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vs중국 경제 - migugvsjung-gug gyeongje

미중 더 치열해지는 패권경쟁

작년 中 GDP 17조 7000억 달러
美는 22조 640억 달러 안팎 예상
“中 2028년쯤 美 제칠 것” 전망도
‘美 자극할라’ 중국은 표정 관리

중국의 도전을 뿌리치려는 미국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2020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이 미국의 70%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단숨에 80%까지 치고 올라갔다. 중국이 그야말로 미국을 턱밑까지 쫓아온 형국이다. 두 나라의 패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1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명목 GDP는 114조 3670억 위안(약 2경 1442조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8.1% 늘었다. 지난해 중국 위안화 평균 환율 추정치인 1달러당 6.46위안을 적용하면 17조 7000억 달러(약 2경 1097조원)가 된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GDP를 아직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2020년 미국 GDP가 20조 9300억 달러였고, 세계은행(WB) 등 주요 기관이 내다보는 지난해 미 성장률 전망치가 5.2~5.6% 수준임을 감안하면 22조 640억 달러 안팎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예상대로면 중국은 사상 처음으로 미국 GDP의 80%를 넘어선다. 2020년 중국의 GDP가 미국의 70.4%를 기록한 지 1년 만이다.

톈안먼 사태로 인한 경제제재 여파로 1990년 중국의 경제 규모가 미국의 6%까지 쪼그라들었던 것을 감안하면 30년 만에 ‘로켓성장’을 이룬 셈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지난해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 2551달러로 세계 평균보다 위로 올라섰다. 중국 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다시 늘어났다”며 “미래 경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준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2020년 초만 해도 ‘코로나19 확산으로 2~3년간 경제가 후퇴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사회주의 특유의 초강력 봉쇄로 바이러스를 틀어막고 생산 시설을 빠르게 재가동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유일하게 플러스 성장을 달성했다. 지난해에도 이 추세가 그대로 이어졌다.

반면 미국은 감염병 대유행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해 지금까지 사망자가 86만명에 달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부터 감염병 백신 접종을 본격화해 경제 정상화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중국의 성장세를 따라잡기에 역부족이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미국과의 GDP 차이를 더욱 좁혔다”며 “2028~30년쯤 중국 경제 총량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선 뒤 2049년에는 미국의 두 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GDP 통계로 미국을 다시 한번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다.

전날 러위청(樂玉成) 외교부 상무부부장(차관)은 인민대가 마련한 ‘2022 거시 정세 포럼’ 특별 연설에서 “아직도 2억이 넘는 가정에 수세식 변기가 없다. 10억명은 비행기를 타 보지 못했다”며 의도적으로 중국의 낙후한 현실을 드러냈다고 신경보 등이 전했다.

러 부부장은 “중국인 가운데 대학 교육을 받은 비율은 4%에 불과하지만 미국은 25%다. 이런 차이를 줄이는 것이 중국이 진짜로 중시하는 부분”이라며 “경제 규모로 미국을 추월하느냐 여부보다 사상과 관념, 거버넌스 능력, 세계에 대한 공헌 등에서 (미국을) 넘어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중국 항저우의 사회복지센터에서 중학교 교사 출신의 고령자가 다른 노인들에게 한시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의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 첫 번째 요인으로 꼽힌다. EPA 연합뉴스

남보다 우위에 서려는 것은 인간과 국가의 본능이다. 그래서 역사는 패권 경쟁의 기록일 수 있다. 오늘도 패권 경쟁은 치열하게 벌어진다.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이 그 증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더 치열하다.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위협할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패권은 군사력 못지않게 경제력에 따라 결정된다. 미국이 중국의 추격에 위협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서방의 일부 주장은 엄살이라고 봐야 한다. 중국의 약점이 생각보다 많아서다.

중국은 대국이다. 2020년 기준 중국 인구가 14억4천만 명에 이른다. 인구로 볼 때 중국은 3억3천만 명 정도인 미국보다 4배 큰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은 인구에 생산성을 곱한 결과물이다. 인구가 많으면 GDP 규모를 늘리는 데 분명 유리하다. 과거 성장률 추이에 비춰 중국 경제가 곧 미국을 추월하리라고 전망하는 것은 대부분 이 점에 기초한다. 하지만 이런 전망은 인구의 질적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예측에 불과하다. 중국 인구의 질적 측면이 점차 성장에 부정적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은 많은 나라에서 출생률을 낮추는 기제로 작용했다. 가족 모두가 집 안에만 머물러 있으면 대부분 가정에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된다. 거기에 재정적 어려움마저 더해지면 스트레스는 커진다. 생식활동이 활발할 수 없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중국의 봉쇄 강도는 극한에 가깝다. 외출이 철저히 금지된다. 가정의 스트레스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선 낮은 출생률이 반등할 수 없다.

중국의 출생률 하락은 팬데믹 이전부터 시작됐다.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출생률을 높이는 데 역부족이다. 수십 년 동안 자녀를 한 명만 두도록 교육받았고 이를 어기면 벌을 받았던 기억은 단순히 법규를 바꾼다고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가임여성(15~49살)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여전히 1.3에 불과하다.

팬데믹으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21년 출생아 수는 1060만 명 정도다. 2020년 약 1200만 명이었으니 각종 유인책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2021년 출생과 사망의 수가 비슷하다. 외부에서 인구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중국에선 곧 인구 감소가 시작될 것이다.

인구가 줄어든다고 GDP 증가에 먹구름이 끼는 건 아니다. 생산성이 향상되면 성장이 가능하다. 고령화가 인구 감소와 함께 진행되는 게 문제다.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속도보다 빨리 고령인구가 빠져나가고 있다. 많은 나라가 안고 있는 이 문제가 중국에서 두드러진다. ‘시진핑의 중국’이 이 문제를 풀지 않고는 미국을 넘어서는 것을 기대하기 힘들지 모른다.

굳이 미국이 견제하지 않더라도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기는 힘들 것이다. 바로 ‘소프트파워’의 부재 때문이다. 국가의 패권이나 위상은 소프트파워로 완결된다고 할 수 있다. 문화상품으로 세계를 지배하지 않고는 패권 장악이 불가능하다. 현재 미국의 문화상품은 독보적 위상을 갖고 세계 각국에서 유통된다. 21세기 들어서도 미국 영화와 TV 드라마의 영향력이 막강하다. 중국은 어떤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음에도 내로라하는 문화상품이 없다.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을 위협할 정도지만 소프트파워는 걸음마 수준이다. 개혁·개방 이후 지난 40년 동안 중국은 단 2개의 문화상품을 성공시켰다. 류츠신의 과학소설(SF) <삼체>와 짧은 동영상 서비스 틱톡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마저도 절반의 성공이라고 봐야 한다.

류츠신은 <삼체>로 SF계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휴고상을 2015년 받았다. 아시아 최초였다. 이 소설은 천재적 작품임이 분명하다. 다만 여전히 과학소설이란 한정된 영역에 그친다. 저변을 넓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후속 작품도 변변치 않다. 틱톡 또한 비슷하다. 중국산 콘텐츠의 부족으로 문화를 유통하는 창구가 되지 못한다.

아시아 국가에서는 한국, 일본, 대만의 소프트파워가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국의 대중음악, 영화, 드라마는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시 영향력이 여전하다. 반면 아시아 문명의 상징이던 중국의 소프트파워는 미발육 상태다. 이유는 자명하다. 국가가 창의성을 억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체>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데는 유명인들이 미디어를 통해 적극 홍보한 것이 크게 기여했다. 현재 중국에서 그런 일은 기대할 수 없다. 애국적 언사나 일상사 언급을 제외한 발언은 당국이 철저하게 통제한다. 언로가 막히면 창의성은 사라진다. 서구에서는 아시아 문화 소비가 일상이 됐지만 거기에 중국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작다.

중국은 분명 풍부하면서도 생동감 넘치는 문화를 가졌다. 문제는 정부다. 문화활동을 장려하거나 발전시키는 데 관심이 별로 없다. 정보가 안정을 해친다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문화를 국외에 홍보하기 어렵다. 국외 문물의 유입도 일부 차단한다. 중국 문화가 세계화하는 기회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검열 외에 무관심도 중국 문화의 고립을 심화한다. 중국이 자기만의 색채를 고집하는 것 자체가 소프트파워의 무기력을 부른다. 이는 결국 중국과 중국 기업의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중국의 천문학적 부채와 심각한 불평등도 중국의 성장을 방해하는 주요 요소다. 후자는 그 자체로도 문제지만, 국가의 물리력으로 이를 해결하겠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함께 잘산다는 공동부유는 결국 성장잠재력을 훼손할 것이다. 중국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사기업들은 국가 통제로 급속히 공기업화하고 있다. 당국은 중국식 자본주의를 꿈꾸지만, 이런 방식은 기업가정신을 약화해 마침내 경쟁력을 잃게 할 수 있다. 유치 단계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 유효한 이 방식은 창의성과 도전이 필요한 산업의 성장에는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2022년 1월 중국 광저우 헝다그룹국제센터 앞에서 경찰이 경비를 서고 있다. 과다 채무로 파산한 헝다그룹의 아파트를 분양받은 주민들은 낸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기 위해 이곳으로 모여들었다. REUTERS

사회불안을 촉발하지 않고 경제·금융 시스템을 재설계하려 하지만 지배체제의 변화 없이 그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불평등의 근원이 결국 지배체제에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성장과 평등이라는 이율배반적일 수 있는 목표를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중국 지도자들이 몇 세기 동안 달성하려던 그 목표다. 불행하게도 거기까지는 여전히 먼 길이며, 불평등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부채 역시 난제다. 특히 지방정부의 그것이 심각하다. 부동산시장은 중국 경제의 주요 동력이었다. GDP의 약 30%를 차지한다. 헝다그룹의 파산으로 시작된 부채 폭발은 지방정부로 번질 수 있다. 그동안 지방정부는 부동산사업 시행사에 땅을 팔아 부족한 예산을 메웠다. 이제 그것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지방정부의 재정은 점차 악화하고 지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질 것이다. 부유한 해안 지방과 가난한 서쪽 지방 사이의 갈등이 노출돼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경제성장률 5%, 부채 축소를 3대 주요 정책과제로 설정했다. 하나는 벌써 철회되는 상황이다. 부채 축소와 안정화를 위한 긴축정책은 경제 침체 우려로 없던 일이 되고 있다. 다른 두 가지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까?

제로 코로나 정책은 전염성이 강한 오미크론의 등장으로 위협받는다. 중국에선 감염자가 적어 자연면역자가 거의 없다. 중국 백신의 효과도 의문이다. 제로 코로나를 위한 엄격한 봉쇄는 그 자체로 성장을 해친다. 만약 봉쇄가 실패하면 팬데믹 초기의 경제적 혼란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로 몸살을 앓는데 중국만 무풍지대일 수는 없다. 겪어야 할 일은 반드시 겪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5% 성장이 가능할까?

한때 일본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했지만 몽상에 지나지 않았다. 일본은 고령화 이전에 부유한 나라가 됐다. 중국은 어떨까? 부유해지기도 전에 고령화가 진행된다. 고령화가 사회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려면 천문학적 비용이 필요하다. 지금의 중국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시진핑은 경제성장의 핵심인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은 더 이상 저비용 노동력을 강점으로 삼을 수 있는 나라가 아니다.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어간다. 그렇다고 고부가가치 첨단산업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할 수도 없다. 이 모든 게 사회불안 요소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한다는 것은 근거가 빈약한 희망에 불과하다. 중국이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에 서려면 기본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현재의 지배체제에서 그것을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지배층의 자정 기능엔 한계가 있다. 시스템이 해결해야 한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에 그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렇다면 미-중 패권 경쟁의 결말은 뻔하다. 팍스아메리카나(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는 생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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