, 떠오르는 신성 디발라가 출전하며 많은 축구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다.

양 팀의 선발 라인업 출처 '위키피디아'

 ● 변칙 포메이션의 충돌

 유벤투스의 선축으로 시작한 경기는 초반부터 팽팽한 양상을 보였지만 유벤투스가 공격에 더 적극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기 시작 7분 만에 유벤투스는 유효슈팅 3개를 가져갔다. 유벤투스는 수비라인을 조금 내린 상태에서 후방에서 전방으로 길게 공을 넘겨주면서 공격을 이끌었다. 유벤투스는 오른쪽, 왼쪽 가리지 않고 공격을 시도했다. 선발 포지션에는 이과인과 투톱을 형성하고 그 뒤에서 디발라가 공격을 지원하는 형태이지만 만주키치가 왼쪽 측면에 자리하면서 만주키치의 크로스에 기댄 공격이 나왔다.

 반면, 레알의 포메이션에도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바로 이스코의 포지셔닝이었다. 이스코 역시 선발 포지션상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지만 프리롤을 맡으면서 최전방과 2선과 3선사이를 자유롭게 떠돌면서 공격의 기점이 되어주는 형태를 선보였다.

만주키치의 크로스에 이은 피아니치의 중거리 슈팅

 ● 예열하는 두 팀

 경기 시작 후, 10분이 지나면서 공격을 레알이 주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슬슬 경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라모스와 만주키치의 충돌, 카세미루와 피아니치의 충돌, 경기시작 12분만에 카드를 받은 디발라 등 경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공격을 주도하는 레알의 형태는, 벤제마와 호날두가 투톱을 구성하면서 좌우 측면 넓게 자리 잡았다. 2선에서는 중앙에서 크로스, 모드리치, 이스코로부터 이어지는 공격형태가 눈에 띄었다. 또한 해당 시즌 최고의 풀백 듀오로 꼽히는 카르바할과 마르셀루가 크로스 혹은 중앙으로 밀어주는 패스를 선보였다. 이를 막기 위해 유벤투스는 수비시 알렉스 산드루 혹은 다니 알베스가 내려와 유벤투스의 좌우 측면을 보호했다. 레알의 공격을 방어하는 유벤투스의 수비진은 3백, 4백, 5백까지 유연하게 수비형태를 변형시켰다.

유연한 수비 변화의 유벤투스

 ● 예열 마친 두 팀

 20분만에 호날두의 선취골이 터졌다. 모드리치부터 시작한 레알의 역습은 크로스의 과감한 드리블 이후 벤제마에게 이어졌고 호날두를 거쳐 카르바할에게 연결됐다. 카르바할이 다시 호날두에 공을 넘기면서 레알이 앞서나갔다. 5연속 챔피언스리그 득점왕을 노리는 호날두의 시즌 11번째 챔피언스리그 득점이었다.(8강에서 탈락한 메시와 동률) 레알의 자랑인 '빠른 역습'이 유벤투스의 수비진을 완벽하게 무너뜨렸다. 또한 산드로의 수비 가담이 늦어지면서 카르바할의 침투가 자유로웠다.
실점 이후 유벤투스는 라인을 올리며 공격을 주도하기 시작했다. 왼쪽 측면에서 활동하던 만주키치가 중앙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과인과 투톱을 이뤘다. 그 밑에서 디발라가 레알의 수비진영을 흔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피아니치와 키엘리니 보누치가 공격의 시발점이 되었다. 결국 7분만에 균형을 맞추는 만주키치의 원더골이 터졌다.

호날두의 선제골(좌)과 만주키치의 동점골(우)

 ● 공격의 컨셉이 정해진 두 팀

 동점골 이후 경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양 팀의 공격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거칠어졌다. 어느 한 팀이 공을 잡게되면 돌아서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수비하고, 압박했고, 역습에 역습을 거듭했다. 뜨거워졌던 경기는 33분이 지나면서 레알이 한 발 물러나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듯했다. 이후 두 팀의 공격 컨셉은 명확했다. 유벤투스가 공격을 주도하고 레알은 유벤투스의 실수를 노린 빠른 역습을 가져갔다. 유벤투스의 공격 패턴은 코너킥과 프리킥을 이용한 공격과 왼쪽 측면에서 산드루와 만주키치의 공격이 주를 이뤘다. 40분 이후에는 상황이 바뀌었다. 레알이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통해 차근차근 공격을 전개해 나갈 준비를 했다. 공격은 오른쪽 측면에서부터 시작했지만 별 소득없이 전반 마무리됐다.

거칠어진 경기 그리고 순식간에 역습에 역습이 이루어진 장면

 ● '공격 개시' 마르셀루

 후반전 레알은 전반 막판에 보였던 공격 패턴을 이어갔다. 후방에서부터 빌드업을 통해 공격을 전개해나갔다. 전반전에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했던 마르셀루가 후반전을 위해 아껴둔 것인지, 공격에 나서기 시작했다. 전방에 위치한 호날두를 겨냥한 몇 차례의 패스가 이어졌다. 또한 프리롤을 부여받은 이스코를 지원해주는가하면 드리블 돌파를 통해 유벤투스의 수비진을 흔들었다. 유벤투스도 수비만 하고 있지는 않았다. 전반전에 이어 후반전에도 왼쪽 측면의 산드루를 활용한 공격에 나섰다.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는 마르셀루

 ● '쇼타임' 레알

 55분부터는 완전히 레알의 경기가 되었다. 레알은 좌우 풀백의 공격 지원으로 다양해진 공격 옵션을 활용해 최전방의 벤제마와 호날두, 그 밑에 위치한 이스코, 크로스, 모드리치가 자유롭게 포지셔닝하면서 유벤투스의 수비에 균열을 만들어갔다. 61분에 카세미루의 중거리골이 그 결과물이었다.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간 레알이 세계 최고의 방패, 유벤투스의 BBC라인을 부순 것이다. 곧바로 추가골이 터져나왔다. 64분 호날두의 추가골이 그것이다. 유벤투스의 클리어링 실수를 모드리치와 카르바할이 놓치지않고 커팅해냈다. 카르바할이 침투해들어가는 모드리치에게 공을 건냈고 모드리치는 몸을 아끼지 않는 패스로 호날두의 시즌 12번째 챔피언스리그 득점이 터져나왔다.

카세미루의 중거리 골(좌), 호날두의 멀티골(우)

 ● 여유로운 레알, 다급한 유벤투스

 호날두의 추가골 이후 유벤투스는 수비수 바르잘리를 빼고 공격적으로 나서기 위한 교체로 콰드라도를 투입했다. 3-5-2 형태였던 포메이션을 4-3-3으로 변화를 주어 더욱 빠른 공격에 나서려는 교체였다. 하지만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71분 피아니치를 빼고 동포지션의 마르키시오 투입하면서 엔진을 교체했다.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뒤지고있는 유벤투스는 급해지기 시작했다. 반면 레알은 2골차의 여유때문인지 선수들의 몸놀림이 가벼워보였다.

여유로운 탈압박 이후 레알의 공격

77분에 레알은 벤제마를 빼고 부상에서 갓 회복한 베일을 투입했다. 곧바로 유벤투스는 78분 기대 이하의 활약을 보였던 디발라를 빼고 르미나를 투입했다. 동 포지션의 교체였고 보다 더 빠른 공격을 이끌어가기 위한 교체였다. 82분에 레알은 훌륭한 활약을 보인 이스코를 빼고 레알의 '신성' 아센시오를 투입했다. 프리롤이었던 이스코가 빠지면서 4-3-1-2의 형태를 보였던 레알의 포메이션에 변화가 생겼다. 아센시오의 투입으로 레알은 전통적인 4-3-3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주었다. 공격을 계속해서 밀어붙여야하는 유벤투스에서 83분 콰드라도의 퇴장이 발생했다. 콰드라도가 불필요한 경고를 받았었다. 하지만 라모스의 다소 과한 액션으로 콰드라도는 두 번째 경고장을 받고말았다. 퇴장이 발생하면서 유벤투스는 공격에 더욱 어려움을 겪었다.

두 번째 경고장을 받고 퇴장당한 콰드라도

 유벤투스는 공격 진행을 위해 보누치까지 깊은곳으로 들어와 공격에 가담하고 크로스를 올리며 공격을 지원하지만 사기가 저하된 유베는 정확한 임팩트가 되지 못하는 슛이 속출했고 정확한 패스가 이어지지 않다. 88분 레알은 세 번째 교체카드를 뽑아들었다. 크로스를 빼고 공격수 모라타를 투입했다. 시간을 보내려는 교체와 동시에 모라타의 제공권을 노리는 교체이기도 했다. 90분에 유벤투스는 완전히 무너졌다. 경기가 거의 끝날 시간이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었다. 마르셀로가 완벽한 돌파를 통해 유벤투스를 다시 한번 뒤흔들었다. 완벽한 돌파 이후 아센시오에게 패스를 연결했고 레알의 쐐기골이 터졌다. 그리고 경기는 2분의 추가시간 이후 마무리 됐고 2016-2017시즌은 마감됐다.

 ● 마치면서

 레알은 12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달성하면서 얻은 것이 많았던 시즌이었다. 챔피언스리그 개칭 이후 최초로 2연패를 달성한 클럽이 되었다. 또한 호날두는 5시즌 연속으로 득점왕에 올랐고 3번의 결승전에서 득점에 성공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호날두 개인적으로는 4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경험한 시즌이었다. 시즌 초반 호날두가 유로2016에 당했던 부상의 여파 때문에 부진하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았지만 후반기에 호날두는 완벽하게 살아나면서 레알을 'Duodecima' 12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반면 유벤투스는 2년 전 베를린에서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겪었던 결승 무대에서의 좌절을 웨일즈 카디프에서 또다시 느껴야했다. 2년 전에도 트레블을 노렸지만 스페인 클럽에 당했고 이번에도 똑같이 트레블을 노렸지만 스페인 클럽에 좌절하고 말았다. 부폰의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응원했던 사람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본인 역시 부폰을 응원했다. 또한 전략의 대가라고 불리는 알레그리 감독이 한 경기에서 보여줬던 전술들은 너무도 많았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강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경기에서의 명장면을 꼽아봤다. 물이 오른 이스코의 완벽한 탈압박이 너무나 놀라웠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꼽은 명장면

레알 마드리드는 리그 우승과 동시에 챔피언스리그 2연패를 달성하면서 완벽한 시즌을 보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선수들로 구성된 레알 마드리드를 저지할 수 있는 팀이 어디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2017-2018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