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바칼로레아 문제 - 2022 bakallolea munje

바칼로레아 주관식 평가 어떻게?

조미현 입력 2021. 7. 19. 15:55 수정 2021. 7. 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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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축소해서 치러진 2021년 바칼로레아 합격자 발표

고등학교 각 과목 교사들이 바칼로레아의 채점 주체인 것이 특징

현직 교사가 말하는 서술 시험 평가의 공정성을 위한 제도적 장치

팬데믹과 제도 개편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1년 프랑스 바칼로레아의 결과가 나왔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시험을 치른 총 732,800명의 응시자 중 93.8%인 687,200명이 20점 중 10점 이상을 받아 대학입학자격을 얻었다.

‘잃어버린 한 해’를 보낸 프랑스의 고3들은 끝났다는 해방감을 느끼면서도 개운치 않은 듯했다. “사실 부담이 크지 않은 해였죠. 시험을 두 개밖에 보지 않았거든요.” 바칼로레아를 통과한 기욤 위르방 학생이 르파리지앙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처럼 올해 바칼로레아는 간소하게 치러질 수밖에 없었고 대신 내신성적이 82% 반영됐다.

바칼로레아에 대해 우리는 일종의 환상을 갖고 있다. 한국의 입시제도 문제를 거론할 때 잊을 만하면 바칼로레아가 언급되고는 한다. 올해 초 교육부는 2022년 개정 교육과정과 더불어 2028학년도 대입부터 적용할 대대적인 수능 개편을 예고했고, 서술·논술형 수능이 유력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것의 모범 사례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가 다시 거론됐다.

◆바칼로레아 결과를 보고 있는 프랑스의 고3 학생들 ©연합뉴스

하지만 논의는 항상 같은 지점에서 멈춘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워내기 위한 서술·논술형 수능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채점의 공정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라는 쟁점에 봉착하면 난감해지는 것이다. 200년을 이어왔다는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제도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었을 텐데 과연 이것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팬데믹 이전에 바칼로레아가 마지막으로 정상적으로 진행됐던 2019년에 바칼로레아 프랑스어 채점자로 참여했던 현직 교사 니콜라 씨와 인터뷰하게 된 것은 그런 단순한 궁금증이 출발점이었다. 지면의 한계상 속속들이 궁금증을 풀지는 못했을지라도 적어도 논의의 시작점은 될 수 있을 것이다. 

Q. 먼저 EBS 뉴스 독자들에게 간단히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프랑스어(현대문학) 교사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하고 학생들을 가르친 지 4년 된 니콜라 카데입니다. 고등학교에서 일했는데 올해는 툴루즈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타른(Tarn) 지역의 장-마리 귀스타브 르 클레지오 중학교로 옮겼습니다. 사실 수업 내용은 다르지만, 프랑스에서는 같은 자격시험으로 고등학생과 중학생 둘 다 가르칠 수 있거든요.

Q. 2019년 바칼로레아 평가에 참여하셨죠.

네. 2019년 6월에 고2 학생들의 바칼로레아 프랑스어 구술 및 서술 시험을 평가했습니다(바칼로레아에서 비중이 큰 프랑스어 시험은 고2 때 따로 먼저 본다). 이후 정부가 바칼로레아 제도를 개편했는데, 코로나로 인해 작년에는 시험 자체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내신성적으로 대체됐죠. 올해도 시험을 보기는 했지만 같은 이유로 학교 수업도 원래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시험 자체도 제대로 치러졌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주관식 시험의 평가 기준은 달라지지 않았으니 제가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바칼로레아 채점자로 참여한 현직 프랑스어 교사 니콜라 카데 씨 ©Cadet

Q. 한국에서는 대학 교수들이 대학입시인 수능시험 문제를 출제하고 평가합니다. 프랑스는 다른가 봐요.

프랑스에서는 고등학교 현직 교사들이 평가합니다. 절대 대학교수들이 하지 않죠! 보통 시험 1~2주 전에 교육청으로부터 바칼로레아 채점자로 지명되었다는 소환장을 받게 되는데 무조건 응해야 합니다. 정교사든 계약직이든 1년 차 교사든 교직 경험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누구나 채점자로 지명될 수 있습니다.

물론 채점자 지명을 철회해 달라고 거부할 권리도 있습니다. 건강상 이유로 의사의 소견서를 제출하거나, 운전면허가 없다(채점자들은 다른 지자체 교육청 소속 학생들의 시험지를 평가하게 되므로 자동차로 장거리를 이동해 회의에 참여해야 할 수도 있다)고 사유서를 내면 제외되지만, 정말 드문 경우죠.

Q. 채점하는 교사들의 부담이 크겠습니다.

사실 바칼로레아 채점자로 지명되는 걸 교사들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 보수에 비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고 책임도 막중하거든요. 서술 시험의 경우, 대도시냐 시골이냐에 따라 숫자는 차이가 나겠습니다만, 제 경험상 50명 정도의 학생이 쓴 평균 6장의 시험지를 채점했습니다. 10장을 쓰는 학생들도 있죠. 

구술시험의 경우, 해당 학교 프랑스어 교사들이 1년간 어떤 내용을 가르쳤는지 상세한 내용을 우편으로 보내주면 목록의 책들을 모두 다시 읽고 공부를 한 뒤 질문을 만들고 평가도 해야 합니다. (바칼로레아 개정 전까지만 해도 프랑스어 교사들은 소설, 시, 수필, 희곡의 4개 분야 텍스트를 자기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학습 목표는 동일하겠지만 같은 학교라도 선생님마다 주 교재가 되는 텍스트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Q. 프랑스 교육부나 지자체 교육청에서 배부하는 공식 채점 매뉴얼이 있는지요?

바칼로레아든 중학교 졸업반 학력평가인 브르베(니콜라 씨는 얼마 전 브르베 채점자로도 참여했다)든 모든 국가시험에는 3~6페이지의 공식 채점제안서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정위원회(commission d'harmonisation)라 불리는 조직의 틀 안에서 교육청이 채점 보완사항을 제시하죠. 각 교육청은 장학관(inspecteurs académique)들의 입회하에 과목별 채점 교사들을 소집하고 조정 회의를 두 차례 주재합니다. 여기서 시험지 사본을 교사들에게 배부해 채점과 평가에 관한 보다 상세한 논의를 진행합니다. 물론 언제나 모든 사본은 익명성이 보장됩니다. 어떤 학생이 답안지를 썼는지 저희는 절대 알 수가 없죠.

최종 언급(mention)도 이 조정 회의에서 정합니다. 20점 만점에 10점 이상을 받으면 통과(passable), 12~14점은 보통(assez bien), 14~16점은 우수(bien), 16점 이상은 최우수(très bien)입니다. 

◆대형서점의 바칼로레아 관련 도서 코너 ©조미현

Q. 바칼로레아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잖아요. 가령 채점자마다 엄격함의 정도가 달라서 같은 시험지라도 점수를 후하게 주는 사람과 박하게 주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요.

시험 문제에 따라 평가에 다소 주관적인 부분이 포함되기도 하죠. 가령 2019년 바칼로레아 프랑스어 과목 시험에는 제시된 조건에 따라 시를 창작하라는 문제가 있었어요. 채점자는 우선 학생들의 창작물이 주제에서 벗어났는지, 제시된 지침에 부합하는지를 판단하죠. 

그러나 형식적 측면의 평가 외에도 채점자마다 가진 시에 대한 접근법이나 참조하는 문학 작품들에 따라 매우 다른 방식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었습니다. 상상력이 주가 되는 이런 유형의 시험 문제는 (아쉽기는 하지만) 개정 바칼로레아 제도에서 아예 없어졌습니다.

채점 기간의 초기와 중간에 두 차례 온종일 조정 회의를 하는 것도 점수의 주관성을 줄이고 평가 기준을 균등화하려는 노력입니다. 채점자들 사이에 언급(mention)이 다른 경우, 둘 중 한 명이 점수를 상향 조정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하지만 절대 하향 조정하지는 않습니다!).

또한 채점자는 시험지마다 자기가 매긴 점수를 정당화하는 총평을 작성해야 합니다. 응시자가 만에 하나라도 왜 그런 점수가 나왔는지 알고 싶어 하거나, 그보다 더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이의제기를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둡니다.

Q. 바칼로레아에 대비해 교실에서 어떤 식으로 수업을 하시는지요?

올해 바칼로레아 프랑스어 서술 시험에서는 조르주 페렉의 <사물들>(소비사회 초기의 한 커플에 대한 사회학적인 소설)과 발레리 라르보의 여행에 관한 현대시 발췌문 중 선택해서 질문에 답하는 비평(commentaire) 문제, 그리고 빅토르 위고, 보들레르, 아폴리네르(이상은 시), 몰리에르, 마리보, 장-뤽 라가르스(이상은 희곡)의 6개 작품 중 선택해서 쓰는 논술(dissertation) 문제가 출제됐죠. 교육부가 정한 커리큘럼의 큰 틀이 있고, 그에 따라 구술시험과 서술 시험 둘 다를 준비시킵니다.

그런데 정부의 바칼로레아 개정 방향은 바칼로레아의 원래 취지와 멀어지는 방향이라 일선 교사들로부터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개편에 따라 프랑스어 시간은 단축됐지만 교육부에서 지정한 더 많은 수의 작품을 수업 시간에 공부하도록 강요받게 됐어요. 게다가 문법까지 교과과정에 다시 포함됐습니다. 프랑스 학생들의 비판 정신을 키워줄 수 있는 여지가 대폭 줄어들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게 되면 시험이 지극히 표준화되고 교육적 자유가 저하될 수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파리 = 조미현 글로벌 리포터 

■ 필자 소개

현 전문번역가, <불평등의 역사>와 <디지털 화폐> 등 번역

전 영화잡지 기자

전 서울시청 홍보기획관 재직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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