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부는 어떻게 배분되어야 하는가 - sahoeui buneun eotteohge baebundoeeoya haneunga

 Rawls의 정의론 : 법칙론적 윤리설(절대론, 과정>결과) 관점, 복지국가의 이념적 토대

                      목적론적 윤리설(상대론) 관점 (×)

1) 계약당사자들의 자격요건

① 인지상의 조건 : 무지의 베일

② 동기상의 조건 : 상호무관심적 합리성

③ 불확실성하에서의 의사결정 원칙 : Maximin(최소극대화) 기준

2) 정의의 원칙

① 평등한 자유의 원칙 : 정치적․경제적 자유

② 기회균등의 원칙 : 불평등의 모체가 되는 직위 등은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공개되어야 한다는 원칙, 불균등을 허용하기 위한 전제적 조건

③ 차등의 원칙 : 불평등이 최소수혜자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

                 (결과의 동등한 분배×)

자유와 평등, 성장과 분배

벤담·노직·칸트 등 여러 철학자들은 ‘정의’에 대해 다양한 정의를 내렸다. 

얼마전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 관련 책과 강의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정의 신드롬이 불었다. 인간의 양심과 윤리가 점점 중요해지는 사회적 현실 속에서 정의에 대한 바른 해석은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존 롤스의 『정의론』은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류의 원초적인 숙제를 어떻게 하면 동시에 풀어낼 수 있을까에 초점을 맞췄다. 이율배반적 주제를 하나로 통합하기 위해 자유주의의 틀 속에 사회주의적 요구를 끌어안는 방식을 선택한, 이른바 ‘자유주의적 평등주의’ 혹은 ‘자유주의적 사회주의’가 존 롤즈 식 정의론의 핵심이다. 존 롤즈 식 정의론은 언어분석적인 도덕·정치철학이 아니라 실질적인 도덕·정치철학이라는 전통에 윤리학을 복귀시켰다는 점에서 철학적·학문적으로 가치가 있다. 기존 논의보다 사회과학적인 다양한 자료에 입각해 실제 사례를 접목함으로써 사회정의론에 현실성을 덧입혔다.

존 롤즈가 제시하는 정의관의 핵심은 소득과 재산의 분배를 자연에 맡기는 사회는 정의롭지 못하며, 자연으로부터 차별당한 이들을 보상하는 사회가 정의롭다는 것이다. 그는 정의관을 세우기 위해 가장 앞세워야 할 제1원칙으로 ‘평등한 자유의 원칙’을 내세운다. 정치적 자유(투표권·공직출마권·언론 및 집회의 자유), 사상과 양심의 자유, 사유재산을 취득하고 보유할 권리(재산권),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자의적 체포로부터의 자유 등 자유주의가 강조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유들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을 대전제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 자유의 카테고리에서 자본주의적 시장의 자유라 할 수 있는 생산수단의 사유, 생산물의 점유, 소유물의 상속·증여의 자유는 제외하고 있다. 롤즈의 입장에서 그러한 자유는 기본적 자유에 해당하지 않으며 경험적으로 결정해야 할 정치·사회적 문제로 보고 있다.

거기에 기회균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을 제2원칙으로 내세웠다. 최소 극대화 원리를 제시하면서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혜택을 주는, 즉 사회의 혜택을 가장 적게 받는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적 불균등 분배를 정당화하자는 것이다. 결국 제1원칙은 평등한 시민의 기본적 자유를 희생해선 안 되는 자유주의적 핵심을 나타내며, 제2원칙은 자유주의적 자유가 사회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보완될 수 있게 하는 사회주의적 핵심을 보여준다. 이것이 존 롤즈의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존 롤즈가 구상하는 정부는 부의 불평등을 막기 위해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면서 소외계층에 대한 우대정책, 가진 자들에겐 상속세, 누구나 받을 수 있는 공평한 교육 등을 통해 공정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더불어 저소득층 생계를 위한 복지정책을 구현하기 위해 높은 과세를 통해 부의 집중도 막아야 하며 경제력 억제를 위한 대기업 규제도 필요하다.

공리주의에 바탕을 둔 20세기 중반 에도 소외받은 자들의 사회적·경제적 차별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했다. 지금처럼 사회 통합이 절실하게 요구되던 그때 롤즈의 정의는 소외받는 사람들을 위해 희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과 사회적 기본권이라는 명분으로 분배 혜택을 요구할 권리를 가진 이들이 공생하는 사회의 척도가 되고자 했다. 누구나 공정하게 자기 몫을 받고, 공정한 세금을 내서 공평한 교육을 받고, 기술개발에 대한 혜택을 누구나 누리고, 국민 모두를 위해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하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는 것이다.

비판의 대상

존 롤즈의 사상은 개인의 자유와 더불어 사회적 평등, 정의를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평등주의적 자유주의egalitarian liberalism’라고 불리기도 한다. 개인의 능력이나 기여도를 중시하는 것이 자유지상주의적 자유주의 입장이라면, 롤즈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와 더불어 개인의 능력도 중시하는 평등주의적 자유주의 입장이다. 롤즈는 로크보다 더 평등주의적이고 마르크스보다 더 자유주의적인, 그야말로 자유주의적 평등주의의 이념을 지지하고 있다. 그의 정의관은 자유주의적 이념과 사회주의적 이념을 가장 체계적으로 통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그의 자유주의관은 자유지상주의자들로부터는 자신의 생산물을 점유할 자유를 제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며, 반대로 사회주의자들로부터는 롤즈가 생활수단인 소유문제를 원칙이 아니라 경험의 영역에 넘겨주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자유지상주의자 입장에서는 선천적 능력이나 자질을 우연적인 것으로 간주해 개인의 권리로 인정하지 않는 롤즈의 주장에 반대한다. 자유지상주의자들은 선천적 능력이나 자질을 개인의 배타적 권리로 인정한다. 즉 타고난 육체적·정신적 능력도 바로 그 개개인의 소유물이라는 것이다. 롤즈는 차등의 원칙으로 빈부 격차를 허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제적 불평등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을 위협할 수 있다고 본다. 경제 분야에서 발생한 빈부 격차로 인해 정치 분야에서 모든 사람들이 평등한 자유권을 누리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롤즈의 주장에서 보이는 다소 비현실적인 면기득권을 지닌 사람들은 굳이 원초적인 입장인 무지의 베일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미 사회·경제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사람들이 정의의 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기득권을 포기하는 무지의 베일을 쓰려고 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런 점에서 롤즈 식 원초적 입장은 상대적으로 비현실적이다. 마지막으로 롤즈는 최소극대화의 원칙을 바탕으로 차등의 원칙을 도출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최소극대화 원칙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들은 최악의 경우를 먼저 피해 플랜B를 강구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최선의 경우를 먼저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화투·카드·카지노처럼 도박을 즐기는 사람들은 자기가 돈을 버는 최선의 경우를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사회적 약자를 우선 배려하는 차등의 원칙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소극대화 원칙은 인간의 보편적 심리에 근거하기보다는 존 롤즈가 지지하는 특정한 심리학·신앙심에 근거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 있다.

존 롤즈는 『정의론』에서 사회 정의, 특히 분배적 정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독창적인 이론을 전개했다. 그는 사회계약론의 전통을 계승해 정의의 원칙은 공정한 절차를 바탕으로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도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의의 원칙은 신의 계시나 자연법으로 이미 주어진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이 공정한 절차·합의를 거쳐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롤즈가 제안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의 원칙은 나중에 복지국가의 이론적 근거로 활용되었다.

결국 그는 단순히 직관에 의존하지 않는 계약론적 가설을 제시했다. 공리주의는 원칙들 간에 상충하는 우선성의 문제를 공리의 원칙을 제시함으로써 해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롤즈는 정의의 어떤 측면은 공리에 의거하지 않으며, 공리의 총량과 개인의 불행이 공존할 수 있음을 제시함으로써 이를 비판했다. 이처럼 그는 직관주의에 기초한 현실성 있는 대안을 제시했다. 정의는 계산의 결과가 아니라 출발점으로서 계산 이전에 전제된다고 주장했다. 즉 존 롤즈 식 정의는 행복을 계산하는 산출 근거가 된다.

‘정의’라는 한 우물만 팠던 존 롤즈

존 롤즈는 ‘한 우물만 파는 단일 주제의 철학자-one theme philosopher’란 애칭을 갖고 있었다. 평생 ‘정의’란 주제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분석철학이 풍미하던 20세기, 도덕철학과 정치철학 연구에 몰두해 이 분야에 대한 관심을 새롭게 촉발시킨 미국 철학계의 거목 롤즈는 사회철학과 윤리학을 되살린 거장이다. 그는 현대 윤리학·정치철학·경제학을 비롯한 인문·사회과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고전으로 꼽히는 『정의론』을 통해 독창적 이론을 제시함으로써 정치철학과 윤리학에서 존 로크·토머스 홉스 등에 버금가는 입지를 확보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정의론』은 철학뿐 아니라 인문·사회과학에 ‘정의’를 다루는 규범학을 복권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회 및 정치철학 등 규범적 관심을 갖는 대부분 학자가 롤즈의 방법론을 논의의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늘날의 연구자들을 ‘롤즈 이후의 세대post-Rawlsian’라 부르고 있다.

존 롤즈는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1950년 프린스턴대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받은 후 코넬대와 메사추세츠 공대MIT를 거쳐 1962년부터 하버드대 철학과 교수와 명예교수를 지냈다. 1958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는 논문을 발표한 뒤 사회 정의에 대한 현대적 해석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분배적 정의」 「시민 불복종」 「정의감」 등의 다수의 논문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오랜 탐구의 결실로 나타난 것이 바로 필생의 대작인 『정의론』으로, 출간과 동시에 20세기를 대표하는 고전의 대열에 올랐다. 주요 저작으로는 『정의론』과 함께 롤즈의 3대 명저로 꼽히는 『정치적 자유주의』(1993), 『만민법』(1999) 외에 『근대 도덕철학사 강의』(2000), 『공정으로서의 정의』(2001) 등이 있다.

언제나 성실했던 그는 1997년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에도 몸이 조금만 회복되면 연구와 저술활동을 멈추지 않아 주변 연구자의 귀감이 되었다. 그는 ‘어떻게 선을 행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데만 그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해 직접 보여줬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인간의 악행을 목격했지만 개선 가능성을 믿고 스스로 현실적 이상주의라 부르는 태도를 평생 견지한 낙관주의자이기도 했다.

이 글에서 언급되고 있는 인용문은 『Theory of justice』(Rawls, John)를 번역한 『정의론』(황경식 옮김, 이학사, 2012)에서 가져왔다.

‘정의’의 정의

『정의론』은 ‘정의’의 정의에 대한 학문적 탐구 과정이다. ‘무엇을 정의롭다고 하는가’에 대한 논리적 정당성을 추구하는 사고 과정이기도 하다. 이 책은 1부 원리론, 2부 제도론, 3부 목적론으로 구성돼 있다. 우리가 정의를 논하는 데 어떤 논리적 전제가 필요한지를 논한 것이 1부다. 1부에서는 정의의 역할 및 원칙, 원초적 입장을 다뤘다. 2부는 정의의 원칙을 현실 세계에 적용할 때 어떤 기준들이 필요한지를 다양한 측면에서 검증하고 있다. 다수결 원칙이란 무엇인지, 분배적 정의는 무엇인지, 양심의 자유란 무엇인지 등 우리가 정치·생활 속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정치적 주제들을 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평등한 자유의 개념, 분배의 몫, 의무와 책무를 소개했다. 3부에서는 합리성으로서의 선, 정의감, 정의는 선인가라는 주제를 가지고 정의의 정당화를 주장했다.

그런데 왜 정의가 필요한 것인가? 우리 실생활에서 답을 찾아보자! 레귤러 사이즈 피자를 주문했는데 사무실에는 9명이 근무하고 있다. 피자는 8조각으로 잘라 배달되었다. 어떻게 하면 9명이 모두 만족할까? 또 다른 상황이 있다. 수도권 쓰레기가 모이는 인천시 서구 매립지를 2044년까지 연장한다고 하자 주민이 반대하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연장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면 인천시와 정부의 결정은 잘못된 것인가? 흔히 볼 수 있는 사례도 있다. 명절에 친지들이 모여 화투를 쳤는데 할아버지가 돈을 모두 따고 나머지는 잃었다. 화투는 도박이라며 돈을 돌려달라고 할머니가 주장한다면 이는 불합리한 것인가?

이런 실제 상황 속에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의가 필요하다.

“나의 목적은 이를테면 로크, 루소 그리고 칸트에게서 흔히 알려져 있는

사회계약의 이론을 추상화함으로써 일반화된 정의관을 제시하는 일이다.” (p.45)

『정의론』은 피자를 공평하게 나누는 일, 도박에서 돈을 따거나 잃으면서 발생하는 갈등, 사회 구성원들 간의 분쟁 등 이 모든 것의 해결에 대한 논리적 탐구와 원칙을 서술하고 있다. 존 롤즈는 ‘정의’를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라고 정의했다.

사상체계의 제1덕목을 진리라고 한다면 정의는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다.

이론이 아무리 정치하고 간명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니라면

배척되거나 수정되어야 하듯이,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효율적이고 정연하다 할지라도 그것이 정당하지 못하면

개선되거나 폐기되어야 한다.” (p.36)

세상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누구나 불만을 품지 않는 사회, 즉 유토피아가 아니라면 위와 같은 문제들은 쉽게 해결될 것이다. 현실 사회에서는 모든 이를 만족시켜줄 재화가 부족하고, 개인과 개인은 서로 상충되는 이해관계에 놓인다. 우리가 경제학을 배우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희소자원을 가지고 최소 비용·최대 만족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재화가 풍부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이기심은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이 가지기 위한 노력과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만든다. 유토피아의 실현 가능성을 믿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한 대부분은 이 같은 현실을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회란 비록 상호 간의 이익을 위한 협동체이기는 하지만, 그것은 이해관계의 일치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의 상충이라는 특성도 동시에 갖는다. 또한 사람들은 그들의 노력에 의해 산출될 때보다

큰 이득의 분배방식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으며, 자신들의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적은 몫보다는

큰 몫을 원하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상충하게 된다.” (p.37)

이처럼 불완전한 현실 사회에서 최대한 많은 사람이 만족할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해답은 쉽지 않으며 사실 불가능하다고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는 이상적인 사회,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려고 노력해왔다. 지금까지 가장 널리 받아들여진 이론은 ‘공리주의적 원칙’이다. 공리주의는 최대한 많은 사람을 만족시킨다는 원칙에 가장 충실한 이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이에 대해 비판적이다. 공리주의는 전체를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부당성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리주의 원칙이 계속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그것보다 덜 나쁜 이론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롤스는 공리주의의 문제점을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원칙과 방법을 제시했다. 그것이 바로 ‘정의의 원칙’이다. 정의에 관한 대표적인 책으로 플라톤의 『국가론(부제: 정의에 대하여)』을 꼽을 수 있는데, 존 롤스의 정의는 플라톤의 그것과는 범주가 다르다. 플라톤의 정의론은 보편적 윤리사상으로서의 정의에 대한 것이며, 롤스의 정의론은 정치·사회적 범주에서의 정의에 관한 것이다.

공정성으로서의 정의

롤즈는 정의를 ‘공정성으로서의 정의’라고 정의한다. ‘공정성fairness’이란 올바름이나 평등이란 개념보다 좁고 구체적이다. 흔히 운동경기에서 ‘페어플레이fair play’라고 할 때의 공정함이 바로 롤즈가 말하는 공정성과 가장 비슷한 개념이다. 다수의 개인이 사회공동체를 이루며 갈등하고 충돌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일종의 게임이라고 본다면 개인 간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규정을 게임의 법칙이라 할 수 있으며, 이 법칙이 정의, 즉 ‘공정성으로서의 정의’인 것이다.

“공정으로서의 정의에 대한 직관적인 생각은 그것이 정의의 제1원칙 자체를 적절히 규정된

최초의 상황에서 이루어질 원초적 합의의 대상으로 본다는 점이다. 이러한 원칙은

자신의 이익 증진에 관심을 가진 합리적 인간들이 그들의 조직체의 기본 조건을 정하기 위해서

평등한 입장에서 받아들이게 될 원칙이다.” (p.173)

롤즈는 공정성으로서의 정의를 크게 2가지 원칙으로 구성한다. 그 첫 번째는 ‘평등의 원칙’, 두 번째는 ‘차등의 원칙’이다. 이 두 원칙에서 알 수 있듯 롤즈의 정의론은 평등을 지향하는 사회주의와 개인의 능력에 따른 차등을 인정하는 자유주의를 절충한 이론이다. 기본적으로 자유와 평등은 대립되며 영원히 만날 수 없는 양극에 놓인 개념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롤즈는 자유와 평등의 두 가지 원리 중 하나를 배제하지 않을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나름대로 구축해냈다. 롤즈의 해결법은 결과로서의 평등이 아니라 그 결과에 이르는 절차와 형식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게임의 규칙이 공정하다면 게임의 결과에 무관하게 공정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롤즈는 원초적 입장에서 구성원들이 2가지 정의 원칙에 합의할 것이라 본다. 정의의 제1원칙은 ‘평등한 자유의 원칙’이다. 구성원들은 거주의 자유·선거권·언론·양심·사상의 자유 등이 억압당하지 않기를 원할 것이다. 그래서 기본적 자유권을 모든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보장하는 제1원칙이 주로 정치적 자유와 관련된다면, 정의의 제2원칙은 주로 사회적·정치적·경제적 불평등의 문제와 관련된다.

정의의 제2원칙은 다시 2가지로 나뉜다. ‘기회균등의 원칙’과 ‘차등의 원칙’이다. ‘기회균등의 원칙’은 모든 사람에게 공직이나 사회적 지위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균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차등의 원칙’은 최소 수혜자 즉 사회적 약자에게 경제적 이득이 돌아갈 때에만 경제적 불평등이 정당화된다는 것이다. 만약 불평등으로 인해 최소 수혜자가 오히려 손해를 본다면 이것은 정당하지 않다. 롤즈는 여기에 최소극대화 원칙을 적용하는데, 이에 따르면 사람들은 최선의 경우보다는 우선 최악의 경우를 고려해 이를 피하려는 성향이 있고, 이는 사회적 약자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본다. 롤즈는 사회적 약자의 처지를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일정한 정도의 소득 격차를 허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롤즈는 선천적인 능력은 우연적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배타적 소유권을 지닐 수 없다고 보았다. 또한 능력에 따른 소득 분배의 차이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 이와 동시에 사회적 약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재화가 분배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평등주의적 자유주의자인 롤즈는 능력주의와 평등주의를 결합시킨 소위 복지국가 식 분배를 옹호한다고 볼 수 있다.

제 1원칙 : 자유의 원칙(기본적 자유권의 보장)

정의의 제1원칙은 개인의 평등과 인권에 대한 선언으로 매우 교과서적이고 상식적이다. 그러나 우리가 명심해야 할 것은 공리주의에서는 이 원칙이 첫 번째가 아니라는 것이다. 공리주의라는 이념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으로 요약되므로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하게 되는 것이 필연적이다. 따라서 공리주의 원리로는 노예제와 인종차별 등을 비판할 근거를 마련할 수가 없다. 공리주의의 원칙은 효율성의 원칙이라 할 수 있다. 효율성은 평등이나 개인의 권리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에 대해 롤스는 이렇게 비판한다. 정의는 타인들이 갖게 될 보다 큰 선을 위해 소수의 자유를 뺏는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본다. 다수가 누릴 보다 큰 이득을 위해서 소수에게 희생을 강요해도 좋다는 것을 정의는 용납할 수 없다. 그러므로 정의로운 사회에서는 평등한 시민적 자유란 이미 보장된 것으로 간주되며, 따라서 정의에 의해 보장된 권리들은 어떠한 정치적 거래나 사회적 이득의 계산에도 좌우되지 않는다.

정의의 제1원칙이 보장하고자 하는 개인의 기본적 자유란 선거권이나 피선거권 같은 정치적 자유, 언론과 집회의 자유, 양심과 사상의 자유, 신체의 자유와 사유 재산권 등 기본권을 말한다. 평등한 자유의 원칙은 공리주의식 논리를 거부한다.

합리적인 인간이란 자기 자신의 기본 권리와 이해관계에 미칠 결과를 고려하지 않고 전체 이득의 산술적인 총량을 극대화한다는 이유만으로 어떤 기본 구조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공리의 원칙은 상호이익을 위해 모인 평등한 사람들의 사회적 협동체라는 관념과는 양립 불가능한 것으로 생각된다.

롤즈는 공리주의의 불평등성에 대해서는 다음을 통해 비판하고 있다.

X1과 X2에게 분배될 일정량의 재화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위에서 한 점의 a,b좌표는 각각 X1과 X2에게 분배되는 재화의 양이며 좌표 a,b의 합은 재화의 총량을 나타낸다. 그리고 곡선 AB는 재화의 총합(a와 b의 합)이 같은 점들의 집합이다. 효율성의 원칙에서 볼 때 곡선 AB상의 모든 점들은 곡선 안쪽의 점들보다 우월하며 동시에 상호간에 동등하다. 심지어는 한쪽에 모든 재화가 쏠린 경우인 점 A나 점 B도 곡선 AB상의 다른 점들과 동등하며 차별되지 않는다.

반면에 평등의 원칙에서는 곡선 AB보다는 직선 OD를 우선적으로 보게 된다. 직선 OD는 X1과 X2가 평등한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45도선에 근접한 점 D가 AB선상의 다른 점들보다 더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F와 같은 곡선 안쪽의 점들도 C와 같은 점보다 우월하다고 할 수 있다.

“효율적인 배분 가운데서 어떤 지점을 선택하는 데는 또 다른 원칙, 즉 정의의 원칙이 필요하다.” (p.114)

곡선 AB상의 모든 점들은 효율적이다. 그래서 손해 보는 사람 없이, 누군가에게만 이익이 되는 경우도 없는 분배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때 정의의 원칙이 필요하다.

제 2원칙 : 차등의 원칙(최소 극대화 원칙,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 혜택)

사회·경제적 불평등, 예를 들면 재산과 권력의 불평등을 허용하되 그것이 모든 사람, 특히 그 사회의 최소 수혜자에게 그 불평등을 보상할 만한 이득을 가져오는 경우에는 정당한 것이 된다. 소수자인 강자가 더 큰 이익을 취한다 해도 그로 인해 소외자인 약자의 처지가 더 향상된다면 부정의한 것은 아니다. 부정의는 그보다 더 큰 부정의를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참을 수 있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이 원칙은 납득되기 어렵다. 국민MC로 명성을 날리고 있는 유재석씨는 타 연예인, 일반인과 비교가 안 되는 출연료를 받고 있다. 평등주의 관점에서 유재석씨는 사회의 불평등을 조장하는 범죄자다. 그런데 우리는 유재석씨를 범죄자라고 느끼지 않고, 그의 고액 출연료를 불평등한 경제행위라면서 부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없다. 유재석씨 본인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커다란 경제적 이득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기회균등의 원칙

우대받을 수 있는 직책이나 지위는 기회균등의 원칙에 따라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교육을 받을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다면 재능의 차이에 따른 불평등은 인정되어야 한다. 또한 누구나 높은 지위나 직책에 오를 수 있는 기회가 공정하게 주어진다면 능력과 노력에 따라 다른 차등적인 직위를 누린다 하더라도 부정의는 아니다.

절차적 정의

룰즈에 따르면 불평등한 사회에서 최소 수혜자인 소수의 불평등자가 그 사회를 정당하다고 여긴다면 그것은 정의로운 사회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정당한 불평등을 허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절차적 정의다.

다시 화투놀이를 생각해보자. 고스톱에서 돈을 잃었을 때 우리는 억울하다고 느끼는가? 그렇지 않다. 우리가 억울하다고 느끼는 경우는 돈을 잃었을 때가 아니라 누군가가 속임수를 쓰거나 게임의 진행이 불공정하게 이루어졌을 때다. 그것은 우리가 게임을 시작하기 전 게임 규칙에 자발적으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절차적 정의다. 쉽게 말해 게임의 법칙이 공정하다면 게임의 불평등한 결과 또한 공정하다는 것이다.

롤즈는 자신의 견해인 순수 절차적 정의를 설명하기 위해 절차적 정의의 유형을 3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완전한 절차적 정의다. 어떤 결과가 정의로운지를 결정하는 독립적인 기준이 존재하며, 또한 그런 결과를 보장하는 절차도 존재한다. 예로 케이크 분할을 들었다.

“몇 사람이 피자를 나눈다고 할 때 공정한 분할을 동등한 분할이라 한다면

 도대체 어떤 절차가 이런 결과를 가져올 것인가?

전문적인 방법을 제외하면

분명한 해결책은 어떤 한 사람이 피자를 자르고

다른 사람들이 그보다 먼저 케이크를 집어가게 한 후 그는 가장 나중의 조각을 갖는 것이다.

이 경우에 그는 케이크를 똑같이 자를 것인데,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자신에게도 가능한

최대의 몫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p.135)

둘째,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다. 올바른 결과에 대한 독립적인 기준은 이미 존재하지만, 그것을 보장할 만한 절차가 없다. 예로 형사 재판을 들었다.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의 예는 형사 재판에서 볼 수 있다. 바람직한 결과는

피고가 자신이 고발당한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만 그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지는 것이다.

재판 절차는 이러한 관점에 대한 진실 여부를 조사하고 확인하기 위해 이루어진다.

그러나 언제나 올바른 결과를 가져오도록 법의 규칙들을 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된다.

재판에 관한 이론은 법의 다른 목적들과 더불어 이러한 의도를 가장 잘 달성해주리라고 생각되는

모든 절차와 증거의 규칙 등이 어떠한 것인가를 검토하고 있다.

언제나 그런 것은 아니나 적어도 대체로 상이한 여건 아래서는 상이한 심문체제가 정당한 결과를 낳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재판은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의 한 예다. 비록 법을 주의 깊게 따르고 절차를 그대로 공정하게 밟는다 해도 그릇된 결과에 이를 수도 있다.

죄 없는 사람이 유죄를 선고받을 수도 있고 범인이 풀려날 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우리는 그릇된 심판miscarriage of justice이라 할 수 있는데,

그 부정의는 인간의 잘못으로부터 생겨난 것이 아니고 법적인 규칙의 의도를 그르치는

우연한 여건들의 결합에 의한 것이다. 불완전한 절차적 정의의 두드러진 특징은

올바른 결과에 대한 독립적인 기준은 있으나 그것을 보장할 만한 절차가 없다는 것이다.”

(pp.135~136)

마지막으로 올바른 결과에 대한 독립적인 기준은 없으며, 그 대신에 바르고 공정한 절차가 있어서 그 절차만 따르면 내용에 상관없이 그 결과도 바르고 공정하게 된다. 즉 공정한 절차가 그 결과에 공정성을 부여한다. 예로 도박을 들었다.

“순수 절차적 정의가 성립하는 경우에는 올바른 결과에 대한 독립적인 기준이 없으며,

그 대신에 바르고 공정한 절차가 있어서 그 절차만 제대로 따르면 내용에 상관없이

그 결과도 마찬가지로 바르고 공정하게 된다. 이러한 경우는 도박에서 볼 수 있다.

몇 사람이 일련의 공정한 내기에 가담했다면 마지막 판이 끝난 후의 현금 분배는 내용에 상관없이 공정하거나 적어도 불공정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가정된 공정한 내기란 이득에 대한 0의 기댓값을 갖는 내기이며, 그 내기가 자발적으로 성립되고 아무도 속이지 않는 것이다” (p.136)

존 롤즈는 사회 계약론의 전통을 계승해 정의의 원칙을 사회적 합의의 대상으로 간주한다. 정의의 원칙은 신의 계시나 자연법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합리성과 정의감을 바탕으로 합의를 통해 구성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롤즈의 정의론은 전통적인 정의론과 큰 차이점을 보이고 있다.

결국 존 롤즈에게 있어서 정의는 공정성으로서 정의다. 이때의 공정성이란 절차의 공정성을 가리킨다. 사회 구성원들이 공정한 절차를 거쳐 일정한 정의 원칙에 합의한다면, 그러한 정의 원칙은 정의로운 것이 된다.

원초적 입장(무지의 베일) : 공정한 합의의 조건

롤즈가 말하는 공정한 절차는 사회 구성원들이 자유롭고 평등한 상태에서 출발한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그가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원초적 입장’이다. 이것은 합의를 위한 최초의 출발점이 공정한 상태가 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서 구성원들은 ‘무지의 베일the veil of ignorance’을 쓰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선천적 능력이나 지위 등을 전혀 모른다고 가정된다. 만약 자신의 선천적 능력이나 지위 등을 알고 있다면 뛰어난 사람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정의원칙을 선택하려고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선천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능력주의적 분배원칙을 선호할 것이고, 반면에 선천적 능력이 뒤떨어지는 사람들은 평등주의적 분배원칙을 선호할 것이다. 따라서 이런 상태에서는 공정한 합의가 이루어질 수 없다. 더 쉽게 말하면 분배원칙을 정할 때 계급장 다 떼고 자기가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별·학력·지위·재력 등 모든 임의적인 요소가 개입하지 않을 때 가장 공정한 분배 규칙이 정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한 합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우연적으로 갖고 태어나는 선천적인 능력이나 지위 등이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롤즈는 노직과는 달리 이러한 선천적 능력이나 자질은 우연적 요소이며, 이러한 우연적 요소에 의해서 빈부 격차가 발생하는 것은 정의롭지 않다고 보았다. 따라서 그가 제안한 것이 무지의 베일 상태에 있는 원초적 입장이다. 이러한 원초적 입장에 있는 구성원들은 ‘상호 무관심적 합리성’과 ‘정의감’이라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원초적 입장에 있는 구성원들은 다른 사람들에 대해 무관심하다는 것으로 다른 사람들을 시기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기를 희생할 정도로 이타적인 것도 아니며, 다만 삶의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효율적인 수단을 모색하고 계산할 수 있는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사회 유지에 필요한 의무와 권리를 공정하게 분담하려는 정의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롤즈는 원초적 입장이라는 개념적 모델을 통해 이해관계와 심리적 동기를 배제해야만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초적 입장에 개인의 특징은 ‘무지의 베일’과 ‘상호 무관심한 합리성’이라 할 수 있다.

‘무지의 베일’이란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자연적 재능과 사회적 지위, 인생 계획의 세목과 더불어 자신의 가치관, 소속된 세대 등 특수한 사정들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숙고하게 된다는 인지적 조건이다. 이 원초적 입장에서는 누구든 자신이 최악의 상황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조건으로 규칙에 동의하게 될 것이다. 사회 정의의 기준을 선택하는 자가 자신의 우연적인 지적·체력적·배경적 조건만 모를 뿐 인간 사회에 대한 일반적 사실인 정치·경제 이론을 숙지하고 있다는 가정이다. 이 무지의 베일이라는 가설을 통해서 합의의 문제를 단순화하고 동시에 정의의 실질적 내용으로부터 우연성을 배제하고자 한다.

존롤즈가 말하는 구성원 모두는 합리적 존재로서 자신의 이익은 극대화하고자 하며, 타인의 이해관계에 대해서는 무관심해 서로 간에 시기심이나 동정심 같은 심리적 관심이 없다고 가정하는 동기상의 가정이다. 당사자들이 상대방에게는 무관심하고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합리성을 소유하고 있다는 가정인 것이다. 이 조건과 무지의 베일 조건이 결합해 원초적 입장에 있는 자들은 결국 타인의 선까지 고려하게 된다. 무지의 베일과 상호 무관심이 결합하면 단순성 및 명료성과 이타심까지 보장하게 된다.

롤즈는 정의가 선험적으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원칙에 의해 정해진다고 본다. 이때 사회 구성원들은 무지의 베일 상태에서 정의의 원칙을 선택해야 한다. 이는 자신의 이익에 맞춰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다. 이를 통해 사회 전체의 이익을 위한 정의의 원칙을 찾아낼 수 있게 된다. 무지의 베일을 동원하면 사회적 갈등을 보다 손쉽게 해결하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현장에서의 파업을 예로 들어보자. 노동자와 사용자는 각자 유리한 상황을 총동원해 최대한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려고 나설 것이다. 그러나 무지의 베일을 쓰고 있다면 달라진다. 노동자와 사용자 모두 자신에게 돌아올 손해가 가장 적은 쪽을 선택하게 된다. 자신의 강점과 상대방의 약점을 모르기 때문이다. 무지의 베일을 쓰면 자신의 위치를 알지 못하므로 합리적 이기심에 따라 모든 사람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의로운 선택을 하게 된다는 게 롤즈의 가르침이다.

요즘처럼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다. 국가 정체성, 역사문제,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파업 등 사안마다 여론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 엄연한 사실조차 각자의 입장과 가치관에 맞춰 다르게 주장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로 죽기 살기로 자기 입장만 고집한다. 남의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롤즈의 가르침대로 우리 사회 전체에 커다란 무지의 베일을 씌워야 하는가?

신성불가침

『정의론』은 현대 영미철학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사회·도덕 철학 저서로서 자유경제사회에 복지주의를 접합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롤즈는 사회제도의 제1덕목이 정의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그의 이론을 전개한다. 그는 정의의 개념을 한 사회제도 안에서 모든 개인이 완전하게 평등할 수는 없다는 사실에 기초해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정의론은 사회 구성원간의 이익의 충돌과 갈등을 제도적 원칙을 통해 해결하는 절차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롤즈는 근대의 사회계약론을 새롭게 변형한다.

사회계약론이 논리적으로 전제하는 자연 상태는 롤즈에게 원초적 입장이라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 원칙으로부터 모든 사람은 자유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갖는다는 자유 우선성의 원칙과 최소 수혜자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보장하고 불평등의 원인이 모든 사람에게 균등하게 열려 있어야 한다는 차등의 원칙이 도출된다. 이것이 정의론의 핵심이 되는 정의의 두 원칙이다. 굳이 순위를 매긴다면 자유의 원칙은 차등의 원칙에 우선하고 차등의 원칙 중 균등의 원칙은 수혜의 원칙에 우선한다. 이러한 원초적 상태에서의 계약은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의 계약을 공정으로서의 정의라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롤즈는 다시 이러한 원칙들이 사회의 제도적 구성에 적용되는 과정을 논의한다. 여기서 구성되는 제도는 입헌 민주주의의 제도들이다. 그는 이와 관련해 자유와 법과 분배 등에 대해 논의한 뒤 자유의 원칙이 헌법에 의해 보장되고 차등의 원칙은 입법을 통해 실현된다는 결론을 도출한다. 그리고 이러한 법에 대한 복종의 의무와 정의의 원칙들이 반영되지 않는 법에 대한 불복종의 권리에 대해 논증한다.

또한 롤즈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공리주의의 원리는 정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노예와 같은 소수 집단이나 개인의 희생에 대해서도 실질적인 대안을 줄 수 없기 때문에 사회의 안정성을 지키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칸트의 의무론적 윤리이론을 받아들여 자유주의 안에서 정의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했다. 이러한 노력은 복지주의 또는 수정자본주의와 같은 전향적인 자유주의 질서를 모색하는 새로운 사회관계에 대한 이론이라 할 수 있다.

글로벌 시대에서는 자유경쟁만이 살 길이다. 더 이상 정부는 조세정책을 통해 자국의 약자를 보호할 수 없고, 성안에 안주하는 경쟁력 없는 기업은 살아남을 수 없게 되었다. 오히려 복지국가는 개인의 책임감은 사라지고 나태함, 게으름만 길러 남에게 의존하는 당당하지 못한 국민만을 양산하고 있다. 서유럽의 사회주의 정권에 의한 복지국가는 실업자만 양산해 장기 경기 침체로 이어지고, 결국 사회 전체적인 부의 하락을 초래했다. 분배보다는 성장을 통한 부를 늘리는 것이 최하층 복지에 유리하다. 기업가 정신에 의한 노력과 아이디어로 생산성이 높아지면 질이 좋아지고 가격도 내려가며 일자리도 많아져 그 이득은 기업가뿐 아니라 많은 사람에게 돌아간다. 북한을 제외한 공산주의국가들은 몰락했다. 평등을 강조한 사회주의국가의 몰락은 근본적으로 직업 윤리·기업가 정신·위험에 도전하는 정신·신뢰·창조성 등의 인적 자본의 손실에서 출발한다. 국가가 분배적 정의를 위해 관여한다는 것은 재산의 자유에 대한 권리의 침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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