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소녀 미소 지 - mabeobsonyeo miso ji

53. 『옳음』이라는 독선

츠구미는 이타도리가 있는 병실 앞에 도착해, 조심스럽게 노크했다. 그러자 안에서 「들어오세요」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찰칵 하고 문을 열고, 츠구미는 안에 있던 이타도리와 또 한명――병문안을 온 유메지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 이타도리 짱. 발 상태는 어때? 게다가, 유메지 양도. 퇴원은 어제였던 것 같은데, 문제는 없어?"

한때는 어떻게 될까 싶었지만, 이렇게 병문안을 온 걸 보니, 분명 화해했을 것이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츠구미가 그렇게 묻자, 이타도리는 수줍은 듯 웃으며 말했다.

"응. 안정을 취해야 하긴 하지만, 이제 괜찮아. 하지만, 당분간 목발이 필요한 것 같아."

"그렇구나. 심한 부상이 아니라 안심했어."

그리고 츠구미는 이타도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힐끔 유메지 쪽을 엿보았다. 유메지는 고개를 숙인 채 두 손을 무릎 위에서 세게 쥐고 있어서, 표정은 알 수 없다.

이타도리가 작게 「나데시코 양?」이라고 말을 걸자, 유메지는 창백한 얼굴을 들어올렸다. 안색이 나쁘다.

"어이어이, 괜찮은거야?"

츠구미가 그렇게 말을 걸자, 유메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겁먹은듯이 츠구미를 올려다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저기, 정말로 당신이 그 도깨비를 쓰러뜨린거야? 마법소녀도 아닌데?"

"뭐, 그렇게 되는건가. 상대도 만신창이였고, 운이 좋았던 것 뿐이라고 생각하지만."

"어째서?"

츠구미의 대답에 물고 늘어지듯, 유메지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저렇게 무서운 것을 향해 갈 수 있는거야? 당신도, 카나에 양도 절대로 이상해. ――나는, 떨려서 아무것도 하지 못 했는데!! 나, 나, 저런 것과 싸우느니, 마법소녀따위 되고싶지 않아!!"

그렇게 외치며, 유메지는 이타도리에게 매달려 펑펑 울어버리고 말았다. 갑작스런 일에, 츠구미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이타도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츠구미 오빠. 나데시코 양 어제부터 조금 정서불안정인 것 같아서……"

"아니, 신경 안 써. 그만큼의 일이 있었으니까, 오히려 이성을 잃는게 보통 반응이잖아."

이타도리와 유메지는, 아스카 학교의 마법소녀 적성자 선발반에 속해 있다. 유메지는 한발 앞서 퇴원이었기에, 돌아간 후에 교사나 부모에게 여러가지 말을 들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아스카 학교는, 마법소녀의 자세한 정보를 쥐고 있다는 소문이 있다. 결계에 휘말리는 것이 적성이 극히 높은 인간이라는 것 정도는,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은, 장차 마법소녀가 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번 일로, 관계자의 생각은 더욱 강해진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들에게 있어서 행복인지 아닌지는, 두번째일 것이다.

츠구미는 살며시 울고 있는 유메지의 등에 손을 얹고, 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내 누나는 사건이 한창일 때, 신을 처음 만나자마자 마법소녀가 됐어. ――하지만, 난 그것이 기쁜 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 오히려, 그 녀석이 마법소녀가 되길 원하지 않았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렇게 유메지에게 묻자, 그녀는 새빨간 눈으로 츠구미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그녀석이 죽기를 바라지 않아서야. ……마법소녀의 순직률은 연간 약 15퍼센트가 넘어. 마법소녀를 계속하는 이상, 그 위험은 계속 따라다니겠지. 나는, 그게 무서워서 어쩔 수 없어."

치도리는 다행히도, 스킬이 풍부했다. 정부와도 계약을 했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으면 위험한 싸움으로 내몰리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만약 치도리 이외가 싸울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 비록 죽는다는 것을 알더라도, 분명 그녀는 주저없이 싸움에 나설 것이다. 그것이, 나나세 치도리라는 인간이다.

"육화의 두 사람을 봤지? 마법소녀라고 하는 것은, 저 정도로 의지가 굳고 각오를 가진 사람만이 하는거야.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하기 싫다』라고 생각한다면, 그런 것은 하지 않는것이 좋아. ……게다가 나는, 아는 사람이 죽는 것은 보기 싫으니까 말야."

"……그럼 난, 마법소녀가 되지 않아도 되는거야? 하지만 아버지도 어머님도, 그런건 절대 용서해주지 않을거야."

비통한 표정으로, 유메지는 말한다. 츠구미는 안심시키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괜찮아, 되지 않아도. 결정하는 것은, 유메지 씨 자신이야. ――뭐, 그래도 우선은 가족회의부터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말야. 좋은 아버지겠지? 이야기하면 분명 알아줄거야. 만약 마법소녀가 되는 것을 강요당할 것 같으면, 가출이라도 하면 돼. 그 때는 도와줄게."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부모님이 없는 츠구미는 『부모』라는 존재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소중한 『가족』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은 안다.

과거 유메지는, 자신의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말했었다. 그녀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딸의 탄원을 들어줄 만한 도량이 있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응, 그렇네……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아버님도 분명……"

유메지는 작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 불안한 걸음으로 일어섰다.

"죄송해요. 조금 세수하고 올게. ……저기, 오빠."

유메지는 이타도리에게 그렇게 말하고, 츠구미 앞에 서서 기도하듯 자신의 두 손을 잡았다. 어쩐지, 긴장 같은 것을 느낀다.

츠구미는 조금 허리를 숙이고, 눈높이를 맞추며 「왜?」라고 물었다. 유메지는 꽉 다물고 있던 입술을 열며, 만감의 생각을 담는 듯이 말을 내뱉었다.

"――감사합니다."

유메지는 깊게 고개를 숙이며, 츠구미에게 감사인사를 했다.

――그 인사는, 대체 무엇에 대한 것이었을까? 그녀의 부탁을 받고 이타도리를 구해낸 일. 마수를 쓰러뜨리고 현실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던 일. 아니면, 조금 전의 위로의 말에 대해서라던가. 츠구미는, 그 전부라고 생각했다.

오만했던 여자아이가 내디딘 한 걸음을, 츠구미는 존중하고 싶다.

"――천만에."

따뜻한 기분이 들면서 츠구미가 그렇게 대답하자, 유메지는 조그맣게 미소지으며 병실을 나섰다. 닫히는 문을 바라보며, 츠구미는 침대 옆 의자에 걸터앉았다.

"왠지, 어느샌가 친해진 것 같네."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이타도리는 곤란한 듯이 웃었다.

"응. ……그런데말야, 나데시코 양은 내게 열등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내가 미끼가 됐었으니까."

"아아, 그 때 일이구나. 그녀에게서 들었어. 부상 때문에 못 뛴다고, 그 애를 먼저 도망치게 했다고. 들었을 때는 간담이 서늘해졌다고."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츠구미는 처음에 유메지의 거짓말을 의심했다. 츠구미가 아는 이타도리는, 그렇게까지 용기있는 소녀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도움을 요청하는 유메지를 보고, 츠구미는 생각을 바꿨다. 유메지의 말은, 진실이라고.

만약 몇초라도 구하러 가는 것이 늦었다면, 분명 이타도리의 목숨은 없었을 것이다. 이레귤러 최초의 희생자로서, 역사에 남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시간에 맞춰서 정말 다행이다.

"지금은 이제 무섭지 않아? 만약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아사쿠라 선생님――흰머리에 안경을 쓴 수상쩍은 선생님에게 말 해. 그 사람, 솜씨는 확실하니까."

"아하하, 괜찮아. 그때는 무서웠지만, 츠구미 오빠가 약속을 지켜줬으니까, 이젠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그렇구나…… 무리하는건 아니지?"

"응. 하지만 도망치고 있을 때는 말야, 필사적이어서 잘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말야, 『옳은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기억해. 저기, 츠구미 오빠. ――나는 제대로 정답을 고른걸까?"

명랑한 미소를 지으며, 이타도리는 말했다. 그 얼굴에는, 구출했을 때에 엿볼 수 있었던 죽음에 대한 공포는 찾아볼 수 없다. 츠구미는 그런 이타도리의 모습을 보고, 왜 아사쿠라가 「꼭 만나러 가게」라고 말했는지를 깨달았다.

츠구미는 천천히 이타도리의 손을 잡고, 감싸안듯이 두 손으로 잡았다.

"오빠? 왜 그래?"

"네 행동은, 잘못되지 않았어. 분명 많은 사람들은 널 칭찬해 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나는 그것을 『정답』이라고 단언하고 싶지 않아."

그 말을 듣고, 이타도리는 불만스러운 듯 눈썹을 찌푸렸다. 츠구미가 무조건 칭찬해줄거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타이르는 듯한 목소리로, 츠구미는 말했다.

"카나에 짱 덕분에 유메지 양은 무사히 살았어. 하지만, 만약 네가 그대로 마수에게 희생되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아?"

"……모르겠어."

"분명 유메지 양은 평생 자신을 탓하겠지. 지금 모습을 봐도 그건 예상할 수 있겠지? 남을 슬프게 하는 짓을 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아. 게다가 나 역시,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이라면서 계속 후회할거라고 생각해."

"오빠도?"

"그래. 만약 네가 죽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괴로워져. ――네 어머니도, 걱정되서 울고 있었지?"

"……응. 하지만, 엄마는 화만 내고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았는걸."

그렇게 말하며, 이타도리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사전에, 아사쿠라로부터 어느 정도의 이야기는 듣고 있었다. 이타도리의 어머니는 병실에 도착함과 동시에, 그녀에게 울면서 붙잡았다고 한다.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했느냐, 면서 오열하며 설교한 것 같다.

진통제 등의 약 때문에 의식이 몽롱했던 이타도리는, 그 때의 대화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저 엄마에게 혼났다는 불만만 도사리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타도리는 상냥한 아이다. 말하면 분명 알아줄 것이라 생각한다.

"나라고 해서, 딱히 예쁜 말을 하고싶은건 아니야. 너 자신이 정말 옳다고 생각했다면, 나는 그것을 부정하지 않아. 하지만, 카나에 짱이 죽었더라면 나는 슬퍼. 그것만큼은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오빠도 우는거야?"

"분명 울거야. 한심할 정도로 펑펑 울거라고 생각해."

츠구미가 쓴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하자, 이타도리는 「그렇구나」라고 말하며 고개를 숙였다.

"『정답』이란, 어려운거구나."

"그렇지. 하지만, 나는 한가지만 『정답』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게 있어."

츠구미가 그렇게 말하자, 이타도리는 알 수 없단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츠구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입가에 검지를 대고 웃었다.

"엄마에게, 걱정 끼쳐드려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 ――카나에 짱은 착한 아이니까, 제대로 할 수 있지?"

이타도리는 츠구미의 말을 듣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바로 쿡쿡 작게 웃었다. 아무래도 웃음보가 터진 듯 하다.

"괜찮아, 할 수 있어. ――저기말야, 나는 『정답』은 아직 모르겠지만, 좀 더 곰곰히 생각해 보려고 해. 무슨 일이 있으면, 오빠도 상담에 응해줄래?"

"물론이지. 언제든 연락줘."

이타도리는 그 대답을 듣고는, 작게 미소지었다. 츠구미는 그 얼굴을 보고 후우 하고 숨을 내쉬고, 천천히 일어났다. 병실에 오래 있지 말라고, 담당 간호사에게 들었던 것이다.

"그럼, 이만 가볼게. 서로 짐시 주변이 소란스럽겠지만, 힘내자."

"응, 오빠도 힘 내!"

――이타도리의 병실에서 나와, 고개를 숙이고 걷는다. 스쳐지나가는 간호사가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어쩌면 꽤나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츠구미는 자신의 병실로 돌아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무엇이 『남을 슬프게 하는 짓을 하는건 좋지 않아』냐. ――그런거, 전부 내 이야기잖아."

토해내듯이, 그렇게 중얼거린다. 츠구미가 이타도리에게 한 말은, 그 모든것이 자신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아니,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츠구미 쪽이 더 심할 수도 있다.

누군가를 돕기 위해 목숨을 건다. 분명 그것은 고상한 일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츠구미는 지금까지 기다리는 자의 기분――치도리를 소홀히 하고 있었다.

치도리가 살아만 있어준다면, 자신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

그것은 헌신처럼 보였으나, 실은 그녀에 대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타도리와 이야기를 하면서, 츠구미는 그 일을 더 깊게 통감한 것이다.

게다가, 자신의 일은 제쳐두고, 치도리가 마법소녀가 도니 것을 탓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악의 처사다.

"마음대로 되질 않네……"

――자신의 행동은, 치도리를 위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독선이었고, 치도리의 마음을 배신하는 것이었다.

"아사쿠라 선생님이 이걸 눈치채고, 날 이타도리에게 보냈을 가능성도 있겠구나. ……정말로, 좋은 선생님이야."

아무래도, 정신과 의사의 직함은 허세가 아닌 것 같다. 츠구미는 씁쓸하게 그렇게 중얼거리고, 침대 옆으로 얼굴을 가라앉혔다.

주변을 둘러싼 환경이 변하고, 사람의 감정도 변해간다. 뭐가 맞는지는, 분명 아무도 모른다. 그 속에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만 더, 제대로 생각해야겠는걸."

하아,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며 츠구미는 눈을 감았다.

――벨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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