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데카콘 기업 - hangug dekakon gieob

올해 벤처투자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사)도 가장 많은 7개사가 등장했다. 왕성하게 등장한 스타트업들에 투자도 적극 쏠리고 있다는 얘기다. 유니콘으로 ‘스케일업’된 스타트업들은 이제 산업계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잡고 있는 모양새다. 다만 한국의 유니콘들이 핀테크 인공지능(AI) 등의 스타트업을 보유한 다른 국가와는 달리 대부분 e커머스(전자상거래) 같은 B2C(기업·소비자 간 거래) 분야에 몰려 있는 현상은 풀어야 할 숙제로 지적된다.

벤처투자·유니콘 모두 사상 ‘최대’

19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벤처투자 규모는 5조2593억원으로, 사상 최대였던 지난해(4조3045억원)를 이미 넘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금액(2조8925억원)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82%) 많아진 수치다. 3분기까지 신규 결성된 벤처펀드도 268개로 지난해 전체(206개) 수치를 뛰어넘었다.

이런 투자는 스타트업들의 덩치도 키우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직방 두나무 컬리 당근마켓 등이 새로운 유니콘 기업에 합류했다. 이에 따라 중기부가 공식 파악한 국내 유니콘은 15개사로, 4년 전(2017년·3개)의 다섯 배로 불었다.

중기부 집계엔 반영되지 않았지만 최근 투자유치 과정에서 1조원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버킷플레이스 오아시스마켓 엔픽셀(모바일게임회사) 등까지 더하면 국내 유니콘은 올해만 7개사에 이른다. 국내 유니콘 수도 18개로 더 많아진다. 벤처캐피털(VC) 업계는 내년에 유니콘 등장이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를 비롯해 물류 플랫폼 ‘부릉’ 운영사인 메쉬코리아, 음악 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 등이 유니콘 행렬 참가에 대기 중이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기업가치가 1000억원 이상 1조원 미만인 ‘예비 유니콘’ 기업은 357개에 달한다.

덩치는 커졌지만 “B2C에 올인”

유니콘과 예비 유니콘 수는 많아졌지만 사업영역이 모두 B2C에 몰려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들어 유니콘이 된 컬리 직방 당근마켓 버킷플레이스 오아시스마켓 두나무 엔픽셀 등은 모두 직접 소비자를 상대로 매출을 일으키는 회사다.

반면 전 세계 유니콘 기업들은 주로 웹서비스나 소프트웨어, AI 등의 사업부문에서 활약하고 있는 회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유니콘 917곳 가운데 핀테크 분야 유니콘이 185개(20.2%)로 가장 많고 이어 소프트웨어(164개·17.9%), AI(72개·7.9%) 순이었다.

이 같은 ‘플랫폼 편식’은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VC들이 빠른 시간 안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돈을 쏟아붓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한 VC 출신 스타트업 최고재무책임자(CFO)는 “B2C 분야는 거래액과 매출 같은 지표가 당장 눈에 띄고 성장세도 빠르다”면서 “상장도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에 VC들이 선호하고, 이들이 선호하니 창업도 이쪽으로 몰린다”고 말했다.

데카콘은 홍콩보다 적어

한국 유니콘은 많아지고 있지만 ‘데카콘’ 기업(기업가치 10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은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세계 45개 데카콘 기업 가운데 절반 이상(24개)이 미국에 있다. 중국(9개) 영국(3개) 홍콩·인도(각각 2개) 싱가포르·브라질(1개)도 데카콘 기업이 있지만, 한국엔 1개도 없다. 최근 하이브와 주식 맞교환 과정에서 20조원대 가치를 인정받은 두나무를 반영해도 한국은 홍콩과 인도보다 데카콘 기업이 적다. 이처럼 데카콘의 실종은 내수 B2C 시장 중심의 국내 스타트업 발전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지적도 있다.

한 VC 대표는 “데카콘이 많아져 국내 산업을 이끌려면 될성부른 스타트업에 후기투자가 이어져야 하는데, 상장 후 엑시트하는 구조의 지금 투자 환경에선 나오기 힘들다”며 “미국의 구글벤처스나 인텔캐피털 등처럼 장기적으로 대형 투자를 이끌어갈 기업형벤처캐피털(CVC)들이 적극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정거래법은 국내 대기업들이 금융회사인 CVC를 설립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내년엔 정부가 이를 다소 완화해 일반지주회사가 지분을 100% 보유한 완전자회사 형태로 CVC를 설립할 수 있게 했으나 차입 규모와 외부자금 펀드 출자 비중 등은 여전히 규제 대상으로 남겨놨다.

김종우 기자

아흐메드 마즈하리(Ahmed Mazhari) MS아시아 사장/사진=한국MS 제공

글로벌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MS)가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전방위적 지원에 나선다. 한국 특화형 프로그램을 통해 인프라부터 개발자 채용까지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계획이다.

29일 한국MS는 서울 광화문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스타트업 지원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런처(Launcher)'를 소개하고 사업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아흐메드 마즈하리(Ahmed Mazhari) MS아시아 사장은 "수십 년 전 한국은 제조업이 부각되는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인공지능(AI)과 메타버스 등 혁신 기술의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며 "MS는 한국이 글로벌 혁신을 이끌 수 있는 역동적 시장이라고 판단 중이며, 이같은 여정을 함께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데카콘' 기업 탄생은 현실적 목표

MS는 국내 스타트업에 주목하는 이유로 '성장성'을 꼽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아시아 지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벤처 거래 규모를 기록했다. 또 한국은 글로벌에서 중국, 인도 등과 함께 유니콘 스타트업 배출이 많은 상위 10개국 중 하나에 포함되기도 했다. 

아흐메드 사장은 "1986년 아시안 게임 당시 한국 국내총생산(GDP)는 1160억달러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조8000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이처럼 빠른 성장의 중심에는 혁신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들이 있으며, 불과 3년 전과 비교해도 한국 내 유니콘 기업은 2배로 늘었다"고 강조했다.

이지은 한국MS 대표/사진=한국MS 제공

또 그는 "한국은 아이디어를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기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역량이 뛰어나다"며 "'데카콘(기업가치 10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탄생을 바라는 것은 현실적"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MS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바로 '슈퍼앱의 일반화'다. 아흐메드 사장은 "흥미로운 현상은 '슈퍼앱'이 일반화되고 있다는 것"이라며 "음식 배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융 등 다양한 영역에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를 창출하고 고객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형태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시기만 보더라도 교육부터 전자상거래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의 대표적 브랜드들이 활약했다"며 "이런 혁신이 이뤄지고 있는 스타트업을 지원할 수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라고 부연했다.

이지은 한국MS 대표 또한 국내 시장이 보유한 잠재력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국내총생산(GDP) 10위권에 달하는 국가"라며 "제조업과 정보기술(IT)를 넘어 콘텐츠 역량이 부각되고 있으며, 200만개가 넘는 국내 스타트업에 대한 가능성도 높이 평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MS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모든 기술과 역량, 경험을 총망라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 공동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프라 비용부터 개발자 채용까지 전방위 지원

이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선보인 '런처'는 올해 초 공개된 글로벌 지원 프로그램 '스타트업 파운더스 허브'를 국내 맞춤형으로 개량한 프로그램이다. 아이디어만 갖고 있는 초기 단계부터 서비스 상용화 및 확장 중인 모든 스타트업을 지원한다. 

정우근 한국MS 디지털네이티브 팀장은 "런처는 스타트업 단계별로 기술적, 금전적 제약을 최대한 덜어주는 프로그램"이라며 "이를 통해 각 기업이 보유한 핵심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궁극적 지향점"이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은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 크레딧은 물론 라이선스, 기술 등을 포함해 개별 스타트업에 최대 5억원 상당 혜택을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직면한 ▲비용 ▲사람 ▲투자유치 ▲성장에 대한 고민을 '엔드-투-엔드(End-to-End)'로 지원하는 점이 특징이다.

먼저 크레딧의 경우 ▲아이디어  ▲개발 ▲제품 출시 및 고객 확보 ▲시장 확장 등 단계에 따라 최대 2억원을 차등 지급한다. 또 깃허브, 비주얼 스튜디오, MS365, 파워플랫폼 등 개발자 비즈니스 도구도 1년간 무상으로 지원한다.

'마이크로소프트 런처' 프로그램 개요/사진=한국MS 제공

개발자 채용 및 업무공간에 대한 혜택도 제공된다. 개발자 역량 평가 및 채용 추천 플랫폼 '슈퍼코더'와 협력해 인도, 동남아시아 등 현지 개발자 채용을 연계하는 한편, 1회에 한해 수수료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연봉이 5000만원인 개발자를 채용할 경우 소싱 수수료 1000만원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심사를 거쳐 선발된 10인 이내 스타트업 10곳에는 최대 6개월간 서울과 부산에 위치한 코워킹 플레이스에 무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향후 MS는 이같은 혜택을 더 늘려갈 방침이다.

이밖에도 온라인 학습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런(Microsoft Learn)'을 통한 기술 자문 및 교육, MS 사내 벤처캐피털(VC) 'M12'와 연계한 IR피칭 기회 및 투자 유치 지원, 사내 문화 빌딩 등도 함께 마련될 전망이다.

정 팀장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업자(CSP)는 스타트업과 '운명공동체'적 관계"라며 "예를 들어 특정 스타트업이 서비스하는 애플리케이션(앱) 매출이 급성장했다면 인프라를 제공하는 CSP도 성장하는 형태"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이에 스타트업 성장에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한국 특화형 '런처'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됐다"며 "국내 스타트업들이 고민하는 부분을 직접적·간접적으로 적극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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