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축구 스타일 - asia chuggu seutail

벤투 감독

대한민국 축구팀이 기적을 일으키며 16강에 진출한 순간은 우울했던 국민에게 힘을 주었다. 벤투호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고 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축구의 문제점을 생각해보자. 다음은 지난번에 쓴 글이다. 내가 생각하는 벤투호의 문제점을 요약했다.

“벤투는 항상 빌드업을 중요시한다. 빌드업은 다름 아닌 차근차근하는 정석플레이를 의미한다. 히딩크는 왜 한국축구가 포메이션이라는 틀에 집착하고 창의적 플레이를 무시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벤투는 창의적이지 않다. 플랜B가 없다. 선수구성에서 가장 창의적 플레이를 한다고 볼 수 있는 이강인과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승우를 홀대한 것은 대표적인 예이다. 이강인만이라도 카타르에 와서 더구나 후반전에 출전시켜서 한국팀의 16강 진출이 가능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대활약을 했음에도 ’마지막 브라질과의 경기 선발로 이강인을 출전시키지 않은 것은 아직도 도저히 이해하기 힘들다. 지나친 특정선수에 대한 의존도 문제이다. 손흥민이 출전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번 월드컵 한 달이나 남았을 때 손흥민이 부상당해서 조금이나마 회복된 상태에서 월드컵에서 손흥민이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은 천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이지만 매번 점유율에서 우세하다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수비전술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빌드업이라는 남들도 하는 정석플레이로는 대한민국 축구가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벤투호의 빌드업 축구는 4년 내내 수비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아시아 팀과의 경기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예외없이 무너졌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힘들게 골을 넣지만 수비진이 한순간에 뚫렸다. 가나와 경기 3골, 포르투갈 전 1골, 그리고 브라질 전 4골 모두 치열한 공방 속에서 나온 골이 아니라 바로 한번 들어오는 침투에 무너진 것이다. 분명히 나 같은 비전문가가 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수비 전술임에도 벤투는 바꾸지 않았다.

최근 연속으로 일본에게 지는 경험을 할 때도 벤투는 자기가 만든 한국축구의 수준이 유럽에 비해 점점 떨어지고 있다고 했다. 황당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벤투의 빌드업이라는 시대에 뒤떨어지는 전술로 이번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벤투는 원래 플랜B가 없는 사람이다. 이렇게 무너지는 수비 전술을 끝까지 고수하고, 브라질과의 결전에서 이강인을 선발로 출전시키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벤투의 머릿속이 궁금하다.

한국은 기적이 일어나 간신히 16강에 진출한 반면 일본은 당당히 독일과 스페인을 꺾고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일본은 지난번 월드컵에도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했던 아시아의 유일한 팀이었다. 이번에도 자력으로 크로아티아와 혈투를 벌였지만 아쉽게 승부차기에서 져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에게는 이제는 월드컵 16강 진출이 낯설지 않고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일본의 모리야스 감독은 일본의 새로운 전술을 완성했다. 독일과 스페인과 같은 강팀을 상대로 완벽하게 강하게 수비에 치중하면서 후반에 역습으로 승부를 했다. 유럽리그에서 일본선수가 20명이나 뛰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팀은 항상 수비만 하는 것은 아니다. 일본팀이 크로아티아에게는 경기를 주도하다 오히려 일격을 당했다. 16강에서 만난 크로아티아는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혈투를 벌였고 아깝게 승부차기에서 졌다. 일본의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하는 전술은 이제 ‘J축구’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일본이 강팀과의 대결에서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역습으로 승리한 반면 한국은 3경기 모두 점유율에서 한치의 양보도 없이 쟁패하다 오히려 상대방의 한방에 수비진이 무너지면서 실점했다. 세계최강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대한민국 축구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점유율 높게 당당하게 싸우는 벤투의 빌드업 축구는 수비진이 한 번에 무너지는 일이 없으면 보기 좋다. 빌드업으로 우리보다 강한 유럽이나 남미팀과 당당하게 싸우려면 한국축구 팀도 세계최고 수준이어야 한다. 유럽리그에서 한국선수가 무려 10명이 뛰고 있지만 실제로 몇몇을 제외하고 세계최고 수준의 선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구나 공격진보다 상대적으로 한국 수비진의 기량이 많이 떨어져서 수시로 수비진이 무너진다. 김민재 한명으로는 부족하다. 약한 팀이 정석대로 붙어서 성공하려면 뚫리지 않는 강한 수비가 필수적인데 벤투는 끝까지 강한 수비진을 만들지 못했다.

월드컵 진출은커녕 말레이시아의 메르데카컵과 태국 킹스컵 우승을 목표로 바라보던 시절 분데스리가에서 매주 한 경기를 보여주는 녹화중계에서 차범근을 보는 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유럽에서 뛰는 한국선수가 10명에 이른다. 손흥민은 최고의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에서 득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한국 축구팀은 피지컬도 유럽에 밀리지 않고 개인기량도 마찬가지다. 한국 축구는 과거 일본과 경제력에서 비교할 수 없을 때도 일본과의 축구에서 오히려 앞섰으나, 지금은 분명히 일본팀에게 밀리고 있다.

1982년 박종환 감독은 강한 체력으로 끊임없이 움직이며 패스하는 새로운 전술을 구사해서 청소년축구대회에서 한국팀을 최초로 4강에 진출시켜서 한국축구의 새 패러다임을 만들었다. 그때 붉은 유니폼을 입은 대한민국 팀의 선전으로 ‘붉은 악마’가 탄생했다. 2002년 대한민국은 월드컵 4강에 진출하는 놀라운 기적을 연출했다.

당시 대한민국의 감독 히딩크는 한국축구가 창의적 축구를 추구하지 않고 왜 포메이션이라는 틀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실제로 히딩크는 틀에 집착하지 않는 창의적 ‘유럽축구’를 한국에 도입했다. 실제로 당시 이탈리아와의 16강 경기 후반 무려 8명의 공격수를 투입했던 황당한 순간을 기억한다. 히딩크의 시도는 성공했고 우리는 승리했다. 그런 전술의 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 히딩크는 유상철과 같은 멀티플레이어를 훈련했고 활용했다.

결론적으로 빌드업이라는 정석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벤투는 한국축구를 2002년 이전으로 후퇴시켰다. 새 술은 새 푸대에 담아야 한다. 유럽축구에서 뛰는 한국선수가 10명에 달하고, 개인기량이나 피지컬에서 전혀 유럽에 밀리지 않는 새 시대의 한국축구가 다시 날기 위해서는 새로운 창의적 전략이 필요하다. 구태여 표현한다면 벤투의 구태의연한 축구가 아니라 히딩크와 같은 창의적 리더쉽이 필요하다. K로 표현되는 한국의 문화뿐 아니라 K 축구가 절실히 필요할 때다.

브라질과 16강전에서 패한 뒤 벤투 감독이 선수들을 안아주고 있다.

*김현원 필자의 직함 ‘팬다이머’는 “패러다임에 사로잡히지 않고 편견없는 과학을 추구하는 사람”을 뜻하는 신조어다.

브라질전 완패 한국, 일본도 승부차기서 패해 탈락

호주까지 제 스타일 보여주면서 아시아 축구 위상 제고

16강서 여정을 마무리한 한국. ⓒ 뉴시스

16강 대열에 3팀이나 합류했던 아시아 축구가 보다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스타디움 974에서 열린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서 1-4 패했다.

앞서 열린 16강전에서는 호주가 아르헨티나에, 일본 역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크로아티아에 무릎을 꿇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소속 세 팀의 승리 가능성은 높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대한민국은 FIFA 랭킹 1위팀을 상대했고, 일본은 전 대회 준우승팀, 호주 역시 마지막 월드컵을 맞아 전의를 불태우는 리오넬 메시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였으며, 실제 결과도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밀렸던 과거와 달리 아시아 축구는 이번 대회서 한 단계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다.

먼저 대한민국은 포르투갈과의 조별리그 최종전서 기적적인 역전승을 따내며 알라이얀의 기적을 써냈다. 무엇보다 조별리그 3경기 내내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 등 강팀들과 만나 대등한 경기력을 펼쳤다는 것이 최대 성과다.

일본은 더욱 큰 힘을 발휘했다. 독일, 스페인과 함께 죽음의 조에 배정된 일본이었지만 조별리그 첫 경기서 독일을 잡은데 이어 스페인마저 격파하며 2승 1패 E조 1위라는 깜짝 성적표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특히 일본은 오랫동안 갈고 닦은 숏패스 위주의 플레이 스타일이 세계 무대에서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번 크로아티아와의 16강전에서도 자신들의 축구를 고수하는데 성공했고 탈락이 매우 아쉬울 정도로 선전을 펼쳤다.

승부차기서 눈물을 흘린 일본. ⓒ AP=뉴시스

호주는 조별리그 첫 경기 프랑스전에서 1-4 대패했으나 곧바로 전열을 가다듬어 튀니지, 덴마크를 잇따라 격파하며 자력으로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 일본, 이란과 함께 아시아 4강으로 분류된 호주의 경쟁력은 앞으로도 아시아 축구 발전에 매우 큰 기여를 할 것이 분명하다.

한편, 16강전 8경기 중 6경기가 치러진 가운데 아쉽게도 아시아 및 북중미 국가들이 모두 탈락, 유럽과 남미 중심으로 8강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만약 7일 열릴 경기에서 모로코가 스페인에 패한다면 아프리카마저 전원 탈락, 남미 2개국(브라질, 아르헨티나)과 유럽 6개국이 우승 트로피를 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마련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Toplist

최신 우편물

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