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담배 느낌 - cheos dambae neukkim

한창 기독교에 심취해 있던 시절에는 술, 담배, 음란물은 3대 죄악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정말 담배는 단 한번도 입에도 대보지 않았다.

벗뜨, 콩익시절 삶에 대해 되돌아보게 되고 사고방식이 크게 변하게 되었다.

그리고 '죽기 전에 담배는 한번 피워보자'라는 막연한 결심을 하게 되었고, 첫 담배 거사 날을 50-60대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 결심을 띤디햄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가끔 설파하고는 했다.

하지만 최근들어 취업이 다가와서 그런지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많이 들기도 하고 삶이란 뭔지 뒤늦게 사춘기가 와서 혼란스럽던 시절

우연히 전대후문에서 만난 송씨의 담배 경험담 ssul을 들으며 '한번 피워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박씨의 직접적인 조언들 '한번 피워본것으로는 절대 중독되지 않는다'에 힘입어 한번 시도해보기로 했다.

물론, 담배를 꾸준히 피워보려는 의도는 1도 없었음은 명확했으며 혹시 모를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신중을 기했다.

왜 그런데 굳이? 담배를 피워보고자 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답은 아래와 같다.

1.

세상에 진리는 없다고 믿게 되었다. 기존의 사고방식들이 많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서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생각들은 내가 주체적으로 가진 생각들이 아니라 세상과 환경이 주입한 생각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2.

모든것은 내가 경험해보고 판단하는게 맞다는 생각을 하였다. 이 세상에서는 이래라 저래라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고 말들이 다 다르다.

누군가는 주식투자를 하지 말라고 하고 누군가는 주식투자를 하라고 한다. 둘다 말을 들어보면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주체적으로 결정하는게 맞을것이다. 경험해보지 않고도 깨닫는것이 좋다고 하지만 이 역시 누군가가 한 개소리다.

3.

세상에 답은 없다. 설령 있더라도 답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때문에 그냥 내가 믿고싶은대로, 하고싶은대로 사는게 BEST다.

그렇다면 적어도 '타인' 때문에 후회할 일은 없기 때문이다.

4.

세상은 담배피우는 것은 백해무익이라고 하며 끊으라고 종용한다. 하지만 세상이 말하는 것들이 정작 이상한 것들이 많았다. '공무원이 최고다'라는 기치 아래 전국민이 공무원시험에 우수수 달려드는것이 옳다고 보는가? 이런 경우는 무수히 많다.

EXAMPLE

'CC는 안좋아~'

'애는 꼭 한명쯤은 있어야 가정이 돌아간다'

'고기와 우유는 건강에 좋다'

'부모님 말씀을 잘 듣자' = 부모님 말씀에 '예예'만 하면 제2의 부모님이 될 뿐이다. 나 자신이 되자.

'루이싱커피는 제 2의 스타벅스가 될 것이다' = 상장폐지

'이게 팔리겠냐?' = 팔린다

'과학적인것이 옳다' = 말이 바뀐다. 과학 역시 역사적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 전반적으로 '담배를 피우는것은 좋지 않다'라고 하면서 정작 수많은 사람들이 담패를 피우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다.

특히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최선봉의 '국가'차원의 금연장려가 가장 의심스러웠다.

왜 국가에서 나서서 국민의 건강을 챙기나? 마치 국가에서 나서서 국민들의 자살을 막는것이나, 출산을 장려한다던가 하는 맥락과 같다.

국가는 사회 전체만을 생각해서 행동하는게 우선이지 개개인을 고려하는건 그 다음이라고 생각한다.

5.

아무튼 이 세상의 오만 디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담배를 태운다.

폭염에도 땀흘리며 담배를 태우고, 추워도 오돌돌 떨며 담배를 태운다.

분명 대한민국에 살면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경제적으로든, 건강상으로든, 눈총상으로든 손해보는것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쭈뼛쭈뼛 구석에 가서 담배를 태운다. 도대체 왜일까? 이 모든것을 상쇄할만한 매력이 있는것이 아닐까? 왜 나는 그 매력을 얻으면 안되는가?

6.

'건강이 중요' vs '건강보다 지금 이 순간'의 삶에서 나는 항상 '건강이 중요'의 삶을 살았다. 해서 지금까지 잃는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지금 이 순간이 중요할까, 미래를 대비하는것이 중요할까? 오래 살 사람에게는 건강이 중요하지만 일찍 죽을 사람에게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할 것이다. 그런데 오래 살 사람과 일찍 죽을 사람을 알 수 있는가? 없다. 내일 교통사고 당할 사람 중 단 한명도 자기가 교통사고 당할거라 예상한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가 불멸할것처럼 산다. 특히 나는 '무병장수'가 최고라고 믿고 살았다. 그런데 진짜 '장수'하는것이 복일까? 짧고 굵게 살다가면 안되나?

항상 이런식으로 하나의 세계관에 갇혀 살다보면 똑같은 패턴의 삶만 살게되고 좀 더 넓고 다채로운 삶을 경험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담배를 피워보는 것은 지금까지 기존 내 삶과 최 극단 정 반대의 세계관에 들어서는 것이므로, 기존의 세계틀에서 벗어나는 첫발이 될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실행과정

1. 동명동에 사거리에 있는 CU 입장

2. '에쎄 체인지 하나 주세요' 시전. '라이터도 하나 주세요' 시전. 4500+500 = 5000원 소비

3. 뭔가 기분 좋음

4. 으슥한 곳에 들어감

에쎄 체인지를 선택한 이유는 박형의 조언이 유효했다.

에쎄 체인지 1mg은 초심자들에게 적합하고 순하며, 보편적으로 많이 피운다는 것이다.

또, 15년도에 했던 마트알바 경험상 에쎄 체인지를 사람들이 많이 사갔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에쎄 체인지는 한갑에 20개비가 들어있었고 굉장히 얇았다.

그리고

시전

처음에 라이터를 켜는것부더 시작해서, 담배에 불이 잘 안붙어서 몇번을 실패하다가 성공했다.

그리고 피우는 중간중간 담뱃재를 터는것도 잘 못해서 살짝 부러지기까지 했다.

역시 무엇인가를 배울때는 경험자에게 가르침을 받는것이 옳다.

때마침 아빠에게 전화가 와서, 여느 비즈니스맨들이 그렇듯 담배피우면서 심각하게 전화통화도 했다ㅋㅋㅋ

후기

나는 상상컨대 분명 '맛'이 있을거라 생각했다.

솔직히 담배 자체가 몸에 안좋다는 인식이 없다면 냄새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

원래 뭔가 타는냄새가 '몸에 좋지 않다'라는 생각이 없다면 막 똥냄새처럼 역하거나 그렇진 않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뭔가 명랑핫도그 감자 통 모짜라던가, 크림파스타와 같은 그런 '쾌감'을 느낄만한 고유의 연기의 맛이 있을 줄 알았다.

향수의 향까지는 아니어도 뭔가 연기 자체에서 쾌감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글 맥락상 눈치챘겠듯이, 그런 '맛'자체는 전혀 없었다.

그냥 숯불구이를 불맛을 흡입하는 맛뿐이었다.

타고 있는 불맛의 농축물을 빨아들이는 느낌?

그리고 겉담, 속담의 존재를 알고 있었기에 속담도 한번 피워보았다.

입에 대고 쭉~ 빨아들여 보았는데 진짜 기관지까지 쫘악 뭔가 연기가 들어가는 느낌이었는데, 연기와 더불어 재같은 것까지 기관지를 긁으며 들어가는것 같았다. 그래서 기침이 나오지 않을수가 없었다.

아~ 근데 좀 유쾌하지는 않았다. 일상생활에서는 억지로 폐 안에 연기를 욱여넣는 일은 없지 않은가?

내 폐와 기관지가 좀 당황하지 않았을까 싶다.

뭔가 정상적이지 않고 작위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무튼 가장 크게 느낀점은 아무런 맛이 없고 그냥 연기를 빨아들이는 느낌이었다는 것이다.

정확히 음미해보기 위해 한개비를 끝까지 피워보았는데 끝까지 어떤 중독될만한, 뇌에 포인트를 찍을만한 쾌락을 느끼진 못했다.

가장 좋지 않았던것은 뒤끝이었다.

우선, 옷에 배여있는 담배냄새 자체는 내가 인식하기 힘들었다.

왜냐면 내가 피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얼굴에 뒤덮인 담배냄새느낌, 흡사 클럽이나 PC방 등 담배연기 자욱한 곳에 들어갔다 나오면 피부를 뒤덮고 있는듯한 담배연기 잔여물 느낌 그 느낌 있잖은가? 그것이 남아있어서 불쾌했다.

또, 폐에 뭔가 빵빵하게 차있는 느낌이랄까, 가슴이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결론

건강은 논외로 치고 기분만 따져도 쾌감보다 불쾌감이 더 크다.

굳이 돈 주고 피울만한 이유가 없겠다.

명랑핫도그 감자통모짜 먹는게 더 낫다.

여기에 건강등의 패널티를 덧붙인다면 공짜로 줘도 피우지 않겠다.

이는 물론 내 주관적인 판단이다.

유일한 매력이라고 한다면 '내가 담배를 피우고 있다'라는 그 자체에 대한 쾌감?

영화를 비롯한 각종 매체에서 나오는 배우들의 담배피우는 모습들, 술자리에서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담배피우러 나가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 맞담을 하며 친목을 하는 사람들을 관찰자로만 보던 입장에서 드디어 나도 피워보게 되었다는 어떤 그런 사회적인 쾌감은 있었다.

또, 학창시절 절대적 금기였던 그 담배를 피워본다는 일탈적인 쾌감도 있었고

만약 내가 담배를 피운다면 이런 사회적인 쾌감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하지만 담배 그 자체로는 맛이 하나도 없으며, 홀로 외로히 피우는 것은 중독이 되지 않는 이상 상상하기 힘들다.

앞으로는 피울 일 없는걸로.

띤디햄의 로망은 '술 마시다가 중간에 나와서 담배피우고 들어가기'였다.

디테일하게는 골목이 아니라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에서 저녁에'였다.

때문에 내가 피울때 피우지 않고 구시청에서 쏘주 달리다가 자리를 박차고 나와서 로망 그대로 실현했다.

역시 주관있는 상여자다.

띤디햄은 흔히 말하는 담배의 '맛'자체는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으나, 별로 피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

때문에 절반정도만 피우고 꺼버렸다.

남은 18개의 담배는 띤디햄의 담배피우는 지인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에쎄 체인지 1mg 첫 담배 리뷰였다.

이 글은 담배 무경험자에게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비추하는 글이 아니다.

그냥 나의 경험이다.

앞서 기록했듯 판단은 모두 본인이 하는것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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